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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님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축구천재가 유망주를 키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블라님
그림/삽화
료망
작품등록일 :
2024.03.25 14:27
최근연재일 :
2024.05.02 23:05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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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66
추천수 :
1,589
글자수 :
184,841

작성
24.04.06 18:00
조회
2,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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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11쪽

11화. 자극제. (2)

DUMMY

이시윤의 아버지, 이민수는 요즘 무척 기분이 좋았다.


성격에 문제가 있던 첫째 아들놈도 꽤 유순해졌으며 떠올리기만 해도 걱정스럽던 둘째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했다.


사업에 바빠서 자식놈들의 교육을 잘못시켰나, 후회도 했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띠롱.

한참 싱글벙글 웃으며 사장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쯤.

가족 단톡방에 알림이 떴다.


-저 이번 금요일에 경기 나가요.

-정말? 엄마가 응원하러 갈게!

-형 나도 가도 돼?

-넌 무조건 와라. 걸어서 오면 더 좋고.

-참. 시윤이는 동생을 잘 챙기네.


첫째 아들놈의 경기 출장소식에 가족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으랴! 바로 그거지!”


이민수는 자기도 모르게 사장의 체통도 던져버리고 환호했다.

아들의 재능을 믿어 의심친 않았으나, 이렇게 큰 대회에 출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연령제한이 2살이나 높은 U15에서!


그간 아들이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을 망상했건만. 그놈의 지랄 같은 성격 머리 때문에 대회출전을 자제했는데, 그것도 이제 끝이었다.


-아빠도 응원간다.

-여보. 금요일 오전이래요.

-아. 이런.

-아빠! 내가 영통으로 보여줄까?

-아빠가 보고 있다고 상상할게요.


제기랄. 빌어먹을. 망할.

이민수는 자기도 모르게 험한 단어들을 연달아 내뱉었다.

심지어 평일을 껴서 대회를 진행하는 협회에 대한 적대감마저 생겼다.


‘아들의 첫 전국대회를 놓칠 순 없다.’


사장이니 쉬고 싶을 때 쉬어도 되겠지만, 그것은 이민수의 신념과는 어긋나는 일. 같이 회사를 키워나가는 직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한가지 뿐.


“이번 주 금요일 회사 휴무입니다!”


이민수는 사장실 문을 박차고 나가며 외쳤고,


“오오오오오!”

“사장님! 사장님! 사장님!”

“충성! 충성! 충성!”


환호 소리 때문에 무슨 일인가 싶어 옹기종기 모였던 직원들이 만세를 외쳤다.


“물론, 예정에 없던 휴무인 만큼 모두 유급 처리를 하겠습니다.”

“뼈를 묻겠습니다!”

“또한 응원하러 오는 직원에게는 아들놈이 넣은 한 골당 10만 원씩 보너스를 지급하겠습니다!”

“어···?!”


열 명 남짓한 직원들이 너무 좋은 기회라 몸이 굳어버렸다.


난데없는 유급 휴가도 하늘이 내린 선물이었는데, 예정에도 없던 보너스를 탈 기회가 생겼다? 오늘이 크리스마스던가?


“...응원하러 와줄 사람 없어요?”


갑자기 조용해지자 이민수는 조금 실망했다. 평소엔 개좆이 아니라 가족 같은 회사라고 생각했거늘.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싶었다.


“아, 아니에요.”


너무 좋은 제안에 잠시 굳어버렸던 직원들의 몸이 드디어 풀렸다.


“무조건 참가합니다! ”

“사장님, 전 보너스 때문이 아니라 원래 축구를 좋아합니다!”

“저 20년 차 해외 축구팬입니다.”

“이번 기회에 입문해볼게요!”


직원들이 너무 좋아하자 이민수도 덩달아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몰랐다.

이시윤이 몇 골이나 넣을지를.


**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이시윤의 일과는 똑같았다.

수업 시간은 휴식 시간.

점심시간은 식단 시간.

축구부에선 적당히 체력훈련 위주로.

학교에서 할 일이 끝나면 모아둔 녀석들과 개인 훈련을 하던가,


“음. 여기도 쓸만한 놈이 없네.”


이렇게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축구 경기를 직관했다.

이 동네의 초중고를 싹싹 돌아다니며 찾아봤지만, 결과는 이렇듯 영 신통치 않았다.


“야. 너 뭐하냐?”


갑자기 한 남자가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행색이 조금 독특하다.


짙은 선글라스와 훤칠한 키, 멋들어진 턱수염 덕분에 패션계 종사자의 냄새를 풍겼다. 혹은 연예인일지도?


물론, 연장자에 대한 존경심이 갯강구의 눈보다 작은 이시윤이 반응할 리는 없었다.

귀조차 움찔거리지 않고 하던 일이나 계속할 뿐. 완전 투명 인간 취급이다.


“야, 귓구멍에 공구리 쳤어?”


어디선가 이시윤이 했던 말도,


“뭐하냐고. 궁금하다. 너무 궁금해. 난 궁금한 거 있으면 죽는 병 있는데. 나 죽으면 너 살인자임.”


정신이 아득해지는 개소리를 던져도,


“어? 저기 팬티만 입은 여자다!”


사내라면 척수반사로 눈이 절로 돌아갈 거짓말을 해봐도 반응이 없었다.

그야말로, 요지부동.

장판파에서 홀로 조조의 대군을 맞이하던 장비의 기개가 뿜어졌다.


하지만, 불청객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에겐 포기란 배추 셀 때나 세는 단어.

이 정도는 별거 아니었다.


“야, 형이 말하면 들어주라.”


쫑긋. 드디어 이시윤의 귀가 움찔거렸다. 지성이면 감천은 아니었고,


“형이요? 머리에 총 맞았어요?”


이건 뭐. 회귀 전에도 형이라고 불렀을 나이뻘인 인간이 형이라니. 참을 수가 없었다.


“오. 드디어 반응이 왔네.”

“아저씨 촉법소년이라고 아세요?”

“알지.”

“촉법소년 맛 좀 보실래요?”

“아니.”


이시윤의 살벌한 협박에 남자는 주춤주춤,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렇다고 도망가지는 않았다.

그림자를 이용해 슬쩍슬쩍 신경을 건드리며 자꾸 기웃거렸다.

그렇게 얼마쯤 지나자 남자는 다시금 슬쩍 말을 걸었다.


“허벅지 근육이 제법 괜찮네.”

“...”


이 새끼 변탠가? 싶을 때쯤.


“전체적인 몸 균형도 좋고. 너 제법 공 좀 차는구나?”

“...”

“왼발은 이제 막 연습하기 시작한 거 같은데, 너라면 곧잘 쓰겠다.”

“무슨 소리예요? 전 왼발잡인데요.”


이시윤이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이런 이시윤의 마음을 눈치챈 듯 남자는 실실 웃었다.


“근육이 오른발잡이라고 외치는데? 게다가 보통 왼발잡이는 그 자세에서 왼발로 공을 밟지.”

“...좋은 조언 감사하네요.”


이시윤은 공을 왼발로 옮겼다.

동시에 자꾸 귀찮게 굴던 남자에게 흥미가 생겼다. 이상한 놈인 것 같지만, 축구를 좀 아는 놈이 분명했다.


“야, 조언해줬으니까 너도 말해줘. 지금 뭐 하냐?”

“보면 몰라요? 쓸 만한 놈 찾고 있죠.”

“오. 그럼 그 평가 좀 보자.”

“봐도 별거 없는데. 뭐, 보세요.”


순순히 스카우트 노트를 건네주었다.

왼발잡이 코스프레를 왜 하는지 물어보지 않은 보답이었다.


[1번-분리수거 가능.

2번-분리수거 가능.

3번-일반.

4번-일반.

5번-...]


남자는 씨익 웃었다.

그가 생각했던 평가와 똑같았다.

다소 거칠긴 했지만.


“눈이 좋구나?”

“그럼요.”

“근데 쓰레기로 비유는 좀.”


표현의 과격함을 지적하자 이시윤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반문했다.


“아저씨. 아저씨네 아들이 5억을 빌려 가서 도박에 깡그리 탕진하는 놈이면 뭐라고 부르겠어요?”

“쌍놈의 후레자식. 혹은 쓰레기.”

“이제 설명됐죠?”

“음. 인정.”


남자는 바로 승복했다.

이시윤이 언급한 5억이란 액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축구에 들어가는 금액임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야. 넌 왜 쓸만한 놈을 찾고 있는데?”

“월드컵에서 우승하려고요.”

“그거 멋진데?”


남자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제법 말이 통하는 아저씨였네요.”

“난 낭만파거든.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더 좋은 방법도 알고 있지.”

“...진짜요?”


이시윤이 미간을 좁혔다.


“전 남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재능을 찾아서 키워주는 길이 유일하다고 보는데요. 천재 혼자선 우승하지 못하니까.”

“그렇지. 하지만, 너무 느려. 나였으면 한 가지 더 추가할 거야. ”


남자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선 말을 이었다.


“기준점이 될 거야.”

“기준점?”

“그래. 다르게 말하면 ‘자극제’지.”


남자의 방법은 이랬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업계의 정점에 서서 유망주의 숫자, 그 자체를 늘리는 것이다. 숫자가 많아질수록 좋은 선수의 머릿수도 많아질 테니까.


“일리가 있네요.”

“넌 역시 좀 아는구나? 사실 인류는 말이야, 소수의 천재가 제시한 방향으로 걷고 있거든. 이쪽 업계도 마찬가지. 엄청난 천재 한 명이 나오면 너도나도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할걸?”

“그럼 지금 바로 해외로?”

“그것도 아니지. 전제조건은 까다로워. 국내리그를 점령하고 유럽으로 넘어가 그곳도 점령해야 해.”

“왜요?”

“해외 축구 연수는 비싸니까.”


해외 축구 유학은 형편이 어느 정도 좋아야 도전할 수 있는 법.

요컨대, 남자는 훨씬 접근성이 좋은 ‘국내에서 나온 천재.’를 말한 것이다.


“벌이가 어려워도 국내라면. 내 아들도 도전할 수 있지 않겠냐는 환상. 이것을 공략해야지.”

“부모를 공략하라? 좋네요.”

“게다가 기존의 유망주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겠지. 한 명의 위대한 천재는 수많은 수재와 범재에게 영감이란 선물을 내릴 테니. 하하.”


말을 마치며 시원하게 웃는 남자.

이시윤은 이 남자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이런 발상은 범인들은 절대 할 수 없음을 알았다.


“아저씨 누구예요?”

“형이라고 하면 알려줄게.”

“몰라도 되겠네요.”


이시윤은 곧바로 관심을 끊었다.

저 아저씨에게 죽어도 형이라는 소리는 하기 싫었다.


“그런데 말이야.”


시원하게 웃던 남자는 조금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그런 선수가 될 순 있고?”


조금 전까지 헤실거리던 남자는 온데간데없었다. 선글라스 너머에선 전신을 샅샅이 훑어보는 냉정한 눈빛이 느껴졌다. 같은 사람인가 믿기지 않은 차디찬 모습.


보통 13세였다면, 그 냉엄한 태도에 입술도 제대로 떼지 못했겠지만,


“흥. 전 이미 그런 선수예요.”


이시윤은 보통이 아니었다.


**

볼 거 없었던 경기가 끝나고 이시윤은 운동장에 들어가 곧바로 프리킥 훈련을 시작했다.


골대를 향해 왼발 프리킥.


촤아악. 상당히 날카롭게 꺾여져 들어갔지만 아쉽게도 살짝 빗나갔다.


“하.”


이시윤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오른발로 하면 쉬운데.’


간만에 오른발을 한번 써보고 싶어졌다. 주변에 보는 사람도 없고, 감각은 계속 유지하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후우.”


짧게 숨을 고르고,


-뻥!


왼발과는 차원이 다른 회전수와 힘을 자랑하는 킥이 뿜어졌다.


-텅!

시원하게 상단 골대를 맞추고 나오는 강력한 프리킥.

아쉽게도 골대를 맞췄나 싶었지만, 이시윤은 튕겨 나온 공을 잡지 않고 바깥 발로 다시금 후렸다.


-텅!

다시금 상단 골대를 맞추고 공이 튕겨 나왔고,


-텅!

이번에는 인스텝킥으로 바로 차서 상단 골대를 강타했다.


-텅!

이어서 인프런트킥으로 적중,


-텅!

춤사위 같은 바이시클킥으로 마무리.


통통통. 골대에 온몸을 강타당한 공이 힘없이 굴렀다.


‘이게 안 되네. 이게.’


이시윤은 왼발을 찰싹 때리며 성질을 잔뜩 냈다.


스포츠용품 TV 광고로 써도 충분한 미친 장면을 만들어 낸 인간의 태도가 아니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장례식에 쓸 영상 하나 만들었다고 기뻐했을 텐데.

이시윤은 그저 이렇게 하지 못하는 왼발이 미울 뿐이었다.


“휴. 침착하자. 언젠간 되겠지.”


슬금슬금 공을 챙겨 집으로 향하는 이시윤. 그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에 만났던 수상한 남자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자극제라. 괜찮네.’


애들 놀이터여서 적당히 뛰려 했는데.

조금 계획을 수정하기로 마음먹은 이시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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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이시윤 사단. (3) +1 24.04.13 2,180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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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이시윤 사단. (1) +3 24.04.11 2,254 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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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자극제. (5) +1 24.04.09 2,214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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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자극제. (3) +1 24.04.07 2,271 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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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자극제. (1) +1 24.04.05 2,371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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