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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백작의 생존전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1.02 18:12
최근연재일 :
2021.02.03 21: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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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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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
글자수 :
204,097

작성
21.01.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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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통성명

DUMMY

칼리스는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쳤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데굴데굴 볼썽사납게 구르기까지 했다.

고양이의 모습으로 둔갑한 덕에 멀쩡하게 착지한 마수들이 쓰러진 칼리스한테 서둘러 달려갔다.


『칼리스? 괜찮냐 뮤우?』

『안 괜찮아 보이는데 미이.』

『칼리스 일어나 먀아!』


마수들이 부르는 소리에도 칼리스는 미동도 없었다.

무릎과 턱이 깨지면서 피가 흘러나와 땅바닥을 적셨다.

진동하는 칼리스의 피 냄새에 마수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형···어, 어쩌지 먀아?』

『서, 설마 죽은 거야 칼리스···?』

『이제 누가 우리들 스테이크를 주지···』


마수들은 어쩔 줄 모르고 칼리스 주위를 맴돌았다.

마수들 중 첫째가 비장한 얼굴로 동생들에게 말했다.


『칼리스의 시체는 누구에게도 안 넘겨. 우리가 온전히 가져가서···키르케한테 허락받고 먹자 뮤우.』

“야.”


눈을 반만 뜬 칼리스가 첫째 마수를 서늘하게 불렀다.


『칼리스! 살아있었어 뮤우?』


칼리스는 눈동자를 굴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아직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입 안에도 피의 짠맛이 가득했다.


‘아···존나 아파···’


이럴 때는 연약한 백작 몸에 빙의한 것이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다.

마수들은 호들갑을 떨며 칼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칼리스 피가 나 미이!』

『맛있어 보여 먀아!』


철없는 소리를 하는 마수들을 보며 칼리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조용히 좀 해라. 더 아프니까.’


입술까지 찢어져 입을 벌릴 때마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지만 칼리스는 참아냈다.


“너희들···내 짐에서···지팡이 좀 가져와.”


마수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칼리스의 짐에서 금빛 지팡이를 꺼냈다.


“여기다가···너희들 마력을 집중해.”


마수들은 지팡이와 칼리스를 번갈아보다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효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이 정도는 낫게 할 수 있겠지···’


빛이 모여들면서 찢겨지고 터진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갔다.

칼리스는 숨을 내쉬며 천천히 일어났다.


『와, 감쪽같이 나았네 뮤우!』


마수들은 감탄하더니 저들끼리 속삭였다.


『그럼 앞으로 우리가 조금만 먹어도 되는 거 아냐 미이?』

『그러게···먀아.』


칼리스가 째려보자 마수들은 지레 찔러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우, 우린 아무 말도 안 했어 미이!』


칼리스의 시선은 마수들에게서 이제는 바퀴가 다 박살난 수레 쪽으로 향했다.

칼리스가 튕겨져 나가면서 수레도 처참하게 망가져있었다.

혹시나 싶어 일으켜 세워봤지만 수레는 폭삭 무너져 내렸다.


“수레는 완전히 망가졌으니 걸어갈 수밖에 없겠군···”


마수들은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는 칼리스를 따라 신나게 재잘거렸다.


『거봐, 드워프 종 녀석들은 다 엉터리야 먀아!』

『칼리스, 우리가 그 녀석들보다 훨씬 낫지 미이?』


아까 칼리스가 드워프 종들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여전히 마음 속 앙금으로 남은 모양이었다.

칼리스는 그런 마수들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만 좀 떠들고 가자.”


앞서가는 마수들을 보며 칼리스는 작게 중얼거렸다.


“고맙다. 너희들.”


마수들의 마력덕분에 지팡이를 써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수들은 칼리스가 작게 내뱉은 말은 듣지 못했다.


『아까 그놈들 맛도 더럽게 없더라. 지방만 잔뜩 껴있고 뮤우.』

『먹다가 토할 뻔했어 미이.』

『나 그래서 한 입만 물고 안 먹었잖아 먀아. 그런데 딱 한입만 물었는데 왜 그렇게 금방 죽었지?』


마수들의 살벌한 식사 이야기를 들으며 칼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내가 괜한 생각 했다.’


그래도 칼리스는 나중에 스테이크를 하나 더 얹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수레가 다행히 목적지와 멀지 않은 곳에서 망가졌기에, 칼리스 일행은 금방 마수들의 숲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


그런데, 숲의 입구에 도달하자마자 마수들의 거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 애들이 맛이 간 거 같은데.”


칼리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숲의 안쪽으로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마수들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숲 속에서 날뛰고 있었다.

마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인간인 칼리스에게 향하던 찰나,


『진정해. 우리가 왔어 뮤우우.』


본모습으로 돌아온 마수 형제들이 앞을 막았다.


『오오, 우리들의 왕이시여.』


마수들은 금방 몸을 숙이며 형제들에게 복종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미이이?』

『또···또 나타났습니다.』


마수들은 치가 떨린다는 듯 그르렁거리며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미안, 우리가 빨리 찾아냈어야 했는데 먀아아.』

『아닙니다. 마음 써주셔서 기쁩니다.』


잠시 숲을 둘러보던 칼리스가 마수들에게 다가갔다.


“이봐. 이야기하는 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너희들이 잡아먹었다는 인간이 누구야?”


칼리스의 질문에 마수들의 시선이 피가 가득 묻은 봇짐으로 향했다.

칼리스는 몸을 숙이고 짐을 면밀히 살폈다.


‘이건···황실의 인장. 황제의 수행원이 차고 다닐법한 물건인데···’


칼리스는 짐을 샅샅이 뒤졌다.

이 짐의 주인이 황제의 수행원이라는 증거가 짐 속에서 속속들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칼리스가 찾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제길, 아무리 뒤져도 없어. 티타가 넘겼다는 그 메모가···이 녀석들이 메모랑 같이 꿀꺽했다면 편할 텐데.’


마수들에게 직접 물어봤자 제대로 된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고민하고 있는 칼리스의 앞에 익숙한 주홍빛 머리가 흩날렸다.


“어이, 샌님. 여기서 뭐 해?”

“너는···”


여자는 처음 만났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전히 석궁을 들고 있었고, 안개로 흐려진 숲에서도 뚜렷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아까까지만 해도 미쳐 날뛰던 마수들이 네가 나타나자마자 얌전해졌어. 덕분에 수색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겠군.”

“당신은 여기 왜···”


칼리스의 질문에 여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보면 몰라? 내가 노리는 녀석이 이 숲에 나타났었으니까 그렇지.”

“암살단의 배후 말인가?”

“그래. 그리고 그 녀석과 소수의 수하들은 암살단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범죄조직들도 조종하고 있어.”


여자는 피식 웃으며 칼리스를 가리켰다.


“암살단도 그렇고, 주로 마약 밀매를 맡았던 녀석들도 잡힌 모양이지만. 어느 훌륭한 백작님에 의해서.”


칼리스는 여자가 띄워주는 소리를 대충 흘려들었다.

내 말 듣고 있냐며 여자가 투덜거렸지만 칼리스의 머릿속을 지배한 것은 그 이름이었다.


“보스 P···”


칼리스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자 여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그 이름은 어디서 들었지?”

“나도 깊게 관여했으니까.”


칼리스는 대충 둘러대고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깊게 물어볼수록 대답할 핑계가 떨어지니까.


“아무튼, 마수들이 사는 숲에서 마수들을 괴롭히고 숲의 자원을 강탈해 간 녀석들도 그 녀석과 관련이 있다는 거군.”


칼리스는 나무에 손을 짚은 채 한숨을 쉬었다.


‘조용히 좀 살고 싶은데 왜 내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고 지랄이야.’


솔직히 이제는 그런 꿈이 물 건너갔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는 했다.

그래도 조금 억울했다.

자신은 단지 사망 플래그를 피하고 싶었을 뿐인데.


“아, 그렇지. 혹시 이 짐을 가지고 있던 녀석 본 적 있어?”

“아주 잠깐. 내가 봤을 때는 이미 잡아먹히고 있었거든. 맛있게도 먹더라 다들.”


사람이 잡아먹힌 이야기를 하는데도 여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비위도 좋은 여자네.’


칼리스가 뭘 생각하는지 대충은 읽어냈지만, 무시하고 여자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짐의 주인이 잡아먹히고 있는 동안, 어떤 녀석이 다가와서 짐을 뒤지더라고. 그 녀석이 내가 노리던 녀석이었지.”


그 이야기를 하던 여자는 분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칫, 쏘아 맞출 수 있었는데 빌어먹을 마수 놈들이 내가 숨은 곳을 흔드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어.”

“이 짐을 뒤졌다고?”


칼리스가 놀라서 묻자 여자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짐을 뒤지더니 뭘 발견해서 품에 넣고 사라지더군.”


칼리스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짐을 내려다보았다.

혹시 그 자가 메모를 가져간 거라면 칼리스가 쫓아야 할 인물은 황제의 수행원에서 만만치 않은 인물로 바뀌기 때문이다.


“당신이 찾고 있던 물건이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럼 나랑 같이 가야겠네?”


칼리스는 묘하게 명랑한 여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우리도 같이 가 뮤우우. 이번에야말로 작살을 내버려야겠어.』


마수들이 커다란 몸으로 성큼성큼 칼리스와 여자에게로 다가왔다.


“그렇게 큰 덩치로는 못 가니까 적당히 사이즈 줄여.”


칼리스의 말에 마수들은 금방 고양이의 모습으로 둔갑했다.

마수들은 여자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또 보네 뮤우!』

『살 좀 빠진 거 같다 미이!』

『잘 부탁해 먀아!』


여자는 씩 웃으며 마수들을 쓰다듬었다.


“이 똥강아지들하고도 간만에 협업하겠군.”

“마음에 들었나보네.”

“샌님보다는 귀엽게 생겼잖아.”


칼리스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보통 여자라면 사람 잡아먹는 마수들을 두고 귀엽다고는 안할 텐데.


‘역시 비위가 좋은 여자야.’


여자는 마수들을 실컷 쓰다듬은 후, 칼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참, 아직 우리 통성명도 안 했네. 같이 다니게 될 텐데 이름도 모르면 불편하잖아.”

“어차피 그 쪽은 내 이름 알고 있어도 안 부르잖아.”


칼리스의 퉁명스러운 말에 여자는 웃더니 마음대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줬다.


“내 이름은 주노.”


여자의 이름을 듣자마자 칼리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소설 속에서 이미 죽었다고 나온 왕녀였는데.’


주노는 굳어진 칼리스를 두고 앞서 걸어갔다.


-


죽을 운명이었던 캐릭터와 이렇게 마주보는 건 티우스 이후로 두 번째였다.

칼리스의 마음이 점점 심란해졌다.


‘대체 얼마나 변해가는 걸까? 내용이.’


심각한 표정의 칼리스에게 주노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당신 수도에 있지 않았어? 어떻게 여기까지 이렇게 빨리 왔지?”

“전용 택시가 있어서.”

“택···시?”


칼리스의 말에 주노가 고개를 갸웃했다.

칼리스는 다시 이야기의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그 녀석이 이 작은 마을에 들를 이유가 있나?”


주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칼리스의 의문에 대답했다.


“내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그 마을에서 무슨 실험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실험?”

“구체적으로 무슨 실험인지는 몰라. 그래서 가서 조사해보려고 했지. 분명 그 녀석에 대한 단서가 있을 거야.”


그렇게 칼리스 일행은 주노의 제안대로 비루트 마을에 도착했다.


‘마수들의 숲에도 가까이에 있고···입지가 안 좋군.’


게다가 칼리스가 수도로 오기 전까지는 근처에 흉악한 도적단의 본거지도 있었다.

묘하게 동정심이 들 정도였다.

주노와 칼리스가 마을 입구에 발을 들이자, 마을 사내들이 일제히 나와 고함을 쳤다.


“잡아라!”


바로 그들의 머리 위로 돌팔매가 쏟아졌다.


작가의말

김마모님 후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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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너를 보게 될 줄은 21.01.17 941 32 12쪽
18 호랑이를 길렀네 +2 21.01.16 944 33 15쪽
17 고양이를 기른 줄 알았더니 +1 21.01.15 945 37 14쪽
16 그래봤자 손바닥 안(2) +1 21.01.14 940 38 15쪽
15 그래봤자 손바닥 안(1) 21.01.13 965 39 14쪽
14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3) 21.01.12 1,051 38 16쪽
13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2) +1 21.01.11 1,056 44 12쪽
12 원수와 아군은 한 끗 차이(1) 21.01.10 1,088 42 13쪽
11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봐라(3) 21.01.09 1,137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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