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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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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189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7.19 14:45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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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40화.

DUMMY

불안한 얼굴로 전화를 받던 그의 표정이 이내 밝아졌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 좀 해 주십시오.”


전화를 끊고는 할아버지와 몇마디 주고 받는 듯 싶더니 다시 사람들 앞에 섰다.


“여러분, 이제 안심하십시오. 전기와 통신 같은 것도 전부 복구가 되었고, 지구를 향해오던 운석들도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렸다.


“이 열악한 상황을 버티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VIP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우리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사람들과 일일이 아이컨택을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근데, 누구 전화였어요?”


“국방부 장관이란다.”


내 앞에 왔을 때, 넌지시 그에게 물었다.


“그 양반, 죽었을 줄 알았는데, 용케도 살아 있었네. 그도 혹시나 해 전화를 걸었는데, 내가 직접 받으니 깜짝 놀라더구나.”


묘하게 그의 말에서 어폐가 느껴졌다.


“실은 둘이 사이가 안 좋아. 이유는 모르겠고, 운석이 충돌하던 며칠 전에도 두 분이 크게 싸우셨데. 그만두느니 마느니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경호실장 아저씨가 말씀해 주셨어.”


선영이의 설명에 난 괜히 범털의 얼굴을 쳐다봤다.


“왜?”


“아니야. 그냥.”


이유를 모르겠다는 선영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었다.


두 사람이 왜 그런지 난 대충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사실 둘의 악연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내가 만약 죽지 않았다면 40대 중반이니까 20년도 전에 일이다.


두 사람은 군대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우리의 선임이었다.


그는 우리가 대학교 때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틈만 나면 괴롭히고 때렸다.


구타를 참다 못한 나머지 그의 부조리를 꼼꼼히 적어 소원수리, 지금으로 치면 마음의 편지를 상부에 전달했다.


그 결과, 우리는 전보다 더 심하게 맞았고,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당시 부사관이었던 그가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며 우리의 악연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를 다시 만난 건 우리가 제대를 하고 복학하고 나서였다.


신입생이 왔다는 말에 보니 바로 그였다. 게다가 나이도 우리보다 두 살 더 어리다.


군대 있을 때 녀석이 우리에게 두 살 더 많다고 뻥을 쳤었다.


나야 뭐 중간에 사법고시를 준비한다고 중간에 빠졌지만, 둘은 끝까지 갔었다고 한다.


견원지간보다 더 앙숙인 둘이 그나마 코드가 맞았던 게 정치적 신념이었다.


서로를 잡아 먹을 듯이 대하더라도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일치했다.


하지만, 그것만 빼고 나면 둘은 서로를 욕하며 저주했다.


결정적으로 검사가 된 나에게 VIP의 비리를 폭로한 게 지금의 국방부 장관이었다.


그로 인해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었지만, 각자의 이익을 위해 둘은 서로 손을 잡고 결국 날 없애 버렸다.


나와 내 가족을 죽인 그들에게 복수하고 망가트려야 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찌 보면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보란 듯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게 진정한 복수라고 생각된다.


남들이 봤을 땐 미친놈 소리를 듣겠지만, 이게 바로 가진 자의 여유랄까.


또 지금 현태로 살아가는 것도 뭐 그다지 나쁘지 않고.


큰 일을 몇 번 겪다보니 현태에게 완전히 녹아 있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며 왠지 모를 불안하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이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가 않아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학교에 머물던 이들이 하나 둘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결국 학교에는 원래 있던 멤버들만 남았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 집도 무너져 내려 없잖아.”


지은이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당분간은 학교에서 지내자. 지금 당장 학교 문을 열고 하지는 않을거니까.”


“그러지 말고, 회장님한테 부탁해보면 안될까?”


나를 보고 있는 애들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싫은데!”


그 말 한마디에 애들의 좌절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근데, 너희가 정말로 원하면 부탁 한 번 해 볼게.”


“야. 하지 마!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17년 인생 가오 하나로 살아왔는데, 모양 빠지게.”


옆에 있던 진환이가 급발진하며 화를 냈다.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더라도 남한테 비굴하게 굴 필요 없어!”


“돈은 너희가 없지. 난 돈 많아. 애들이 뭔가 착각하나 본데, 나 재벌 3세야.”


친구놈들의 야유와 온갖 욕설이 난무했다.


“학교에서 좀 지내다가 시스템이 복구되면 그때 우리 다 같이 살 집 알아보자.”


하마터면 애들한테 맞아 죽을 뻔했다.


우주는 어른들에게 잠시 맡기고, 기분 전환도 할겸 식량을 구하기 위해 우리끼리 밖으로 나왔다.


“너,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내가 뭘?”


오랜만에 미진이가 가만히 있는 나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내가 뭘. 이런다. 자기만 살겠다고 덩치도 커다란 놈이 선영이 뒤에 숨는다.”


“너희야 어찌 됐든 나라도 살아야지. 우주는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잘 키울게. 어차피 우주도 너희 같은 그지보다 나 같은 재벌이 아빠인 게 더 낫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미진의 발이 내 후두부를 강타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쓰러진 나를 친구들이 자근자근 밟기 시작했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선영이도 녀석들과 동참해 나를 밟았다. 그것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에이, 재미 없다.”


누군가의 외침에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는 듯이 행동했다.


서로 짰어도 딱 맞게는 못 할 것이다.


어색한 분위를 없애고자 내 한몸 희생해 불태웠다.


“전보다 더 위험해진 거 같네.”


분명 운석이나 VIP의 말대로 괴물과 같은 위험요소는 사라졌다.


하지만, 다른 위험이 생겨났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 서로의 것을 약탈하고 스스럼없이 남의 목숨을 취했다.


흉기를 든 몇몇이 우리에게 다가 왔다가 피지컬을 보고는 안 되겠던지 꼬랑지를 내리고 이내 비켜 갔다.


“건드리지 않는 이상 아니꼬워도 먼저 나서지 마라.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지 않게.”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내 말에 모두 동의했다.


“지은아, 말만 해. 지금이라도 돌아가게.”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이 무법천지에서 누구보다 약한 지은이를 보호할 의무가 생겼다.


“아니야. 괜찮아. 먹을 걸 조금이라도 구해서 가자.”


지은이를 기준으로 앞에는 선영, 우식, 동민이가 벽을 만들고, 태환이와 진환이가 양옆을 맡고 나와 미진이가 그 뒤를 따르며 후방을 살폈다.


단언컨대, 그 어떤 위험도 우리가 만든 난공불락을 뚫지 못할 것이다.


“미진아, 넌 괜찮아? 말만 해. 뒤쪽은 이 오빠가 커버쳐 줄 테니까.”


“네가 감히 육상부 선출의 파워를 무시해? 여기서 나랑 한 판 뜨자! 누가 이기는지.”


내 말을 들은 미진이가 양 주먹을 쥐고는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아까 녀석에게 맞은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너 나한테 이길 자신 있다.”


“뭐라? 네가 나한테 이긴다고!”


“응. 네가 나한테 이긴다고.”


난 재빨리 미진이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얘들아. 나 무서워 나 좀 보호해줘.”


앞에서 걷던 진환이가 어울리지도 않는 엄살을 부렸다.


녀석에게 핀잔을 주려다가 미진이의 한마디에 모두 뒤집어졌다.


“우리 우주는 살면서 그 어떤 무서운 걸 봐도 쫄지 않을 거여! 왜? 태어나 보니 아빠가 진환이잖아.”


결국, 먹을 건 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오늘 저녁은 비상식량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내일 한 번 더 나와봐야겠다.


“근데 너희 아빠는 블루하우스로 안 돌아가고 여기 계신 데?”


“여기 좀 더 있고 싶으신가 봐. 그리고 여기가 제일 안전하잖아.”


저녁을 먹은 뒤, VIP는 참모진들과 화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우리가 밖에 나가 있는 사이 외부에서 사람들이 와 네트워크를 다시 연결했다.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한 것도 없는데, 저녁이 되니까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나 먼저 잘게.”


유난히 오늘 더 피곤하다. 아마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거 같았다.


얼마를 잔 건지 문득 잠이 깨 시계를 보니 12시였다.


밖은 아직 어두웠다.


마저 자려고 누웠다가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단 걸 깨닫고 다시 모을 일으켰다.


‘얘들이 어디 간 거야? 단체로 화장실을 가진 않았겠고. 또 날 골탕 먹이려고 그러는 건가?’


“재미없다. 어서 나와라!”


소리를 버럭했는데도 조용했다.


“새끼들, 다 뒤졌어!”


이제 잠은 완전히 깼고, 난 인기척이 들리는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뭐해?”


사람들이 모두 운동장에 모여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 단체로 별이라도 관람하는 거야?”


하늘을 올려다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기에는 하늘을 다 덮을 만큼 거대한 우주선이 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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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외계침공(4) 24.07.26 7 0 9쪽
44 44화. 외계침공(3) 24.07.25 8 0 9쪽
43 43화. 외계침공(2) 24.07.24 10 0 9쪽
42 42화. 외계침공(1) 24.07.23 11 0 9쪽
41 41화. 외계침공 24.07.22 13 0 9쪽
» 40화. 24.07.19 14 0 9쪽
39 39화. +2 24.06.14 22 2 9쪽
38 38화. +2 24.06.13 14 2 9쪽
37 37화. +2 24.06.12 18 2 9쪽
36 36화. +2 24.06.11 11 2 9쪽
35 35화. +6 24.06.10 21 3 9쪽
34 34화. +4 24.06.06 26 4 9쪽
33 33화. +4 24.06.05 28 2 9쪽
32 32화. +2 24.06.04 19 2 9쪽
31 31화. +2 24.06.03 22 2 9쪽
30 30화. +2 24.05.31 22 2 9쪽
29 29화. +2 24.05.31 23 2 9쪽
28 28화. +2 24.05.30 27 2 9쪽
27 27화. +2 24.05.30 21 2 9쪽
26 26화. +2 24.05.29 21 2 9쪽
25 25화. +2 24.05.29 20 2 9쪽
24 24화. +2 24.05.28 20 2 9쪽
23 23화. +2 24.05.27 27 2 9쪽
22 22화. +2 24.05.24 32 2 9쪽
21 21화. +2 24.05.24 27 2 9쪽
20 20화. +2 24.05.23 31 2 9쪽
19 19화. +4 24.05.23 34 3 9쪽
18 18화. +4 24.05.22 29 3 9쪽
17 17화. +2 24.05.21 32 3 9쪽
16 16화. +4 24.05.20 3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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