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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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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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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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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3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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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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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냥 1편

DUMMY

연회에 초대한다는 볼루프 후작의 서신을 받고 몇 시간 뒤. 아델라는 하녀들과 함께 성 주위를 거닐고 있었다.

“나도 가고 싶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헤브.

헤브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은 당연하게도 후작의 연회. 조금 전 열린 회의에 의해 아델라가 연회에 참석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것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인원 모두가 초대를 받아들이지 말 것을 권했다. 심지어 아델라 본인도 그런 귀찮고 피곤할 것만 같은 일에 참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가 하면, 원인은 버스터였다. 버스터가 후작은 요주의 인물이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직접 확인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아델라는 내키지 않았지만 버스터가 그것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 이상 딱 잘라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아델라는 한창 반대 의견을 쏟아내는 봉신들에게 초대에 응하겠다는 발언으로 순식간에 회의를 끝내버렸다.

물론 몇몇, 특히 브롤드는 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델라는 듣지 않았다.

“영주님. 근데 왜 연회에는 간다고 하셨어요? 영주님은 그런 곳 싫어하실 것 같은데.”

잠시 조금 전의 회의 장면을 회상하던 아델라가 미네의 제법 날카로운 질문에 정신을 차렸다.

하녀들이 보기에 아델라는 심심해하더라도 혼자 있는 것을 선호했지 결코 다른 귀족들이 모이는 곳에 일부러 찾아갈만한 성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델라가 보통의 여자아이들처럼 기사들에게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하녀들이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어....”

진실은 고양이가 시켜서 가는 것이었지만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아델라는 곧 당당하게 대답했다.

“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후작님이 초대해주신 거니까! 가봐야겠지!”

여태까지 공작과 황제라는, 아득한 신분차이를 가진 사람들과 이런저런 일이 벌어져 둔감해질 수도 있지만 후작도 보통의 백작과 비교하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할 존재였다. 백작위를 두 개 이상 보유했다면 더더욱.

“후작님이 그 정도로 힘이 센 분이셨구나....”

자신의 말에 하녀들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델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아직 그러한 현실감각을 잃지 않은 덕분에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자작님이 브레이트 남작님이랑 후작님 흉보시던...읍읍!”

“그런 얘기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귀족의 사생활을 거리낌 없이 밝히려는 미네의 입을 미아가 황급히 막았다. 이 모습을 보며 아델라는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면 주변에 꼭 미네가 있는지 살피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천천히 성 주변을 거닐던 아델라가 연병장을 지나가자 익숙한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벨르와 베르너였다. 커다란 나무통을 옆으로 눕혀 굴리는 벨르를 베르너가 계속 따라다니며 뭔가를 열심히 말하고 있었다.

“부탁할게! 제발!”

“...싫다. 자꾸 귀찮게 하지 마.”

베르너가 뭔가를 부탁하면 벨르가 그것을 거절하며 이야기가 끝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저게 뭐하는 거야?”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아델라가 물었고 곧 미네가 대답했다.

“베르너님이 벨르님에게 뭘 해달라고 조르시는 것 같은데요?”

“...그거 말고.”

그거야 딱 보면 알 수 있었다. 아델라가 알고 싶은 것은 벨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 벨르님이라면 갑옷을 손질하고 계시는 걸 거예요.”

녹이 슨 사슬갑옷을 커다란 통에 모래 등을 넣고 이리저리 굴리면 녹이 다 벗겨진다고 한다.

역시나 믿음직한 미아의 대답에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럼....”

‘이제 갈까’라고 말하려던 아델라가 말을 멈췄다.

두 기사를 지나쳐 산책을 마저 하려는 자신과는 달리 하녀들의 시선은 대화 중인 두 기사에게 집중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델라가 산책을 다시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하녀들이 눈치 채고 몸을 돌리긴 했으나 시선은 여전히 기사들에게 고정된 상태였다.

성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가십거리인 그녀들에게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음 같아선 그냥 가까이 가서 엿듣고 싶지만 산책 중인 아델라를 두고 가기도, 대화 중인 기사들에게 함부로 접근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델라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이미 미아를 제외한 두 사람은 그리되는 것을 바라는 눈빛으로 아델라와 기사들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하아....”

아델라는 하는 수 없이 기사들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실, 베르너와 엮이면 귀찮아질 것 같아 그냥 가려고 했던 것이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딱 한 번만! 답례는 꼭 할게!”

“차라리 재상께 부탁을...헛!”

나무통을 굴리던 벨르가 다가오는 아델라를 확인하자마자 차려 자세로 섰다.

이미 회의 전에도 마주쳤기 때문에 인사를 생략한 것인데, 반면 꽤나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베르너는 갑자기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고는 아델라의 왼손을 살며시 쥔 채 손등에 입을 맞췄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자신이 설마 이런 식의 인사를, 그것도 남자에게 받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델라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 하하...그, 래. 고, 고마워.”

차마 자신을 걱정해주는 상대에게 침을 뱉을 수는 없었던 아델라는 억지로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반면 뒤에 있던 하녀들은 기사에게 정중한 인사를 받은 아델라를 부러워하는 눈치였지만 반대로 벨르는 표정이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델라도 자신이 그와 비슷한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걱정했으나 베르너의 싱글벙글한 얼굴을 보니 다행히 자제에 성공한 듯했다.

물론, 아델라가 간신히 표정관리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베르너는 마냥 기쁜 듯 입을 열었다.

“마침 영주님과 이렇게 만나 뵈었으니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후작님의 연회에 데려가주십시오!”

그런 부탁을 왜 벨르에게 하고 있었던 건지 잠시 의아해하던 아델라는 곧 뭔가를 눈치 채고는 벨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한테 이걸 전해달라고 부탁받고 있던 거야?”

“보고 계셨습니까.”

벨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베르너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영주님께 직접 말씀 드리고 싶었는데, 자작님이 영주님께서 큰 충격을 받으셨을 테니 당분간 방문을 자제하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특히 저를 노려보시면서 절대 가지 말라고 하시는 바람에.”

그런 부탁은 자신에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보려던 아델라는 급히 말을 삼켰다. 브롤드에게 제대로 찍힌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째 영주가 그런 일을 겪었는데 브롤드와 벨르, 주교 등 영지의 주요인물 몇 명과 하녀 세 사람 말고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토너먼트에서 우승해 그 영광을 영주님께 바치고 싶습니다!”

아델라가 깨달음에 신음을 흘리고 있을 무렵, 그것이 자신을 데려 가야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베르너는 한참이나 자신이 얼마나 연회에 가고 싶은지, 왜 가야하는지 떠들기 시작했다.

“다른 귀족들에게도 할데란트에 저 같은 훌륭한 기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주님, 부디!”

자기애가 넘치는 그 발언에 아델라가 당혹해하고 있던 도중, 벨르가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안 됩니다. 오히려 영주님의 평판만 나빠질 겁니다.”

“에헤이!”

베르너는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이라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제지하려했지만 벨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귀족 아가씨들을 만나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영주님께 우승의 영광을 바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벨르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우승할 수 있을지는 둘째 치더라도 분명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만나면 영주님이 아니라 그 아가씨에게 우승의 영광을 바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내, 내가 영주님이 계시는데 그럴 리 없잖아!”

이미 말을 더듬는 시점에서 전혀 설득력 없는 소리였다.

베르너의 관심을 받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아델라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 것을 느낀 베르너는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어, 어떻게 하면 제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믿어주시겠습니까!”

사실 브롤드에게 연회에 기사를 몇 명 데려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왕 친분이 있는 베르너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는 나은 부분도 분명 있으니.

하지만 이제 와서 덥석 동행을 허락하는 것도 꺼림칙했다. 베르너를 데려 갈만한 이유를 만들고 싶었던 아델라는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곧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힘차게 명령했다.

“내가 재미있어할 만한 놀이를 찾아와!”


그 사건이 벌어진지 2주가 다 되어가지만 아직 브롤드는 아델라의 수업을 다시 시작하게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차라리 그런 수업이라도 있었다면 심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주교의 수업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결코 없었으나 지루한 것도 사실.

애초에 조금 전 산책 역시 며칠간 침대에 누워만 있던 아델라가 견디지 못하고 바깥으로 나온 상황이니 어찌 보면 아델라가 그런 요구를 떠올리는 것도 당연했다.

“허허, 정말 오래간만이군요.”

잘 빠진 갈색 말을 탄 브롤드가 기쁜 듯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칠흑색 말 위에 앉아있는 아델라가 보였다.

하지만 아델라의 표정은 브롤드와는 대조적으로 좋지 못했는데, 이유는 현재 벌어진 상황덕분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베르너에게 즐길만한 놀이로 ‘사냥’을 추천받은 아델라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델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실수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베르너와 하녀들이 사냥을 나갈 준비에 착수하자마자 완전무장한 병사들이 하나둘 연병장에 모이기 시작해 순식간에 수 십 명이 대열을 갖추었다.

게다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브롤드와 헤링, 브레이트, 경비대장인 베터까지 뒤이어 모습을 드러내었다.

물론 아델라와 사냥에 동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현재 도시 근처에 있는 숲에 브롤드 등 주교를 제외한 영지의 주요 인물들과 벨르, 베르너와 같은 기사들, 그리고 수 십 명의 병사들까지 도합 100여명의 가까운 인원들이 떼거지로 몰려왔다.

“변경백께서도 종종 사냥을 나가시곤....”

옆에서는 과거를 회상중인 브롤드가 열심히 뭔가를 말했지만 아델라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베르너의 제안에 따라 사냥을 한 번 해보겠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 커져버리는 현재 상황에 대해 어이없어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알았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그냥 몇 명 정도만 숲으로 나가 활로 사슴 따위를 잡는 일을 상상했던 아델라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주교님도 나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저런 추억들을 열거하던 브롤드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델라는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귀를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주교님께선 요즘 기운이 없어 보이시던데. 어디 편찮으신 겁니까?”

그 말을 들은 헤링이 걱정된다는 듯 물어왔고 브롤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는 알지 못하네만 최근 들어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시더군...안타까운 일이지.”

과연 주교 정도의 인물이 아프다면 안타깝다는 말이 나올 만도 했다. 별 실감은 안 되지만 부하이고 자신을 가르친 스승이기도 하니, 나중에 한 번 찾아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죄송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영주님께서 기다리십니다만.”

아델라를 사냥을 나오게 만들었다는 공로로 한껏 기세가 오른 베르너가 정중히 두 사람에게 권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자리에 따라오게 하지 못하도록 브롤드가 조치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이 자리를 만든 장본인이었으니.

“그렇군. 그럼 시작하게. 영주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브롤드와 헤링이 사과하자 아델라가 ‘아니, 괜찮은데....’라고 작게 말했지만, 곧 이어진 베르너의 힘찬 목소리에 의해 묻혀버렸다.

“자, 그럼...개를 풀어라!”


작가의말

너무 오래 걸렸네요...죄송합니다.

중간에 징검다리 연휴도 있어서 좀 바빴던...걸 감안해도 많이 늦었죠.

최대 목표는 이틀에 한 편인데 말입니다만, 현재로서는 갈 길이 멀어보이네요.

최소한 1주일에 한 편은 반드시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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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믿음직한 친구 편 18.05.16 214 4 16쪽
36 이행 4편 18.05.13 195 6 14쪽
35 이행 3편 18.04.01 181 3 14쪽
34 이행 2편 18.04.01 177 2 15쪽
33 이행 1편 18.03.29 206 4 17쪽
32 서신 4편 18.03.25 247 4 14쪽
31 서신 3편 +1 18.03.18 235 4 13쪽
30 서신 2편 18.03.11 217 5 13쪽
29 서신 1편 18.03.04 292 6 12쪽
28 교육 4편 18.02.25 239 4 14쪽
27 교육 3편 18.02.11 244 2 14쪽
26 교육 2편 18.01.27 269 5 12쪽
25 교육 1편 18.01.14 280 4 13쪽
24 회수 5편 18.01.10 305 4 14쪽
23 회수 4편 18.01.06 279 4 14쪽
22 회수 3편 +1 18.01.03 308 3 13쪽
21 회수 2편 +1 17.12.21 329 2 12쪽
20 회수 1편 17.12.15 352 2 12쪽
19 뜻밖의 외출 6편 17.12.12 348 4 14쪽
18 뜻밖의 외출 5편 17.12.07 415 2 10쪽
17 뜻밖의 외출 4편 17.12.06 371 6 12쪽
16 뜻밖의 외출 3편 +1 17.12.04 480 4 12쪽
15 뜻밖의 외출 2편 +1 17.12.02 388 3 12쪽
14 뜻밖의 외출 1편 17.12.01 443 4 16쪽
13 버스터 3편 17.11.30 467 5 10쪽
12 버스터 2편 17.11.29 477 4 14쪽
11 버스터 1편 17.11.27 552 5 19쪽
10 이곳은 중세 5편 17.11.26 625 8 16쪽
9 이곳은 중세 4편 17.11.24 663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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