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블라님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축구천재가 유망주를 키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블라님
그림/삽화
료망
작품등록일 :
2024.03.25 14:27
최근연재일 :
2024.05.02 23:0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5,663
추천수 :
1,589
글자수 :
184,841

작성
24.03.31 19:30
조회
2,763
추천
54
글자
10쪽

5화. 재능이 뭔지 알려주마. (2)

DUMMY

중학교 1학년이 중학교 3학년과 함께 연습 시합을 한다? 정상적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성인이면 몰라도 한참 성장기인 나이의 2년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으니까.

신체적으로 상대조차 어렵다.


하지만 박석현은 이시윤의 제안을 승낙했다. 그로서는 여러모로 손해를 볼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창민. 재능은 있는데, 요즘 조금 방만해졌지.’


김창민. 포지션은 중앙 공격수.


박석현이 학원 아카데미에서 중학교의 신생 축구부 감독으로 적을 옮기면서 발굴한 선수다.


초등부 때부터 눈여겨봤었고, 상당히 공을 들여 학교로 데려온 수준급의 재능. 그 기대에 맞게 월반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으나, 병에 걸려버렸다.


유망주로서, 아니, 모든 운동선수가 두려워하는 질병.

바로, 자만이란 난치의 병이었다.


‘이해는 한다. 벌써 프로축구팀의 유소년팀인 학교에서 입학 제안이 왔으니.’


아직 개학도 하지 않은 2월이었거늘.

벌써 고등부의 만남이 잦았다.

덕분에 김창민은 자만했고.


방금처럼 하라는 훈련은 하지도 않고 자기를 따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왕 놀이를 즐겼다.


당연히 여러 번 주의를 시켰지만, 듣는 시늉만 했을 뿐. 소용이 없었다.


‘싹수가 노래.’


반짝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유망주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는 사실을 박석현은 굉장히 잘 알았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수도 없는 노릇.

진학이라도 잘 시켜놔야지 본인의 경력으로 남는 세계다.


‘운이 좋았어. 이시윤, 저 싹수는 없지만, 재능만은 역대급인 천재가 만병통치약이 될지도 모른다.’


훈련을 거절해서 실망했는데, 알아서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다.

요컨대, 이시윤이란 압도적인 재능을 자만이란 난치병의 치료제로 쓸 기회였다. 그것도 공짜로.


‘가능성은 반반이다.’


2년이란 세월 차이.

쉽지 않다.

오히려 이시윤이 꺾일지도 몰랐다.


물론, 이 경우에도 박석현으로선 손해를 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어린 녀석의 콧대가 한풀 꺾이겠지. 덤으로 김창민의 주가는 오르겠고.’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중, 고등학교 축구부의 관계자들에겐 이시윤은 스타였다.


그런 그를 김창민이 누른다면, 자만으로 성장이 멈추어도 좋은 곳으로의 진학은 확실했다.


덤으로 이시윤에게도 무리한 부탁을 들어줬다는 빚을 남길 수 있었고.


이래저래 그에게는 갑자기 찾아온 행복한 사건이었다. 마치, 길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주운 것처럼.


**

이시윤은 가져온 축구화를 신고 인조 잔디의 위에 덤덤히 섰다.


바로 앞에선 김창민이 내려다보면서 얕잡아보는 미소를 지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연륜의 힘을 빌려 인내심이라던지 평정심 따위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길에서 못생긴 도둑고양이가 흘겨봤다고 기분이 나쁘던가? 전혀 아니다.

이시윤은 그저 이런 감각이었다.


“자, 시작한다! 20분이다!”


박석현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선공은 이시윤의 B팀.

하지만 이시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동네 산책 나온 것처럼 천천히 이리저리 걸었을 뿐. 공격수라는 역할에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다 이유가 존재했다.


‘야, 쟤 공 주지 마.’

‘창민이 형한테 개기네?’

‘재수 없는 새끼.’


B팀의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시윤은 없는 사람 취급했기 때문이다.

하기야, 왕처럼 군림하던 김창민에게 덤빈 외부인을 좋게 볼 이유가 없었다.


‘역시는 역시군.’


절로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떻게 이리도 예상을 벗어나지를 않는지. 애나 어른이나 사람은 사람인가.

과거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서 예측하기 너무나도 쉬웠다.


독일의 도르트문트 시절에도 인종차별과 함께 겪었던 일이었고, 이탈리아의 AC밀란에서도 겪은 일이라 오히려 반가웠다.


그래도, 두 클럽의 선수들은 재능이라도 있었지. 이것들은 재능도 없고 대가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애송이들이지 않은가.


요컨대, 이건 축구가 아니었다. 그저 애송이들의 공놀이였을 뿐.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해주면 그만이다.


‘시작해볼까.’


5분여쯤 슬슬 경기장을 거닐던 이시윤은 눈빛을 빛냈다.


전방에서 튕기는 공.

수준 낮은 경합.

이후 흘러나온 공을 어설프게 소유하는 같은 B팀의 애송이.


지금이다. 그는 먹잇감을 노리던 맹수처럼 잽싸게 달려들어 공을 뺏어냈다.


“야! 뭐해! 이시윤! 왜 같은 팀 공을 뺏어?! 제정신이야?!”


뒤에서 박석현의 경악이 들려왔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달려드는 A팀의 애송이 하나를 연체동물 같은 스텝 오버로 쉽게 벗어내고 속도를 올려 10여 미터쯤 전진.


-뻥.


그대로 골문을 향해서 높은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슈르르르르르르륵.


맹렬히 회전하는 공.

전성기에 비하면 회전수도 훨씬 적고 너무나도 느렸지만,


-철썩.


오른쪽 ‘야신존’에 빨려 들어갔다.

골대와 30m 거리에서 터진 무시무시한 중거리 슛이었다.


“미친···.”

“뭐, 뭐야?”

“뽀, 뽀록인가?”


애송이들은 모두 눈을 비볐고,


“맙소사.”


박석현은 입을 떡 벌렸으며,


“우와, 형 멋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시후마저도 마냥 좋다고 손뼉을 쳤다.


“뭐해? 빨리 킥오프 안 해?”


오직 한 사람만이 시큰둥했다.


**

다음 골도 시작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팀의 공을 또다시 강탈한 이시윤은 조금 색다른 맛을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전에는 킥에 대한 재능을 보여줬다면 이제 드리블의 재능을 보여줄 차례다.


아군 진영에서 시작.

하나는 다시 한번 브라질인 같은 유연한 스텝 오버로 녹여버렸다.


이번에는 둘이 덤벼든다.

나름대로 훈련받은 듯한 티는 났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다.

남대문처럼 훨쩍 열린 수비와 수비의 틈 사이를 물 흐르는 듯한 ‘라 크로케타’로 돌파했다.


이니에스타가 떠오를 만큼 훌륭한 기술의 완성도였다. 본인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쫓아!”


뒤에서 녹아버린 애송이들이 쫓아왔지만, 거리는 점점 더 벌어졌을 뿐.


이제 신경 쓸 존재는 앞에서 잔뜩 긴장한 중앙수비수 하나 남았다.


주춤주춤, 게걸음을 치며 기회를 노리는 애송이.


이시윤은 속도를 죽이지 않으며 상체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동시에 오른발도 오른쪽으로 쭉 뻗으며 공을 바깥쪽으로 건드렸다.


누가 보아도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겠지’라고 확신할 순간.


이시윤의 발에서 마법이 일어났다.


바깥쪽으로 향하던 공이 순식간에 안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닌가.

보고도 믿지 못할 장면.


이것이 바로, ‘외계인’ 호나우지뉴의 대표적인 기술이었던 플립 플랩이었다.


엄청난 탄력과 밸런스, 발끝의 감각이 없으면 혼자 연습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난이도 극상의 기술!


이 미친 기술을 이시윤은 너무나도 완벽하고 태연하게 사용했다.


-콰당.


얼마나 완벽했는지, 오른쪽 페인트에 속아버린 애송이가 넘어져 버렸다.


-툭. 철썩.


튀어나온 골키퍼의 머리카락을 슬쩍 건드리는 낮고 예리한 칩슛으로 마무리까지.


수준이 달랐다.

토끼무리에 사자, 아니. 티라노사우루스가 나타난 격이었다.


“...”


모두가 숨죽였다.

또한 경기의 양상이 변했다.

패스 한번 하지 않던 애송이들은 어떻게든 이시윤에게 한 번이라도 더 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한 번 더 보고 싶어.’

‘진짜 미쳤다.’

‘게임 같아.’


못된 버릇을 보여줬지만, 이 애송이들도 기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소년들. 화면에서나 보던 멋진 장면을 또 보고 싶다는 욕망을 참을 순 없었다.


어느덧 공놀이에서 축구로 변한 경기.

이제야 이시윤은 같은 팀의 공을 뺏지도 않고 패스도 넣어주며 한 팀이 되었다.


‘축구는 이래야지.’


이시윤은 항상 이랬다.

불평불만이나 훈계 없이 이렇게, 실력으로 바꿔왔다. 사실, 실력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이 세계에선.


“이제야 재능이 뭔지 알겠어? 네가 가진 그 알량한 건 재능 축에도 못 낀다.”


두 번 연속으로 김창민의 알을 깐 이시윤이 오만하게 말하는 것을 끝으로, 경기는 종료되었다.


**

‘내가 알던 이시윤이 맞나?’


박석현은 20분의 짧은 경기가 끝난 지 한참이 되었어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시윤이 보여준 플레이란.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꿈과 같은 장면의 연속이었다.


‘원래도 잘하는 아이였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 아니지. 저 나이에 저런 플레이부터가 말이 안 돼. 마치···.’


정상급 리그에서 닳고 닳은 세계적인 선수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베테랑 선수가 어린이의 몸에 빙의라도 한듯했다.


물론, 단순히 멋진 개인기로 멋진 골을 넣는 모습만 보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했어. 분명히.’


B팀은 상대적으로 약팀이었다.

정확히는 후보 선수들만 있었다.

그런데, 이시윤이 직접 넣은 골을 제외해도 B팀이 경기에서 이겨버렸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애들을 원거리로 조종하는 듯했어.’


이것만 해도 믿기지 않는 일인데, 이시윤의 원래 포지션은 중앙 공격수였다.


‘천재다. 그냥 천재야. 한국 축구 역사에 다시없을 천재.’


박석현의 팔뚝에선 자기도 모르게 닭살이 올라왔다.

그냥, 소름이 돋았다.

이 천재가 이루어낼 미래를 생각하자 불혹을 넘은 나이임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아! 빌어먹을! 어떻게든 우리 학교로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단순히, 집에서 너무 멀다고 거절한 이시윤이 원망스러워지는 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역대급 축구천재가 유망주를 키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내드립니다...! 24.05.17 64 0 -
공지 제목 변경 안내. '역대급 축구천재가 유망주를 키움'으로 변경합니다. 24.04.29 700 0 -
34 34화. 동쪽에서 온 악마들. (4) +6 24.05.02 1,322 48 13쪽
33 33화. 동쪽에서 온 악마들. (3) +3 24.05.01 1,382 50 12쪽
32 32화. 동쪽에서 온 악마들. (2) 24.04.29 1,454 47 12쪽
31 31화. 동쪽에서 온 악마들. (1) +4 24.04.28 1,552 43 12쪽
30 30화. 독일은 좋은 비료. (2) +2 24.04.27 1,603 45 12쪽
29 29화. 독일은 좋은 비료. (1) +1 24.04.26 1,687 45 11쪽
28 28화. 괴물 수비수의 등장. (3) +2 24.04.25 1,755 49 12쪽
27 27화. 괴물 수비수의 등장. (2) +3 24.04.24 1,768 45 13쪽
26 26화. 괴물 수비수의 등장. (1) +7 24.04.23 1,874 43 12쪽
25 25화. 영향력. (5) +2 24.04.22 1,949 47 15쪽
24 24화. 영향력. (4) +1 24.04.21 1,994 48 15쪽
23 23화. 영향력. (3) +4 24.04.19 2,015 51 12쪽
22 22화. 영향력. (2) +4 24.04.18 2,037 49 14쪽
21 21화. 영향력. (1) 24.04.17 2,103 48 13쪽
20 20화. 축구는 대범하게, 복수는 쪼잔하게. (2) +3 24.04.16 2,075 43 14쪽
19 19화. 축구는 대범하게, 복수는 쪼잔하게. (1) +1 24.04.15 2,126 49 12쪽
18 18화. 이시윤 사단. (3) +1 24.04.13 2,180 48 12쪽
17 17화. 이시윤 사단. (2) +1 24.04.12 2,161 43 13쪽
16 16화. 이시윤 사단. (1) +3 24.04.11 2,254 47 14쪽
15 15화. 자극제. (6) +3 24.04.10 2,204 46 14쪽
14 14화. 자극제. (5) +1 24.04.09 2,214 44 12쪽
13 13화. 자극제. (4) +2 24.04.08 2,254 43 14쪽
12 12화. 자극제. (3) +1 24.04.07 2,271 47 13쪽
11 11화. 자극제. (2) +3 24.04.06 2,294 44 11쪽
10 10화. 자극제. (1) +1 24.04.05 2,371 43 11쪽
9 9화. 또 다른 재능. (2) +1 24.04.04 2,440 39 10쪽
8 8화. 또 다른 재능. (1) +3 24.04.03 2,497 47 14쪽
7 7화. 오늘부터 왼발잡이. (2) +1 24.04.02 2,583 43 12쪽
6 6화. 오늘부터 왼발잡이. (1) +1 24.04.01 2,685 50 10쪽
» 5화. 재능이 뭔지 알려주마. (2) +3 24.03.31 2,764 54 10쪽
4 4화. 재능이 뭔지 알려주마. (1) +1 24.03.30 2,937 53 13쪽
3 3화. DNA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 +6 24.03.29 3,042 54 9쪽
2 2화. DNA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 +4 24.03.29 3,621 46 9쪽
1 1화. 프롤로그. +12 24.03.29 4,161 48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