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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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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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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85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7.12.06 00:05
조회
370
추천
6
글자
12쪽

뜻밖의 외출 4편

DUMMY

“허억!”

꽤나 큰 충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정신을 잃지 않은 아델라는 바로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도망치기 위해 땅에 팔을 짚은 순간, 아델라의 몸이 낮게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돼지가 아델라를 밀치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계속 굴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델라는 완전무장하고 있는 기사도 아니었기에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돼지의 엄니가 짧아 아델라가 그것에 다치지 않는다는 점이나 돼지가 아델라를 물거나 밟지 않고 계속 코로 밀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아델라가 큰 부상을 면하게 해주었다.

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치명적인 부상만 면했을 뿐, 몇 번 밀쳐진 아델라는 순식간에 한계에 달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황이었다.

결국, 몇 차례 구르며 충격을 버티지 못한 아델라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정신이 돌아온 아델라가 천천히 눈을 떴다.

“!”

그리고 자신이 정신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렇게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기억해낸 아델라가 화들짝 놀라 상체를 일으켰다.

“어...?”

그렇게 일어난 아델라는 자신이 골목이 아니라 실내에 있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아델라가 있는 곳은 목재로 만들어진 그럭저럭 넓은 방 안. 그 점으로 보아 성에 돌아온 것은 확실히 아니었다.

거기다 원래 입고 있던 드레스 같은 옷이 아니라 허름한 느낌의 상의 달랑 하나만 입은 상태였다.

다만 그 옷은 굉장히 크고 두툼했기에 옷의 본연의 목적인 피부를 가리는 것과 보온만은 확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건 난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아델라가 상황파악에 힘쓰던 중, 문 바깥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나와 동행한 이후로는 그런 일은 없었어!”

그 목소리가 벨르의 것임을 알아챈 아델라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벨르가 자신을 구해 이곳으로 데려온 게 틀림없었다. 당장 입고 있는 옷도 벨르의 옷이라면 이 무지막지한 크기도 납득이 갔다.

“윽....”

그 순간, 몸 이곳저곳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단순히 한두 군데 멍이 든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은 모양이었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 정도에 그친 것이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였다.

“모르는 것도 이상하진 않군. 자신의 안전을 요구한 의뢰인을 돼지가 가지고 놀게 내버려뒀으니.”

아델라가 문으로 다가가 손을 뻗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벨르와 대화하던 사람이 틀림없었다.

다만, 그 목소리 역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건 분명 내 실수야. 인정해. 머리를 찔렀어야했는데. 하지만 절대...!”

끼익

한창 이야기 중이던 두 사람은 아델라가 있던 방의 문이 열리자마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자신이 깨어났다는 것을 알리려고 나왔으나 막상 벨르와 눈이 마주치자 어떻게 말해야할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렇게 잠시 멍하게 있자, 벨르 쪽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났다.

“무사히 깨어나신 것은 다행입니다만 벌써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그런 벨르의 말에 아델라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벨르와 대화하고 있던 남자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동료?”

그 남자는 방에서 나오는 아델라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당연히 동료일 거라고 생각했던 아델라였기에 벨르의 단호한 대답은 의외였다.

“어? 아니야?”

정황상 이곳은 벨르의 숙소일 가능성이 높았고, 숙소에 함께 있는 사람이라면 동료인 것이 당연했다.

“네. 다만...에델님을 구한 게 이자입니다.”

“으, 응?”

벨르가 자신을 에델이라고 부르는 것도, 구해준 게 벨르 본인이 아니라는 것도 의외였으나 더 의외였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칸터?”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인사를 끝내고 고개를 든 것은 다름 아닌 기사 칸터였다. 다만 몇 번 보았던 완전무장한 모습과는 달리 현재는 평범한 방랑객 정도의 복장이었다. 허리에 차고 있는 검만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았다.

“근데 칸터가 어떻게...?”

연병장에서 처음 본 이후로도 칸터는 종종 연병장이 들러 베르너나 다른 병사들과 대련을 했지만 요 며칠간 아델라는 연병장에 그림자도 비추지 않았다.

때문에 칸터가 아직 이 도시에 있는 줄도 알지 못했던 아델라였기에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단순히 어쩌다가 만난 것이 아니라 벨르의 말에 의하면 돼지를 죽이고 자신을 구해준 것이 칸터라는 모양이었으니 더욱 그랬다.

“혼자 거리를 산책하고 있던 도중에 사람을 공격하는 돼지가 있다는 말을 듣고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베르너와 함께 있지 않고 칸터 혼자 있었다는 말을 들은 아델라는 곧 병사들이 순찰을 나갔다는 말을 떠올렸다.

베르너가 순찰을 나가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들어보니 돼지에게 큰 상처를 입힌 것이 이자였다고 합니다. 저희는 그렇게 부상을 입고 도망치던 돼지와 마주친 것이었고요.”

다시 만난 돼지가 피를 흘리고 있던 것이 바로 그런 이유였다.

“...진작 끝장을 냈다면 에델님께서 다치는 일은 없으셨을 텐데.”

벨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칸터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이젠 내 탓을 하는 건가? 책임감이라고는 없는 방랑기사 답군.”

빠직

그 말에 벨르의 이마에서 굵은 힘줄이 솟아올랐다.

“...난 그쪽이 내가 돼지를 끝장내지 못해 에델님께서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을 탓하는 것과 비슷하게,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말하고 있는 거야.”

상당히 도발적인 칸터의 언행이었으나 분명 1차적인 책임은 자신에게 있었기에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르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실수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 난 돼지를 잡는 것이 목표였지만 그쪽은 에델님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하는 게 아닌가?”

분명 마무리를 하기 위해 아델라 혼자 남겨두고 돼지를 따라간 벨르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아델라를 위험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자신을 따라왔다가 돼지의 반격에 아델라가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고, 난폭해진 돼지를 죽여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위한 좋은 의도였음에도 말이다.

“...그래. 내 책임이야. 인정해.”

분한 사실이었지만 칸터의 말은 옳았다. 아무리 벨르가 변명해도 아델라가 신변보호를 요청한 이상 무엇보다 아델라의 안전이 우선순위가 되었어야 했다.

“죄송합니다. 에델님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벨르가 아델라에게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

“음...그....”

물론 돼지에게 공격당한 것은 정말 무섭고 위험한 일이었지만 아델라 입장에선 그것은 사고에 가까웠다.

벨르가 일부러 위험하게 만들 의도로 자신을 혼자 둔 것도 아니고, 돼지가 방향을 바꿔 자신에게 돌진하는 것을 본 벨르의 다급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괘, 괜찮아. 이렇게 무사하니까.”

그런 아델라의 말에 벨르는 잠깐이나마 얼굴을 폈다. 그리고 아델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벨르에게 일어나라고 손짓했다.

“에델님. 식사가 필요하진 않으십니까?”

벨르가 아델라에게 용서받는 모습을 불편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칸터가 아델라에게 물어왔다.

“그러고 보니....”

배가 출출한 것을 보니 이미 점심때는 지난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 에델님이 드실 만 한 건....”

백작의 딸인 아델라가 자신들이 먹는 음식을 입에 대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벨르의 생각이었으나 칸터가 바로 반박했다.

“에델님은 어리시지만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신 분이다. 당장 음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정부리실 분이 아니야.”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으나 어째서 칸터가 그런 말을 하는지 아델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기다 어째서 두 사람 다 자신을 에델이라고 부르는지도.

그런 의문이 들긴 했지만 분명 지금 상황에서 음식을 가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럼, 식사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델라가 침묵으로 칸터에 말에 동조하자 그에 벨르가 곧 음식을 가지러 자리에서 떠났다.

“안에서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잠시 복도에서 멀어지는 벨르를 보고 있던 아델라에게 칸터가 방을 향해 손짓했다.

“아. 응.”

아델라도 굳이 복도에 서서 벨르를 기다릴 생각은 없었기에 바로 방 안으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침대에서 쉬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자연스럽게 의자에 올라앉는 아델라를 본 칸터가 제안했지만 아델라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다시 일어나야 될 테니까 그냥 앉아 있으려고.”

워낙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그렇습니까.”

칸터는 그런 아델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옆에 섰다.

“....”

“....”

그리고 그렇게 계속 가만히 서있는 칸터를 본 아델라가 결국 탁자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안 앉아?”

“아무리 저의 주군이 아니시라고 하지만 제가 어떻게 백작님과 마주보고 앉겠습니까.”

“...앉으면 안 되나?”

옆에 생명의 은인이라는 칸터를 세워둔 채로 혼자 앉아있으려니 영 불편했다, 다만 아델라는 이곳의 예절 같은 것은 잘 알지 못했기에 슬쩍 물어봤다.

“앉으라고 명령하신다면.”

아무래도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칸터는 곧 아델라의 맞은편으로 가 앉았다.

“그런데...왜 날 ‘에델’이라고 부른 거야?”

칸터가 맞은편에 앉자 아델라가 바로 줄곧 의아했던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벨르한테도 내 이름을 에델이라고 알려준 것 같던데.”

아델라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굳이 자신을 그렇게 부를 이유를 떠올리지 못했다.

“백작님께서 그 기사에게 신분을 숨기고 있었기에 제가 둘러댄 이름입니다. 몰락한 백작가의 따님이라고 알고 있더군요.”

“아....”

사실 그대로 아델라라는 이름을 말하면 아델라가 기껏 숨기고 있던 신분이 들통 날지도 모르니 일부러 가명을 댔다는 말이었다.

칸터가 나타난 이상 이제 일부러 신분을 숨길 필요는 없을 테지만.

“그럼 이번엔 제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잠깐 멍하게 있던 아델라에게 칸터가 갑자기 정색하며 묻자 아델라가 살짝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응.”

“어째서 신분을 숨기고 계시는 겁니까? 아니, 어떻게, 왜 성에서 혼자 나오신 겁니까?”

현재 칸터의 눈빛은 아델라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의 브롤드의 눈빛과 같았다. 그리고 이런 눈빛을 앞에 두고 거짓을 말할 만큼 아델라는 강한 심장을 지니지 못했다.

잠시 후.

아델라에게 모든 사실을 듣게 된 칸터가 이마를 짚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고양이를 구하려고 성 밖으로 나오셨다니...어떻게 그런 부분만 나이 대 다우신지....”

물론, 그 고양이가 말을 한다는 것과 자신을 위험에서 구해줄 수 있다는 사실까지 밝히진 않았기에 아델라의 그러한 행동을 쉽게 이해하긴 힘들었다.

“...그나마 위험한 사람을 만나지 않은 것이 다행입니다.”

돼지를 찔러 죽인 직후, 한창 돼지에게 굴려지던 아이가 백작인 아델라였다는 사실과, 그런 아델라의 복장이 마치 몹쓸 범죄를 당한 것처럼 보이자 칸터는 잠시 패닉상태에 빠졌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충격은 아델라와 동행하던 벨르에게 쏟아졌고 벨르 입장에선 그야말로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그 키만 크고 갑옷만 껴입었지 기사 같지도 않은 여자에게 납치당하신 줄 알고....”

쾅!

“히익?!”

갑자기 뭔가가 부서지는 것만 같은 소리에 아델라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음식을 쟁반에 든 채,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벨르가 문을 열고 서있었다.

“야, 너 이 새끼야. 나와.”


작가의말

낮에 자고 새벽에 글을 쓰려니 낮에 잠만 자는 것도 아니라 너무 피곤하더군요.

어찌어찌 며칠을 버티긴 했습니다만 결국 부득이하게 연재 시간이 미뤄지게 됐습니다.

애초에 제가 글을 제때제때 써내지 못하는 미숙함이 글을 새벽에 쓴 원인이라

면목없습니다만...죄송합니다. 이후로 쭉 이 시간대에 연재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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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행 2편 18.04.01 177 2 15쪽
33 이행 1편 18.03.29 206 4 17쪽
32 서신 4편 18.03.25 247 4 14쪽
31 서신 3편 +1 18.03.18 235 4 13쪽
30 서신 2편 18.03.11 217 5 13쪽
29 서신 1편 18.03.04 292 6 12쪽
28 교육 4편 18.02.25 239 4 14쪽
27 교육 3편 18.02.11 244 2 14쪽
26 교육 2편 18.01.27 268 5 12쪽
25 교육 1편 18.01.14 280 4 13쪽
24 회수 5편 18.01.10 305 4 14쪽
23 회수 4편 18.01.06 279 4 14쪽
22 회수 3편 +1 18.01.03 308 3 13쪽
21 회수 2편 +1 17.12.21 328 2 12쪽
20 회수 1편 17.12.15 352 2 12쪽
19 뜻밖의 외출 6편 17.12.12 348 4 14쪽
18 뜻밖의 외출 5편 17.12.07 415 2 10쪽
» 뜻밖의 외출 4편 17.12.06 371 6 12쪽
16 뜻밖의 외출 3편 +1 17.12.04 480 4 12쪽
15 뜻밖의 외출 2편 +1 17.12.02 388 3 12쪽
14 뜻밖의 외출 1편 17.12.01 443 4 16쪽
13 버스터 3편 17.11.30 467 5 10쪽
12 버스터 2편 17.11.29 477 4 14쪽
11 버스터 1편 17.11.27 552 5 19쪽
10 이곳은 중세 5편 17.11.26 625 8 16쪽
9 이곳은 중세 4편 17.11.24 663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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