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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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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6,188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7.12.21 06:01
조회
328
추천
2
글자
12쪽

회수 2편

DUMMY

벨르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접견실로 자리를 옮긴 아델라.

그러나 예상대로 자신이 백작이었다는 사실을 밝히자 벨르는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벨르가 나름 귀족으로서 아델라를 대우하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백작을 대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벨르가 제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제발, 제발 용서해주십쇼! 백작님을 그런 위험에 처하게 하다니...!”

돼지에 의해 굴려졌던 그 사건이었다.

“아니, 그건....”

물론 아델라도 그 일은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돼지에게 이리저리 오물이 섞인 흙 위에서 굴려져 죽을 뻔하다니.

다행히 무사하긴 했지만 빈말로도 괜찮다고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발 용서를!”

아델라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채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는 벨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용서한다고 몇 번 말해....”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괜찮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벨르를 원망할 생각이 없던 아델라는 진작 벨르를 용서한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줄곧 이 상태였다.

“설령 용서를 해주신다고 한들 그 죄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어쩌라는 거지”

그런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분명 백작인 자신이 위험해진 것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만한 사소한 실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장본인인 자신이 용서해준다고 말했음에도 계속 이 상태인 것을 보면 뭔가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언제까지고 나한테 말로만 용서를 구할 생각은 아닐 거 아냐. 어떻게 하고 싶은데?”

“...예?”

그런 말이 아델라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살짝 당황한 듯 벨르가 되물었다.

“어떻게, 용서를, 받아야, 납득하겠냐고.”

그리고 그런 벨르에게 아델라는 알아듣기 쉽도록 또박또박 끊어서 확실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에...그게....”

분명 아델라의 생각대로 벨르 역시 의도한 바가 있었다.

“없어?”

그러나 그것은 곧 이 장소로 올 예정인 영지의 실질적인 운영자, 재상 브롤드에게 전할 예정이었지 아델라에게 말할 용건은 아니었다.

“아, 아뇨!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델라가 눈가를 찌푸리며 묻자 벨르가 허겁지겁 다시 일어나며 대답했다. 여기서 대답하지 않으면 용건이 없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백작님을 모시는 것으로 제 실수를 속죄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영주라고는 하지만 9살짜리 어린애에게 추궁당하다시피해 말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음....”

그러자, 밑에서 일을 함으로서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달라는 벨르의 말을 들은 아델라는 작게 소리를 내며 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 설마 안 되는 겁니까?”

그런 아델라의 모습을 본 벨르는 어울리지 않게 잔뜩 불안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어린 영주가 거절하더라도 섭정을 설득하면 고용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겠으나 영주에게도 승낙을 받는다면 당연하게도 좋으면 좋았지 나쁠 건 전혀 없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그렇다면...?”

아델라의 대답에 벨르는 한시름 놓았다. 그것은 승낙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괜찮겠어?”

“...예?”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아델라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벨르가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돈이 급하게 필요한 것 같던데 공짜로 일해도 되겠어?”

벨르가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바로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이었다.

돈이 급한 게 아니라면 정체도 알 수 없고 충분히 수상해 보이는 자신을 일부러 따라와 의뢰를 맡고, 있는지 확실하지도 않은 돈 주머니까지 같이 찾아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말대로 벨르는 돈이 필요했다.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델라의 밑에서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어...네?”

아델라가 그냥 떠오른 대로 가볍게 말한 그 한 마디에 벨르는 혼란상태에 빠졌다.

아델라의 입장에서는, 벨르가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일을 하고 싶다고 했으니 당연히 급료를 받지 않고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델라의 그 말은 벨르에게는 약간 다르게 인식됐다.

‘돈이 급해보였지만 급여 없이 일해라.’라고.

아예 자신이 무상으로 일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해버리는 것으로 들렸다.

“돈 많이 들어간다고 하던데...모아둔 거 있나?”

이번에는 ‘돈이 많이 드는 건 알지만 모아둔 게 있겠지?’로 들렸다.

“뭐...칸터를 그렇게 두들겨 팰 정도의 실력자가 공짜로 일해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

그리고 이어지는 아델라의 말에 벨르가 움찔했다.

“...윽!”

그도 그럴 것이 방금 그 말이 ‘내 지인을 그렇게 두들겨 팼는데 그냥 넘어갈 생각은 아닐 테지?’라는 협박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 채고 발을 빼기 위해 변명거리를 생각하던 벨르가 뜨끔하는 것도 당연했다.

“왜 그래?”

물론 당연하게도 아델라는 전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분명 아델라는 문장 그대로의 뜻으로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벨르는 그 나이 또래답지 않게 굉장히 성숙하게 느껴지는 언행에 더해 먼저 자신에게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추궁한 이 어린 영주에게 단단히 콩깍지가 씔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이렇게나마 백작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미 속죄하기 위해 일을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안한다고 하기도 뭐한데다가, 만약 큰맘 먹고 못하겠다고 말한다고 해도 다시 감옥에 들어가 게 될 것만 같았다.

“다만...혹시라도 생각이 바뀌신다면 제게 급여....”

벨르가 비참한 심정으로 유일한 희망사항을 막 전달하던 도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주님.”

그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오기로 예정되어있던 브롤드였다.

“아. 들어와.”

아델라의 허락이 떨어지자 브롤드는 문을 열고 접견실 안으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브레이트 경과 의논이 길어지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아냐. 브롤드가 바쁜 거 알지.”

고개 숙여 사죄하는 브롤드에게 아델라가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대답했다. 애초에 브롤드의 의논이 지금까지 길어진 것은 본래 의논을 했어야할 시간을 목숨 귀한 줄 모르는 영주에게 설교하느라 썼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아델라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한 브롤드는 곧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쪽이 벨르님이시겠군요. 질만 남작령의 브롤드 뤼벨 남작입니다. 이곳의 재상 직책을 맡고 있지요.”

브롤드의 자기소개에 벨르가 잠깐 놓았던 정신을 가다듬고 머리를 숙였다.

“벨르 티센느입니다. 프니앙 왕국 북부 출신이며 그곳의 로아 기사단에 몇 년간 몸담았으나 지금은 방랑중입니다.”

그러자 브롤드는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사단 출신 방랑기사라니...보기 드문 일이로군요.”

역시나 브롤드에게도 그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예, 뭐....”

벨르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기 원치 않는다는 듯 두루뭉술하게 대답하자 뭔가 중요한 문제가 떠오른 브롤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실례라는 것을 알지만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기사단에서 퇴출을 당하신 것인지?”

브롤드의 질문에, 벨르는 바로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스스로 나왔습니다. 계속 기사단에 소속되기에는 제 신앙이 모자란 듯싶어서....”

아델라 역시도 벨르가 기사단에서 쫓겨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기사단에서 쫓겨난 것이라면 자신을 퇴출시킨 기사단의 명예 운운하며 결투를 요청할 이유는 딱히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런. 제가 괜한 오해를...죄송합니다.”

브롤드가 사죄의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벨르가 바로 두 손을 저었다.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스스로 기사단에서 나와 방랑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게 당연합니다.”

아무래도 그러한 의심을 받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리고 브롤드는 벨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현재 대화의 주제가 원인인 것이 거의 확실시 되었기에 서둘러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시다면...이제 보상에 대해서 말씀드려야겠군요.”


그로부터 며칠 후.

아델라는 어김없이 자신의 침대에서 할 만한 것을 떠올리며 뒹굴고 있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그 녀석이 땅에 떨어져 있던 창을 주워들어서 나한테 던지더라고!”

정확히는, 침대에서 뒹굴면서 복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그래서요?!”

그 복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벨르. 그리고 벨르에게 빨리 이야기해달라고 보채는 것은 미네였다.

“창을 던지는 걸 보자마자 난 바로 방패를 들어 올려서 막았지.”

벨르가 현재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참가했던 토너먼트 대회에서 가장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온종일 성 안에 틀어박혀있는 아델라와 하녀들이 그런 경험은커녕 구경도해보지 못한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복도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있는 미네를 포함해 방 안에 있는 아델라와 나머지 두 사람 역시 벨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건지 방패가 부서지면서 창이 내 허벅지를 강하게 때렸어.”

벨르가 이처럼 아델라의 방문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이유는 바로 아델라의 호위기사로서 고용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을 결정한 것은 브롤드였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모로 아델라의 신변이 걱정되었던 브롤드에게 벨르는 호위기사로서 완벽한 조건을 갖춘 인재였다.

기사단에 소속되어있었으니 신분, 실력, 신앙 모두 증명되는데다가 무엇보다 여자였다. 혹시라도 남자기사를 붙여줬다가 아델라가 그 기사에게 반하기라도 한다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었다.

물론...아무리 젊고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를 호위기사로 데려다 놔봤자 아델라가 그 기사에게 반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었으나, 이곳에선 여귀족들이 자신과 가까운 기사에게 반하는 일이 흔했기에 브롤드로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방패가 부서진 걸 보자마자 그 녀석이 나한테 달려와서 검을 휘둘렀지. 피하고 싶었는데 다리가 마음대로 안 움직였어.”

덧붙여서, 벨르는 다행히도 급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무장을 유지할 정도의 금액은 지급해 주어야한다는 브롤드의 의견 덕분이었다.

“그래서, 난 이를 악물고 왼손에 남아 있던 방패쪼가리를 던졌지. 그리고 그 녀석이 그걸 쳐내자마자 난...!”

이야기가 막 하이라이트에 들어선 순간.

누군가 복도 끝에서부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

벨르와 미네는 그 누군가가 브롤드라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인사를 여유롭게 받아주던 평소와는 다르게 현재의 브롤드의 얼굴은 경직되다 못해 분노가 서려있을 정도였으며, 그런 브롤드의 손에는 봉인이 뜯어진 서신이 쥐어져있었다.

그리고 그 서신을 봉했던 촛농에는 머리가 두 개 달린 독수리, 즉 제국 황제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작가의말

알바 안하고 글만 쓰고 싶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 ro******..
    작성일
    19.07.22 02:36
    No. 1

    기사단 출신이라고 말하긴 했고 싸움도 잘하지만 결국 말뿐이고 증명할 수단도 제시하지 못한 기사를 영주의 최측근 호위무사로 고용? 것도 호위하다가 영주를 다치게 해놓고서 단 며칠만에? 흐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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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서신 4편 18.03.25 247 4 14쪽
31 서신 3편 +1 18.03.18 235 4 13쪽
30 서신 2편 18.03.11 21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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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교육 3편 18.02.11 244 2 14쪽
26 교육 2편 18.01.27 26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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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수 3편 +1 18.01.03 30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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