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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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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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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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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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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0. 너는 아직 괜찮아

DUMMY

“ 으.. 방어에 성공하고 나면 짐덩이들 때문에 자동차라도 한 대 뽑아야겠어... 마나로 운용해서 자율주행으로..! 엉덩이 안 아프게 공중을 날아다니는 거로...!! “

콩나물에서 짐덩이로 호칭이 다시 내려간 걸 보니 춘향의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변하는 것이었나보다.

“ ..그거.. 차 맞아..? “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자동차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올랐으며 앨리스는 하늘을 날아다니면 비행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 으으으..! 아무튼! 지금 이 속도라면 도시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볼일 다 보고 크람으로 떠났겠어! “

춘향이 짜증 내는 것을 보자 반사적으로 짜증 내고 싶어진 아리나는 자연스럽게 소리친다.

“ 그럼 니가 먼저 가서 다 쓸어버리던가! 그렇게 인간들을 죽이고 다닌 너가 제일 앞장서서 지켜야 하는 거 아냐?! “

역시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그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고 소리칠 줄 아는 아리나가 있어서 든든했다.

심지어 그런 아리나의 공격이 먹혀들어 가니 이만큼 좋은 동료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춘향이 씩씩대며 손을 발목에 가져다 대며 마법진을 두르기 시작한다.

“ 우씨.. 그래! 간다 가! 느려터진 굼벵이들아! 상황이 나쁘면 먼저 싸울 거니까 빨리 지원이나 와! “

그대로 춘향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 아리나.. “

“ 응? “

아리나는 떠나가는 춘향을 보며 후련한 듯 표정 지었지만, 라티안과 피렌에게는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 너가 우리의 동료라서.. 정말 다행이야... 넌 정말 최고야..!! “

“ ...갑자기 왜 이래 징그럽게..! “

생각보다 칭찬에 약한 아리나가 이렇게 가끔 얼굴을 붉힐 때도 나름 재미라면 재미였다.

이렇게 잡담을 하며 나아가는 동안 앨리스 역시 춘향에게서 받은 기억을 바탕으로 언어를 뽑아내 모두의 팔찌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 ..다됐어. “

“ 와아! 고마워! “

“ 오 신기해..! 여기 봐! 그림 그려져 있어! “

라티안이 가리킨 글씨들을 보며 피렌과 아리나의 팔찌에도 그려져 있는 것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크람 행성의 글자였지만.. 다들 신난 것 같으니 넘어가도록 한다.




그렇게 해가 뜰 때까지 춘향이 앨리스에게 알려준 방향으로 나아간 라티안 일행은 거대하지만 고요한 도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저기가 그 녀석이 말한 캐나다라는 곳이야? “

“ 음... 맞는진 모르겠지만. 저렇게 큰 도시가 조용한 걸 보면 무슨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하지. 저기 보면 성벽도 조금 부서져 있어. “

성벽이 상당히 넓었기에 피렌이 말하는 부서진 부분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낡은 느낌은 있었다.

“ 음.. 앨리스는 괜찮아? “

앨리스의 과거를 알고 있는 아리나가 앨리스를 배려해서 물어보았으나 앨리스는 반대로 아리나가 그런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기 때문에 놀랐다.

더군다나 과거에도 캐나다를 직접 본 적은 없었기에 그렇게까지 큰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 응.. 내가 아는 캐나다는 이미 무너졌으니까.. “

이곳은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캐나다이기 때문에 앨리스에게는 상관없었지만 아리나의 배려에 감사하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 좋아. 그럼 작전은 어떻게 할까? “

라티안과 아리나가 피렌을 바라본다.

“ ...왜 날 봐? “

“ 작전이잖아? 그럼 피렌이 짜는 게 완벽하지! “

“ 이 부분은 너가 전문가니까! “

앨리스는 성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라티안과 아리나가 피렌을 향해 강력한 믿음의 눈빛을 보내자 앨리스도 슬금슬금 피렌을 바라본다.

“ 어... 얘들아 아무리 내가 군사훈련을 받았어도.. 처음 보는 지형에 처음 보는 상대를 두고 작전을 세울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진 않아. “

“ ..그래도 나나 아리나가 작전 짜는 것보단 믿음직스러운데.. “

“ 야 난 그래도 어느 정도는 되거든?! 아버님 어깨너머로 배운 게 조금은 있으니까! “

아무리 귀족이라도 병사를 다루지는 않기 때문에 아리나도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 부분은 슬쩍 넘어갔다.

피렌은 한숨을 쉬며 나머지 한 명을 바라본다.

“ 에휴.. 그럼 앨리스는 어떻게 생각해? “

앨리스는 자연스럽게 정면의 문을 가리키고 정말 앨리스만 할 수 있는 말을 한다.

“ 정문으로.. “

라티안이 그랬다면 한대 얻어맞았겠지만.. 왠지 앨리스라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

“ ..가능할 것 같아? “

“ 시간을 너무 썼어. 빠르게 돌파해야 해. “

앨리스의 표정과 눈빛, 목소리에서 느껴진다.

불가능해도 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본인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돌파하는 것은 아리나. 네가 해줬으면 좋겠어. “

“ ...나?! 또?! “

화들짝 놀란 아리나 덕분에 피렌도, 라티안도 덩달아 놀랬지만 피렌은 침착하게 작전을 설명한다.

“ 그.. 그래. 저번처럼 앨리스에게 모든 걸 맡겼다가는 또 마나가 부족해질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번엔 전력 면으로 봤을 때 강력한 범위공격이 가능한 아리나가 정면돌파를 맡고 앨리스가 마법으로 지원하는 식으로 부탁해. 소규모 교전만 가능한 나랑 라티안은 뒤로 숨어서 시민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탈출시키자. “

아리나에게는 약간의 불만이 있었으나 네이엘레케의 앞에서 앨리스가 마녀의 힘을 흡수하지 않았더라면 모두가 죽었을 상황을 생각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리나의 손발이 떨리는 것이 보인다.

“ 알았어.. 시간 없다니까 빨리 가자..! “





성문을 지나기도 전부터 노란 머리에 하얀 옷을 입은 무리를 만났다.

물론 아리나의 전류에 의해 쓰러졌지만, 수가 상당히 많았다.

“ 저.. 저거 뭐야..! 강력한 마법이다! 지원군을 불러! “

“ 으아아아아악!!! “

“ 엘피아네님께 보고해! “

상대가 쏘는 강력한 빛은 앨리스가 모조리 막아주며 아리나는 상대를 향해 피할 수 없는 전격으로 공격한다.

생각보다 날아오는 공격이 많았기에 앨리스도 끊임없이 보호 마법을 펼치고 있다 보니 아리나가 은근슬쩍 눈치를 보고 있다.

“ 괜찮아. 방어는 마나 많이 안 써. “

어떻게 마음을 읽었는지 정확히 말해주는 앨리스가 고마웠다.

“ 그.. 앨리스.. “

“ 응? “

아리나의 입술이 떨린다.

“ 나.. 아무리 적이라지만.. 이렇게 사람을.. 해쳐도 되는 걸까..? “

확실히 캡슐에서 나오는 적들을 쓸어 담을 때에도 불안해하던 아리나에게 한 번 더 이런 역할을 맡기는 것은 조금 잔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앞으로 앨리스와 춘향처럼 강해질 것이다.

이 정도의 일에 정신이 무너진다면 힘을 가지고있어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그것은 곧 동료를, 자신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앨리스 자신이 과거에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모든 인간들을 쓸어버리겠다고 다짐했던 것처럼 아리나도 마음을 굳게 먹길 바랐다.

다만 그 시기가 지금이 맞을지에 대한 것은.. 어느 쪽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 내 손짓 한번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게.. 내가 점점 이상해지는 기분이야.. 나.. 이대로.. 괜찮은거야..? 이렇게.. 사람을.. 죽여나가도.. 되는거야..? “

아무래도 위험하다고 느껴진 앨리스가 방어하던 꽃잎들을 공격으로 전환한다.

아리나가 보지 못하는 범위에 있던 사람들도 꽃잎에 의해 모두 죽고 있다.

동시에 아리나를 안아주었다.

“ 괜찮아.. 너는.. 아직 괜찮아.. 아리나의 행동으로 우리가 살 수 있어. “

중간중간 꽃잎을 쳐내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자들에게는 수많은 꽃잎과 함께 꽃잎에서 가시가 튀어나와 타격을 한 번 더 준다.

“ 이 떨림이. 이 눈물이. 너가 아직 인간이라는 증거야. 잊지마. “

앨리스가 아리나의 눈에서 나오는 떨리는 눈물을 닦아준다.

“ 앨리스! 아리나! ...? 아리나..! 너 무슨 일이야! “

어느새 주변 건물을 수색하던 라티안과 피렌이 근처로 다가왔다.

“ 아..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

“ 다친 건 아니지?! 누구야! 누가 울렸어! “

“ 아니라구 멍청아..! “

아리나가 라티안을 발로 차는 것을 보고 피렌이 몰래 앨리스에게 물어본다.

“ 무슨 일 있었어? “

그러나 앨리스 역시 답해주지 않았으며 슬그머니 말을 돌린다.

“ ..그쪽은 어땠어? “

“ 아.. 응.. 그 일단..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어. 아무래도 모두 어딘가에 잡혀있는 모양이야. “

“ 아야야.. 아파라... 생각해보면 그렇게 모아두는 편이 노예로 만들어서 부려먹기도 편할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일단은 합류하기로 했어. “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붙잡혀있는 사람들을 찾을지 고민했지만, 생각보다 답은 간단하게 나왔다.

“ 춘향이라면.. 이미 알아냈을 거야.. “

앨리스는 자신의 팔찌에 마나를 흘려보내자 아주 살벌한 마나가 거대한 궁전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라티안, 피렌, 아리나 역시 자신의 팔찌에 마나를 흘려보내며 제일 싫어하는 마나를 추적한다.

“ ..뭐야.. 저 살벌한 마나는...? “

순간 흠칫 놀랄 정도로 강렬하고 살벌한 마나가 느껴진다.

분명 마나는 춘향의 것인데..

“ 전투 중인가..?! “

“ 가능성 있어. 얼른 가자. 어쩌면 이 도시를 점령한 핵심 인물이 있을지도 몰라! 혹시 모르니 전투는 나랑 라티안이 할게! 앨리스 너는 마나 아껴! “

라티안과 피렌, 앨리스, 아리나 순서대로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솔직히 이 정도 거리를 오가는데 마나를 그렇게 많이 소모하진 않았지만, 일단은 지시대로 따르기로 한다.

피렌에게 바람으로 지원을 받은 라티안이 오른쪽으로 불꽃을 휘두른다.

“ 뭣... “

뒤를 보고 있던 노란 머리에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을 한순간에 불태워 없애버린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라티안을 빛으로 조준하고 있는 사람이 보이자 피렌이 바람을 쏴 머리를 꿰뚫는다.

“ 얘넨 왜 이렇게 다 똑같이 생겼대?! 자기들끼리 구분은 돼?! “

라티안이 질주하며 또 한 명의 노란 머리에 불꽃을 휘둘렀을 때 드디어 처음으로 불꽃을 막는 자가 나타났다.

“ 외계인... 이곳에는 이만한 힘을 가진 녀석은 없다고 들었는데? “

“ 시끄러! “

-화륵

불꽃으로 만든 검을 화려하게 휘두르며 공격했지만, 상대는 대부분을 막아냈다.

“ 큭...! 이 자식이..! “

상대가 손에서 빛을 확장시키더니 라티안의 눈앞에 자신의 빛을 쏟아낸다.

“ 아악!! 눈..! 비겁한 자식이..! “

“ 비겁하긴 누가 비겁해!! “

상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빛이 라티안의 머리를 직격하기 직전에 아리나의 전격이 상대의 손에 명중한다.

“ 크아아아아아아!!! “

혹시나 라티안이 맞을까 봐 위력을 낮춘 탓에 아리나의 전격을 견뎌내고 억지로 두 발로 서있는 게 보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상대의 머리에 날카로운 바람이 날아와 머리를 꿰뚫어 버렸다.

앨리스는 그 즉시 아리나의 상태를 보았지만, 심장을 쥐고 숨을 조금 헐떡일 뿐 눈빛은 죽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에서 자신의 동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였다.

아마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중에서 가장 먼저 앨리스와 같은 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리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다들 괜찮아? “

“ 으으.. 눈부셔.. 전투에는 약간 지장 있을지도..? “

피렌이 궁전까지 남아있는 거리를 체크하고 자신이 앞장서서 달리기로 마음먹는다.

“ 가자. 내가 앞장서서 길을 뚫을게. 점점 더 마나가 흉포해지고 있어..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



피렌의 바람으로 손쉽게 길을 뚫고 그 끝에 도달한 라티안 일행은 화려한 궁전에 발을 디딘다.

-죽어. 죽어. 죽어.

“ ..어디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아..? “

앨리스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눈과 귀가 밝은 피렌이었다.

“ 음... 조금은..? 근데 이게 사람 목소리야..? “

-죽어. 죽어. 죽어. 죽어..

피렌이 앞장서서 목소리가 들리는 문 앞까지 도착했다.

이제는.. 그 누구도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춘향이다.

“ ...엄청 살벌한 마나야.. “

“ 앨리스.. 여차하면 부탁해. “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제일 앞에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엘피아네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짓뭉개고 있는 춘향의 모습이 보인다.

“ 죽어... 죽어...!! 내 인간들을 전부 죽여버린 니 녀석은.. 반드시.. 죽어..!!! “


작가의말

사람을 죽여본적도, 학살해본적도 없어서 어떤 기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아리나옆에 있다보면 눈빛이나 손떨림이 지금 아리나가 어떤 심정인지 알려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100%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음.. 네.. 아직은 괜찮겠죠?

앨리스에게 슬그머니 잘 부탁한다고 말해둬야겠어요.


아. 춘향은 뭐 평소 모습 그대로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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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3. 크람 23.02.14 264 1 14쪽
86 82. 공격과 수비 23.02.13 264 1 16쪽
85 81. 그깟 마나가 뭐라고 23.02.12 268 1 14쪽
» 80. 너는 아직 괜찮아 23.02.11 266 1 13쪽
83 79. 마치 유성우처럼 23.02.10 268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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