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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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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6,184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7.12.04 07:23
조회
479
추천
4
글자
12쪽

뜻밖의 외출 3편

DUMMY

한 손으로 몸을 이곳저곳 뒤적이며 찾아보지만 그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라힘펠 가문의 인장.

본래대로라면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워서 다녀야했겠으나 아델라에게는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정도로 컸다.

때문에 대신 목걸이에 인장을 끼워 목에 걸고 있었는데, 그것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왜 그러지?”

갑자기 달라진 아델라의 분위기에 약간 기대를 하고 있던 남자가 미간을 좁히며 질문해왔다.

“뭔가 보여주려던 게 아니었나?”

몰락한 귀족이라지만 비상금 정도는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기에 그나마 영락없는 거지꼴인 아델라에게 관심을 준 것이었다.

물론, 아델라가 보여주려던 것은 남자가 원하던 돈은 아니었으나 인장을 보여준다면 분명 돈보다 훨씬 극적인 반응을 보일 터였다.

“어....”

그러나 현재 아델라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사실 그대로 밝힌다면 인장을 보여줬을 때와 마찬가지로 극적인 반응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것은 분명 아델라가 바라는 반응은 아닐 것이었다.

“어...오다가 흘렸나보네? 그, 금방 찾아오겠어!”

사실 그대로의 변명을 대고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모자란 애인가.”

그리고 남자는 멀어지는 아델라를 보며 중얼거렸고 그 이상의 관심은 주지 않았다.

분명 뭔가를 의뢰하려고 했다가 가진 돈의 액수에 자신이 없어 관두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모닥불이나 쬐고 있던 사이, 남자의 일행 중 한 명이 멀어지는 아델라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벨르! 너 어디가!”

누군가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으나 벨르라고 불린 여성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아델라를 쫓았다.


남자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 걷던 아델라는 자신이 적당히 멀리 왔다는 느낌을 받자 걸음걸이를 늦추며 한숨 돌렸다.

“휴우....

남자에게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오겠다고 말했지만 정말로 인장을 찾아올 생각은 없었다.

아니, 찾아올 생각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고 대충 어디서 잃어버린 지 예상도 됐으나...돼지가 있던 골목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직접 길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아델라가 판단하고 있던 찰나. 누군가 아델라에게 접근해왔다.

“잃어버린 게 있다던 게 너 맞지?”

“핫!”

아무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을 거라고 방심하고 있던 도중에 뒤쪽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아델라가 움찔했다.

“괜찮아. 괜찮아.”

아델라의 반응을 본 여성, 벨르는 아델라를 다독이 듯 부드러운 말투를 유지하며 다가왔고 아델라는 그런 벨르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았다.

“!”

그리고 벨르의 모습을 본 아델라는 다시 한 번 움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뒤를 돌아보니 분명 젊긴 젊지만 얼굴을 보려면 목이 아플 정도로 키가 매우 큰데다가 여느 기사들처럼 사슬갑옷에 방패까지 중무장을 한 상태였다.

“난 방랑기사 ‘벨르 티센느’야.”

그리고 역시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투구를 쓰고 있지 않았는데, 그렇게 보이는 머리는 진한 주황색이었으며 눈동자는 진한 갈색이었다.

얼굴만 봤을 때는 상당히 호감이 가는 편이었으나 워낙 그 압도적인 키와 엄청난 단련의 결과인 듬직한 덩치, 거기에 콧등과 오른쪽 뺨에 걸쳐있는 흉터가 내뿜는 위압감이 엄청났기에 숨이 턱 막혔다.

“본의 아니게 엿듣게 돼서 미안한데, 의뢰를 맡길 때 쓸 돈을 잃어버렸다면서?”

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아델라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왠지 모를 좋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 조금 전에 그 사람한테 맡기려고 한 의뢰가 뭐였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보통 몰락한 귀족이 기사를 고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신변보호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종종 자신을 몰락하게 만든, 또는 몰락하는데 일조한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설령 아델라처럼 어리다고 해도 밑바닥까지 몰락해서 온갖 고생을 다 겪는다면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을 찾아내 의뢰를 하는 경우에 이르러도 이상할 게 없었다.

없었지만, 아델라는 몰락한 귀족이 아니었기에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였다.

“그...성문까지 데려다줬으면 해.”

그러나 반대로 아델라의 빈말로도 괜찮아 보인다고 하기 힘든 모습을 본 벨르는 의뢰가 복수일 가능성도 충분히 높게 예상하고 있던 탓에 그런 아델라의 말이 의외였다.

“성문? 여기 있는 성문 말이야?”

게다가 데려다 달라는 곳이 다른 지역에 있는 어느 곳도 아니고, 단순히 성문이라는 것은 더욱 예상 밖이었다.

“아, 아니, 성에 데려다주면 더 좋겠는데....”

벨르의 반응을 살피던 아델라가 반응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아예 성으로 데려다달라고 말을 바꿨다.

버스터가 아델라에게 성문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하도록 유도한 이유는 웬 거지꼴인 아이가 와서 영주를 비롯한 귀족들이 사는 성으로 데려가 달라고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테니, 우선 성문으로 향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거라면 데려다주는 이가 부담을 덜 느낄 테니 그런 것이지만 애초에 아델라를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르다.

굳이 그냥 가려는 아델라를 따라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캐묻는 것을 보면 도와주려는 쪽에 중심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목적지를 성으로 바꿔도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성이면...궁정을 말하는 거야?”

벨르가 묻자 아델라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벨르가 성에 데려다달라고 해서 거절한다면 성문에라도 데려가 달라고 싹싹 빌 준비를 하면서 말이다.

“궁정으로....”

아델라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작게 중얼거리는 벨르를 지켜보고 있었다.

“알았어. 데려다줄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아델라는 구원받았다.

드디어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선, 그 잃어버린 돈을 찾으러 가자.”

“어....”

구원받은 것도 잠시. 곧 아델라는 머리를 맹렬히 굴려야했다.

아델라는 잠시 잊어버렸지만 벨르는 어디까지나 의뢰로서 데려다준다고 한 것이기에 당연히 보수가 있어야했다.

“그...만약 못 찾으면...?”

아델라의 머리를 스쳐지나간 여러 생각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만약 돈이라고 할 만한 것을 못 찾으면 도중에 의뢰를 관둬버리는 것인가. 그러면 그만한 희망고문이 따로 없었다.

진흙탕에서 뭔가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그것이 존재하지도 않는 의뢰비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벨르의 말에 아델라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있지도 않은 돈을 못 찾았다고 다시 돼지에게 쫓기거나 성에 돌아가기 위해 거리를 헤맬 필요는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자. 그럼 한 번 왔던 길을 되돌아가보자. 시작은 거기가 좋겠네.”


그렇게 아델라와 벨르는 모닥불이 있던 천막에서부터 길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델라가 버스터와 온 길은 복잡하지 않았기에 수월하게 왔던 길을 돌아갈 수 있었다.

“배, 백작? 배, 백작님의 따님이셨습니까? 실례했습니다!”

아델라는 본래 자신이 백작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만약 벨르가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을 경우에는 일이 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급하게 자신이 백작의 딸이라고 둘러댔다.

그리고 벨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백작정도의 대영주라면 설령 몰락했다고 한들 여전히 다른 대영주들과 혈연관계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함부로 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애초에 벨르가 아델라를 의뢰금을 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성까지 데려다주려는 이유가 바로 그런 귀족의 인맥이 발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몰락한 귀족이 굳이 다른 귀족의 영지로 찾아간다는 것은 그곳에 자신을 받아줄만한 사람이 있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그 사람을 데려간 기사 역시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

하물며 백작의 자식이라면 더욱 그랬다.

그렇잖아도 괜찮은 건수를 잡았다고 생각하던 벨르였는데 아예 로또가 터진 셈이나 다름없게 됐다.

“근데...위험하지 않을까?”

아델라는 역시 돼지의 기억을 지울 수 없었다. 점점 돼지를 마지막으로 봤던 곳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욱 그랬다.

물론 벨르가 고작 돼지에게 질 것 같진 않았지만 맹렬하게 돌진해오는 돼지는 설령 완전무장을 한 벨르라도 100%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여길 혼자 지나오신 분께서...물론 이런 골목은 낮에도 위험하긴 합니다만. 특히 아델라님 같은 분이시라면 더욱....”

아델라는 돼지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으나 벨르는 좀 더 보편적인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니, 여기엔....”

꾸힉!

아델라가 막 말하려던 순간, 골목에 그런 괴성이 울렸다.

“돼지! 돼지?! 어디야, 어디?!”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아델라가 패닉 상태에 빠져 소리 지르며 벨르에게 달라붙었다.

“...탈출한 돼지가 있어서 위험하다는 말씀이셨군요. 제가 지켜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버스터에겐 미안했지만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아델라는 벨르와 계약하는 게 낫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며 계속 걸어 나갔다.

“아! 여기!”

약간 넓은 길로 빠져나오자 아델라가 소리쳤다.

돼지를 마지막으로 봤던 그곳이었다.

“분명 저 근처에 떨어졌을 거야!”

아델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물론 돼지에게 쫓기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던 바로 그 자리였다.

“네. 저도 같이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더러운 흙을 뒤지며 한 명은 인장을, 한 명은 돈을 찾기 시작했다.

놀이터에 있는 모래도 안 만져봤다가 갑자기 이렇게 최고 난이도의 흙을 만지려니 꺼림칙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비가 와서 냄새는 덜 나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그 덕분에 인장 찾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꾸헥!”

그러던 중, 갑자기 바로 근처에서 돼지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제 뒤로!”

그렇잖아도 벨르에게 슬금슬금 가까이 가고 있던 아델라가 그 말에 확 달려가 뒤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은 피투성이가 된 돼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잔뜩 화가 났군...!”

온 몸에 피 칠갑을 한 돼지는 오히려 더욱 흥분해 자신의 눈에 띈 아델라와 벨르를 향해 곧장 달려오기 시작했다.

“벽으로 바짝!”

검을 빼든 채 돼지가 달려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벨르가 소리치자 아델라는 시키는 대로 벽에 바짝 달라붙었다.

“흐압!”

벨르는 돼지가 들이닥치는 타이밍에 몸을 옆으로 슬쩍 빼며 돼지를 향해 검을 내리꽂았다.

“꾸헤헤엑!”

아델라가 보기엔 분명 치명타였다고 생각했으나, 돼지는 살짝 몸을 비틀거리더니 검을 몸에 꽂은 채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다.

“큭!”

그 때문에 벨르는 검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혹시 모르니 마무리를 하고 오겠습니다!”

분명 돼지도 지친 모양인지 속도가 상당히 느려진 상태였다. 조금만 추적하면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벨르 역시 그런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째선지 모퉁이를 돌아나갔던 돼지는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아델라에게로 달려오고 있었고 그 뒤를 벨르가 급히 따라오고 있었다.

“피하세요!”

그 광경을 잠시 멍하게 쳐다보던 아델라가 벨르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막 도망치기 위해 뒤를 돌았다.

하지만. 돼지의 사력을 다한 질주 때문인지, 아델라가 잠시 멍하게 피투성이의 돼지가 달려오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기 때문인지 도망치는 것이 늦고 말았다.

“흑?!”

아델라가 도망치기 위해 뒤를 돌자마자, 아델라의 작은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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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믿음직한 친구 편 18.05.16 214 4 16쪽
36 이행 4편 18.05.13 195 6 14쪽
35 이행 3편 18.04.01 180 3 14쪽
34 이행 2편 18.04.01 177 2 15쪽
33 이행 1편 18.03.29 206 4 17쪽
32 서신 4편 18.03.25 247 4 14쪽
31 서신 3편 +1 18.03.18 235 4 13쪽
30 서신 2편 18.03.11 217 5 13쪽
29 서신 1편 18.03.04 292 6 12쪽
28 교육 4편 18.02.25 239 4 14쪽
27 교육 3편 18.02.11 244 2 14쪽
26 교육 2편 18.01.27 268 5 12쪽
25 교육 1편 18.01.14 280 4 13쪽
24 회수 5편 18.01.10 305 4 14쪽
23 회수 4편 18.01.06 279 4 14쪽
22 회수 3편 +1 18.01.03 308 3 13쪽
21 회수 2편 +1 17.12.21 328 2 12쪽
20 회수 1편 17.12.15 352 2 12쪽
19 뜻밖의 외출 6편 17.12.12 348 4 14쪽
18 뜻밖의 외출 5편 17.12.07 415 2 10쪽
17 뜻밖의 외출 4편 17.12.06 370 6 12쪽
» 뜻밖의 외출 3편 +1 17.12.04 480 4 12쪽
15 뜻밖의 외출 2편 +1 17.12.02 388 3 12쪽
14 뜻밖의 외출 1편 17.12.01 443 4 16쪽
13 버스터 3편 17.11.30 467 5 10쪽
12 버스터 2편 17.11.29 477 4 14쪽
11 버스터 1편 17.11.27 552 5 19쪽
10 이곳은 중세 5편 17.11.26 625 8 16쪽
9 이곳은 중세 4편 17.11.24 663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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