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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님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축구천재가 유망주를 키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블라님
그림/삽화
료망
작품등록일 :
2024.03.25 14:27
최근연재일 :
2024.05.02 23:0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75,677
추천수 :
1,589
글자수 :
184,841

작성
24.04.01 19:30
조회
2,685
추천
50
글자
10쪽

6화. 오늘부터 왼발잡이. (1)

DUMMY

“창민아, 왔어? 밥 뭐 해줄까?”


어머니의 다정한 말을 무시한 김창민은 방으로 직행했다.


짐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쳤다.

그리곤 방안의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자세를 본다고 사뒀던 거울.

그 거울엔 열심히 자세를 연습하던 재능있던 소년은 더는 없었다.


말 꼬랑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서 잔뜩 멋을 낸 평범한 소년이 있었을 뿐.


“씨발.”


김창민은 굳게 믿었었다.

자신은 재능이 있다고.

분명 프로선수로 성공해서 멋진 삶을 누리며 부모님께 효도할 거라고.


하지만, 그 자만과 방종은 조금 전,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한 연하의 소년에게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말도 안 돼.”


믿기지 않았다.

종종 초등부에 엄청난 천재가 있다는 소문을 듣긴 했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이야.

신체적으로도 훌륭했으며 기술적인 완성도는 이미 프로선수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적어도 그의 눈으로 봤을 땐.


아무튼, 그냥 차원이 달랐다.

자신이 가진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녀석이 가진 재능에 비해서는 자신은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씨발.”


질투는 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높은 벽이어서 부럽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부끄러웠다.

한 줌도 되지 않는 재능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나대던 과거가 너무나도 부끄러워 숨고만 싶었다.


-쾅!


김창민은 거울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재능도 없이 오만했던 녀석에게 주먹을 날렸다.


거울이 깨지며 손이 베였다.

뚝뚝, 피가 흘렀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차라리 아팠으면 좋았을 텐데.

부끄러움이 조금이라도 사라지게끔.


“그만···. 둘까?”


이시윤이란 약이 너무 과했던 걸까.

박석현이 기대했던 것처럼 자만이란 병은 나았지만, 좌절이란 새로운 병이 찾아왔다.


더 높은 재능이란 벽.

사실, 프로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프로라면 늘 겪는 일이다.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들과 부대끼며 한 걸음 한 걸음 그들을 쫓아가는 여정.

이것이 프로의 세계였다.


그리고 이것을 해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는 해변의 모래알처럼 많았다.


‘난 안 될 거야.’


김창민도 그렇게 사라지는 선수 중 하나가 되려는 그 순간.


“창민아! 무슨 소리야? 뭐 떨어뜨렸어? 다치진 않았지? 무슨 일 있었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잠가 둬서 들어오진 못했지만, 끊임없이 말을 걸며 걱정하는 존재.


“힘든 일 있으면 말해. 엄마는 언제나 창민이 편이니까.”


이 존재가 있었기에 김창민은 여기서 무릎을 꿇고 낙오자가 될 순 없었다.


“괘, 괜찮아요.”


김창민. 과거이자 미래에선 자만으로 인한 정체기와 몸 관리 부실로 인한 부상으로 소리 없이 사라졌던 이름 없는 유망주였지만,


“전, 정말 괜찮아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시 제대로 해볼게요.”


운명이 바뀌었다.


**

시간은 흘러 3월, 개학일이 다가왔다.

이시윤이 다니는 중학교는 집에서 제일 가깝고 운동장에 인조 잔디가 깔린 상일중학교였다.


오랜만에 모교에 등교하는 경험이라 두근거릴 만도 했지만, 이시윤은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불편해.’


20년 만에 입은 교복이 문제였다.

선수 시절에도 정장 입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던지라. 아무래도 운동복이 그는 가장 편하고 좋았다.


아무튼, 불편함을 꾹 참고 반에 들어서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친한 것 같으면서도 어색한 학기 초의 분위기. 마치 대표팀 소집일의 첫날과 비슷한 냄새였다.


“쟤, 이시윤이지?”

“응, 축구 천재,”

“미리 친해질까?”


자신을 알아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기억나는 몇몇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다가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관계란 성가시다.’


이시윤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올라서면서 관계의 귀찮음을 뼈저리게 느꼈었다.

유명하고 돈이 많다고, 동창의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친척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정도로 관계에 시달렸다.


물론, 거절하면 그만이긴 했다.

그런데, 거절하면 어느새 인터넷에선 지인으로 위장한 그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가뜩이나 더럽고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말이 많던 이시윤에겐 정말로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저기, 왼쪽 눈 밑에 점 있는 애?”

“소문대로 잘생겼네.”

“키도 커.”

“인스타 물어볼까?”


여학생들이 외모를 품평했지만, 이것도 신경을 쓸 일이 아니었다.

다른 이유를 다 떠나서 고작 13세짜리 아니던가. 이시윤은 아청법을 위반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음은 물론이고, 여자로 보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과거 약혼까지 갔다가 파혼했던 경험 덕분에 여자라면 질색을 했다.


‘그냥 조용히, 죽은 듯이 살자.’


아무 관계도 만들지 말고.

무채색으로 조용히, 축구 실력이나 키우면서 학창 생활을 보낼 예정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학급에 스며든 이시윤. 제법 반가웠던 담임선생님을 만나기도 했고, 어느새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그는 챙겨온 도시락으로 홀로 밥을 챙겨 먹고 곧바로 운동장으로 향했다.

연습,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쓸만한 놈이 있나 보기 위해서였다.


“야! 패스해!”

“호우!”

“호기견 꺼지시고.”

“응, 상암충.”


운동장은 이미 공을 차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2, 3학년들이 대부분이다.

1학년들은 아직 친해지지도 않아서 공을 차러 나오긴 시기상조였다.


‘쓸만한 놈이 없네.’


쓱 둘러보던 이시윤은 짧게 혀를 찼다.

혹시라도 자기 재능을 모르고 썩어가는 녀석을 기대했건만. 아무리 봐도 자기 재능은 자신이 잘 아는 녀석들만 한가득했다.


‘시후 녀석 말고도 최소 셋은 더 있어야 하는데.’


많이는 바라지 않았다.

딱, 프리미어 리그의 중위권에서 주전을 먹을 정도의 재능이면 된다.

음, 너무 많이 바라는 것일지도.


“어, 시윤아. 애들 축구 보냐?”


이시윤이 조금 실망한 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려고 할 때쯤.

상일 중학교의 축구부 감독인 김강희가 그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입학 전에 한번 만나봤던 사이였기에 이시윤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네, 잠깐 구경하고 있었어요.”

“왜? 심심해서?”

“쓸 만한 놈 있나 없나 보려고요.”


이시윤의 덤덤한 말투에 김강희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뭐, 네가 보기엔 다 별로겠지. 석현이 형님이 그러더라. 너 김창민을 아예 발라버렸다면서?”

“그냥 놀아준 거죠.”

“자식. 2살 많은 형을 어떻게 그렇게 혼내 줄 수 있냐? 아무튼, 김창민한테도 잘됐어.”

“왜요?”

“머리 빡빡 밀고 다시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고. 고맙다고 전해달래. 석현이 선배가.”


이시윤은 그 노랑머리의 말 꼬랑지를 잠깐 떠올리고선 바로 머릿속에서 치웠다.


“그냥 제 성질을 못 이긴 거예요.”

“하하. 그럼 됐고. 아, 그리고 저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편하게 말씀하세요.”

“뭐, 네 실력이야, 지금도 U15 대회에 나갈 수 있겠지만, 1년만 좀 양보해주자. 선배들한테.”


그놈의 진학에 묶인 학원 축구.

재능이 있는 유망주라도 어지간하면 월반하지 못하는 족쇄.


U14처럼 진학에 상관없는 저학년의 대회도 있긴 했다.


하지만, 유럽의 명문 구단들이 괜히 어린 선수들을 잠깐이라도 1군에 데뷔시키겠는가. 좀 더 수준 높은 대회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어린 선수들에겐 최고의 보약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진학에 묶인 학원 축구는 유망주의 성장에 독이었다.


‘이해 못 할 건 아니긴 하지.’


진학이란 아이의 미래가 달린 것.

축구로 밥을 벌어먹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했다.


게다가 비용 문제까지. 명문 축구부를 가진 학교나, 프로팀의 산하 축구부는 비용이 그나마 덜 들었다.


유명한 사설 축구 교실은 너무 비쌌고 프로팀의 유소년팀은 너무 경쟁률이 심했다.


요컨대, 대한민국 사정에 최적화된 시스템이었다. 인기는 많았으나, 국가대표만 인기가 많은 스포츠였으니까.


“상관없어요.”


이시윤은 김강희 감독의 제안을 선선히 수락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성격이 성격인지라.

괜히 어린 나이부터 과도한 관심을 받다가 구설에 오르는 일을 막기 위한 부모님의 대책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이유가 달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쁘다.’


이시후의 훈련, 유망주 발굴.

13세 중학생이 해야 할 일로는 억만 광년 떨어져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여기에 더해서 예전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한 특별 훈련까지.


어차피 U15 수준에서 배울 것들은 이미 다 가지고 있어서 이시윤에게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고맙다. 시윤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는데.”

“뭘요. 저도 그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아는걸요.”

“하하. 자식. 기특하네.”


김강희는 이시윤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상당히 기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속마음은 조금 놀랐다.


‘성격 더럽다고 하던데. 나이를 먹고 얌전해진 건가?’


너무 순순히 허락하자 조금 찝찝할 정도였다.


“큼큼. 그럼 이야기는 됐고. 포지션 문제 말인데, 어디 뛰고 싶어?”


학원 축구는 에이스를 중심으로 팀을 만들어 성적에 집중하는 편이다.

즉, 에이스가 제일 잘하는 위치에 맞게 다른 부원들의 포지션을 조정했다.


“수비 쪽 빼고 아무 곳이나 편하신 대로 하세요.”

“그러냐? 참, 정말 고마운걸.”


김강희는 어찌나 좋았는지 입이 쭉 찢어졌다.


가장 잘하는 선수가 아무 데나 상관없다면, 두 번째, 세 번째로 잘하는 선수를 원하는 포지션에 넣을 수 있는바. 결국 팀의 전체적인 전력 강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덤으로 잘하는 학생이 포지션에서 밀려서 어색한 자리로 가지 않아도 됐고.

이래저래 경사가 난 격이다.


“그럼, 시윤이, 네가 오른발잡이였지?”


형식상의 물음. 이미 보고서를 여러 번 숙지해서 오른발잡이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응?”


김강희는 귀를 후비며 되물었다.

청각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오늘부터 왼발잡이에요.”

“응?!”


오늘부터 왼발잡이라고?

아, 그렇구나. 잠깐. 근데, 그게, 마음먹기에 따라 바뀌던가?

싱글벙글 미소 짓던 얼굴 그대로 굳어버린 김강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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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이시윤 사단. (3) +1 24.04.13 2,180 48 12쪽
17 17화. 이시윤 사단. (2) +1 24.04.12 2,161 43 13쪽
16 16화. 이시윤 사단. (1) +3 24.04.11 2,255 47 14쪽
15 15화. 자극제. (6) +3 24.04.10 2,204 46 14쪽
14 14화. 자극제. (5) +1 24.04.09 2,214 44 12쪽
13 13화. 자극제. (4) +2 24.04.08 2,255 4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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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자극제. (1) +1 24.04.05 2,372 43 11쪽
9 9화. 또 다른 재능. (2) +1 24.04.04 2,440 3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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