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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016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6.04 07:50
조회
36
추천
1
글자
11쪽

58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절멸.”


그 말과 함께 사슬로 만들어진 거미가 완성된다.

분명 만들어지는 걸 눈앞에서 봤는데도

숨을 쉬듯 배를 움직이고 주둥이로 딱딱 소리를 내는 게 진짜 살아있는 거미 같다.

그리고 마법을 쓴 당사자는 몸 상태도 안 좋은데

한 번에 너무 많은 마력을 써서 조금 비틀거린다.


“너희는 절대로 살려 보내지 않겠다. 이 거미집 안에서 내보내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자 거미가 배를 크게 움직인다.


“모, 모두 후퇴해! 빨리!”

“거미줄에 걸린 벌레 기분을 느껴봐.”


병사들이 알아채기 전에 거미가 배에서 거미줄, 아니 사슬을 뿜기 시작한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슬 끝에 달린 창날이 땅에 박힌다.


“어, 어?”


병사 하나가 멍하니 자기 배를 뚫은 사슬을 본다.


“뭐, 뭐야, 이거? 사슬?”

“엎드려! 아니, 옆으로!”


다른 조 조장이 그렇게 외치자마자 무수히 많은 사슬이

처음 꽂힌 곳 주위로 쏟아지듯 박힌다.

간신히 피한 병사 몇이 사라진 다리 위쪽을 움켜쥐며 신음하고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은 자신의 망가진 몸뚱이를 보며 죽어간다.


“저, 전원!”


위즈가 가볍게 손을 튕기자 거미가 조금 움직인다.

거미가 내뿜은 사슬은 직선으로만 뻗으나, 위즈가 조종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

꼭 사슬을 뿜는 게 아니라 병사를 꿰뚫은 모습대로 사슬이 생기기라도 한 것처럼.


“바, 방패 들······.”


그러다 보니 방패병들이 먼저 반응하기도 전에 적들이 사슬에 꿰이기 시작한다.

검병과 창병도 사슬을 쳐내려고 하지만,

무기가 사슬에 닿았을 때는 이미 몸이 찔려있다.


“피해!”


그나마 방패를 들어 올린 방패병들도

방패 무게에다가 빠르게 꽂히는 사슬 때문에 제대로 서지도 못한다.

몇몇 방패가 그대로 찌그러지고 깨진다.


“놈을 직접 공격······.”


큰 마법을 써서 그런지 위즈는 직접 사슬을 만들지 않았고

그걸 눈치챈 몇이 위즈를 직접 노리지만,

위즈 곁을 절대 떠나지 않는 거미가 순식간에 모두 처리한다.


‘잠깐, 저 정도 마법을 썼다면 혹시,’


그때 문득 든 생각에 테르막시아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손바닥에 힘을 모은다.

작은 불꽃이 원하던 대로 손바닥 위에 나타난다.


“마법병들! 마법이 써진다!”


예상대로 절멸 마법 때문에 주위를 가득 채웠던 마력이 꽤 사라졌다.


“마법으로 전우를 보호해라!”


물론 직격은 막을 수 없으나 적어도 방어 마법을 이용해

최대한 사슬을 비껴가도록 한다.

방패병에 마법병까지 더해 숨을 돌릴 수 있을 때,


“나무! 저 거미가 떨어지도록 나무를 베!”

“나무?”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살아남은 이들이 이리저리 피하면서 위를 살짝 본다.

그러고 보니 거미치고 거미줄이 아니라 나무 위에 서서 몸을 지탱하고 있다.


“조금 떨어진 나무를 먼저 베! 나무가 넘어지면서 주위 나무도 같이 넘어지게!”

“나무 뒤로 엎드려! 저 거미가 직접 나무를 쏜다!”


무기를 가진 이들은 나무를 때리고, 나머지 병사들은 나무 뒤쪽으로 몸을 숨긴다.

물론 그런다고 사슬이 나무를 못 뚫는 건 아니나,

마력으로 쫓다 보니 확실하게 맞추지는 못한다.


“저긴가.”


몇은 나무를 베려고 일어나다가 위즈의 눈에 띄어 죽기도 한다.


‘그래도 지탱할 게 없어지면 곤란한데.’


나무 뒤에 숨은 적들을 공격하려면 당연히 나무도 꿰뚫어야 하고,

그러면 거미가 몸을 지탱하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공격을 안 할 수도 없다.


“그쪽으로 나무 넘어간다!”

“이쪽으로 와!”


그 소리가 들리더니 방패병이 나무 사이에 방패를 든 채 나오고,

그 뒤로 다른 병사들이 움직인다.

거미가 바로 사슬을 날려도 방패병 뒤에

다른 병사들이 버티고 있어 밀리지도 않는다.

마력으로 방패의 마 엘구룬을 깨뜨린다면 충분히 뚫을 수 있으나

이미 주위에 퍼뜨린 마력을 많이 써서 불가능하다.


“이쪽은 나무를 거의 다 베었다!”

“여기도!”


어느새 지금 거미가 꿰뚫고 있는 나무를 제외한 많은 나무가

기울어지거나 바닥에 누웠다.

거미가 몸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도 곧 쪼개지리라.


“어때. 거미가 땅에 내려오면 하던 것처럼 공격할 수 있을까?”


조장 하나가 나무 뒤에 등을 기대고 그렇게 외친다.

아니라고 말하고는 싶지만, 정확해서 어쩔 수가 없다.

하던 대로는 공격할 수 없다.


“이게 끝이야? 이게 네가 주문까지 말해가며 쓴 마법이야?”

“그럴 리가.”


나무는 거의 다 베어졌다.

거미가 발을 빼면 남은 나무도 넘어갈 테고, 그렇다면 꽤 넓은 공터가 만들어질 터.


“이게 겨우 거미 하나 만드는 마법일 리가 없잖아.”


토끼 정도만 되어도 나무에 쉽게 부딪힐 정도로 빽빽한 숲이라

함부로 시도하지 못했던 마법.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뛰어다닐 수 있으리라.


“자, 내려와.”


거미가 알아들었는지 다리를 뽑고 바닥에 내려온다.

쿵, 하고 착지하는 소리를 들은 조장들이 외친다.


“공격! 바닥에서라면 거미는 사슬을 마음껏 쏘진 못한다!”

“다리나, 혹시나 쏠지도 모르는 독을 조심해!”


그러면서 같이 몸을 일으켜 위즈를 공격하러 가는데,


“이 정도라면 우리도 싸울, 어?”

“너희, 늑대 부리미도 고용했지?”


거미를 상대하려고 나온 병사들 앞에,

나오라는 거미는 안 나오고 전혀 다른 게 등장한다.


“뭐, 대부분은 내가 다 처리했지만,”


키가 나무만 한 늑대가, 사슬로 만들어진 늑대가 한쪽 앞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이런 늑대는 어때?”

“피해!”


그 커다란 발을 크게 휘두르는 늑대.

전투 중이라 금세 정신을 차리고 반응해도

큰바람이 일어 병사들을 이리저리 날린다.

방패도 진형도 마 엘구룬도 늑대가 일으킨 바람은 막지 못한다.


“당황하지 마!”


경험 많은 병사들은 몇 번 구르면서 착지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다.

몇은 허리가 부러졌는지 신음만 내며 움직이지 못하고,

몇은 그대로 목이 부러졌는지 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팔이나 다리만 부러진 이들도 꽤 있고, 타박상만 입은 병사도 있다.


앞발만 휘두른 대신 꼬리 쪽 병사들은 움츠리기만 하고 멀쩡해 공격하지만,

늑대의 꼬리에 맞아 똑같은 꼴을 당한다.


“한 번 더.”


병사들이 일어나려 하자 늑대가 다시 큰바람으로 모조리 날리고,

그나마 첫 바람을 버틴 이들도 같이 날아간다.

바람을 피한 병사들은 그나마 사슬이 날아오지 않음에 감사하며 다시 무기를 든다.


“공격이 크다! 적당히 피하고 놈을 노려!”

“놈은 지금 이 마법을 쓰느라 마력이 부족할 거다!”


몇이 다시 늑대 아래에 있는 위즈를 공격해본다.

하지만 위즈가 손바닥을 살짝 내밀자 늑대 몸에서 사슬이 나와 위즈를 보호한다.


“놈은 지금 마법을 못 써!”


그 말대로 위즈는 직접 마법을 써서 공격을 막지 않고

늑대 배에서 나온 사슬이 일일이 공격을 막아준다.

그 사슬도 거미가 그랬듯 병사들을 직접 노리는 수준까지는 못 되고

그저 위즈를 지키기에만 급급하다.


“늑대의 주의를 돌리고 놈을 공격해!”

“저건 그냥 커다란 늑대야!”

“그냥 커다란 늑대라.”


그 말에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면 작은 늑대는 어째, 상대할 수 있어?”


단체로 거대한 괴수를 상대하듯 몰려들자

위즈가 손을 수평으로 저으며 앞을 가리킨다.

사슬을 피하며 어떻게든 늑대를, 위즈를 공격하던 병사들은

늑대가 갑자기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기뻐하는데,


“뭐야?”

“뭐가 저렇게······.”


늑대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이어 좀 더 작은, 수많은 늑대가 튀어나온다.

크기는 조금씩 줄어드는데 나오는 건 엄청난 수.


“물어뜯어.”


위즈의 말에 먼저 나온 늑대들이 일사불란하게 병사들을 하나씩 골라 덮친다.

하나하나가 사람만 한 그 늑대들이 벌이는 참상.

그 한가운데서 위즈는 홀로 조용히 서 있다.


그렇게 모두 끝나 늑대들이 마력으로 돌아간 뒤.


“끝났네. 내가 이겼어.”


시체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테르막시아에게 걸어간다.


“끝까지 싸우려 한 것이 첫 번째 패인이요,”


차라리 도망이라도 잘 쳤으면 위즈에 대한 정보라도 제공할 수 있었을 텐데.


“스스로 모순에 빠져 모순을 위해 싸운 게 그 두 번째 패인이다.”


숨을 헐떡이던 테르막시아가 손을 뻗어 불덩이를 날리나

위즈가 손을 휘젓자 공중에서 그대로 사라진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귀찮기는 하겠지만, 확실하게 내가 이겼어.”


마력을 모아서 한 번에 충격을 주자 테르막시아가 다 흡수하지 못하고 뒤로 날아간다.

처음과는 완전히 반대인 상황.


“그래도 모처럼 제대로 마주한 적인데, 기회를 줄까?”


말없이 위즈를 노려만 본다.


“나와 1대1로, 제대로 싸워서 조금이라도 상처를 내면 네 승리. 혹시 모르니까 주위의 마력막까지 완전히 없애서 서로 공평하게 해 주지. 어때?”

“공평? 이 상황에서 공평이라는 말이 나와?”

“이 정도면 충분히 공평하지.”


계속 떨리는 오른손을 들어 보여준다.


“왜? 그냥 죽여.”

“널 존중한다는 나름의 표시야.”


그게 지금까지 보여줬던 지휘와 싸움 실력이든, 아사르군더니움에 들어간 이유든.


“물론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말고.”

“좋아. 받아들이지.”


처음 마주쳤을 때 위즈가 그랬듯 비틀거리며 단검을 쥔다.


“눈앞에 다가온 기회를 차버리는 성격은 아니니까.”


허전해서 어색해도 단검을 쥐어야 하는 오른손과 마력을 흡수할 왼손.

죽일 수도, 어쩌면 상처 하나 낼 수도 없을 상대지만, 싸워야 한다.

다른 전우들을 위해서도 프레그를 위해서도 아니라

자신을 받아줬던 위대하신 그분을 위해서.


“위대하신 분의 종, 테르막시아. 네게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한다.”


상대가, 테르막시아가 마력을 흡수하는 이상,

싸우기로 한 순간부터 마지막에 쓸 방법은 정해뒀다.

하지만 처음부터 쓰기에는 적이 너무 많았고, 잘못하면 적에게 당할 위험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단계까지 오기 전에 끝나기를 바랐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쓰고 싶지 않은 방법이었는데.


“데스트리아누스 테 살베니움의 후계자, 위자드리아누스 테 살베니움. 결투 신청을 받아들인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테르막시아가 단검을 휘두르며 마법을 날린다.

막으려고 가까이에서 만든 사슬은

만들어지기도 전에 테르막시아에게 마력인 상태로 흡수당하고

위즈는 자기 몸에 걸린 마법만 이용해 이리저리 피하기만 한다.


- 오른손에 마력을 모아.


‘오른손에 마력을.’


절멸 마법과 함께 온 사방에 흩어진 마력으로

조금 멀리서 사슬을 만들어 공격하나

테르막시아는 그 사슬을 막으면서도 동시에 위즈를 공격한다.


위즈가 멀리서 사슬을 끌어오면 왼손까지 써서 마법을 쓰고,

테르막시아가 마력을 흡수하지 않으면 위즈가 바로 앞에서 마법을 쓰려는 상황.


“테르막시아.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지.”


하지만 그건 서로 대등한 상태일 때의 얘기.

위즈가 마력의 압력으로 살짝 거리를 벌린 뒤,

마력이 넘쳐 흐르는 오른손으로 테르막시아의 왼손을 잡는다.


“수고했어.”


잡히기 전부터 눈치챘다.

손에 담긴 건 자신이 품을 수 있는 마력의 총량을 아득히 뛰어넘는 마력.


“아······.”


뭘 하려는지 알고 온 정신을 집중해 마력을 흡수하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궤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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