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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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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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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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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글자수 :
40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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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4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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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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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교육 1편

DUMMY

작은 몸은 계속 이리저리 흔들렸고 작게 난 창문 밖으로 푸른 언덕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까지 듣고 있자니 현재 마차를 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밖에 없었다.

아델라가 현재 그런 식으로, 자신이 마차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도 자신이 마차에 탄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의아해하고 있을 무렵. 창밖에 익숙한 얼굴인 칸터가 말을 탄 채 마차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모험가 느낌이 나는 평소의 복장과는 달리 현재는 본래의 신분인 기사답게 사슬갑옷으로 완전히 중무장을 한 상태였다.

바로 칸터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질문하려했던 아델라는 곧 직감했다.

‘꿈인가.’

말을 하려고 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몸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줄 알았으나 전혀 아니었다.

“칸터어~ 아직이야~?”

어떻게든 움직이고 싶었던 입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열렸다. 당연하지만 본래 이런 질문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네. 아가씨. 아직입니다. 이제 반 정도 오셨습니다.”

마차로 다가온 칸터의 말은 이 꿈속의 아델라가 기대한 바는 아니었던지 소리와 표정으로 불만스러움을 드러냈다.

“힘드시다면 잠시 쉬시는 게 어떠십니까?”

하지만 그런 칸터의 말에 예상외로 아델라는 고개를 저었다.

“으으응. 아니야. 그냥...빨리 집에 가고 싶어.”

단지 집에 빨리 가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 표정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변경백의 소식에 상심이 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아직 할데란트에 도착하려면 최소 열흘은 더 가야했다. 때문에 벌써부터 이런 반응을 보이는 아델라가 걱정되었고 그래서 어떻게든 달래주고 싶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아가씨의 기분이 좀 나아지시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아델라의 표정이 갑자기 환해지며 뭔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즉시 칸터에게 저지당했다.

“제가 할데란트의 기사가 되는 것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머리에 그 생각밖에 없었던 아델라는 칸터의 말을 듣자마자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히잉....”

이미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요구를 해올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예상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델라 입장에서는 그저 먼 타지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친하게 지내던 칸터와 자주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었지만 칸터 입장에선 여러모로 곤란하기 짝이 없는 요구였다.

다만 그런 아델라의 마음을 칸터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차선책을 제시했다.

“아가씨가 할데란트로 돌아가시더라도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하지만...그러면 칸터가 힘들잖아?”

공작의 영지와 할데란트가 멀다는 건 아델라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할데란트의 기사가 되어달라는 부탁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아델라가 칸터의 입장을 배려하고 있다는 뜻이긴 했으나, 근본적으로 약간 어긋나있었다.

“솔직히, 제게 공작님을 버리고 할데란트의 기사로 오라고 말씀하시는 쪽이 훨씬 힘듭니다.”

“응? 어째서?”

그런 아델라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본 칸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방금 그 말은 잊어주시길. 그리고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분명 멀긴 하지만 저 혼자라면 훨씬 짧은 시간에 오갈 수 있을 테니까요.”

빨리 오갈 수 있다고 해서 힘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혼자가 되어버린 이 가엾은 소녀에게 자신이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마침 그곳에 친구 녀석도 하나 있으니...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렇게 하고 싶은 것뿐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델라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래도, 칸터는 아빠잖아? 집에 안 가 봐도 괜찮아?”

직접 만난 적은 없었으나 칸터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칸터가 자신의 장원에 돌아가지 않은지 한 달은 족히 되었다는 것 역시도 알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복무 기한도 아직 남았고 제 아들도 이제 마냥 어린애가 아니니....”

“안 돼!”

칸터의 말을 듣던 아델라가 갑자기 소리쳤다.

그리고는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칸터에게 ‘명령’했다.

“나도 아빠가 성에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을 때 슬펐는걸! 칸터는 그러지마!”

그 말을 들은 칸터는 잠시 멍하게 아델라를 쳐다봤으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 그러면, 복무 기한을 채우고 잠시 제 집에 들렀다가 아가씨를 뵈러 가겠습니다.”

아델라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한 거야!’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그런 훈훈한 광경을 특등석에서 너무나 생생하게 지켜본 ‘현재의’ 아델라는 이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본래 이 몸의 주인이 가지고 있던 추억임을 깨달았다.

거기에 칸터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다했더니 본래는 굉장히 친밀한 사이였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물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칸터가 유부남이었다는 것이었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흥미롭기는 했으나 이제 슬슬 꿈에서 깨어났으면 싶을 무렵....

창밖으로 보이던 칸터를 비롯한 호위병들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마차 내에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났다.

“?!”

바로 마차 내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창밖 풍경도 어느새 초록빛 들판에서 탁한 물속으로 뒤바뀌었다.

말도 안 되는 급격한 상황변화에 꿈속의 아델라뿐만 아니라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현재의 아델라까지 당황하고 있었다.

아델라는 어떻게든 마차의 문을 열고 탈출하려했으나 아무리 힘주어 밀어 봐도 요지부동. 고작 어린아이의 힘으로는 물속에서 수압을 이겨내고 문을 열기란 불가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문까지 깨지며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

“....!”

마차 안에 물이 가득 차게 되자 아델라는 숨을 쉴 수 없는 괴로움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

물이 가득 찬 마차는 무거운 돌처럼 깊숙한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희미해져 가던 아델라의 의식은 곧 완전히 끊어졌다.


“으아아?!”

꿈속의 아델라와 같은 감정을 느끼며 죽어가는 과정을 함께하니 비명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난 아델라는 자신이 마차가 아니라 침대 위에 앉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악몽이라도 꾼 모양이네?”

아델라가 한숨 돌리며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던 도중, 옆에서 버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틀자 난로 앞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버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넌 또 어떻게 들어온 거야?”

아델라의 물음에 버스터는 눈짓으로 창문을 가리켰고 창문으로는 막 떠오르기 시작한 햇빛이 반대편 벽을 비추고 있었다.

즉, 아델라가 깨어날 시간이 되어 하녀들이 문을 열어두었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하녀들이 다녀갔다는 확실한 증거로 침대의 커튼도 걷혀있었다.

“그래서, 어떤 꿈이었는데?”

“...그게 왜 궁금해?”

갑자기 버스터가 꿈의 내용을 묻자 아델라가 별 게 다 궁금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런 아델라의 반응에 버스터는 살며시 시선을 피하고는 말했다.

“아니, 뭐. 또 돼지한테 쫓기는 꿈이라도 꿨나 해서.”

그렇게 시선을 피한 버스터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아델라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눈치를 살폈다. 분명 그 말이 아델라의 신경을 긁을 만한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 한 행동이었다.

“...이번엔 아니거든.”

그러나 지금은 그다지 화를 낼 기분이 들지 않았다. 여전히 꿈의 내용이 여러모로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넌...‘진짜’ 아델라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강에 빠져서 죽었다는 건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그리고...공작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다는 것도 말이지.”

버스터가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뭘 더 궁금해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차 째로 강에 빠져 죽었다는 건 진작 들었던 이야기이고, 그것을 공작이 시켰다는 것은 어제 버스터에게 공작을 움직일 방법을 듣던 와중에 함께 나오게 된 이야기였다.

여기서 버스터가 제시한 해결책이란, 공작을 협박하겠다는 것이었다.

공작에게 ‘날 도와주지 않으면 진실을 밝히겠다.’라는 서신을 보내고,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에게 호의적인 칸터를 증인으로 내세워 공작의 행위를 까발리겠다고 더 압박하는 계획이었다.

버스터의 말에 의하면 칸터 역시 그 일과 관련되어있고 그 때문에 공작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봉신인 칸터가 자신의 주군인 공작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면 그만큼 파급력이 클 테니 충분히 납득할만한 주장이었다.

“그 때 상황을 자세히 알고 싶어. 혹시...칸터가 공작의 명령을 받고 그런 일을 저지른 범인인 건...아니겠지?”

꿈에 의하면 칸터는 그저 관련된 정도가 아니라 현장에 있던 장본인이었었다. 무서운 생각이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도 버스터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장담하는데 칸터는 정말 공작의 명령대로 널 지키기 위해서 동행한 거야. 뭐, 기껏 괴한들에게서 널 떼어놓고 먼저 도망가게 했더니 마부가 마차를 강에 떨어뜨렸지만.”

게다가 그 뿐만 아니라 강바닥에 가라앉은 마차에서 시신을 건져내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할데란트로 보낸 것도 칸터였다는 모양이었다.

그 말까지 듣자 아델라는 괜히 칸터를 의심한 것이 미안해졌다. 분명 칸터가 그런 짓을 했다고 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도 좋았다.

“아무래도 그때의 기억을 꿈으로 꾼 것 같은데, 너무 신경 쓰지는 마. 꿈인데다가 아델라가 죽기 직전의 기억이니 현실과 다를 수도 있으니까.”

확실히 칸터와의 대화가 끝나고서부터 꿈 자체가 급격하게 변했다. 만약 그 대화가 끝난 뒤로 괴한들이 습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델라가 강에 빠져 죽은 것이라면 기억이 혼란스러운 것도 당연했다.

“...그런가.”

버스터의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에서 정리를 끝내자 훨씬 마음이 놓였다. 아델라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버스터의 존재가 위안이 된 경우였다.

“그래, 고맙....”

아델라가 감사의 뜻을 표하려던 것과 거의 동시에 버스터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모르는 게 좋을 거라고 했는데 괜히 억지로 물어보니까 그런 꿈을 꾸지.”

“...지 않다!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렇게 아침부터 버스터 덕분에 열을 잔뜩 낸 후.

아침 미사와 점심식사를 마친 아델라는 방에서 대기 중이었다.

“하다못해 쌀밥이랑 상추랑 쌈장만 있었으면 정말 식사시간이 즐거웠을 거야.”

입으로는 천편일률적인 식사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아델라의 걱정거리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영주님.”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인기척과 함께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아델라가 중얼거렸다.

아델라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물론 어제 브롤드가 말했던 이야기 때문이었다. 훌륭한 영주가 되기 위해선 교육을 받아야한다는 그 이야기 말이다.

“들어가겠습니다.”

아델라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에게 목례하는 인물을 본 아델라는 살짝 당황했다.

“...주교님?”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혹시...주교님이 제 공부를?”

“예. 제가 영주님의 교육을 맡게 되었습니다.”

아델라는 당연히 브롤드가 자신의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기에 주교가 온 것은 의외였다.

“제가 모자란 부분이 많으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누가 선생이고 제자인지 모를 주교의 말에 아델라는 당황했다.

“아, 아니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주교의 교육을 담당한 선생님답지 않은 말에 약간 놀란 아델라였으나 이런 분위기라면 수업이 그다지 힘들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분명 주교는 뭔가 대하기 힘든 느낌이 있긴 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주교의 인품은 익히 알고 있었다.

브롤드는 비교적 대하기는 편했지만 엄할 때는 너무도 엄했기에 차라리 주교에게 교육을 받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기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나, 아델라의 그 생각은 머지않아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작가의말

전편에서 편집 중에 실수가 생겨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연재 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해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지금은 수정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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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이행 1편 18.03.29 207 4 17쪽
32 서신 4편 18.03.25 247 4 14쪽
31 서신 3편 +1 18.03.18 235 4 13쪽
30 서신 2편 18.03.11 217 5 13쪽
29 서신 1편 18.03.04 292 6 12쪽
28 교육 4편 18.02.25 239 4 14쪽
27 교육 3편 18.02.11 244 2 14쪽
26 교육 2편 18.01.27 269 5 12쪽
» 교육 1편 18.01.14 281 4 13쪽
24 회수 5편 18.01.10 305 4 14쪽
23 회수 4편 18.01.06 280 4 14쪽
22 회수 3편 +1 18.01.03 308 3 13쪽
21 회수 2편 +1 17.12.21 329 2 12쪽
20 회수 1편 17.12.15 352 2 12쪽
19 뜻밖의 외출 6편 17.12.12 348 4 14쪽
18 뜻밖의 외출 5편 17.12.07 415 2 10쪽
17 뜻밖의 외출 4편 17.12.06 371 6 12쪽
16 뜻밖의 외출 3편 +1 17.12.04 480 4 12쪽
15 뜻밖의 외출 2편 +1 17.12.02 388 3 12쪽
14 뜻밖의 외출 1편 17.12.01 443 4 16쪽
13 버스터 3편 17.11.30 467 5 10쪽
12 버스터 2편 17.11.29 477 4 14쪽
11 버스터 1편 17.11.27 553 5 19쪽
10 이곳은 중세 5편 17.11.26 625 8 16쪽
9 이곳은 중세 4편 17.11.24 663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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