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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님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축구천재가 유망주를 키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블라님
그림/삽화
료망
작품등록일 :
2024.03.25 14:27
최근연재일 :
2024.05.02 23:0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5,686
추천수 :
1,589
글자수 :
184,841

작성
24.04.26 18:30
조회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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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11쪽

29화. 독일은 좋은 비료. (1)

DUMMY

2027년, 새해가 밝았다.


“음. 춥군.”


이제 막 14세가 된 소년의 새해 감상.

나이치고는 굉장히 무미건조했지만, 이시윤이라 오히려 더 잘 어울렸다.


“엄청 추워, 형.”


옆에선 상일중학교 축구부에 당당히 합격한 이시후가 볼살을 떨었다.


“형, 오늘 새해 첫날이기도 하고, 또, 형 생일이잖아. 그, 그러니까 오늘은 조금 쉴까? 난 형을 위해서라면 하루쯤 쉬어도 괜찮아.”


이시후가 밑밥을 던져봤지만, 아직 그는 이시윤의 상대가 아니었다.


“잘됐네. 나도 괜찮거든. 자, 존나 추우니까, 존나 운동하자.”

“으앙!”


이시윤, 이시후 형제는 새해 첫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었다.


**

무난히 훈련만 하면서 보냈을 1월.

의외로 작은 이벤트가 하나 있었다.


[상일중학교 졸업식]


이제 2학년에 올라가는 이시윤하곤 별 상관은 없었으나, 그의 농작물 중 하나가 참가자였다.


“...시윤아.”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의 졸업생, 박민호.

그는 졸업 사진을 한 장쯤 같이 찍어달라는 부탁에 찾아온 이시윤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음. 귀찮긴 하지만, 사후 지원은 필요한 일이지.’


가전제품 판매대, 판매원의 마음가짐.

하지만, 이 엄동설한에 찾아와줬다는 것만으로도 박민호에겐 감동이었다.


“진짜 와줬네.”

“우리가 보통 사이인가요.”

“그렇지. 그렇지. 아, 근데 진짜 아쉽다. 고등학교가 멀어서, 이제 자주 보지 못할 거 같아.”


박민호는 지난해 상당히 주목을 받고, 국내리그 1부 팀의 산하 고등학교로 진학을 마치었다.

나이가 아직 어려 프로 계약은 없었지만, 곧 유소년 계약을 한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


남들 같았으면 대박이 나도 단단히 난 격이었다.


“뭐, 그렇게 아쉬우면 1년 꿇으시죠.”

“...그건 좀.”


잠깐 정색한 박민호.

그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선 말했다.


“큼큼. 아무튼, 최대한 시간 내서 주말 훈련에는 오도록 할 테니까.”

“귀찮으면 안 와도 돼요. 뒤처지는 민호 형만 손해니깐.”

“그걸 알아서 어떻게든 올 생각이야.”


박민호는 다른 부분은 몰라도, ‘개인 능력향상’, 이것만은 이시윤보다 나은 코치가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았다.


“좋아요. 좋아.”

“아, 그리고 내가 잠깐 생각해봤는데, 이참에 우리 단톡방이나 만들자.”

“오.”


상당히 괜찮은 제안이었다.

그간, 같은 축구부라 필요 없었는데.

이제는 원거리 연락 수단이 필요했다.


“좋네요. 대머리도 초대할게요.”


이시윤은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조작해 일당들을 초대했다.


[문어: 이거 뭐냐?

문어: 이시윤 너 또 장난치냐?

미누크: 형이야, 석찬아.

문어: 아, 형님. 충성. 충성.

빨강이: 충성은 개뿔. 건달패니?

문어: 메이드인 노스코리아, ㅎㅇ.

빨강이: 일없다.

엄마 둘째 아들: 안녕하세요···.]


단톡방은 순식간에 시끌버적해졌다.

하나같이 내놓으라는 축구 유망주였건만. 아직 애는 애였다.


“시윤아, 창민이는?”

“누구요?”

“...그, 대표팀 주장이었던.”

“아, 그놈.”


이시윤이 미간을 팍, 좁혔다.


“그놈은 왜요. 설마 이 단톡방에 초대하자는 헛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죠?”

“서, 설마. 하. 하하.”


멋쩍게 뒤통수를 긁는 박민호의 등에는 식은땀 한줄기가 흘렀다.


**

2월의 마지막 날. 어김없이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도중.


“야, 먼저 들어가.”


이시윤은 동생, 이시후를 먼저 보내고 발걸음을 틀었다.

타박타박, 왔던 길을 되돌아가니 익숙한 얼굴이 그를 반겼다.


“여전히 감이 좋네.”


유승호였다.


“꼬질꼬질한 아저씨가 느끼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눈치챘을걸요? 포돌이 부르지 않은 것을 감사히 여기세요.”

“하하. 그 입심도 여전히 좋네.”

“칭찬 감사해요. 그런데, 이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어떤 일로 오셨나요?”

“귀한 곳에 누추한 사람이 온 것이겠지. 따라와라. 서서 말하긴 다리가 아프다.”

“알겠어요.”


둘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함께 움직였다.


그렇게 카페라도 가나 싶었지만.

그들은 축구인.

초록색으로 뒤덮인 경기장이 보여야 대화할 장소로 어울렸다.

비록, 인조 잔디일지라도.


“상미초등학교로 돌아왔네요. 이럴 거면 아까 훈련할 때 나오시지.”

“동생이 있었으니까.”

“그렇네요.”


이시윤은 운동장 근처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읏차.”


유승호도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품에서 전자 담배를 꺼냈다.

액상형 전자 담배다.


쓰으읍. 푸우우.

행복한 표정으로 전자 담배의 입구를 쭉 빨고선 짙은 연기를 내뿜어냈다.

마치, 짙은 안개가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이시윤은 자기를 배려해 고개를 돌려 연기를 뿜는 모습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야. 신세대시네요.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은 그거 안 하지 않아요?”

“난 마음만은 20대야.”

“예, 예. 퍽 그러시겠죠. 그나저나, 니코틴 중독자일 줄 몰랐는데요. 시드니에서는 어떻게 참으셨어요?”

“그땐 감독이었으니 참았지.”


그렇다면 지금은 감독으로서 찾아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

이시윤은 그가 U17 감독이 아닌 유승호로서 왔음을 눈치챘다.


“그럼, 날도 추운데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죠.”

“좋아.”


다시 한번 연기를 뿜어낸 유승호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축협에서 6월쯤에 해외 단기 유학 프로그램을 시작할 거야.”

“아하. 그거요?”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제대로 축구를 배운 기회였던 좋은 취지의 사업.

하지만, 이번에는 모종의 냄새가 났다.

그것도 아주 구린, 음모의 냄새가.


‘시기가 공교로워.’


과거에서는 이시윤이 고등학교 1학년, 그러니까, 16세에 재개된 사업이었다.

즉, 2년이나 빨랐다.


‘U17 월드컵 멸망, 부정 선발을 무마하기 위한 수작이겠네.’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너무 대놓고 사기를 치는지라, 혐오스럽단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래서요?”

“목적지는 독일이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는 5명이 선발될 예정이야. 한자리는 특별전형이고.”

“뉴스에 나온 그놈 자리에요?”

“아니. 그 자리는 네 것이다.”


이시윤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누가 간대요?”

“...”

“혹시 유학을 보내준다면 ‘어이구 감사합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라며 탭댄스라도 출 줄 알았어요? 아니면 똥구멍이라도 좀 빨아드리라 생각했나. 아쉽게 됐네요. 전 축협 노친네들 엉덩이엔 파리 오줌만큼도 관심이 없어서. 구린내가 너무 나거든요.”


신랄한 조롱이 줄지어 튀어나왔다.

참을성이 많은 사람도 얼굴을 잔뜩 붉혔을 거센 비난.

그러나 유승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떡일 뿐이었다.


“그래도 가는 게 좋을 거다.”

“제가 뭐가 아쉬워서 그 노친네들 장단에 넘어가야 하죠? 갈 거면 진작에 라이프치히로 갔죠.”

“그 이야긴 들었다.”


유승호는 전자 담배를 다시금 흡입하고선 연기를 뿜었다. 달콤한 향기가 났다.


“그래서 난 확신이 생겼지.”

“뭔 확신이요?”

“넌 개인의 성공 말고도 다른 목적을 가졌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럼, 착각하셨네요. 전 존나게 제 성공만 바라고 있으니까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유망주를 키우고 최대한 국내 유소년 축구계에 머무는 것도.

모두 월드컵 우승이란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였으니까.

단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뭔가 베푸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뭐가 됐든, 넌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계를 키우려고 하고 있지.”

“글쎄요.”


이시윤은 딱 잡아 시치미 뗐다.

몸뚱이가 14세다 보니, 괜한 의심은 사양이었다.


“뭐,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건 처음이 중요하단 거지.”

“처음이라면?”

“이번 건이 성공하면, 사업은 점점 커질 테니까. 그리고 이미 그럴 계획이다.”

“그건 마음에 드네요.”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솔직히 한국은 축구를 배우기 더럽게 나쁜 환경이야.’


기반시설은 말해 입만 아팠다.

관심도 자체도 밑바닥이다.

그래서 선수들의 수준도 낮았고, 시장성이 없기에, 전문가들의 능력과 숫자도 부족했다.

축구로 입에 풀칠하기 힘든데 ‘전문가’를 지망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이런 황무지.

아니, 이런 방사능 오염지대에 종종 유럽의 거대 구단에서 뛰는 선수가 나오는 것은 대단히 용한 일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체감이 어렵겠지만.


‘그에 반해 독일은···.’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 이시윤은 독일의 축구 인프라만큼은 인정했다.


사방에 널려있는 잔디 운동장.

태어나서 걸을 수만 있으면 바로 시작하는 축구의 엄청난 인기.


일반 시민들도 교육을 받고 저연령대 유소년팀에서 코치를 맡을 정도다.

그것도 무보수로.


즉, 그들은 축구가 문화였다.

축구가 재밌어서 하다가, 잘해서 프로선수가 되는 그런 나라.


오죽하면, U13 리그가 3부리그까지 있겠는가. 심지어 승강제까지 있다.


‘이런 나라에 국내의 유망주들을 빨리, 많이 보낼 수만 있다면.’


축협에서 돈을 대주는 것이니 비용적인 문제도 없다.

분명, 국내의 많은 유망주에게 정말로 좋은 기회가 되겠지.

새로운 동기부여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믿어요? 제가 병신으로 보여요? 축협 말을 믿게?”


이건 뭐. 진짜 누굴 병신으로 보나.

사기 치려고 프로그램을 부활시킨 놈들을 어떻게 믿겠는가.


“나를 믿어라.”

“감독님을요? 감독님은 축협의 꼬붕이잖아요.”

“...단어 선택 좀.”


계속 침착했던 유승호의 얼굴이 드디어 와락 구겨졌다.


“그럼, 따가리? 아니다. 이거도 어감이 별로네요. 좋아요, 절충해서 하수인이라고 하죠.”

“그나마 듣기 좋네.”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젓는 유승호. 어질어질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전자 담배를 연거푸 세 번이나 깊게 빨고나서야 입술을 뗐다.


“아무튼. 딱히 부정하지 않겠다만, 축협의 감독이 아닌 나, 유승호를 믿어달라는 이야기다.”

“...더 신용이 없는데요.”


이시윤은 피식 웃으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유승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저,


‘4인 선발이라.’


키우는 농작물에 도움이 될지를 재고 있었다.

독일 유학이라면 보통 비료도 아닌 고급비료.

무조건 도움이 되는 일이다.

눈부신 급성장을 할지도 모른다.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처럼.


하지만, 독일 생활에 실패한다면?

애써 키운 새싹이 샛노랗게 썩어버릴지도 몰랐다.


‘타지 생활 적응은 둘째치더라도 좆같은 독일 놈들은 분명 있을 테니까.’


위험부담이 상당했다.

그만큼 해외 적응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따라가서 도와준다면 위험부담은 사라졌다.


이시윤은 독일어도 유창했고, 그들의 문화도 바싹했다.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비법도 많이 알았고.


단발성으로 끝날지라도 상당히 좋은 기회이긴 했다.


“누가 뽑히는지 봐서 결정할게요.”


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


“네 일당의 선발 여부를 보겠다?”

“아니요.”

“그럼?”

“축협의 공정함을 보는 거예요.”

“공정하게 심사해서 네 일당이 떨어지면?”


유승호의 말에 이시윤은 코웃음을 치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내가 키운 애들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아요. 절. 대. 로.”


확신보다 강한 믿음.

이것은 예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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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괴물 수비수의 등장. (1) +7 24.04.23 1,875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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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영향력. (4) +1 24.04.21 1,995 48 15쪽
23 23화. 영향력. (3) +4 24.04.19 2,015 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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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축구는 대범하게, 복수는 쪼잔하게. (1) +1 24.04.15 2,126 49 12쪽
18 18화. 이시윤 사단. (3) +1 24.04.13 2,180 48 12쪽
17 17화. 이시윤 사단. (2) +1 24.04.12 2,161 43 13쪽
16 16화. 이시윤 사단. (1) +3 24.04.11 2,255 47 14쪽
15 15화. 자극제. (6) +3 24.04.10 2,204 46 14쪽
14 14화. 자극제. (5) +1 24.04.09 2,214 44 12쪽
13 13화. 자극제. (4) +2 24.04.08 2,255 43 14쪽
12 12화. 자극제. (3) +1 24.04.07 2,271 47 13쪽
11 11화. 자극제. (2) +3 24.04.06 2,295 44 11쪽
10 10화. 자극제. (1) +1 24.04.05 2,372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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