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228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7.08 07:50
조회
39
추천
2
글자
11쪽

92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건축은 문외한인 위즈 때문에 오두막 공사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끝낼 수 있었다.

그나마도 리나가 아래서 계속 봐주며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한 달이 지나도 완공할 수 없었으리라.


“마지막 판자는 네가 올릴래?”

“응!”


리나가 판자를 끌어안자 위즈가 리나를 붙잡고 지붕 위로 올라간다.


“자, 여기. 여기에 끼우면 돼.”

“이렇게? 이렇게 하면 돼?”

“응. 나와 봐. 이제 못만 박으면 끝나니까.”


리나는 판자를 놓고 위즈가 그 위에 못질한다.

쿵, 쿵, 쿵.

망치로 내리치는 소리가 정원을 울린다.


“자, 끝!”

“끝!”

“어우, 너무 힘들었다.”


위즈와 리나가 손바닥을 마주치고 다시 정원으로 내려온다.


아무리 뒤져봐도 건축에 관한 책은 한 권도 없었다.

물론 오두막은 시조가 살기 전부터 있었다고 했으니 그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위즈. 아무리 책이 없었다고 한들 뾰족했던 지붕을 평평하게 하는 건 아니지 않아?”

“나는 그냥 뚜껑 덮는 것만 생각했는걸. 나중에 여유 생기면 다시 뾰족하게 해봐야지, 뭐.”


둘 다 나무 그늘로 가서 짐에 등을 기대고 축 늘어진다.


“그래도 둘이라서 빨리 끝났네.”

“그러게. 위즈 혼자였으면 만들다가 화가 나서 오두막을 없앴을 것 같아.”


맞는 말이라 대답하지 못한다.


“둘이라 편했다······.”


오른손을 뻗어 저 멀리 지는 해를 가린다.

역광 때문에 손등이 까맣게 변한다.


“둘······.”

“왜, 위즈?”


석양 때문인지 위즈 얼굴이 심란해 보인다.

자세히 보려고 몸을 살짝 일으키는데

이내 위즈가 입맛을 다시고 양팔을 앞으로 뻗어 기지개를 켠다.


“으으으으, 빨리 짐도 정리하자.”


리나는 입을 살짝 내밀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넣을 거야?”

“어떻게 넣긴? 문으로 넣어야지.”

“이걸? 넣을 수 있어?”

“그야 물론······.”


탁자나 의자 같은 작은 것들과, 옷장과 부엌 가재도구 같은 큰 것들.

모두 뚫린 천장으로 뺐다.


“······어떻게 넣지? 천장 다시 뜯어야 하나?”

“음······.”


리나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쌓인 짐을 확인해본다.


“일단 이 침대는 많이 타서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나마 베개랑 이불은 아직 쓸 만할 것 같고.”

“나중에 이불이랑 베개 새로 가져다 달라고 해야겠네.”

“아니, 천 있잖아. 창고 물건은 멀쩡하니까 그걸로 고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답하고 다시 짐을 뒤져본다.

시조의 마법 덕분에 멀쩡한 책과 책꽂이.

윗부분이 완전히 탔으나 물건은 담을 수 있는 옷장.


“위즈. 이거 분리할 수 있어?”

“뭔데?”


리나가 부엌에 있던 수납장을 가리킨다.


“여기 왠지 마법으로 이어놓은 것 같은데.”

“어? 정말이네?”


그래서 손가락을 대 마법을 없애자 정말로 수납장 하나가 여러 개로 분리된다.


“이렇게 해서 넣은 거였구나. 이 정도면 쉽게 넣을 수 있어.”

“붙이는 건? 또다시 붙여야 할 거 아니야?”

“그건 내가 리나 너한테 마법을 가르쳐줄게. 네가 해 줄래?”


등을 맡기겠다고 했을 때 기뻐하던 리나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부탁하자

역시나 리나의 눈이 커지며 활짝 웃는다.


“응!”

“그래. 부탁할게.”


위즈가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런데 이걸 용케 찾아냈네. 나라면 지붕을 들어서 넣고 그랬을 텐데.”

“히힛.”


리나가 수줍게 웃는다.


‘그래. 역시 둘이 있어야 해.’


다시 혼자로 돌아가려니 앞날이 깜깜하다.

토루마의 눈에 들었다고 해도 지금까지 어떻게든 위험을 막아냈고.

리나가 마법을 더 배우면 자기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토루마가 리나를 노리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면 떨어질, 리나를 돌려보낼 이유도 사라진다.

리나가 짐을 옮기려 낑낑댈 때 사슬로 식량 가방을 꺼내

리나에게 말린 고기를 건넨다.


“자. 먹고 하자.”

“응.”


리나는 옷에 손을 닦고 고기를 받아든다.

짭짤한 맛 뒤에 자극적인 고기 향이 밀려온다.


“맛있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말려두길 잘했네.”

“그런데 이거 무슨 고기야? 뭔가 살짝 특이한데.”

“이거? 늑대고기.”


리나가 이로 물고 있던 고기 조각이 툭 떨어지려 하자

위즈가 재빨리 받아 다시 입에 물린다.


“왜 그래? 이 아까운 걸.”


천천히 입에서 떼 손으로 집고 말한다.


“늑대? 정말로 내가 아는 늑대?”

“리나 네가 아는 늑대랑 내가 아는 늑대랑 같은지 다른지 모르겠는데, 아마 맞을걸?”


손에 들린 고기와 위즈를 번갈아 쳐다본다.


“늑대도 먹을 수 있어?”

“어차피 죽으면 고기인데, 뭐. 최근에 많이 돌아다녔고.”


지난번에 사냥한 늑대 부리미의 늑대들을 포로 만들어

폭포 근처에서 말렸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마침 고기도 떨어져 가니, 아예 비상식량으로 창고에 숨겨뒀다.


“왜? 찝찝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위즈는 늑대 고기 자주 먹어봤어?”

“아니? 나도 처음이야. 애초에 이 숲에 늑대가 살지도 않고.”


거기에 이 늑대는 호라에 서식하지 않는 늑대다.


“정 별로면 안 먹어도 돼. 나도 비상식량 연구하다가 만든 거니까.”


문득 죽은 호위대장이 생각나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석양 아래에 있는 무덤을 바라본다.

늑대 고기를 먹는 황녀를 보고 호위대장은 뭐라고 했을까?


“으으으!”


리나가 결심한 듯 앞니로 말린 고기를 물어뜯는다.

뚝, 하면서 고기가 끊기고 고개가 팍 뒤로 젖혀진다.


“리나? 안 먹어도 된다니까?”

“음, 음. 아니야.”


질겅질겅 씹으며 대답하고 삼킨 뒤에 이어 말한다.


“어차피 여기에서 더 고급스러운 고기를 달라고 할 수도 없잖아. 온 사방이 숲인데.”


크레센타에서 먹던 소나 돼지가 이 숲 속에서 돌아다닐 리 없다.

물론 전쟁이 끝나면 고기 좀 보내 달라고 본가에 연락할 수 있고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해도 되지만, 그냥 가만히 리나가 하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맛도 나쁘진 않은걸. 기분이 조금 이상하기는 해도.”

“하긴, 나도 잡아서 포 뜰 때 기분이 이상했어. 생김새는 개랑 똑같으니까.”


그렇다고 망설이지는 않았다.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인데 그런 걸 따질 이유가 있을까.

당장 고기도 부족하고.


“위즈. 하나 더 주면 안 돼?”

“안 돼. 비상식량이야.”

“그러면 그거라도 줘.”


리나가 고기 맛에 빠졌는지 위즈가 들고 있는 것까지 빼앗으려고 한다.


“야, 야. 잠깐만······.”


리나의 이마를 밀어내며 버티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힘을 뺀다.

그리고 리나 입에 고기를 물려준다.


“자.”


위즈가 절대 안 주리라 생각했던 터라

리나가 입에 문 고기를 다시 손에 쥐고 눈을 휘둥그레 뜬다.


“진짜? 진짜로 줄 거야?”

“응. 먹고 싶다며? 먹어.”

“고기인데? 위즈가 좋아하는 고기인데?”


위즈가 허리를 살짝 숙이고 손으로 앞을 가볍게 저으며 먹으라는 시늉을 한다.

리나는 계속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위즈를 본다.


“여기에 나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거 묻힌 거 아니지?”

“왜 그렇게 못 믿어?”

“위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고기 양보 안 하잖아.”

“그······.”


맞는 말이다.

고기반찬 때문에 리나랑 싸운 적도 있다.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먹어도 돼.”

“진짜?”

“아이! 진짜.”


위즈가 고기를 홱 뺏어 크게 한 입 물어뜯고는

잘 보라는 듯 턱이 아플 정도로 고기를 씹는다.


“됐어?”

“흠······.”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지 않으면서도 고기는 받아든다.

그리고 혹시나 위즈가 고기에 이상한 짓 했다고 털어놓을까 봐

제대로 씹지도 않고 빨기만 한다.


“아, 진짜 뭐 안 했다니까.”


위즈가 머리를 긁적이다 한숨을 쉬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그 모습에 진짜 음식에 장난친 줄 알고 뭐라 하려 하는데

위즈는 그냥 리나 머리를 쓰다듬기만 하고 짐을 하나하나 옮기기 시작한다.

리나가 고기를 입에 물고 도와주려 하자 그 전에 재빨리 말해둔다.


“그거 다 먹고 가벼운 것만 옮겨. 무거운 건 마법으로 옮길 테니까.”


그 말에 위즈를 빤히 쳐다보다가 고기를 들고 위즈를 부른다.


“위즈.”

“왜?”

“고기에 이상한 짓, 정말로 안 했지?”


돌아보자 리나가 실실 웃고는 도망간다.

위즈를 놀리는 데 맛이 들린 모양이다.


‘뛸 때마다 저렇게 즐거워하며 뛰면 좋을 텐데.’


늑대와 늑대 부리미에게 쫓기고, 테르막시아에게 쫓기고.

석양 아래에서 뛰는 모습을 보자니 괜히 안타깝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간다.


“내놔.”

“꺄악! 뭐, 뭐야?”


순식간에 리나 옆에 나타나 고기를 뺏는다.


“자, 잠깐만 위즈! 고기!”

“내놔. 내가 먹을 테니까.”


이번에는 위즈가 고기를 빼앗아 뒷걸음질 치면서 리나를 놀린다.


“돌려줘!”



******



어쨌든 그렇게 오두막을 다 고치고 나서 위즈는 다시 숲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이쪽으로 가면······.’


지난번 습격은 꽤 운이 좋았다.


비축해놓은 물자도 꽤 풍부해 약탈할 맛도 났고

적들은 아무런 대비도 안 했으며,

무엇보다 다른 부대 위치가 적힌 지도를 없애지 않았다.


혹시 몰라 오두막으로 돌아가기 전에 지도에 적힌 위치로 가 봤는데

정말로 적이 그 자리에 있었다.

지도도 제대로 못 쥘 정도로 손이 떨려 어쩔 수 없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중요한 건 큰 수확을 얻었다는 것.


저 멀리 나무 사이로 흙이 드러난 바닥이 보인다.

분명 저 길이 적의 순찰로이리라.


일단 가까이 가기 전에 식사부터 하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나무에 등을 기댄다.

작은 가방에서 챙겨온 주먹밥을 꺼내는데 손이 계속 떨려

얼굴을 찡그리고 손을 억지로 쥐었다 편다.

섬멸 마법을 썼을 때도 그렇고 영 익숙해지지 않는 걸 보면

몸이 이런 짓 하는 걸 막는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리나가 편해지지 않······.’


그렇게 생각해도 어려운 건 변하지 않는다.

리나를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싸울 수 있었다면

하루 이틀 만에 끝내려고 했을 테지만,

지금 위즈는 하루에 한 부대를 없애고도 정신을 못 차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건데.’


처음부터 가위표로 가득했던 지도.

위즈의 기억이 옳다면 가위표는 분명 위즈가 없앤 부대의 위치다.

심호흡하고 천천히 팔을 움직여 주먹밥을 꺼내 먹는다.


“어우, 짜라.”


곧바로 물통을 꺼내 물을 마신다.

다음부터는 리나한테 직접 먹으면서 간을 보라고 해야겠다.


지도를 읽으려고 머리를 굴리느라 배가 많이 고팠는지

위즈는 주먹밥 세 개를 단숨에 털어 넣고 금세 다시 일어난다.


순찰로만 넘어가면 적의 부대.

순찰 중인 적과 마주치면 괜히 귀찮아지니 주위를 잘 확인하고

순찰로를 넘어 빠르게 걷는다.

멀리서 조금씩 적진의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갑자기 위즈가 멈춘다.


‘어?’


고개를 빠르게 돌리며 주위를 살핀다.

아주 익숙하고 아주 강렬하며 절대 잊을 수 없는 이 느낌.


“······토루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87화 21.07.03 39 2 11쪽
87 86화 21.07.02 34 2 12쪽
86 85화 21.07.01 38 2 11쪽
85 84화 21.06.30 39 2 12쪽
84 83화 21.06.29 37 2 11쪽
83 82화 21.06.28 43 2 12쪽
82 81화 21.06.27 36 2 12쪽
81 80화 21.06.26 38 2 11쪽
80 79화 21.06.25 43 2 12쪽
79 78화 21.06.24 38 2 12쪽
78 77화 21.06.23 34 2 12쪽
77 76화 21.06.22 37 2 12쪽
76 75화 21.06.21 36 2 11쪽
75 74화 21.06.20 37 2 11쪽
74 73화 21.06.19 33 2 11쪽
73 72화 21.06.18 32 2 12쪽
72 71화 21.06.17 33 2 11쪽
71 70화 21.06.16 37 1 11쪽
70 69화 21.06.15 38 1 11쪽
69 68화 21.06.14 36 2 11쪽
68 67화 21.06.13 36 2 11쪽
67 66화 21.06.12 38 2 11쪽
66 65화 21.06.11 39 2 11쪽
65 64화 21.06.10 37 2 11쪽
64 63화 21.06.09 43 2 12쪽
63 62화 21.06.08 54 2 11쪽
62 61화 21.06.07 38 1 11쪽
61 60화 21.06.06 57 1 11쪽
60 59화 21.06.05 42 1 11쪽
59 58화 21.06.04 38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