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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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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196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5.23 22:20
조회
31
추천
2
글자
9쪽

20화.

DUMMY

“만나지 않겠다 합니다. 그만 돌아가 주십시오.”


오늘로써 벌써 한 달째다.


한 달 전, 뉴스에서 나온 이야기를 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날 학교에 경찰차가 오더니 다짜고짜 현태를 잡아갔다.


교감 선생님한테 이유를 물었지만, 자신도 모르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난 그 이유를 뉴스를 통해 전해 들었다.


현태가 우리 학교 여선생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난 단번에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지난 한 달을 학교에 꼼짝없이 잡혀 있었기에 현태가 두 명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벌써 한 달째 아침 일찍 이곳 대기실에서 현태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왜 안 만나 주겠다는데요? 왜요?”


“그건 저희도 잘..”


지금 당장이라도 저 철문을 뜯어내고 안에 있을 현태에게 가고 싶지만, 일부로 만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제 발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도 씁쓸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구치소 앞에서 미진이와 진환이를 만났다.


“선영아.”


“어, 얘들아. 그동안 잘 지냈니?”


“너 요즘 왜 학교 안 나오니? 선생님과 애들이 걱정해.”

“그냥. 근데 너희 현태 만나러 왔니?”


“넌 못 만났어?”


난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무정한 놈. 좀 만나 주지.”


“아니야. 현태가 만나 줄 때까지 기다리면 돼.”


인사하고 나오려다가 다시 그들을 불렀다.


“얘들아,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뭔데?”


“현태가 혹시 너희는 만나줄지 모르니까 너희하고 같이 들어가 몰래 숨어서 현태 얼굴이라도 보면 안 될까? 부탁이야.”


“넌 그 까칠 대마왕이 그렇게도 좋냐!”


현태가 면회실로 나오기 전 미진이 발밑에 웅크리고 앉아 힐끔힐끔 현태의 모습을 훔쳐봤다.


살짝살짝 보이는데도 얼굴에 살이 쏙 빠졌다.


‘나오면 몸보신부터 시켜줘야지.’


“야, 넌 거기 숨어 있으면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네가 날 안 만나주니까 그러지.”


“뭘 좋은 데라고. 앞으로도 너 안 만날 테니까 다신 찾아오지 마. 애가 왜 이렇게 질척거려 미저리도 아니고 한 달 내내 찾아와.”


“내 마음이야. 나 계속 올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나 여기 억지로 들어온 거 아니야. 쉬려고 들어온 거야. 조금 있다 곧 나갈 거야. 그러니까 찾아오지 마.”


“싫어! 내가 오겠다는데, 왜 네가 이래야 저래야야. 난 계속 올 거야!”


흥분한 나머지 우리를 가로막고 있던 가림막을 주먹으로 쳤더니 건물 전체가 흔들거렸다.


“얼굴 봤으니까 나갈게! 밥 잘 챙겨 먹고 잘 지내. 얘들아 가자.”


둘의 사랑싸움에 몸 둘 바 모르던 미진이와 진환이를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나왔다.


‘그래도 얼굴 봤으니까 됐다.’


그날 밤, 나는 또 꿈을 꾸었다.


“이선영 씨. 이선영 씨, 정신 좀 차리십시오.”


누군가의 목소리에 눈을 떴을 땐 사방이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선영 씨, 이제 정신이 드십니까?”


“여긴 어디죠?”


“이선영 씨는 지금 예정에 없던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예정에 없던 죽음이요?”


“네, 그렇습니다. 이선영 씨는 한참 뒤에나 이곳에 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제가 누군가의 손에 죽었다는 건가요?”


“애석하게도 그렇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곳으로 오기 전, 난 두 살 난 아들과 함께 집에 있었다.


아들을 재우다가 같이 잠이 들었던 것인지 인기척에 소리에 눈을 떴다.


‘오늘 늦는다더니 이이가 벌써 왔나?’


당연히 남편이겠거니 하고 방문을 열었는데,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배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곧이어 알 수 없는 고통과 함께 내 옷과 바닥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너무 아픈 나머지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복면을 쓴 사람들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제.. 제.. 아이만은..사.. 살려.. 주세요..”


“걱정하지마. 네 아들은 무사할 테니까.”


그리고 가슴 쪽에서 아픔이 전해졌다.


“그러게 헤어지라고 했을 때 헤어졌으면 이런 개죽음은 당하지 않지.”


그 목소리는 분명 남편의 아버지, 즉 나의 시아버지였다.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처음부터 그이와 사귀었던 건 아니었다.


사법고시 3수생이었던 그 사람은 참 찌질해 보였다.


오성현, 바로 그 사람 이름이다.


친구의 간절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내 눈에 처음 들어온 건 꺼벙한 그 사람 옆에 있던 그의 친구였다.


애프터 신청을 한 것도 바로 그 친구였다.


최석훈.


그 만남을 계기로 우리는 본격적으로 사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를 보고 나오던 도중 석훈 씨는 자신의 친구를 만나 줄 수 없냐는 괴상망측한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친구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도 포기하고 원래 그런 동물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두 절친의 간절한 부탁에 하는 수 없이 약속을 잡았다.


예의상 몇 번 만나다가 핑계 대고 그만 만날 생각이었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알지 못했던 서글서글한 눈매와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 어쩌면 내 앞에 있는 이 남자를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에 빠져 서로 미래를 약속하게 되었다.


“나 정말 괜찮아?”


“자기는 누더기를 입혀놔도 예뻐.”


“장난치지 말고.”


장래의 시아버지를 뵈러 가는 날이었다.


그 사람은 괜찮다 했지만, 나름대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신경 좀 썼다.


성현 씨의 아버님 얼굴을 보는 순간 너무 놀라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아버님의 정체가 다름 아닌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태양 그룹의 오너였기 때문이었다.


아버님과의 만남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내가 보육원 출신이란 사실을 안 아버님이 노골적으로 우리가 헤어질 것을 종용하셨다.


“성현 씨, 우리 그만 헤어지자.”


“그게 무슨 소리야! 넌 나 없이 살 수 있니? 난 너 없으면 못살아.”


“제발 성현 씨..”


“네가 나와 헤어지면 난 확 죽어버릴 거야.”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우는 날이 더 많았다.


“선영아, 우리 결혼하자.”


“뭐라고?”


“우리가 결혼하면 아버지도 어쩌지 못하실 거야.”


그리고 며칠 뒤, 우리 둘만의 조촐하지만,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청첩장을 드렸지만, 역시나 아버님은 오시지 않으셨다.


결혼식을 하고 나서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지만, 문전 박대를 당했다.


그 이후로도 명절에도, 아버님 생신에도 문밖에서 집 안으로 한 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버지와 연을 끊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어느 날, 성현 씨가 그렇게 얘길 했다.


그런 성현 씨에게 너무 미안해 몰래 달아나 버릴까 마음먹었다가도 혹시나 성현 씨가 나쁜 생각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 뱃속에 우리들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결국, 아버님은 우리 현태가 태어나고, 성현 씨가 사법고시에 붙을 때까지 노여움을 풀지 않으셨다.


“우리 현태! 현태는 어떻게 됐나요?”


“아이는 무사하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 우리 성현 씨는요?”


“그건 극비사항이라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난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알려 줄 수가 없다는 건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처지란 걸 알 수 있었다.


“진정하시고, 지금부터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드리겠습니다.”


“두 가지 선택권이요?”


“하나는 천국과 지옥 중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에서 지내다가 1년 후에 환생하는 것입니다.”


무엇에 이끌리듯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1년 후 환생을 택했다.


온통 어둠뿐인 곳에서 1년 동안이나 버티려니 무섭고 막막할 줄 알았더니, 나름 견딜 만했다.


어둠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갈 때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선영 씨, 이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십시오.”


“얼마 지나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나요?”


“시간이란 거 원래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우선 전생의 기억을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잠시만요. 전생의 기억을 안 지워도 되나요?”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지우는 게..”


“이뇨. 그럼, 전 지우지 않겠습니다.”


“좋으실 대로, 당신은 전생에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살아왔습니다.”


잠시 끊겼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래서 다음 생에선 최고 권력자의 집안에서 태어날 것입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밑바닥까지 가봤으니..”


“그리고 이선영 씨께는 특별한 선물을 더 드리려고 합니다.”


“특별한 선물이라뇨? 무슨..”


“그건 태어나 보시면 곧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어딘가에서 밝은 빛이 비치더니 그렇게 난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다시 태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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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외계침공(4) 24.07.26 7 0 9쪽
44 44화. 외계침공(3) 24.07.25 8 0 9쪽
43 43화. 외계침공(2) 24.07.24 10 0 9쪽
42 42화. 외계침공(1) 24.07.23 11 0 9쪽
41 41화. 외계침공 24.07.22 13 0 9쪽
40 40화. 24.07.19 14 0 9쪽
39 39화. +2 24.06.14 22 2 9쪽
38 38화. +2 24.06.13 14 2 9쪽
37 37화. +2 24.06.12 18 2 9쪽
36 36화. +2 24.06.11 12 2 9쪽
35 35화. +6 24.06.10 21 3 9쪽
34 34화. +4 24.06.06 26 4 9쪽
33 33화. +4 24.06.05 28 2 9쪽
32 32화. +2 24.06.04 19 2 9쪽
31 31화. +2 24.06.03 22 2 9쪽
30 30화. +2 24.05.31 22 2 9쪽
29 29화. +2 24.05.31 23 2 9쪽
28 28화. +2 24.05.30 27 2 9쪽
27 27화. +2 24.05.30 21 2 9쪽
26 26화. +2 24.05.29 22 2 9쪽
25 25화. +2 24.05.29 21 2 9쪽
24 24화. +2 24.05.28 20 2 9쪽
23 23화. +2 24.05.27 27 2 9쪽
22 22화. +2 24.05.24 32 2 9쪽
21 21화. +2 24.05.24 27 2 9쪽
» 20화. +2 24.05.23 32 2 9쪽
19 19화. +4 24.05.23 35 3 9쪽
18 18화. +4 24.05.22 30 3 9쪽
17 17화. +2 24.05.21 32 3 9쪽
16 16화. +4 24.05.20 3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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