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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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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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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3,867

작성
21.06.2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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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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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82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위즈, 위즈.”


느긋한 저녁.

벽에 등을 기대고 책 읽고 있는데 리나가 다가온다.


“왜? 무슨 일이야?”

“이거.”


갖고 온 번역본을 보여준다.


“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마력을 두르라는 게 무슨 말이야?”

“어디 줘봐.”


리나가 준 번역본을 받아 미간을 좁히고 빤히 쳐다본다.

방어막에 관해 가르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방어막을 몸에 두르는 데까지 진도가 나갔다.

주크는 죽을 때까지 못 넘은 경지인데.


“말 그대로야. 마력을 몸에 두르는 거.”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옷처럼 몸에 두른다고 생각하면 돼.”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에 위즈는 잠깐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 봐봐. 마력이 이렇게 있어.”


일부러 마력에 색을 입혀 흩뿌리니

보랏빛 가루가 위즈 주위를 떠돌다 천처럼 변한다.


“이걸 이렇게, 이렇게 망토처럼 두르거나 옷처럼 입는 거야.”


한쪽 끝을 잡아 그대로 망토처럼 몸을 감싼다.


“하지만 그건 방어막이 아니잖아?”

“응. 마력으로 이렇게 하듯 방어막으로 이렇게 몸을 두르는 거지.”


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푸른빛이 감도는 투명한 방어막을 만든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몸을 감싸질 못한다.


“리나 너 지금 딱딱한 방패를 떠올리고 있지?”

“응.”


위즈가 만든 것과 크기가 같지만, 위즈가 했던 것처럼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머릿속에 딱딱한 방패를 떠올리니까 부드럽게 움직이는 방어막을 만들지 못하는 거야.”

“그래? 그렇다면······.”


리나가 혼자서 조용히 중얼거리더니 통으로 된, 갑옷 모양 방어막을 만들어낸다.


“이건 어때? 이러면 괜찮지 않을까?”

“이건 내가 말한 경지를 넘어선 거 같은데······. 일단 해봐.”

“응.”


방어막으로 만든 갑옷이 몸에 딱 달라붙는다.


“이러면 괜찮지 않아?”

“그대로 팔 움직여봐.”

“팔?”


무슨 얘기를 하나 싶어서 팔을 들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손을 돌리기도 힘들다.

억지로 힘을 써보는데,


“꺄악!”


갑옷이 그대로 깨진다.

어차피 마력이라 다치지 않지만.


“어? 왜 이러지? 왜 안 되는 거야?”

“통으로 된 갑옷을 떠올리니까. 흙으로 방금 같은 슈트를 만들어 불에 굽고 그대로 장착했다고 생각해봐. 당연히 부서지지.”

“그럼 어떻게 해?”

“일단 갑옷부터가 관절 부분은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는데, 그것보다 딱딱해야만 제대로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


사슬로 베개 하나와 접시 두 개를 가져와 접시를 바닥에 놓고 그 위에 베개를 올린 뒤 남은 접시를 손에 든다.


“여기서 이렇게 접시를 떨어뜨리면,”


접시는 베개에 떨어졌다가 그대로 튕겨 바닥에 구른다.


“이렇게 부서지지 않고 튕기지. 또 베개 뒤에 있던 접시도 깨지지 않아.”


이번에는 가는 사슬을 만들고 어찌어찌 엮어 꽤 그럴싸한 사슬 갑옷을 만든다.

어깨 부분을 잡고 한번 흔들자 갑옷이 찰랑거린다.


“자, 사슬 갑옷도 보면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여.”

“하지만 사슬 하나하나는 딱딱하잖아?”

“응. 부드러운 방어막을 만들라는 게 액체를 만들라는 의미가 아니야. 아까 리나 너처럼 갑옷을 만들더라도 움직일 수 있게는 하라는 거지.”

“움직일 수 있게.”


리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히 무엇이든 잘 막아주는 옷 입었다고 생각하고 직접 마법을 맞는 거지만.”

“그거 위험하지 않아?”

“응. 그래서 안 시킬 거야.”


대학에서도 다들 직접 공격받으니 살고 싶어서 성공했지만,

다시는 똑같은 짓을 당하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다.

그게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고 해도.


“기억해, 리나. 방패와 갑옷은 비슷하지만 달라. 지금까지 네가 방패를 만들었다면 이제부터 갑옷을 만드는 거야. 알겠어?”

“응.”

“그래도 대단하다.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방어막을 몸에 두르는 거야?”

“빠른 거야?”

“응. 엄청나게 빨라.”


주크는 물론 위즈와도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방패 마법도 이제 곧바로 쓸 수 있고 거기에 뒤에 있는 사람까지 지킬 수 있으니.”


심히 성군다운 마법이지만, 리나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언제 한번 직접 마법을 막아보자.”

“방금 위험하다면서?”

“내가 당한 건 진짜로 아프게 하려고 날린 마법이고. 너한테는 가벼운 마법 날려서 방어막으로 막을 수 있는지 확인만 할 거야.”

“진짜지? 아프게 안 할 거지?”

“그렇다니까. 여기에 무덤 하나 더 세울 필요 있어?”


그러다 오두막지기가 무덤지기가 될 판이다.

이미 숲이 무덤 그 자체가 되어 그런 논쟁 자체가 의미 없을 지도 모르지만.


“만약에 아프면 위즈를 묻어버릴 거야.”

“예쁜 입으로 그런 험한 말 하지 마.”


검지로 리나 미간을 콕 찌른다.


“그리고 내 마법에 맞아서 아플 정도면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걸?”


정말로 그럴까 봐 고통받으며 배우라는 말도 못 한다.


“아무튼, 이제 곧 방어막도 만들고 다닐 수 있겠어.”

“만들고 다닌다니?”

“방어막을 만들고 리나 네가 다른 곳으로 가도 그 방어막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야. 이 오두막에 설치된 방어막처럼.”

“그런 거 보통 마법진으로 하지 않아?”

“그게 일반적이기는 한데, 무조건 마법진만 가능한 건 아니니까.”

“정말? 내가 그 경지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눈을 휘둥그레 뜨고 위즈를 쳐다본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마력을 보조해주면 할 수 있을 거야.”

“마력을 보조해줘? 무슨 말이야?”

“마력은 내가 쓰고 마법은 리나 네가 쓰는 거지. 방어막 마법처럼 계산해야 하는 마법은 그런 식으로 하기도 해.”

“그게 가능해?”

“응. 전에 내가 리나 네 몸에 마법을 흘려 넣고 다시 마력 날개를 만들어서 빼낸 적 있었잖아. 그거랑 비슷해.”

“하지만 그거 위험하잖아.”


몸속에 다른 사람의 마력이 남아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특히 속성이 소멸인 위즈의 마력이라면 정말로 몸이 사라질지도.


“그래서 보통 호흡이 잘 맞는 사람끼리 해. 리나 네 말대로 정말 위험하니까.”

“그러면 나랑 호흡이 잘 맞을 거라는 거야?”


대충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알겠지만,


“그 정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어.”


짓궂게 웃으며 일부러 피한다.

리나도 같이 웃으면서 위즈 팔을 손톱으로 꼬집는다.


“아, 리나 네가 꼬집으면 나도 아프다니까?”

“방어막 둘러서 막지 그랬어.”


리나의 핀잔에 한소리 하려다 참는다.

위즈가 꼬집힌 자리를 문지르고 있는데 리나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한다.


“그런데 굳이 위즈 마법까지 직접 막아보며 연습해야 할까?”

“어? 무슨 말이야?”

“어차피 아사르군더니움이 물러나지 않는 이상 내가 숲에 나갈 리도 없잖아.”

“그러면, 그걸로 만족해?”

“어?”


아픈 곳을 붙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리나에게 묻는다.


“리나 너, 왜 방어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어?”

“그거야······, 책에 그려진 그림이 멋있었으니까?”

“끝이야? 뭔가 더 제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


창을 꼬치로 쓰면 안 되고 방패를 요람으로 쓰면 안 되듯,

전투 마법을 보여주기 용으로 쓰면 안 된다.

그 그림은 방어 마법과 전혀 무관한 거기도 했고.


“지금 한참 방어막 응용 배우고 있고 곧 커다란 방어막 만드는 수준으로 넘어갈 텐데, 여기서 멈추기엔 너무 아깝잖아.”


물론 많은 마법사 지망생들이 이론 부분에서 멈추긴 한다.


“아니, 사실 이미 커다란 방어막 만드는 부분 이론 하고 있어.”

“뭐?”

“방금 그건 이해가 안 돼서 넘어간 거야.”

“그, 그러면 너 방어막 만들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


고개를 홱홱 젓는다.


“말했잖아, 이론이라고. 시도도 안 해봤어. 그래도 몸에 방어막 두르는 걸 끝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대체 진도를 얼마나 빠르게 나간 걸까.


“그러면 대체 왜 적당히 하고 넘어가려는 거야?”

“솔직히 힘들어.”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내가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막힐 때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힘들어. 처음에 위즈한테 배웠던 마법들이랑은 전혀 달라.”

“그래서 포기하겠다고? 처음에는 그렇게 귀찮게 하더니.”


입을 쭉 내민다.


“뭐, 내가 전에 가르쳤던 건 기초니까, 지금 배우는 거에 비하면 훨씬 쉽지. 그래도 계속 잘했잖아?”


특히 기초 마법 배울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지금 진도를 더 빨리 나가고 있다.


“사실 방어 마법이 그래.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이게 맞는지 확신도 안 서고. 그래도 완성하면 성취감은 다른 마법이랑 똑같아.”

“그렇지만 당장 아무 느낌도 안 나는걸.”

“리나 네가 방어 마법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


위즈가 몸을 숙이고 고개를 가까이하며 말한다.


“난 방어막을 못 만들어.”

“어?”

“엄밀히 말하면 내 주위로 방어막을 만들고 적도 못 빠져나가게 할 수도 있는데, 정작 나도 못 나가. 이래저래 하자가 많지.”


뜻밖의 약점이다.


“그러니까 리나 네가 내 등을 지켜줘야 해.”

“내가 위즈를?”

“응. 여기서 살면서 앞으로 어떤 적이 나올지 몰라. 적과 싸울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적이 나타났어. 나보다 더 강한 적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고.”

“위즈 혼자서 싸우기는 힘들 테니까 같이 싸우자는 거야?”

“응. 바로 그거야.”


그 말에 리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사슬을 휘두르며 적을 공격하는 위즈와 그 위즈 뒤에 서서 적의 공격을 막는 리나.


“그러니까 리나. 나를 위해서라도 꼭 공부해줘.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으, 응!”


완전히 넘어갔다.

사실 위즈가 방어막을 못 만들어도 싸우는 데 아무 문제 없지만,

리나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겠지. 그러면 어디 보자.”


기초를 배울 때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


“이번에도 제대로 해내면 새로운 마법 가르쳐줄까? 배우기는 쉬운데 위력은 꽤 강한.”

“정말? 어떤 마법이야?”

“방어 마법을 이용하는 거야. 그러니까, 방패를 이용해서 밀어내는 건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나가 양 손바닥을 위로 향하며 살짝 올리더니 그대로 앞으로 뻗는다.

바람이 확, 하고 불면서 위즈가 조금 뒤로 밀린다.


“······어?”

“이거? 책에서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다고 하던데.”


밀리는 순간 위즈 눈이 무섭게 빛나던데 그건 착각이었을까.

금세 멍한 표정으로 돌아와

원래 앉아있던 자리와 자기 무릎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너, 솔직히 말해봐. 어려워서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시시해서 하기 싫은 거지?”

“정말로 어려워서야.”

“아니, 이거,”


너무 놀라워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심지어 주문도 안 외우고 동작으로 했다고?”

“위즈한테 배운 게 그거인걸.”

“와······.”


순수하게 감탄했다.

리나는 앞에서 부끄럽다는 듯 몸을 배배 꼰다.


“그런데 이러면 가르쳐줄 게 없는데. 어떡하지.”


머리를 긁적이며 번역본을 보다가 어느 한 부분에서 멈춘다.

각 장(章) 앞에 있는, 꽤 멋있는 문양.

별생각 없이 마력을 뿜어 그 문양을 그대로 만들고 공중에 띄운다.


“어, 뭐야? 그것도 마법이었어?”


리나가 손가락으로 살짝 치자 문양이 위즈의 손가락 위에서 팽이처럼,

그대로 제자리에서 돈다.


“이거! 이거 가르쳐 줘! 이거 배우고 싶어!”

“어? 이거?”

“응! 왜? 혹시 엄청나게 어려운 마법이야? 번역본에 별다른 얘기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 이거 그냥······.”


한가운데를 가볍게 치자 그대로 다시 마력이 되어 흩어진다.


“그냥 마력으로 문양 똑같이 만든 건데?”

“어?”

“이거 저자가 그냥 그려놓은 문양이야. 당연히 아무 얘기 없지.”

“그러면 방금 그 마법은······.”


다시 마력을 뿜어 똑같이 만든다.


“그냥 마력으로 모양 만든 거야.”


김이 팍 샌다.


“진짜 그냥 마력으로 만든 거야? 엄청나게 멋있는 마법이 아니라?”

“응. 진짜로. 뭐······, 이거라도 배울래?”


대답 대신 똑같은 곳을 또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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