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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학원별곡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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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7.26 0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206
추천수 :
132
글자수 :
182,741

작성
24.06.14 07:19
조회
22
추천
2
글자
9쪽

39화.

DUMMY

흐려지는 정신을 겨우 차리고 보니 선영이가 내 머리에 박치기한 거였다.


“어머, 내가 너무 세게 때렸지. 정말 미안해.”


지금껏 내가 만났던 그 어떤 상대보다 선영이가 더 무섭다.


코피가 나지 않았나 확인하는데, 선영이의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넌 먹을 거 좀 구해 오라고 했더니, 여기서 엉뚱한 짓이나 하고 있니?”


“그게 아니라.. 선영아, 정말 오해야..”


“오해는 무슨 오해? 내가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옆을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와 이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


“에잇!”


할 말이 없던 나는 선영이의 입에 키스했다.


“어머, 어째. 어째.”


“와! 근마 박력 있네.”


주변에서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어떻게 알고 왔어?”


사태가 진정되고 난 뒤, 선영이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우주와 놀아주다가 잠깐 잠이 들어 꿈을 꿨는데, 네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쓰려져 있는 거야.”


꿈 생각이 났는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너무 놀라서 꿈에서 깨자마자 달려왔어.”


그런 선영을 난 말 없이 그냥 꼭 껴안아 주었다.


우리와 같이 가겠다는 선영이를 겨우 돌려보내고 우리는 식량을 찾기 위한 탐험을 계속 이어 갔다.


얼마 걷지 않아 한쪽이 허물어진 마트 건물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당연히 사람은 없었고,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아마 사람들이나 다른 것들이 먼저 다녀간 거 같았다.


안을 샅샅이 뒤져 보니 창고로 보이는 곳에서 통조림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다행이었던 것은 분유와 기저귀는 진열해 놓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건 유통기한이 좀 지난 거 같은데.”


“우리가 지금 그런 거 따질 때오? 딴청 피우지 말고 어서 챙기십시오.”


사마엘 사부의 말을 무시한 채 커다란 봉투를 구해 와 우리가 찾은 것들을 거기에 담았다.


이걸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거 같았다.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거라도 입어야 되겠어.”


어느새 2층에 올라갔던 오 회장이 옷을 찾아서 갈아입고 왔다.


“식량도 구했으니 그만 돌아가자.”


“잠깐만요!”


학교로 되돌아가려는 세 사람을 내가 불러 세웠다.


“또 왜?”


“근처에 병원이 있는지 찾아보고 들렀다 갑시다.”


어젯밤, 자는데 우주가 갑자기 울길래 봤더니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급한 대로 선영이가 물에 씻기고 해서 열은 겨우 내려 안심했지만, 우주가 걱정이었다.


그래서 나온 김에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 해열제 같은 상비약을 구해 갈 생각이었다.


“머저리 같은 의사 놈들이 열이나 있으면 뭐해? 고등학생보다 못한대. 이번에도 멍청한 짓 하면 몽땅 통구이를 만들어 버릴 테니까!”


다행스럽게도 마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병원과 약국이 있었다.


우리는 들어가 약이란 약은 보이는 대로 몽땅 쓸어 담았다.


우리는 남의 물건을 약탈하는 도적 떼가 아니기에 우리가 들렀던 곳들을 나오며 오 회장이 가지고 있던 수표와 연락처를 남겼다.


“이제 학교로 가자!”


학교로 가는 길에 무언가에게 쫓기듯 달아나는 곰을 만났다.


마르테오 사부가 자신보다 몇 배는 더 큰 곰을 일격에 쓰러뜨려 버렸다.


이제 이런 조무래기들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오늘 메뉴는 곰고기를 먹겠네요.”


우리가 잡은 곰을 보며 신나고 있는데, 세 사람이 뛰기 시작했다.


“쫄보들 뭐가 그렇게 겁난다고.”


쿵! 쿵! 쿵! 쿵!


지진이라도 났는지 땅이 흔들리고 울리길래 뒤를 돌아보니, 거대하게 벌크업 된 동물들이 무더기로 뛰어오고 있었다.


“치사하게 자기들만 살겠다고 나를 제물로 버리냐!”


그 세 명의 뒤를 따라 도망가려다가 잡아 놓은 곰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아! 그건 왜 들고 오는 것이냐?”


“전 오늘 이 곰고기를 꼭 먹어야겠습니다. 그럼, 천천히들 오십시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집채만 한 곰을 어깨에 짊어지고 빠른 속도로 세 사람을 앞질렀다.


이건 각성을 해서가 아닌 살기 위한 생존본능이었다.


곧장 직진하면 빨리 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학교가 위험해지는 게 뻔하기에 일부로 빙 돌아서 갔다.


나름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쓴다고 썼는데, 내 방법이 통했다.


놈들이 내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계획한 게 통할 땐 언제나 통쾌하다니까. 흐억!”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무언가에 걸러 바닥에 철퍼덕하고 넘어졌다.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놈들이 엎어져 있는 나를 지나쳐 갔다.


놈들을 따돌린 나는 의기양양하게 사냥한 곰을 가지고 학교로 복귀했다.


“살아 있었구나.”


“흥! 배신자들!”


학교 앞에는 나를 버리고 달아난 세 명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내 살신성인 덕분에 그날 저녁, 우리는 곰고기 바비큐 파티를 했다.


“너 오늘 고생 많이 했으니 많이 먹어라.”


그 세 사람에겐 주기 싫었지만 먹는 거로 그러면 치사하단 소릴 들을까 봐 유야무야 그냥 넘겼다.


배가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먹었지만, 아직 반이나 남았다.


가죽 벨트처럼 질기고 질긴 용만 먹다가 모처럼 고기다운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낮에는 50도에 육박할 정도로 무더운데, 밤은 그것의 곱절은 더 추웠다.


현지 사람들도 잘 보기 힘들다는 오로라를 우리는 매일 밤 본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밤하늘을 수놓은 오로라를 바라보며, 낮에 마트에서 가져온 커피믹스를 마시며, 옥상에서 선영이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특별할 건 없고, 그냥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소소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무척이나 평화롭고 좋았다.


지금처럼 이런 생활만 반복된다면 모든 것이 뒤바꿔 버린 세상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만 들어가자.”


“조금만 더 있다가.”


일어나려는 선영이의 팔을 잡고 어린아이처럼 칭얼댔다.


“오구, 우리 아들 추운 데 오래 있으면 감기 걸려요.”


“풉.”


“왜 웃어?”


“웃기잖아. 내가 너보다 두 살이나 더 많은데, 아들이라니.”


그런 나를 선영이는 아무 말 없이 안아 주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날 바라보는 선영이의 얼굴이 슬퍼 보였고, 선영이의 품 안은 따뜻했으며, 마치 엄마 품처럼 포근했다.


이런 느낌을 아주 예전에도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현태의 몸 안에 들어오기 전, 선영이와 사귀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게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들은 선영이 날 안아 주었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느낌이었다.


복잡 미묘한 감정에 북받친 나는 선영이를 바라보았고, 선영이 또한 나를 바라보았다.


오로라에 비친 선영의 얼굴에서 반짝하고 눈물이 빛났다.


다음날,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무너진 곳을 손보기 시작했다.


보수공사라기보다는 운동장과 뒷산에 있던 흙을 가져와 무너진 곳을 메우고, 큼지막한 돌들로 가리는 수준이었다.


“정말 이게 효과가 있을까?”


“내가 전에 유튜브에서 봤다니까.”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


“선영아, 잘 들어봐. 동물들이 왜 자기 구역에다 영역표시를 하겠니? 그게 다 여긴 내 땅이니까 이쪽으론 넘어오지 마라라는 뜻이야.”


선영이가 날 여전히 못마땅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우리 뒤돌아 있을 테니까 안심하고 싸.”


“회장님! 회장님 보고 좀 하라고 그러면 되잖아.”


선영이의 말을 들은 건지 저쪽에서 오 회장의 소리가 들렸다.


“난 벌써 싸고 있다.”


“민망한데..”


“그래? 그럼, 우리 귀도 막고 있을게. 다들 귀 막아. 귀!”


“현태야, 다 됐어.”


모든 것이 완벽했다.


최상위 포식자 둘이 군데군데 영역표시를 해놨으니 웬만큼 간땡이가 부은 놈이 아니면 학교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할 것이다.


‘왜 진작에 이 생각을 못 했는지.’


하나를 해결하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각났다.


그 문제는 다름 아닌 더위였다.


밤에는 땔감들을 가져와 떼거나 서로의 체온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했지만, 한낮에 내리쬐는 무더위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모두를 태워버릴 듯한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상황에서 모두 지쳐 있었다.


특히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우주가 걱정이었다.


진환이가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보기에 너무 안쓰럽다.


전기라도 들어오면 좋으련만, 작동도 되지 않는 에어컨의 리모컨만 연신 눌러 본다.


띠링~!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전원 버튼을 누르니 에어컨이 켜졌다.


혹시나 해 TV와 전기 스위치를 켜보니 둘 다 들어왔다.


“와~~!”


우리는 너나 할 거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또 하나의 문제가 해결된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모두가 기뻐하던 그때, 지금껏 먹통이었던 VIP의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인가?’


진동에 몸서리치는 핸드폰을 보고 있자니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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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외계침공(4) 24.07.26 7 0 9쪽
44 44화. 외계침공(3) 24.07.25 8 0 9쪽
43 43화. 외계침공(2) 24.07.24 11 0 9쪽
42 42화. 외계침공(1) 24.07.23 12 0 9쪽
41 41화. 외계침공 24.07.22 14 0 9쪽
40 40화. 24.07.19 14 0 9쪽
» 39화. +2 24.06.14 23 2 9쪽
38 38화. +2 24.06.13 15 2 9쪽
37 37화. +2 24.06.12 18 2 9쪽
36 36화. +2 24.06.11 12 2 9쪽
35 35화. +6 24.06.10 21 3 9쪽
34 34화. +4 24.06.06 27 4 9쪽
33 33화. +4 24.06.05 29 2 9쪽
32 32화. +2 24.06.04 20 2 9쪽
31 31화. +2 24.06.03 22 2 9쪽
30 30화. +2 24.05.31 22 2 9쪽
29 29화. +2 24.05.31 23 2 9쪽
28 28화. +2 24.05.30 27 2 9쪽
27 27화. +2 24.05.30 21 2 9쪽
26 26화. +2 24.05.29 22 2 9쪽
25 25화. +2 24.05.29 21 2 9쪽
24 24화. +2 24.05.28 21 2 9쪽
23 23화. +2 24.05.27 27 2 9쪽
22 22화. +2 24.05.24 33 2 9쪽
21 21화. +2 24.05.24 27 2 9쪽
20 20화. +2 24.05.23 32 2 9쪽
19 19화. +4 24.05.23 35 3 9쪽
18 18화. +4 24.05.22 30 3 9쪽
17 17화. +2 24.05.21 32 3 9쪽
16 16화. +4 24.05.20 3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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