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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4 19:32
연재수 :
5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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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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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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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75. 실패할 수밖에 없는 꿈

DUMMY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면 죽어라.

-하지만 언제든 마음이 변하면 말하라.

머릿속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앨리스를 향해 수십 개의 기둥이 날아간다.

동시에 흩날리던 붉은 꽃잎에서 가시가 튀어나와 모든 기둥들을 부숴버린다.

“ ...저...저 가시는.. 저건... “

춘향이 제일 당황했다.

앨리스가 만들어낸 가시는 속도도, 위력도, 형태도 전부 파멸의 마녀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파멸의 마녀도 앨리스의 일부였기에 앨리스가 사용하는 것은 당연했으나 앨리스가 방금 파멸의 마녀가 사용하던 마나를 이어받았으며, 꽃잎이 붉게 물들고, 전투방식이 마녀와 같아진 점을 보아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 ...앨리스의 정신이.. 파멸의 마녀에게 잡아먹힌 거면.. 이거.. 네이엘레케보다 더 큰 일이겠는데..? “

다행히도 네이엘레케의 정신은 오직 앨리스에게만 쏠려있었기에 이쪽으로 공격이 날아오지는 않았다.

저 보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강렬한 마나에 이끌린 것이겠지..

춘향이 꾸준히 혼잣말로 이리저리 말하며 머릿속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계산해나가고 있다.

“ 그나저나 마녀의 힘을 흡수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니..! 이 정도로 살벌할 줄 알았으면 끝까지 흡수하지 말든가..! “

네이엘레케의 공격 역시 더욱 거세졌지만, 앨리스에게는 단 하나의 공격도 닿지 않았다.

앨리스가 네이엘레케만 들을 수 있을 만큼 조그맣게 속삭인다.

“ ..미안. 너의 꿈은 이뤄질 수 없어. “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앨리스의 오른손에는 파멸의 마녀가 사용하던 레이피어를 들고 있었다.

천천히. 그러나 점점 더 빠르게 달려나간 앨리스는 한순간 도약하여 네이엘레케의 얼굴을 향해 레이피어를 내지른다.

-치지지지지지지지직

네이엘레케의 앞에 펼쳐져 있던 보호막과 레이피어가 부딪혀 불꽃이 튀며 긁히는 소리가 난다.

-나의 꿈은 반드시 이룬다.

-죽어라.

-혹은 나와 함께하라.

네이엘레케의 주위에서 수십 개의 기둥이 생성되어 앨리스를 공격한다.

앞으로 날아오는 기둥들을 레이피어로 쳐내고 부족한 부분은 붉은 꽃잎에서 튀어나온 가시가 부숴버린다.

“ ...거슬려. “

앨리스는 레이피어를 붉은 꽃잎으로 감싸고 다시 뛰어오를 준비를 한다.

발목의 홈에서 붉은빛의 마나가 더욱더 밝게 빛난다.

이 구역에서 네이엘레케와 앨리스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춘향조차도 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앨리스가 보호막을 꿰뚫는다.

-치이이이이이이익... 찌직.. 찍... 파직...

앨리스가 조금 전에 공격한 부분을 조금의 오차도 없이 더욱 강하게 레이피어로 찌른다.

보호막이 점점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찢겨나가는 순간 무언가 부서지듯이 보호막에 균열이 생겼다.

앨리스는 그대로 깨져버린 보호막을 지나 네이엘레케에게 다가간다.

-이곳에 들어온 것은 너의 실수다.

-너의 패배다.

-나와 함께 하겠는가?

“ 이미 다 파악하고 들어왔어. “

네이엘레케는 이 보호막 내부 공간의 허공에서 어디서든 공격할 수 있었다.

그것을 지금까지의 공격을 끝까지 지켜보며 방어했던 앨리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레이피어를 움직일 때마다 감싸고 있던 붉은 꽃잎들이 아름답게 휘날린다.

일부 흩날리던 꽃잎에서 가시가 튀어나와 앨리스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나머지 꽃잎들이 폭발하며 시야를 가린다.

-얕은수는 통하지 않는다.

이미 보호막 내부의 마나의 흐름을 제어하고 있는 네이엘레케가 마나를 추적하여 앨리스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붉은 꽃잎들이 사방에 퍼져있어 추적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살벌한 마나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앨리스였기에 가장 강력한 마나를 쫓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앨리스는 붉은 꽃잎이 만들어낸 폭발의 연기 속에서 붉은 꽃잎을 다시 하얀 꽃잎으로 바꾼다.

앨리스의 슈트에서 다시 연한 푸른빛이 감돈다.

마나의 기척이 한순간 옅어진다.

동시에 앨리스는 연기 속을 뚫고 네이엘레케의 몸에 레이피어를 꽂아 넣었다.

마지막 순간에 레이피어의 끝부분을 확인한 네이엘레케 역시 앨리스의 배에 여섯 개의 기둥을 사방에서 꽂는다.

-끝이다.

앨리스의 마나를 빨아들이자 네이엘레케의 부족한 마나가 채워지기 시작한다.

“ ...이것 역시 또 다른 나야. 아니.. 둘 다.. 나야. “

그 순간 앨리스의 마나를 다시 붉게 물들였다.

네이엘레케의 몸속에 온갖 감정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슬픔, 분노, 증오, 고통

파멸의 마녀가 지니고 있던, 아니 앨리스가 지니고 있던 강렬한 감정들이 네이엘레케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 넌.. 날 감당할 수 있겠어? “

-.....

네이엘레케는 말이 없었다.

마나를 빨아들이는 것도 멈췄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앨리스는 그대로 네이엘레케에 박혀있는 레이피어를 돌려 위로 쳐낸다.

그대로 세로로 갈라져 버린 석상에서 붉은 꽃잎이 피어오른다.

그 사이에서 한순간에 거대한 나무가 자라 붉은 꽃을 피운다.

“ ...너는..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왕인데... 미안해.. “

앨리스의 손에서 레이피어가 붉은 꽃잎으로 변하며 사라진다.

동시에 네이엘레케도 붉은 꽃잎으로 변하며 사라져버린다.

네이엘레케가 있던 자리에는 붉은 꽃을 피운 나무 한 그루만이 남아있었다.




앨리스는 뒤로 돌아 모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다들 긴장한 표정들이 보인다.

마치 과거의 앨리스가 인간들 사이로 걸어갈 때처럼..

하지만 그때와는 조금은.. 달랐다.

“ ...그...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오해하지는 말고.. 알았지..? 그... 앨리스.. 맞지...? “

“ 아니 그.. 상처받지는 말아줘. 너가 파멸의 마녀처럼 우릴 모두 죽일까 봐... 억..! “

“ 너무 대놓고잖아 그건..! 아니 그.. 혹시나.. 조금은 걱정된다랄까 그때의 매서운 눈빛이 생각도 나고.. 막 그래서.. 응 절대 널 무서워한다거나 널 싫어한다든가 그런 건 아니고...! “

제일 앞에 있던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가 서로 앞다퉈 우물쭈물하며 말하기 시작한다.

피렌은.. 아리나에게 옆구리를 강하게 찔려서 뒤로 조금 물러나 있었다.

뒤에서 춘향은.. 아예 낫까지 들고 있었다.

“ 너 누구야..! 마녀야?! 앨리스야?! 딱 말해! “

“ 제발 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

다들 무기를 들거나 두려움에 떠는 와중에 라티안, 피렌, 아리나는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이 눈에 보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앨리스를 배려하는 것이겠지.

앨리스의 과거를 알고 있는 동료들이 앨리스를 상처입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물어보는 것이겠지.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 그래.. 나 맞아. “

앨리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사람들이 주저앉았다.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목소리에서부터 느껴졌다.

소심하고 착하고 누구에게든 조용하게, 짧게 말하는 앨리스라는 것을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 어우씨.. 긴장했네 진짜..! “

“ 하아.. 다행이야.. 앨리스라서 다행이야..! “

“ 앨리스님...! 정말 고생하셨어요..! “

모두가 쉬고 있는 사이에 억지로 일어난 레케엔은 아리나를 보며 말한다.

“ 하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전투가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죠 아리나님? “

아리나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 그런 걸 날 보고 말하다니 악취미네.. “

레케엔은 웃으며 뒤를 바라본다.

“ 자. 니르. 로헨. 팔랑. 일어나.. 이제 우리 차례야. “

“ 으으.. 저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

레케엔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앨리스에게 간단하게 인사한 후 아리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네이엘레케가 죽은 지 3주간 지구에서 매우 바쁜 시간을 보냈다.

가장 먼저 보기보다 상태가 심각했던 춘향이 앨리스에게 치료를 받고 말끔히 나은 지금은 엘덴케 연합군과 앞으로의 미래에 필요한일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주로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네이엘레케라는 왕이 죽었기에 엘덴케 연합군이 돌아가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할 행동은 모든 시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 모두의 의견을 듣고 모두가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힘쓰는 것이었다.

국민이 결정하고 국민이 이끌어가는 나라.

춘향은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했다.

앨리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잠들기를 반복하다 드디어 모두를 치료하자 이제는 지구를 지키는 마법진을 만들겠다며 나간 이후로 거의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피렌 역시 엘덴케 연합군과 날마다 회의를 하며 엘덴케 연합군이 돌아갔을 때 망령들로부터 시민들을 지킬 수 있는 효율적인 수비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레케엔과 니르, 로헨과 팔랑은 식량 확보 및 대원들의 관리와 함께 우주에 대해 여러 가지 알고 있는 것들을 라티안 일행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틀 전 성 내부를 조사하던 팔랑이 우연히 사용할 수 있는 게이트 5개를 발견한 덕분에 내일 바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켄이 만들어놓고 언젠가 사용할 때를 대비해 아껴둔 것이겠지..

라티안과 아리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일과를 다 접어두고 인사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 오! 니르! 여기서 뭐해? 이거 먹을래? “

조금 먼 곳에서 사 온 과자를 건네주며 반갑게 인사한다.

“ 아 아리나님! 라티안님! 어서 오세요! 내일 지구를 떠나기 전에 모든 대원의 네엘을 점검하고 있었어요.. 생각보다 이미 다 쓴 네엘이 많네요.. “

니르는 라티안이 주는 과자를 받으며 손에 들고 있던 네엘을 옆 상자로 분류한다.

네엘은 사실 소모품이었다는 것을 3주간 함께 지내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 오.. 이거 참 편리했었지.. 소모품만 아니었어도 몇 개 챙겨달라고 했을 텐데 말이야.. “

“ 하하.. 죄송해요.. 아무래도 저희 행성에는 과학자가 없어서요.. “

물론 춘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과학기술개발부를 만들기는 했지만.. 아직은 많이 허술하다.

남아있는 네엘을 최대한 아껴 써가며 또 다른 네엘을 만들 때까지 기술력을 갈고닦아야 할 것이다.

입안에서 오도독 소리를 내며 과자를 씹고 있던 라티안과 아리나, 니르는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당황했다.

“ 니르. “

“ 헉. 깜짝이야... “

“ 으아..! 앨리스! 너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

앨리스는 라티안과 아리나에게 웃어주었다.

평소의 모습 그대로인 것이 보기 좋았다.

“ 그.. 네 엘리스님. 오늘도 그 이야기인가요? “

“ 그 이야기? “

“ 잠깐.. 오늘도?! 앨리스..! 우리한테는 한 번도 모습을 안 보여주더니..! “

라티안과 아리나가 앨리스를 쳐다보자 앨리스는 눈을 두 번 깜빡이고는 라티안의 품에서 과자 하나를 꺼내 먹기 시작한다.

옛날 같으면 미안하다면서 고개를 숙였을 텐데.. 그날 이후로 더더욱 친구 같아진 느낌이 들었다.

“ 그래서.. 대답은? “

“ 아..!.. 네.. 저희는.. 변함없어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

“ ...그래 알았어. “

앨리스는 말을 마치자 라티안의 품에서 과자를 하나 더 꺼내고 사라졌다.

“ .....뭐지?! 어디 갔지?! “

“ 으으.. 앨리스도 많이 변한 것 같아.. “

과자를 다 먹은 아리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 슬슬 우리도 갈까? 인사할 곳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

“ 아.. 네!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

사실 하나도 바쁘지 않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니르에게 미안하니 바쁜 척을 하고 나왔다.



그렇게 지구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하루는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다.

“ 니르.. 절대 조심해야 돼! 알았지? “

“ 아리나님... 알겠어요. 그러니 울지 마세요 아리나님? “

떠나기 전 아리나는 니르를 껴안고 울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정들긴 했나 보다.

더군다나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고향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기분이 조금 착잡했다.

이미 모든 대원들이 준비를 마쳤기에 레케엔이 나서서 니르와 아리나를 떼어내기로 한다.

“ 아리나님. 저희는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가는 거예요.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

“ 그래두.. 걱정된단 말야... “

“ 괜찮아요! 덕분에 많은 걸 배웠는걸요! “

씩씩하게 웃는 니르를 보며 아리나도 눈물을 닦는다.

“ 자. 이제 가자! 여러분들 감사했습니다! “

“” 잘 가~! “”

“ 또 봐! “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었다.

모든 대원이 떠날 때까지, 게이트가 닫힐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어쩌면 저들이 다시 찾아와주지 않는 한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자 춘향이 기지개를 핀다.

“ 아으으으으~ 뻐근해.. 드디어 끝났다.. “

“ ..아직 시작도 안 했어. “

앨리스는 어느새 다시 각오를 다진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며 라티안도, 피렌도, 아리나도 다짐한다.

“ 맞아.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 “

“ 그래... 저곳이 페인레리트가 왔던 크람 행성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

팔크리아 페인레리트.

지구에 처음으로 마나라는 것을 알려준 외계인이 선포했던 행성 간의 전쟁.

그 서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 그니까.. 이번 사태를 총정리하자면 결국 페인레리트의 신호를 본 네이엘레케가 행성을 끌고 와서 지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던 거였지? “

“ 그렇지. 우린 그걸 막은 거고.. 어쩌면 크람 행성과의 전쟁 말고도 이제는 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을지도 몰라. “

춘향이 앞으로 나서서 모두를 향해 뒤를 바라본다.

“ 너네들도 아직은 너~무 약해! 거의 모든 전투를 앨리스랑 내가 다 했잖아?! “

마치 동료처럼 구는 춘향이 못마땅했지만, 그 말이 사실이기도 해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 그....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좀 친근하게 굴어주지 말아 줄래? 넌 우리의 동료가 아니라 복수해야 할 대상이니까..! “

“ 아~ 적어도 크람 녀석들은 처리하고 해줄래? 너네도 내가 없으면 전력 면에서 큰 공백이 생기는 거잖아? 지구는 지켜야지? “

아리나가 정말 억지로 선을 그어보았지만 단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을 만큼 맞는 말만 해대고 있어서 더욱 열 받았다.

결국, 말싸움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아리나가 말을 돌리고 자리를 정리하려 한다.

“ 에휴... 그래도 니르가 잘돼서 다행이야.. 물론 앞으로도 싸워나가겠지만.. 분명 잘 해낼 거라 믿어..! “

“ 큭.. 큭큭큭.. 큭큭.. “

춘향이 아주 기분 나쁘게 웃고 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짜증 나는 웃음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반응해 버렸다.

“ ..뭘 웃어? “

“ 너넨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

갑자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춘향을 째려본다.

“ 갑자기 그건 뭔 소리야? “

“ 저 행성은 반드시 멸망할 거야. 단 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겠지.. “

그 말에 아리나가 발끈한다.

순간적으로 아리나의 몸에 스파크가 튄다.

“ 그런 재수 없는 소리 계속할 거야?! “

춘향의 눈이 날카롭게 아리나를 쳐다본다.

“ 민주주의가 그렇게 쉽게 이뤄지는 줄 알아? 뭐? 국민에 의한 통치? 그것도 바뀌겠다는 의지를 지닌 ‘ 인재 ‘ 가 많아야 가능한 일이지... 나는 확신해. 저기는 인재라고 부를만한 인물이 없어. “

라티안이 자기도 모르게 앨리스를 바라본다.

앨리스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앞에서는 여전히 춘향과 아리나가 싸우고 있다.

“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엘덴케는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 버텨왔어! 앞으로도 해낼 수 있다고! “

“ 물론~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구에서는 그런 것이 가능하겠지.. 점점 성장해나가겠지.. 잘만 하면 지금의 지구보다도 더 나은 나라가 될 거야! 하지만.. 저쪽 행성은 상황이 달라. 망령들이 코앞까지 와있는 상황에서, 당장에 오늘내일 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인재가 부족한데 갑작스런 민주주의? 웃기고 있네.. “

“ 인재라면.. 레케엔이 있잖아! 모두를 통솔할 능력도 있고 머리도 좋고.. “

아리나를 쳐다보는 춘향의 눈빛이 변한다.

마치 붉은빛이 도는 기분이 든다.

“ 레케엔 하나로 돌아가는 통치라면 그게 새로운 왕을 만드는 거랑 뭐가 다른데? “

“ 어...? 그... 니르도 있고.. 로렌도 있고.. 팔랑도.. “

“ 아~ 레케엔 왕과 다섯 신도.. 아니 세 명의 신도라는 건가? 어라? 어디서 본 그림 아니야? “

“ ...다른.. 대원들도... “

아리나도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알 것 같다.

레케엔, 니르, 로헨, 팔랑을 제외한 다른 ‘ 모든 ‘ 대원과 시민들은 나서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모두 전달받은 작전에 대해서만, 혹은 군중 심리를 통해 흘러가는 대로만 실행하고 있었을 뿐이다.

“ 자~ 여기서 그럼 문제! 과연.. 왕을 탄압하고 왕권을 벗어나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친구들이 과연 새로운 왕, 레케엔을 왕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

없다.

이미 그들은 네이엘레케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나라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고 있다.

똑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 그렇다면 모든 국민이 모여서 모두가 의견을 내고, 모두가 이견을 조율해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것도 하루가 다르게 망령들이 쳐들어오는 저 상황에서? 아니? 절대 불가능해. 똑똑한 친구들이 많다면 정리라도 됐겠지만, 고작 네 명으론 될 것도 안 돼. 아니 애초에 정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망령들이 가만히 있지 않아. 힘이 압도적으로 부족해. “

머릿속이 하얗게 물든다.

“ 그럼 그걸 왜 말리지 않았... “

라티안은 춘향을 향해 화를 내려다 문득 앨리스와 니르의 대화가 생각났다.

설마.. 그 매일 와서 하는 질문은..

“ 앨리스.. 너는.. 말리려고 했던 거야..? “

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런데.. 왜 내버려 둔 거야.....? “

“ ...그들이 선택한 것이니까. 그들이.. 죽더라도.. 지키고 싶어 했으니까. “

앨리스를 바라보던 아리나의 눈이 춘향을 향한다.

“ ...그럼 너는.. 어째서 저 아이들이.. 시민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거야..? “

춘향이 아주 잔인한 미소를 띠며 바라본다.

공기가 한순간에 뒤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 그래야 확실하게 전부 죽을 테니까. “

“ ...어째서.. “

춘향이 떠나가는 행성을 바라본다.

“ 지구를 공격했으면 다시는 공격할 수 없도록 확실하게 짓밟아버려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들끼리 자멸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크흐..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계획이었어~ “

앨리스가 떠나가는 행성을 바라보며 말한다.

“ ...지금 당장 저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가 힘을 합치는 것이 아닌,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단 하나의 강한 힘이야. “

춘향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 아하하! 맞아! 쟤네가 해야 할 일은 네이엘레케를 죽이는 게 아니라 설득시키는 거였어! 왕을 죽일 거라면 최소한 넬, 인, 엘, 렌, 켄은 살려놔야 했지..! 그리고 넬과 켄의 기술력을 배워서 나라를 발전시키고 인, 엘, 렌이 부대를 만들어 망령들에게서 보호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었지만.. 우리가 다 죽여버렸지..! 아하하! 상쾌해! 바이바이~! 먼 미래에 저승에서 만나자 친구들~! “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을뿐더러 어떻게 해야 할지도, 뭐라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지금 소리친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없다.

그저 떠나가는 행성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어느새.. 75화까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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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6. 선택받은 사람들 23.01.28 270 1 14쪽
69 65. 재편성 23.01.27 272 1 12쪽
68 64. 싸움의 의미 23.01.26 272 1 13쪽
67 63. 시대를 앞서간 마법 23.01.25 27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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