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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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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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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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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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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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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푸른빛의 몽상가

DUMMY

스벤의 말대로 구덩이는 세명이 들어가기에는 애매한 크기였다.


"오히려 괜찮군, 서로 가까이 있으니 낭비되는 공간도 없고 말이야."


슐츠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눈동자를 푸르게 물들여 갔다.


파우스트는 방금 슐츠와 스벤에게 구출되었다는 것은 알겠지만 이게 전부다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 없었다.


"스벤.. 우리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단지 몸을 잠깐 피하기 위한 것인가? 그러기엔 이곳보다 더 나은 곳은 없었는지 의문이 드는구먼"


"아인 슐츠 선생님 한 테나 물어보세요. 제가 보기엔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거 같은데요."


파우스트와 스벤은 꼭 붙어서 비밀 이야기라도 하는 꼴로 쭈그려 앉아 있었다.


"아니 내가 보기엔 아인 슐츠 선생은 뭔가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야. 방해해서는 안 되는 느낌이 들어."


주변의 먼지들이 푸른빛을 띠며 공중으로 떠 올랐고, 원자들이 공명하며 웅웅 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 희미한 소리와 빛을 발견한 병사는 가까이 오더니 구덩이의 존재를 알아챘다.


병사의 시야에서는 아직 그들이 보이지 않았기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머리를 내밀어 안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얼굴 하나가 이쪽을 향해 들이밀어져 있었기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리워야딘의 구타에 육체가 고달파 별 반응이 없었고, 슐츠는 정신을 집중하던 터라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스벤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은 활을 들더니 활시위를 당겼다.


병사는 구덩이 안쪽이 어두웠기 때문에 당장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병사의 눈의 동공이 커지면서 어둠 속의 빛을 받아들이기도 했고, 에테르의 기운에 의해서 밝아지는 주변에 의해 슐츠와 파우스트, 스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찾았다! 놈들을 찾았어!"


리워야딘이 아직도 당부했는지 병사는 어색한 누리압어로 말했다.


스벤은 좁은 곳에서 최대한 당긴 활시위를 놓았고, 화살은 그 병사의 왼쪽 눈알을 명중해 그대로 박혔다.


"아악!"


활시위가 충분히 당겨지지 않은 탓에 병사는 그 자리에서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했지만 그 고통에 하늘을 바라보며 연신 고통의 함성을 내질렀다.


람세스의 병사들은 이젠 애꾸가 되어버린 병사의 비명을 듣고는 구덩이 앞으로 모였다.


"저 안에 있나 본데?"


"함부로 다가가지 마 화살에 맞기 싫으면."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병사들은 애꾸가 된 병사를 보더니 구덩이 속에 있는 슐츠 일행 들을 당장에 끄집어낼 생각을 삼갔다.


"저 구덩이를 무너뜨리자."


한 병사가 구덩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 괜찮네."


그 옆에서 듣던 병사는 구덩이의 위아래를 살피더니 맞장구쳤다.


"근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아?"


또 다른 병사는 자신의 어깨를 크게 두 바퀴 돌리더니 말했다.


"일단 보좌관 님을 불러야지."


맨 처음 구덩이를 무너뜨리자고 말한 병사가 말했다.


"쳇, 재수 없게 존칭이야.."


리워야딘은 병사를 엄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뒤에서 병사들은 리워야딘을 욕했다.


"으흠!"


"흠흠!"


모두가 못 들었다는 듯이 헛기침을 했다. 맨 처음 구덩이를 무너뜨리자고 말한 병사와 또 다른 병사가 리워야딘에게 그들을 찾았다는 것을 알리려 갔다.


남은 병사들은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구덩이 안으로 불덩이를 집어넣자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저 밖에서 창을 찌르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행동으로 나서는 이는 없었다.


처음 제시한 구덩이를 무너뜨리자는 이야기도 삽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고, 계속해서 이야기만 오갔다.


"저놈들은 밖에서 뭐 하는 거야?"


스벤은 화살을 쏘고 난 후 병사들이 몰려들고 나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병사가 하나도 없자 혼잣말을 했다.


"우리를 아무런 피해 없이 끌어낼 수 있을만한 방도를 모색하고 있나 보지 방금 네가 쏜 화살이 확실히 무서웠나 봐, 몸을 사리는 거 보니까."


파우스트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촌장님, 몸상태 안 좋으시니까 말씀하지 마세요. 이따가 밖으로 나가야 하면 알려드릴게요. 차라리 주무시고 계세요."


스벤은 알고 있다. 자신들이 꼼짝없이 포위되었고, 잡혀가 죽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아니, 이미 잠은 많이 자왔어. 오늘 같은 날을 잠으로 보내는 건 너무 아깝지."


파우스트는 중간중간에 쿨럭거리는 소리가 동반된 기침을 하며 말했다.


"알겠으니까 말하지 말고 계세요."


스벤은 파우스트의 상체에 손을 대며 말했다.


"하아.."


파우스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쭈그려 앉은 자세로 긴장을 풀고 있었다.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슐츠 근처에서 나고 있었다.


스벤은 고개를 돌려 슐츠를 바라보았더니 슐츠의 눈은 눈동자가 있는지 없는지 모두 푸른빛을 띠고 있었고, 슐츠의 주변에는 푸른빛의 번개가 조그맣게 번쩍거리며 주변을 이리저리 이동하며 부딪히고 있었다.


슐츠의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눈물샘에서도 역류하듯이 세찬 기운으로 혈액이 뿜어져 나왔다.


이내 귓구멍, 입에서도 피가 흘러나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슐츠! 괜찮아요?"


스벤은 슐츠의 몸을 잡으며 말했다.


"방해하지 마! 슐츠는 지금 집중하고 있어."


파우스트는 슐츠의 몸을 흔들어 깨우려는 스벤의 행동을 저지했다.


"예전에도 이런 적 있었나요?"


"아주 똑같진 않았는데, 비슷한 일이 있었지.."


"무슨 일이었는데요?"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금 슐츠가 저 푸른 것들을 다스릴 수 있게 기다려 주기만 하면 돼. 그냥 그를 내버려 둬.. 그렇지 않으면.."


파우스트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으면요?"


"재앙이 닥칠 거야. 내가 슐츠를 만난 것도 그일 때문이었지. 슐츠는 푸른 기운 한가운데에 있었어. 그것에 관여하려는 자는 지금 모두 죽고 없어."


"그러면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도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야. 그냥 가까이 있다고 위험한 게 아니라고, 그의 집중을 깨트리려는, 그러니까 음.. 뭐라더라.."


파우스트는 과거에 자신에게 설명 해준 슐츠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래! 별의 마음? 과의 접신을 방해하려는 행위만 문제가 된다고 했어."


스벤은 파우스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뭔 소리예요?"


"나도 잘은 몰라. 하지만 슐츠를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근처에 있어도 문제가 없었을 거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그 말이 맞다면 지금 슐츠와 근처에 있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야. 방금 네가 그를 잡고 흔드려고 하지만 않으면 말이야."


스벤은 슐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슐츠의 머리에 나 있는 모공에서도 피가 흥건 했고, 얼굴은 붉게 범벅이 되어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슐츠는 몸에 나 있는 구멍 이란 구멍 전부에서 혈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은 꼭 감고 있는 것이 잠이라도 든 것처럼 보였다.


"죽은 거 아니에요?"


스벤은 파우스트에게 말했다.


"아니, 지금 손가락이 움직이고 있잖아. 나도 잘 모르겠지만 슐츠는 지금 신비를 사용하고 있는 걸 거야."


파우스트와 스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구덩이 밖에서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찾았으면 결박해서 데려와야 할 것 아니야!"


리워야딘은 자신의 몸을 사리는 병사들을 향해 꾸짖었다.


"쓸모없는 놈들.."


리워야딘은 그렇게 말하며 구덩이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스벤은 그의 몸이 보이자 활을 발사했고, 리워야딘은 가까스로 화살을 피했다.


"고작 저 화살이 무서워서 그런 건가? 돌아가면 너희들을 채찍과 벌로써 다스려야겠구먼."


리워야딘은 그렇게 외치며 구덩이 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려 했다.


스벤은 리워야딘을 향해 활을 발사하려 했지만 리워야딘의 손에 스벤이 쥐고 있는 화살이 잡혔다.


"하찮군 하찮아. 네놈들의 국가도, 문화도, 사람들도, 모두 나약하고 한심하고 성가시다고!"


리워야딘은 스벤이 가지고 있던 활을 완력으로 잡아당겨 구덩이 밖으로 던졌다.


스벤은 방금 리워야딘의 손길에 알 수 있었다. 절대로 정면에서 리워야딘을 이길 수가 없다.


스벤의 악력은 리워야딘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였고 리워야딘은 성인 남자의 것처럼 보일 정도로 차이가 났다.


대신 빈틈을 노릴 것을 스벤은 생각하고 부츠에 꽂아 놓은 단검에 조용히 손을 가져다 댔다.


"그 나약한 손으로 숨겨둔 무기라도 꺼내시게? 하기만 해 봐 내가 오늘 진정한 지옥을 맛보게 해 줄 테니."


리워야딘은 스벤의 작은 움직임이 암기를 찾는 몸짓이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근데 저놈은 왜 저래?"


리워야딘은 스벤의 바로 옆에 있는 슐츠를 바라보자 흠칫했다.


온몸이 피로 범벅이 된 슐츠는 보는 것 만으로 눈이 찌푸려지는 몰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가 그랬냐?"


스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흠.. 나와!"


리워야딘은 슐츠의 팔을 잡았다.


"안돼!"


스벤은 그런 리워야딘의 팔을 밀쳐내려 했지만 리워야딘의 강인한 몸은 스벤의 힘에 꿈적도 하지 않았다.


"뭐야?"


리워야딘은 걸리적거리는 스벤을 한 팔로 밀어내고는 슐츠를 잡아끌었다.


그러자 슐츠는 영롱하게 빛나며 푸른빛을 뿜어내는 눈을 떠 리워야딘을 주시했다.


퍼엉! 하는 소리가 나더니 리워야딘은 푸른 기운으로 이루어진 충격파에 맞아 날아갔다.


리워야딘은 공중으로 날아가다가 다시 땅으로 곧바로 추락했다.


"들어가서 잡아 이 멍청이들아!"


리워야딘은 주변에 멍하니 서있는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병사들은 명령을 듣자 그제야 밍기적 거리며 구덩이로 다가갔다.


병사 중 하나가 구덩이의 입구에 도착하자 거대한 굉음이 지천을 뒤덮었고, 땅과 숲 전체를 흔들었다.


이내 구덩이에서부터 하늘로 향하는 눈부신 푸른빛의 기둥이 솟아났다.


빛의 기둥은 구덩이의 형태를 유지시키고 있던 나무뿌리를 불태웠고, 나무줄기를 반으로 갈랐다.


하늘과 땅을 잇는 빛의 기둥은 메데스비홀스작센에서 한참 떨어진 안네아폴리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세차게 뿜어져 나와 천상과 지상을 하나 된 세계처럼 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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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6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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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30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4 0 11쪽
»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7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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