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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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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6.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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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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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84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오두막과 정원을 둘러싼 방어막은

엘렌 경기장에 있는 방어막처럼 방어막 여러 개가 연결되어있다.

경기장 방어막 만든 사람이 어디서 마법을 배웠는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둘이 같다는 말은 곧 깨는 방법도 같다는 말.


“그래도 이건 네 생각처럼 쉽게 망가지지는 않을 거야.”


토루마와 마법 연습을 하다 그 얘기가 나왔다.


“왜?”

“왜긴. 만든 사람이 누구인데. 당연히 이중, 삼중으로 보호해뒀지.”


돌을 주워 숲을 향해 힘없이 던진다.


“만약 방어막을 깨도 네가 엘렌에서 한 것처럼 화려하게 망가지지도 않고.”


경기장에서는 여러 작은 방어막 중 하나만 망가뜨려도

주위에 있는 작은 방어막들도 같이 깨져 큰 구멍이 생겼다.


“그러면 여기는 그 작은 방어막 하나만 깨진다는 거야?”

“그렇지. 온 힘을 다해서 깨뜨려도 들어오기에는 구멍이 너무 작아. 그게 바로 데스트가 만든 함정이자 추가로 해놓은 장치야.”

“하지만 결국 깨뜨릴 수 있다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걔도 결국 한낱 흐리, 아니 인간이었으니까.”


그렇게 오후 내내 방어막을 깰 방법을 토루마와 얘기했다.

아예 작정하고 방어막을 여러 개 깨뜨린다거나, 마 엘구룬을 이용한다거나.

당연히 방어막이 보호해주는 만큼 정말 깨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어느 누가 대 마법사가 직접 친 방어막을 뚫으려고 하겠어.”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며 생각은 거기까지만 했다.



******



“으아아아아!”

“뚫었다!”


위즈가 정원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뚫려버린 방어막.

그 크기는 사람 둘이 온전히 서서 들어올 수 있을 만큼 크다.

거기에 저 너머에 있는 이상한 기계가 조금씩 그 크기를 키운다.


아니, 크기나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적이 방어막을, 데스트리아누스 테 살베니움의 방어막을 뚫고

정원의 풀을 짓밟는다.

위즈는 일단 생각을 미루기로 하고 빠르게 적을 향해 뛰어간다.


“놈이다!”

“옆에서 나타났다! 방패를 들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위즈가 방패에 부딪히니

중갑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구른다.


“공격해!”

“모두 안으로 들어가!”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위즈가 방어막 너머에 있는 나무에 사슬을 걸어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하지만,

세 열로 된 중갑병들이 무게로 밀고 들어온다.

계속 버텨도 결국 나무가 뽑히고 위즈는 뒤로 구른다.

저 뒤로 탈진해 쓰러진 마법사 몇이 보인다.


“들어와! 빨리!”

“놈의 본거지를 찾았다!”


한 중갑병이 창으로 위즈를 찍으려고 하자

위즈는 재빨리 손으로 창끝을 잡고 소멸시킨다.

그리고 창 주인이 어리둥절한 사이에

자기 뒤쪽에서 뽑은 사슬을 몸에 연결해 뒤로 빠진다.


“모두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위즈가 숨을 고르는 사이에 적들은 이미 싸울 준비를 마쳤다.

당장 들어온 인원만 해도 20명씩 세 열로 선 중갑병들과 그 뒤에 있는 마법병.


“많이도 왔네.”


위즈가 이렇게 넓고 탁 트인 곳에 살 줄 몰랐는지 기병은 안 데리고 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교차시켜 가슴 앞에 모으고 눈으로 환한 빛을 낸다.


“여기는 테 살베니움 가문 사유지이자 데스트리아누스 테 살베니움의 유산이다.”


위즈 등 뒤로 사슬들이 세차게 솟으며 흙을 날린다.


“어느 안전이라고 발을 딛느냐!”


피해는커녕 위협도 못 하겠지만, 주의를 돌리는 데는 충분하리라.

다행히 통했는지 몇이 불안한 표정으로 위즈를 본다.


“사유지라.”


한 중갑병이 중얼거리며 나온다.

흰 망토와 금빛 문양.

갑옷이 어찌나 화려한지 달 아래에서 환하게 빛난다.


“위대하신 분이 이 엘렌을 해방하신다면 그런 건 아무 의미 없소.”

“우두머리인가?”

“아르노라고 하오. 전부터 만나보고 싶었소, 위자드리아누스 테 살베니움.”


대답 대신에 검은 구체를 날리는데 방패로 튕겨낸다.


“막아?”

“이럴까 봐 방패에 마 엘구룬을 채워왔소. 그대가 죽인 내 벗의 마지막 선물이지.”


자기 앞에 방패를 쿵, 하고 내려놓는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거요.”

“그 수염이랑 흰머리는 장식이 아니였네.”


이번에는 중갑병들에게 사슬을 보내도 뒤에서 마법병이 전부 튕겨낸다.


“다 속성이 반사와 관련된 자들인가?”

“당신의 속성이 뭔지 모르니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소.”


리나는 제대로 부엌 아래에 들어갔을까.


“그래도 이리 방어막이 쉽게 뚫린 걸 보면 당신도 내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존재는 아닌 모양이군.”

“나도 사람이니.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뚫었지?”

“간단하오. 방어막의 마력을 마 엘구룬으로 흡수하고 그만큼 안에 우리 마법병의 마력을 넣은 뒤 터뜨렸지. 저 무기는 그 효율을 높여주는 장치요.”


펑, 하는 손짓 너머로 놈들이 만들었다는 저 신무기를 본다.

저 무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무기의 설계도가 놈들에게 있을 거라는 게 문제.

적에게서 설계도를 탈취하기 힘들다면

숲에 있는 적을 모조리 몰살시키는 수밖에 없다.


‘바로 큰 마법으로 넘어가야 하나.’


혹시 모르니 마력을 모아 한 번에 쓰려고 말을 더 건다.


“그나저나 너희 위대하신 양반이 엘렌을 점령하면 사유지 개념이 없어질 거라고?”

“점령이 아니라 해방이오, 위자드리아누스.”

“해방은 무슨, 훼방이겠지.”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전장에서 뼈가 굵은 모양이다.

테르막시아는 쉽게 흔들려서 상대하기 수월했는데.

조금 더 도발해보기로 한다.


“어쨌든 사유지 개념이 사라질 일은 없겠네. 수괴가 북쪽에서 내려오려고 하질 않으니.”

“우린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요.”

“5대 황제 때부터 있었으면 너희 조직도 생긴 지 100년은 넘었다는 건데, 얼마나 더 기다리려는 거지? 세상이 멸망하고 호라 땅에 아무도 살지 않을 때까지?”

“우리가 넘어왔잖소.”

“그러면 뭐 해. 너희 지금 못 돌아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잖아.”


대답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 모인 병사들은 전부 나를 상대하려고 모인 건가?”

“그렇소. 왜, 너무 많소?”

“아니, 너무 적은데. 겨우 이 정도로 될 것 같아?”


주위를 살짝 둘러본다.


“요정을 데려가기엔 충분하겠지. 요정은 어디 있소?”

“번지수 잘못 찾았어. 말 안 들어서 쫓아냈거든.”

“거짓말하지 마시오. 당신이 요정을 쫓아내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소.”

“나를 얼마나 안다고.”


위즈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당장 이대로 돌아가. 그러면 방어막을 부수고 그 더러운 발로 정원을 밟은 죄는 너그러이 용서하겠다.”

“전원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병사들이 복창하는데 땅이, 하늘이 갈라지더니 사슬이 수없이 솟아나고 박힌다.

사슬이 온 풍경을 에워싼 가운데 위즈가 조용히 말한다.


“절멸.”


늑대, 곰, 호랑이 등 나무만 한 맹수들이 위즈 주위에 우뚝 선다.


“당황하지 마. 훈련받은 대로만 해.”


병사들이 뒤로 물러서려고 하자 아르노가 칼을 뽑고 위즈를 겨눈다.


“공격.”

“공격!”


두 지휘관이 가만히 서서 서로 노려보는 가운데

중무장한 병사들과 사슬로 만든 동물들이 부딪친다.


“당신은 당신네 군단장이나 테르막시아와는 다르군.”

“뭐가 말이오?”

“둘은 날 설득하겠다고 별짓을 다 했거든.”

“난 당신을 설득할 생각 없소. 당신 같은 존재는 위대하신 분께 누가 될 뿐이오.”

“위자드리아누스!”


검은 맹수 사이를 빠져나온 중갑병 하나가 창을 던지고 칼을 뽑아 달려든다.

위즈는 몸을 살짝 틀어 창을 피한 뒤 그대로 가볍게 주먹을 내질러

덤벼든 중갑병 몸통에 큰 구멍을 낸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오래 살면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는데 그 말이 정말인가 봐.”

“······무슨 마법이지, 그건?”


심장까지 통째로 사라져 바닥에 쓰러지는 부하를 보고 나서야 미간을 좁힌다.


“죽기 직전에는 알려줄게. 아마도.”


아르노가 심각한 표정으로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눈을 위즈에게 고정한 채 명령한다.


“마법병들. 작전 시행하라.”

“타는 물을 뿌려라!”

“모두 불을 질러라!”

“불?”


마법사들이 중갑병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품에서 마법약을 꺼내 이리저리 던진다.

병이 깨지며 마법약이 흘러나오고 정원 이곳저곳에 불이 붙는다.


“이렇게 하면 요정이 무서워서라도 뛰쳐나오겠지.”

“소용없어.”


위즈가 손을 들어 손뼉을 치려고 하는데

어느새 아르노가 달려와 손바닥 사이에 칼을 집어넣는다.


“마법 쓰도록 둘 것 같소?”


방패도 없이 달려든 중갑병.

물론 갑옷을 입고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건 신기하다만.


“그럴 것 같은데?”


위즈가 섬뜩하게 웃자 한참 타오르던 불이 바람이라도 분 듯 일제히 꺼진다.


“어떻게?”

“어떻게 했긴.”


다시 손을 떨어뜨리자 칼끝이 위즈 손 모양대로 사라졌다.

아르노가 당황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목을 붙잡는다.


“자, 이대로 없애볼까?”

“이······!”


나름 저항해보려고 칼을 휘두르나 칼만 사라질 뿐이다.


“멈춰!”


병사 하나가 아르노의 방패를 던진다.

마 엘구룬이 담긴 방패는 위즈를 맞춰 넘어뜨리고 병사가 아르노에게 다가간다.

아르노는 위즈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목을 문지르며 숨을 몰아쉬고 위즈는 평소에 못 느끼던 고통에 소리 지른다.


“으아아아아!”

“괜찮으십니까, 사단장님?”


둘은 뒤로 물러나고 다른 병사 둘이서 맹수의 공격을 막는다.


“방패. 방패를 챙겨 와라. 놈을 상대할 방법을 찾았다.”


위즈가 잔디밭에 구르며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병사가 급히 아르노의 방패를 다시 챙겨 돌아간다.

얼마 만에 느낀, 제대로 된 고통이었을까.

이를 악물고 얼굴을 부여잡는다.


“마 엘구룬을,”


바닥에 쓰러진 채 중얼거린다.


“대체 얼마나 부어 넣은 거야.”

“철판 안쪽은 거의 다 마 엘구룬이오.”


부축을 받으며 다시 일어선다.


“그러면 강도가 약해지지 않나?”

“어차피 마법사를 상대하니까 강도는 조금 더 약해도 되오.”

“그런가.”


마법으로 고통을 어느 정도 없애고 다시 일어서는데

망가졌을 얼굴이 어째서인지 멀쩡하다.


“그나저나 사단장이라. 엄청난 분을 몰라봤네.”

“부하들을 이런 사지로 몰고 온 부족한 지휘관일 뿐이오.”

“당신도 권력 싸움에서 밀린 거지?”


테르막시아는 역겨운 상대였지만, 적어도 실력은 출중했다.


“지금까지 아사르군더니움 상대하면서 그나마 맞수가 되겠다 싶은 자는 테르막시아 뿐이었는데, 당신도 포함해야겠어.”

“영광이오, 위자드리아누스.”

“진심이야. 방어막을 깨뜨리고 이 안에 들어와서 저렇게 버티다니.”


마법병과 중갑병이 호흡을 맞춰 완벽하게 맹수들의 공격을 막고 있다.

그리고 저 병사들을 제대로 지휘하는 아르노.


“그렇지만 나도 방법이 있지.”

“꽤 즐거워 보이오.”

“그럴 수밖에. 이렇게 많은 장난감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즐겁지 않겠어.”


손톱이 팔을 파고들 정도로 꽉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동안 수많은 전장을 거치며 저런 군상은 많이 봤다.

싸우길 두려워하면서 정작 싸우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어느새 푹 빠져있는 자들.


위즈가 진정하려고 숨을 몰아쉬고는 팔을 흔들어 사슬을 날린다.

그리고 아르노와 병사들이 든 방패에 사슬이 경쾌하게 부딪치는 순간,

위로 몸을 날린다.


“어?”

“뭐야?”


줄을 서서 맹수를 막고 있던 병사들이 갑자기 나타난 위즈를 보고 소리친다.


“놈이다!”

“모두 피해!”


2열과 3열 사이, 한가운데.

그 뒤에는 마법병과 뻥 뚫린 방어막이 있다.

위즈가 가만히 마법병들을 향해 손만 뻗어 위협한다.


“으아아아!”


마법병들이 당황해 중갑병에게 걸어주던 반사 마법이 멈추자마자

위즈는 그대로 손닿는 곳에 있던 병사의 배를 꿰뚫는다.

다른 병사가 급히 칼을 뽑아 위즈를 찌를 때는 이미 위즈가 사라진 뒤.


이리저리 휩쓸어 진형이 잠시 무너졌다가 서로 돌며 다시 맞춰지기를 몇 번.


“이 밖에도 방법은 많아.”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일제히 노리자 근처를 지나던 사슬말을 타고 빠져나온다.

혈혈단신인 위즈가 더 여유로운 모습.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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