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6,193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8.03.29 06:34
조회
206
추천
4
글자
17쪽

이행 1편

DUMMY

칸터는 자신의 장원을 너무 오래 비워둘 수 없었기에 돌아가는 중이었다. 절친이라고 할 수 있는 베르너가 자기가 구해놓은 와인이 잘 숙성되어간다며 일주일만 있다가 먹고 가라던가, 성 마구간에 있는 말이 새끼를 낳았는데 슬슬 독립할 때가 되었다며 선물로 줄 테니 한 달만 기다렸다가 가져 가라던가.

물론 그 가치가 높은 말을 그냥 준다니 혹하기도 했으나 그런 말을 그냥 준다고 할 만큼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친한 친구이긴 해도 베르너는 종종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마침 돌아가야 할 이유까지 있었기 때문에 칸터는 망설이지 않고 편지를 남겨놓고 베르너의 성을 떠났다.

그로부터 며칠 뒤. 순조롭게 자신의 장원으로 향하며 잠시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칸터에게 한 젊은 남자가 찾아왔다.

자신을 전직 수습기사라고 소개한 남자는 할데란트 백작, 즉 아델라의 명령을 받고 왔다며 ‘중요한 할 말이 있으니 돌아와 달라’는 말을 튜벤 공작의 기사인 칸터에게 전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밝혔다.

아델라의 이름과 자신이 튜벤 공작의 기사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면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칸터는 혹시 아델라가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 아닐까 기대하며 다시 아델라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다시 몇 날 며칠을 걸려 아델라의 성으로 돌아간 칸터에게 돌아온 대답은 아델라가 성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누구신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칸터가 내성의 문지기에게 아델라의 관한 소식을 듣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칸터의 뒤에서 다가왔다.

칸터와 대화 중이던 문지기는 그 인물이 나타나자마자 즉시 고개를 숙였다.

“영주님과 친분이 있으신 모양입니다만.”

칸터가 뒤를 돌자 갈색과 금색이 섞인 특이한 머리카락과 갈색의 수염을 멋지게 기른 중년 남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네. 백작님과는 약간 인연이 있습니다. 튜벤 공작님의 직속 기사인 칸터라고 합니다.”

“...튜벤 공작님의?”

중년의 남성은 칸터의 자기소개를 듣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뭔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곧 자신이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뒤늦게 손을 내밀었다.

“실례했습니다. 할데란트 백작령의 대장군 직책을 맡고 있는 지스 브레이트 남작이라고 합니다.”

칸터는 흔쾌히 브레이트의 손을 맞잡았다.

“남작님이셨군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브레이트는 서로간의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물어왔다.

“칸터 공은 영주님께 어떤 일로 찾아오신 것인지?”

제 3자가 보기에 공작의 봉신인 칸터가 아델라를 찾아온 것은 분명 의아하게 느껴질 만도 했다.

과거 두 사람이 친밀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극히 소수였고, 이번에는 베르너의 손님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 혼자 아델라를 만나려 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백작님께서 잠시 공작령에 계셨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인 기사 베르너를 만나고 돌아가기 전에 인사라도 드릴까 해서 잠시 들렀습니다.”

따지자면 아델라의 사적인 용건이었기에 사실대로 밝히고 싶지 않았던 칸터는 그럴 듯하게 얼버무렸다.

그러자 브레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과연. 베르너 공의 지인이셨습니까.’라고 중얼거리다가 이런 말을 하게 되어 안타깝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헌데, 영주님께선 현재 부재중이십니다만....”

마찬가지로, 칸터 역시 아쉽다는 듯 대답했다.

“예...그런 것 같더군요.”

설마 아델라가 성을 비웠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거기다 문지기의 이야기로는 상당히 먼 곳으로 가버린 것 같았다. 자신에게 중요한 용건이 있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혹시 백작님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칸터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자신이 아델라와 친분이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영주의 일정과 같은 중요한 정보는 외부인에게 함부로 말해서 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칸터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한 것은 그만큼 급했기 때문이었다. 아델라를 만나기 위해 벌써 두 달가량이나 자신의 장원을 떠나있던 칸터는 아델라를 다시 만나야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수 십일을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곤란했다.

애초에 그럴 여유가 있었다면 아직도 베르너의 성에서 놀고 있었을 것이었다.

“아직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는 못하신 모양이로군요. 영주님께선 황제 폐하의 서신을 확인하신 후에 콜베흐로 향하셨습니다. 지금쯤이면 절반정도 가셨지 않나 싶군요.”

예상 외로 쉽게 대답하는 브레이트를 본 칸터는 살짝 놀랐으나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분명 아델라와 관계가 깊은 공작의 수하라는 점 덕분에 그런 것이리라.

“콜베흐라면...팔츠로군요.”

아델라가 어째서 황제의 서신을 받고 팔츠로 갔는지 몰라도 아델라를 만나러 가는데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정 궁금하다면 직접 만나서 물어봐도 충분했다.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그럼 전 서둘러 백작님을 따라가 봐야겠습니다.”

팔츠는 북쪽이며 자신의 장원이 있는 공작의 영지는 북동쪽이었다. 가깝지는 않지만 살짝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리고 아델라가 팔츠에 도착하기 전까지 따라잡지 못하더라도 돌아오는 아델라를 만날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어차피 오갈만한 길은 정해져있기 때문이었다.

헌데, 당장이라도 말을 박차고 아델라를 뒤쫓을 생각에 가득 차있던 칸터를 본 브레이트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찾아와주신 손님을 번거롭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영주님께선 금방 돌아오실 터이니 이곳에 묵으면서 잠시 기다리시는 것이...? 튜벤 공작님의 기사인 칸터 공과 나누고 싶은 말도 있고 말입니다.”

그러나 브레이트의 제안을 칸터는 정중히 거절했다. 그게 편하리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이미 너무 오래 머물렀다.

“그렇습니까....”

훗날을 기약하자는 말에, 브레이트는 못내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높게 떠오른 봄의 태양이 푸른 초원을 비춘다.

산뜻한 초록빛을 내는 풀들 사이로 눈에 확 띄는 이질적인 존재들이 길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길을 따라 이동하는 그 일행은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 한 대,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말 탄 중무장 기병 열 명과 마차 뒤를 따르는 보병 30명가량으로 이루어져있었다.

가운데에서 호위를 받는 마차는 상당한 애처가였던 변경백이 아내에게 선물한 것으로, 과연 귀족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풍스러운 멋이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런 귀중한 마차 안에 올라탈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두 사람의 자녀인 아델라 밖에 없었다.

다만 그런 마차 안에 타고도 아델라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그것은 마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귀족의 오라와는 대조적으로 초라한 규모의 병력만이 마차를 호위하고 있는 탓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영주인 자신이 황제에게 굴복하러 가기 때문도 아니었다.

“아으아아....”

그것은, 충격이 가감 없이 그대로 전해지는 마차 안에서 며칠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계속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름 초원에 평탄한 길인데도, 의자가 푹신한 쿠션으로 되어있는데도 계속된 진동으로 엉덩이가 배길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은 아델라의 표정은 더욱 구겨졌다.

“...누구는 편해서 좋겠네. 몸뚱이가 성에 있어도 돌아다닐 수 있어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델라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바로 자신의 옆자리. 그러나 그곳에 버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버스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아델라의 시선은 어째서 옆을 향해있는가.

그것은 버스터의 목소리가 바로 아델라의 옆자리에 놓인 인형에서 들려오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브롤드에게서 선물로 받았던, 바로 그 조잡한 인형말이다.

기나긴 여행길에 고양이를 데려가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일인데 하물며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아델라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버스터는 언제든지 서로 대화하기를 원했고 아델라도 그리 되기를 내심 바랐다. 어느 정도 의지가 되는 것은 분명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던 말하는 고양이 버스터는 곧 기상천외한, 인형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해결책을 제시해버린 것이다.

분명 말하는 고양이가 제시한 방법이니 아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설마 정말로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던 아델라의 생각을 버스터는 깔끔하게 날려버렸다.

현재 아델라가 가지고 있던 하나의 인형, 브롤드에게 선물 받은 인형을 매개체로 삼아 정말로 다른 곳에서 대화하는 것을 시연해 보인 것이었다.

그 놀라운 광경에 아델라는 버스터에게 정체가 뭐냐고 캐물었지만 아무리 추궁당한다고 한들 버스터는 그저 얼버무릴 뿐이었다.

덧붙여, 자신이 선물한 인형이 아델라와 함께 여행길에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브롤드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델라가 자신이 선물한 인형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보기에 편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걸 계속 유지하는 건 엄청 피곤하다고.”

아델라가 한창 출발하기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 무렵. 마법과도 같은 일을 현재까지 계속 보여주고 있는 버스터가 억울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형을 통해 다른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델라가 알 턱이 없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힘드니까 너도 힘든 걸 참으라는 헛소리는 하지도 마. 짜증만 더 나니까.”

현재 아델라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했다.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해가 떠있는 동안 똑같은 풍경을 열흘이 넘도록 줄곧 봐왔으니 짜증이 안 나는 것이 이상했다.

버스터는 아델라의 기분을 고려해 괜히 자극시키지 않으려 말을 아꼈다.

“....”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먼저 그 정적을 깬 것은 아델라였다.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심심해.”

마차가 불편한 것보다 더 싫은 것은 지루함이었다. 성에 있으면 편하게 침대에서 뒹굴 거릴 수 있기라도 하지 마차에선 그것도 용납되지 않았다.

“나한테 그렇게 말해봤자...라고 해도 소용없겠지.”

지금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아델라는 같은 말을 해왔고 그 말을 줄곧 들어왔던 버스터는 이 다음에 어떻게 전개될지 다 꿰고 있었다.

“당연하지. 내가 네 계획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게 됐으니까 너도 책임이 있어.”

아델라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그 계획 덕분에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아델라였지만 버스터는 굳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대신 약간이나마 아델라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아델라가 궁금한 것을 물으면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답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네 정체....”

“그거 말고. 다른 거.”

아델라의 기다렸다는 듯한 질문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버스터가 받아넘겼다.

원거리 통신이 가능한 말하는 고양이라는 점에서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미 버스터가 그것을 밝히지 않으리라는 것은 몇 번이나 시도해 봐서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알고 싶었던 아델라는 이 시간이 올 때마다 계속 질문했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정체를 말해주지 않으면 계약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겠다는 협박을 해서라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한에서만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분위기를 내뿜는 버스터였다.

때문에 그런 협박을 했을 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거부하고 그냥 떠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아델라는 내심 느끼고 있었다.

버스터가 의심스럽기야 했지만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았던 아델라는 결국 어느 정도 타협하기로 했다.

“그럼 질문을 바꿔서...언제 네 정체가 뭔지 말해줄 거야?”

그 질문에는 정적이 뒤따랐다.

정적이 길어질수록 설마 또 말을 돌리려는 생각인가 의심하던 아델라에게 곧 버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그럴 수밖에 없을 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건질만한 것은 하나도 없는 대답에 아델라는 고개를 저으며 다른 질문이나 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델라가 끔찍한 지루함과, 무자비한 충격을 억지로 견뎌내던 중에 도착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목적지인 팔츠, 즉 콜베흐에 거의 다 왔다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반나절만 가면 도착이라는 소식에 아델라는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기도를 끝낸 아델라는 이제부터 말을 타고 가야한다는 갑작스러운 벨르의 말에 어리둥절해 했다.

설마 마차가 가지 못할 정도로 가는 길이 험한 것인가 생각하던 아델라에게 벨르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말을 타고 들어가셔서 영주님다운 모습을 보이셔야 합니다.”

과거 브롤드가 비슷한 이유로 승마를 배우게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장거리 여행에는 남자들 역시 마차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도시나 성에 들어갈 때만은 말로 갈아탔다. 영주는 특히 그러한 경향이 훨씬 강했다.

그런 벨르의 말에 이제는 반나절 정도 말을 타는 것은 대수롭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기에 바로 수긍했다.

마차 안에서 끊임없는 지루함과 진동을 느끼는 것보다는 말을 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델라는 병사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서 내려와 다시 도움을 받아 능숙하게 말에 올라탔다. 항상 타던 ‘그 녀석’인 것을 보아 미리 계획되어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멋지게 말에 올라탄 아델라를 곤란하다는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다. 아델라 역시 시선을 느끼고 그 사람을 쳐다보았지만 뭔가를 망설이는 듯하던 벨르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저기...아니, 아닙니다.”

그리 말하고는 다시 말에 올라타 출발을 외치는 벨르의 모습에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말을 몰기 시작하는 아델라였다.

분명 말을 타고 있으니 마차 안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덜 답답했다. 그러나 버스터와 이야기할 수 없는 건 옥에 티였다.

항상 가지고 다니라는 버스터의 말대로 현재도 옆구리에 낀 채 가지고는 있었지만 탁 트인 말 위에서 대화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버스터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아델라가 자신의 말에 대답할 수도 없고, 이제 와서 딱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버스터 역시 침묵을 유지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가기를 한참.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과 빽빽해져가는 건물들. 그리고 곧 커다란 도시의 외벽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성문이 함께 보였다.

제 갈길 가는데 바쁘던 사람들은 말을 타고 기사와 병사를 대동한, 영주의 행렬을 보고는 홍해바다처럼 갈라졌다.

선두에 있는 것은 어린 여자아이인데도 말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은 과연 귀족, 그 중에서도 영주다운 위압감을 주었다.

옆구리에 끼고 있는 인형이 다소 눈에 띄긴 했지만 그 사실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분은 할드부르크 변경백 각하의 딸이시며 할데란트의 백작인 아델라 라힘펠님이시다! 폐하의 명령에 따라 이곳에 왔다!”

벨르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통해 신원을 밝히자 곧 문을 막아섰던 병사들이 비켜선 채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활짝 열린 성문을 지나자 갑자기 말을 탄 기사 한 명이 다가왔다.

“백작 각하.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전 기사 ‘데켄’이라고 합니다. 제가 궁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버스터가 ‘남작도 아니고 기사라니....’같은 말을 중얼거렸지만 그런 문제에 대해 별로 느껴지는 것이 없었던 아델라는 표정변화 없이 앞선 기사의 뒤를 따랐다.

자신이 살던 할드부르크의 시장이 열리는 날보다 훨씬 북적북적한 모습에 과연 수도들 중 하나라는 생각을 아델라가 하던 순간.

커다란 벽이 다시 등장했다. 궁중백이 있는 내성에 거의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함께 모습을 드러낸 내성의 문 앞에는 누군가가 서있었다.

나이는 40대 초중반. 적당히 짧게 자른 갈색 머리와 수염, 사람 좋아 보이는 푸근한 인상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궁중백이로군.]

아무래도 마중을 나온 모양이었다. 그리 멀리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순조롭게 마중을 나온 궁중백에게 다가가던 도중 갑자기 버스터가 놀라 소리쳤다.

[저, 어째서 저 녀석이...?!]


작가의말

마음 같아서는 팔츠로 향하던 아델라가 마을에 잠시 머물 때의 일도 적고 싶었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너무 늘어질 것 같아 관뒀습니다. 지금은 중요한 장면이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사냥 1편 18.05.31 229 1 13쪽
37 믿음직한 친구 편 18.05.16 214 4 16쪽
36 이행 4편 18.05.13 195 6 14쪽
35 이행 3편 18.04.01 181 3 14쪽
34 이행 2편 18.04.01 178 2 15쪽
» 이행 1편 18.03.29 207 4 17쪽
32 서신 4편 18.03.25 247 4 14쪽
31 서신 3편 +1 18.03.18 235 4 13쪽
30 서신 2편 18.03.11 217 5 13쪽
29 서신 1편 18.03.04 292 6 12쪽
28 교육 4편 18.02.25 239 4 14쪽
27 교육 3편 18.02.11 244 2 14쪽
26 교육 2편 18.01.27 269 5 12쪽
25 교육 1편 18.01.14 280 4 13쪽
24 회수 5편 18.01.10 305 4 14쪽
23 회수 4편 18.01.06 280 4 14쪽
22 회수 3편 +1 18.01.03 308 3 13쪽
21 회수 2편 +1 17.12.21 329 2 12쪽
20 회수 1편 17.12.15 352 2 12쪽
19 뜻밖의 외출 6편 17.12.12 348 4 14쪽
18 뜻밖의 외출 5편 17.12.07 415 2 10쪽
17 뜻밖의 외출 4편 17.12.06 371 6 12쪽
16 뜻밖의 외출 3편 +1 17.12.04 480 4 12쪽
15 뜻밖의 외출 2편 +1 17.12.02 388 3 12쪽
14 뜻밖의 외출 1편 17.12.01 443 4 16쪽
13 버스터 3편 17.11.30 467 5 10쪽
12 버스터 2편 17.11.29 477 4 14쪽
11 버스터 1편 17.11.27 552 5 19쪽
10 이곳은 중세 5편 17.11.26 625 8 16쪽
9 이곳은 중세 4편 17.11.24 663 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