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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님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축구천재가 유망주를 키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블라님
그림/삽화
료망
작품등록일 :
2024.03.25 14:27
최근연재일 :
2024.05.02 23:0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5,665
추천수 :
1,589
글자수 :
184,841

작성
24.03.29 18:30
조회
3,621
추천
46
글자
9쪽

2화. DNA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

DUMMY

“익숙한 천장이다···.”


돌아온 자의 특권과도 같은 말을 본능적으로 중얼거린 이시윤. 그는 곧바로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을 쥐고선 날짜를 확인했다.


2026년.

정확히 20년 전으로 돌아왔다.


‘중학교 1학년이겠군.’


한국 나이로 14살.

만 나이로 13살.

생일이 1월 1일이라 계산은 쉬웠다.


‘13살이라.’


이시윤은 어려진 몸을 살펴보니 만족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비만 오면 시큰거리는 고통을 안겨줬던 발목의 수술 자국도 없었고, 그냥 온몸에 힘이 펄펄 났다.

이 상태로라면 프로레벨의 경기에서도 90분 내내 뛰어다닐 자신이 생길 정도.

역시 젊은 것이 최고다.


‘확실히, 끝물이었어.’


덕분에 죽기 전의 몸 상태가 얼마나 별로였는지도 뼈저리게 와닿았다.


“씨발.”


그래서 분통이 터졌다.


“내 마지막 기회였는데, 그걸 날려? 죽었다 살아났는데도 열받네.”


33세. 4번째 월드컵.

정말 마지막 기회였다.

다음 기회 따윈 없었다.

외부에서도 다음 월드컵은 불가능하리라 논평했으며,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졌다.

전반에만 2골을 넣어줬는데도 졌다.

후반에만 4골을 헌납했다.


겨우 2점 앞서있다고.

44년 만의 홈그라운드라고.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 방심하던 10명의 머저리 때문에 졌다.


남 탓이라고 하기엔, 이시윤은 8강 경기까지 포함 12골이나 넣었다.

단일 대회 최다 득점이 13골이었으니, 더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후우.”


진정하자. 이러다가 고혈압으로 죽은 놈이 회귀하자마자 고혈압으로 빠르게 사출될지도 몰랐다. 고작 13세에.


이번에는 더 웃기게 죽었다며, 다시 한번 회귀시켜줄 리는 없잖은가. 진정할 필요가 있었다.


“후우.”


이시윤은 침대에 앉아 심호흡했다.

마치 무협지의 무림 고수들이 내공심법을 연마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자, 곧바로 사고의 속도를 올렸다.


‘이번에야말로 업적작 끝낸다.’


업적작, 업적 작업.

그가 정한 업적이란, 유럽 5대 리그와 유럽대항전의 모든 우승컵, 개인 수상을 받고 월드컵을 우승하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거의 모든 업적을 달성했다. 그놈의 월드컵이 문제긴 했지만.

가히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불리어도 될 경지다.


그러나, 이시윤은 역대에 언급되긴 했어도 최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월드컵 우승도 없는 선수가 역사상 최고의 선수, GOAT로 불릴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할 수 있을까?’


좋지 않은 사고만 없다면, 예전의 실력을 되찾는 일은 시간문제.

실력으론 월드컵 우승팀의 ‘에이스’로서는 남부럽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팀이었다.

월드컵이니 나라가 문제였다.


한국. 대한민국.

이 나라는 답이 없었다.


하기야, 최상위 리그에서 최상급에 속하던 선수들이 전방, 중앙, 후방에 하나씩 있었음에도 아시안컵 하나 우승 못 하는 나라였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무튼, 축구는 동료가 10명이나 존재하는 팀 스포츠였고, 혼자만의 힘으로는 월드컵 우승은 불가능했다.


‘우루과이, 아니. 덴마크 정도 수준만 됐어도···.’


그렇다고 귀화할 생각은 먼지 한 톨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애국심처럼 숭고한 마음은 아니다.


이시윤은 ‘애국하면 폐지 줍고 매국하면 건물줍니다.’라는 말에 무척이나 공감하는 인간. 애국심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일까?

왜 귀화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본다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자존심 문제다.’


그렇다. 난도가 높다고 등을 돌리고 도망가는 겁쟁이는 사절이었다.

축구를 때려치웠으면 치웠지.

도망만은 못 간다.


어리석어 보일 만큼의 자존심.

그러나, 그 자존심이 그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만들기도 했다.


‘어떻게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더욱 실력을 갈고닦아서?

유럽을 아주 잘근잘근 씹어먹던 최고 전성기, 29세에 참가했던 2042년 월드컵은 고작 16강이었는데?


물론, 그때보다 더 잘할 방도는 몇몇 개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홀로 이 나라에서 우승하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이 없었다.


‘남은 방법은 하나.’


혼자가 어렵다면 둘.

둘이 어렵다면 셋.

셋도 불안하다면 넷.


‘그래, 쓸만한 놈 잡아서 키우자.’


이시윤, 13세.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불가능에 도전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

이시윤의 가정은 제법 부유했다.

도시 한복판에 단아한 단독주택을 직접 지었을 정도. 상류층의 벽은 훨씬 높았기에, 부유한 중산층이라 말할 수 있었다.


아무튼, 같은 동네 사람들처럼 적당히 부유한 평범한 가정이었으나, 조금 특이한 점이 존재했다.

그 존재는 바로,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한국인이 아니었다.

그녀의 원래 국적은 아르헨티나.

아버지가 사업차 아르헨티나에 갔다가 인연이 닿았다.


요컨대, 이시윤은 혼혈이라는 뜻이다.

정확히는 어머니도 아시안 혼혈이었으니 1/4 정도 메스티소의 피가 흘렀다.


그리고 그 피가 세계 최고의 밑바탕이 되어주었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었다.


‘아무도 없나?’


현재는 2월의 평일.

생각을 마치고 방을 나서자 썰렁한 기운이 몸을 덮쳐왔다.


아버지, 이민수는 일하러 갔을 테고.

어머니, 발렌티나는 마트라도 갔는지 부재중이다.


물론, 이시윤은 누가 있든 없든 관심이 없었다. 돌아가시기라도 했으면 찾아봤겠지만, 20년 후에도 행복하게 잘 사시니까.


‘아무도 없진 않구나.’


주방 옆의 작은방.

동생 놈의 방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빌어먹을 혈육이다.


‘썩을 놈.’


동생을 떠올리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 쌍놈의 새끼.

훗날 ‘이시윤’이란 이름을 팔아 스포츠 회사를 차리고선 사고를 제대로 쳤다.

양아치들과 어울려 스캠코인인지 뭔지를 팔려다가 걸려서 감옥까지 가는 인간이다.


‘60억쯤 됐나.’


그때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금액이다.

뭐, 60억쯤이야. 당시 이미 발롱도르를 받았던 이시윤에겐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개소리를 미친 듯이 짖어대던 언론들을 생각하자면.

절로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솔직히 당장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 반병신으로 만들고 싶었다. 미래에 사고 치지 못하게.


‘참자. 참아.’


초인적인 인내심을 가지고 무시하고 지나가려 할 때쯤.


덜컥.

방문이 열렸다.


“어? 형?! 어, 어디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집에 있어?”


동생, 이시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끔뻑였다.

매우 운이 없는 녀석이다.

조금만 늦게 나왔더라면 얼굴을 보고 다시금 분노가 폭발한 이시윤을 피했을 텐데. 마침 게임 하면서 마시던 탄산음료가 바닥나버렸다.


“야, 돼지.”

“왜, 왜 그래?”

“이리 와봐.”


이시윤이 손가락을 까닥거렸고 이시후는 고개를 떠듬떠듬 내저었다.


“시, 싫어. 화났잖아.”

“어떻게 알았지?”

“맨날 화나 있잖아.”


아, 그랬지. 잊고 있던 과거가 오랜만에 떠올랐다.


“지금 오면 10대만 때릴게.”

“여, 열 대? 안 가면?”

“뒤질 때까지 때릴게.”

“...가, 갈게.”


이시후는 형이 한 말은 지키는 인간임을 알았다. 12년간 몸으로 체득해뒀다.


“내, 내가 정확히 셀 거야. 열 대 넘기지 마. 알겠지? 형?”


두툼한 눈덩이를 꼬옥 닫고 이를 앙다물며 고개를 떨궜다. 포동포동한 몸이 두려움 때문에 파들파들 떨렸다.

이래저래 상당히 안쓰러운 모습이다.


“잠깐.”


이시윤은 주먹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드디어 그도 철이 든 걸까?

하기야. 나이가 33세다.

한국 나이로는 34살. 아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장성한 나이다.


저런 어린아이에게 폭력을 쓰면 역효과만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 법했다.


‘쟤도 우리 엄마 아들이잖아?’


형제애 따위는 아니다.


‘그럼, 쓸만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DNA는 거짓말을 안 해.’


역시나. 사람은 죽기 전에 변한다는데, 이시윤은 죽었다가 살아나도 변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의 생각은 이랬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는 자신과 비슷한 DNA라면, 축구선수로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자마자 행동으로 옮겼다.

주먹 대신 손과 손바닥으로.

동생의 몸을 여기저기 만져댔다.


형과 동생의 장난이라기보단, 도축업자가 고기 등급 판별하는 느낌의 장면이 얼마쯤 펼쳐졌을 때쯤.


‘확실히 몸은 좋아.’


이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살에 파묻혀있긴 하지만, 유연한 근육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신장도 충분하다.

미래에는 이시윤보다 10cm는 더 컸다.


“야, 따라와.”

“어, 어디가?”

“운동장.”


형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함께 무언갈 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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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동쪽에서 온 악마들. (3) +3 24.05.01 1,382 50 12쪽
32 32화. 동쪽에서 온 악마들. (2) 24.04.29 1,454 47 12쪽
31 31화. 동쪽에서 온 악마들. (1) +4 24.04.28 1,552 43 12쪽
30 30화. 독일은 좋은 비료. (2) +2 24.04.27 1,603 45 12쪽
29 29화. 독일은 좋은 비료. (1) +1 24.04.26 1,687 45 11쪽
28 28화. 괴물 수비수의 등장. (3) +2 24.04.25 1,755 49 12쪽
27 27화. 괴물 수비수의 등장. (2) +3 24.04.24 1,768 45 13쪽
26 26화. 괴물 수비수의 등장. (1) +7 24.04.23 1,874 43 12쪽
25 25화. 영향력. (5) +2 24.04.22 1,950 47 15쪽
24 24화. 영향력. (4) +1 24.04.21 1,994 48 15쪽
23 23화. 영향력. (3) +4 24.04.19 2,015 51 12쪽
22 22화. 영향력. (2) +4 24.04.18 2,037 49 14쪽
21 21화. 영향력. (1) 24.04.17 2,103 48 13쪽
20 20화. 축구는 대범하게, 복수는 쪼잔하게. (2) +3 24.04.16 2,075 43 14쪽
19 19화. 축구는 대범하게, 복수는 쪼잔하게. (1) +1 24.04.15 2,126 49 12쪽
18 18화. 이시윤 사단. (3) +1 24.04.13 2,180 48 12쪽
17 17화. 이시윤 사단. (2) +1 24.04.12 2,161 43 13쪽
16 16화. 이시윤 사단. (1) +3 24.04.11 2,254 47 14쪽
15 15화. 자극제. (6) +3 24.04.10 2,204 46 14쪽
14 14화. 자극제. (5) +1 24.04.09 2,214 44 12쪽
13 13화. 자극제. (4) +2 24.04.08 2,254 43 14쪽
12 12화. 자극제. (3) +1 24.04.07 2,271 47 13쪽
11 11화. 자극제. (2) +3 24.04.06 2,294 44 11쪽
10 10화. 자극제. (1) +1 24.04.05 2,371 43 11쪽
9 9화. 또 다른 재능. (2) +1 24.04.04 2,440 39 10쪽
8 8화. 또 다른 재능. (1) +3 24.04.03 2,497 47 14쪽
7 7화. 오늘부터 왼발잡이. (2) +1 24.04.02 2,583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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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DNA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 +6 24.03.29 3,042 54 9쪽
» 2화. DNA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 +4 24.03.29 3,622 4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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