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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님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축구천재가 유망주를 키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블라님
그림/삽화
료망
작품등록일 :
2024.03.25 14:27
최근연재일 :
2024.05.02 23:0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5,674
추천수 :
1,589
글자수 :
184,841

작성
24.04.05 18:30
조회
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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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1쪽

10화. 자극제. (1)

DUMMY

다음날, 오후.

이 씨 형제의 개인 훈련장으로 전락한 상미초등학교.

먼저 와서 구슬땀을 흘리는 인물은 바로, 이시후였다.


“헉. 헉. 헉.”


한 달 전, 고도 비만이었던 초등학생.

이제는 농담으로도 ‘돼지’라고는 못할 만큼 살이 쪽 빠졌다.


엄격한 식단관리와 강도 높은 기초체력 훈련. 그리고 본인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한 달 동안 무려 9kg을 뺐으니.

신진대사가 빠른 어린 나이라 할지라도 그 노력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읏차. 잠깐 쉬자.”


푸르륵. 이시후는 세차게 얼굴을 흔들어 땀을 털어내었다. 살이 빠졌음에도 건재한 볼살이 파르르 떨리며 중국 견종, 차우차우의 모습을 만들었다.


“어? 형이다.”


그때, 이시윤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늘 보던 날카롭고 광포한 눈초리.

덕분에 이시후는 누가 물어보면 언제나 형이 가장 무섭다고 말했으나,


“헉.”


곧이어 형의 뒤에서 얼굴을 내비친 존재가 1위로 올라섰다.


쭉 찢어진 눈이 무척이나 표독스러워 보이는 밤톨머리. 12년 일생 저토록 무섭게 생긴 사람은 처음 봤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흉악해도 되냐는 의문이 들 정도.


‘저, 저게 중학교에 올라가면 있다던 일진!’


사람보고 저게 라니. 인류가 아니라 완전 괴물 취급이다.


‘설마, 혀, 형이 잡힌 거야?’


이시후는 잔뜩 겁을 먹었지만, 그만큼이나 형이 걱정되었다.

이시윤의 성격은 그도 잘 아는바.

괜히 덤볐다가 깡패들에게 붙들린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 어쩌지?’


이시후의 잘 움직이지 않던 뇌세포들이 모처럼 완전히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두뇌풀가동.


억겁 같은 찰나의 시간 동안 이시후는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형을 구하자!’


운동해서 자신감도 붙었겠다, 형을 깡패에게서 멋지게 구해내고 칭찬받는 그림이 그려졌다.


게다가 형을 구해주면 형이 하루 정도는 훈련을 빼주고 뷔페에 데려가 줄지도 몰랐다. 요즘 들어 위장이 지방을 갈구했는데, 마침 잘되었다.


‘좋아.’


결심을 굳힌 이시후. 두 다리에 힘을 잔뜩 모으고선 이시윤과 깡패가 운동장에 들어오길 기다렸다.


잽싸게 달려가서 깡패에게 날아 차기를 먹여줄 심산이었다.


“어, 시후야. 소개해 줄···.”

“혀, 형! 내가 구해줄게!”

“엉?”


이시윤은 차금철을 소개해주려다 말고 얼굴을 와락 구겼다.

마치,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고라니를 발견한 표정이었다.


“이얍!”


이시후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펄쩍 뛰었다. 그런데, 마침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차. 달리는 법은 배웠어도 점프하는 법은 아직 못 배웠지.


뒤늦게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꼈으나 이미 늦었다.


콰당.

얼마 날아오르지도 못하고 뛰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코가 깨졌는지, 쌍코피가 줄줄 흘렀다.


“우으···.”


낑낑거리며 간신히 고개를 들자, 이시윤과 차금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아새끼, 아는 사람이네?”


얼이 빠진 차금철이 묻자 이시윤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아니. 모르는 애야.”


이시윤은 냉정했다.


**

시간은 또다시 흘러 어느덧 3월 중순에 도착했다.

3월 중순. 전반기 대회의 시작.

대회의 시작이 다가오며 축구부는 평소와는 다른 묘한 긴장감에 빠졌다.


아직 감독에게 건의하지 못한 이시윤의 U15 대회 기용 때문이었다.


“주장이 총대 메자.”

“민호야 가자.”

“선이니시 걸면 호응해줌.”


축구부 3학년생들이 주장인 박민호의 어깨를 밀었다.

감독이 무서워 계속 미뤄왔으나 선수등록이 곧 끝이라 이제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면승부다.


“진짜 호응 해라.”


박민호가 재차 요구하자 3학년생들은 비장하게 말했다.


“믿어라. 앞점멸 박아줌.”

“궁 박는다. R키 반쯤 눌렀어.”

“난 이미 유미임.”


모 유명게임의 협곡에서 만난 듯한 비장감이 흘렀다.


“후우. 좋아. 간다.”


박민호는 깊은 심호흡과 함께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감독에게 다가갔고,


“뭐라는 거야?! 이 새끼야!”


빠르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야, 미쳤어? 네가 감독이야? 주장 달았다고 기어오르는 거야? 주장 딱지 바로 떼줘?”


침을 튀기며 격분하는 김강희의 위세에 박민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빨리 호응해라.’


슬쩍 뒤를 흘겨보며 눈동자를 바쁘게 굴렸지만, 혈맹을 맺었던 친구들은 먼 산만 바라볼 뿐. 마치, 솔로 랭크게임의 그것과 같았다.


‘개새끼들···.’


이가 절로 갈렸다.

믿은 내가 병신이지. 속으로 친구들의 욕을 연발하며 후회를 반복할 때쯤.

의외의 구원자가 나타났다.


“감독님!”


이시윤이 손을 번쩍 들며 감독의 이목을 돌렸다.


“저는 뛰어도 괜찮아요.”

“어떤 놈이···. 아니, 시윤이잖아?”


악귀 같던 김강희의 표정이 순식간에 온화한 부처로 변했다.


“시윤아, 약속했잖아. U14 뛰기로.”

“그랬죠. 그러니 U14도 뛰고, U15도 뛸게요. 두 대회 전부 가능해요.”

“잘 몰라서 그런가 본데, 선수등록 규정이 있어. 설명하자면 말이야.”


이시윤은 잘 모르면서 가르치려는 김강희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


“감독님. 예전 규정은 모르겠지만, 중복 등록에 관한 규정은 없어요. 그리고 나이는 초과자에 관한 규정만 있더라고요.”

“응? 정말이냐?”

“네. 어제 읽어봤어요.”

“잠깐만.”


김강희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조작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 진짜네. 언제 바뀌었지? 하지만, 그래도 안 된다.”

“어째서죠?”

“넌 아직 어려. 몸이 덜 성장했는데, 여러 대회를 뛰면 크게 다친다.”


이거는 일리가 있었다.

이시윤은 이제 겨우 13세.

아직 몸이 덜 여물어 무리하면 영구적인 후유증이 생길지도 몰랐다.


물론, 이에 대한 해결책도 이시윤은 가지고 있었다.


“필요할 때만 경기장에 나서면 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지고 있을 때 교체로 들어간다거나. 혹은 본선 토너먼트에서만 뛴다거나. 이러면 문제없죠.”


명안이었다.

심지어 김강희의 미친 경력 욕심에도 제대로 부합했다.


‘토너먼트만 뛰게 해서, 우승을 시키면? 3학년 놈들이 더 좋은 학교로 가겠군.’


김강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온 힘을 쏟아냈다. 역시, 이시윤은 복덩이였다.


“큼큼. 그럼 뭐, 당사자도 원하는 일이니까는 어쩔 수 없네. 너희들의 우승하고 싶단 마음을 감독으로서, 한 사람의 축구인으로서 외면하기 힘들었는데, 참 다행이야.”

“...”

“...”

“...”


모두의 안색이 싸늘해졌지만, 기분이 무척 좋은 김강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3월 말, 드디어 U15 대회가 시작되었다. 축구협회에서 주최하는 전국대회.

지역별로 예선전 1위나 1, 2위가 본선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방식이었다.


상일중학교가 자리를 잡은 지역구는 축구부가 많은 동네. 2위까지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자! 지역 예선은 쉽게 통과하자.”


김강희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하게 말하지 않았다. 지역 예선전 따위. 이 축구부에선 최소 10년 동안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이를 증명하듯 상일중학교 축구부는 쾌속 진격을 거듭하며 연이은 승리를 따내었다.


방구석 여포랄까. 전국대회 우승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지만, 지역 예선에서만큼은 무적함대였다.


덕분에 이시윤은 편하게 유망주들을 찾아낼 시간을 얻어냈다. 아쉽게도, 쓸만한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동네가 축구를 못 하네.’


팀이 승리할수록 표정이 어두워지는 아이러니.


‘춘천으로 이사가야할까.’


춘천이라 하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골잡이였던 토트넘의 전설이 태어난 도시. 로또를 사도 1등이 나온 곳에서 찍어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었다.


물론, 농담이긴 했으나 그만큼 재능이 보이지 않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도 두 명은 구했으니까.’


이시윤은 이시후와 차금철을 떠올렸다.

이시후는 체중감량을 끝내고 드디어 기본기 훈련에 돌입.

예상했던 대로 축구에 대한 재능이 있었다.

특히나 공을 뺏는 재능은 이시윤도 상당히 놀라워할 정도.


잘만 키운다면 중앙수비수는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로의 성장까지 기대해봄 직했다.


‘북한산은···.’


차금철은 기본기와 함께 가장 중요한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다.

그것은 바로, 체중증가.

그쪽 출신이라고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말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애초에 뼈대가 제법 큰 편이라 점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골격을 늘릴 순 없으니까.’


자고로,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선천적인 것은 세계적인 감독이 와도 손쓸 방법이 없었다.


“그래, 때려! 그렇지!”

“와아! 나이스 슛! 민호 선배!”

“본선 가즈아!”


본선 진출을 확정 짓는 골이 터졌음에도 이시윤의 머릿속엔 둘의 성장 방향만이 가득했다.


**

지역 예선 1, 2위가 정해졌다.

1위는 이시윤의 상일 중학교, 2위는 박석현 감독의 상동 중학교였다.


1위인 상일중학교야, 모두가 예상하던 바였지만, 2위인 상동중학교의 비상은 관계자들을 상당히 놀라게 했다.


“창부 3년 만에 본선? 뭐야? 거기에 쓸만한 유망주라도 나왔나? 박석현 감독이야 눈 하나는 기막히니까. 초등부에서 대어를 건졌나 보네.”

“아니요. 이번 신입생들은 선수명단에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러면?”

“김창민 아시죠? 그 녀석 포텐이 아주 제대로 터졌던데요.”


김창민. 두 달 전쯤 이시윤에게 혼쭐이 나고 정신을 차린 유망주.

그는 이시윤이란 에베레스트산 같은 벽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시윤이 보여줬던 손에 잡힐 듯 절대 잡히지 않던 지고한 경지.

그러나 김창민은 계속해서 손을 뻗었고 덕분에 실력이 미친 듯이 상승했다.

이번 지역 예선에서 MVP에 뽑힐 만큼.


“이야. 박석현 감독 좋겠네.”

“신이 났던데요. 자기가 키운 보석이라고. 곧 프로구단이나 유럽으로 보내겠다고 호언장담하더라고요.”

“캬. 노났네! 노났어.”

“그러니깐요. 심지어 인성도 좋더라고요. 칭찬하는 말에, ‘나 같은 건 평범한 소시민일 뿐. 노력만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하더라고요.”

“크게 될 놈이야.”

“맞아요.”


김창민의 평가는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그의 변화를 본의 아니게 진행했던 이시윤은,


“이 친군 뭐야? 1학년을 등록했네? 그 김강희 감독이랑은 어울리지 않는데?”

“월반을 2단계나 할 천재거나, 김 감독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준 부모의 자식이거나. 둘 중 하나겠죠.”

“그럼, 후자겠네. 한 경기도 나오지 않았으니.”

“빌어먹을 세상. 돈이 다야.”


아직 지역구에서만 조금 유명할 뿐.

전국구에서는 무명에 가까웠기에 생긴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인식은 곧 바뀔 예정이었다.


상일 중학교의 본선 무대 첫 상대.

중학 축구 삼대장 중 하나,

매봉중학교.


작년에도 상일중학교를 탈락시켰던 강호의 등장에 김강희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시윤아. 다음 경기 준비해라.”

“벌써요? 알았어요.”


이시윤의 전국구 데뷔가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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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이시윤 사단. (1) +3 24.04.11 2,255 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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