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6,187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8.01.27 02:35
조회
268
추천
5
글자
12쪽

교육 2편

DUMMY

“잘하셨습니다.”

잠시 후. 네모난 판에 지렁이 같은 알파벳들을 써서 내민 아델라에게 주교가 칭찬의 말을 건넨다.

현재 아델라의 수업 내용은 바로 프니앙 왕국의 언어인 ‘프니앙어’였다.

지역별로 방언이 심해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에 가까운데다 하층민들이 주로 쓰는 제국의 ‘데이치어’보단 만국 귀족들의 공용어나 다름없는 프니앙어를 아델라가 배우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기존의 알고 있던 알파벳과 다른 점이 약간 있긴 했으나 다행히 크게 다르지 않았던 만큼 어렵잖게 새로운 알파벳을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제 읽어보시지요.”

“서...응서?”

망설임 끝에 단어 읽기를 시도했으나 주교는 고개를 저었다.

“‘성서’입니다.”

게임을 제외하면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아델라에게 그나마 익숙한 영어도 아닌 다른 언어를 익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자는 영어와 비슷하면서도 읽는 법은 꽤나 차이가 났기에 더욱 헷갈렸다.

“아직 읽는 법은 제대로 배우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아델라의 현재 수준을 확인한 주교는 가장 기초인 알파벳은 외우고 쓰는 단계를 생략하기로 하고 잠시 바깥에 있던 미아에게 책 한 권을 가져오도록 시켜 탁자에 가져다 놓았다.

“제가 이 책의 단어를 하나씩 읽어드릴 겁니다. 영주님께선 그 단어를 적으며 단어의 철자와 발음을 외워주십시오.”

주교는 담담하게 탁자 위에 놓인 책과 같은 것을 펼쳐들었다. 거의 항상 가지고 다니던 것인 듯 자연스럽게 품에서 꺼냈다.

아델라는 탁자 위에 놓인 책을 힘겹게 들어 자신의 앞으로 가져왔다. 척 보기에도 크고 두꺼워 보이긴 했으나 그러한 예상보다도 훨씬 무거웠다.

“성서?”

아델라는 방금 배운 단어를 바로 써먹을 수 있었다. 책 표지에 그 단어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예. 본래는 변경백 각하의 것이었으나 이제는 영주님의 것이지요.”

그러한 설명을 들으며 책을 펼쳐본 아델라는 주교의 공부법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

최소한, 어린애에게 사용할 법한 공부법은 아니었다. 정말로 이런 식으로 어린애를 공부시켰다간 공부고 뭐고 뛰쳐나갈 게 분명했다. 어린애가 아닌 자신도 한 쪽을 빼곡히 메운 온갖 단어들을 보고 있으니 벌써부터 두 손 두 발 다 들고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동화 같은 것이 훨씬 나았다.

애들용이니 아델라가 재미는 그다지 느끼지 못하겠지만 무엇보다 동화는 쉬울 터였다. 반면 성서는 재미도 없을 뿐더러 어렵기도 엄청 어렵고 분량도 너무 많아 숨이 막힐 정도였다.

“그런 것으로 어찌 글을 배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안 됩니다. 그리고 동화 같은 것들은 책으로 만들지도 않습니다.”

좀 더 동화책 같이 쉬운 책은 없는지 물었으나 즉시 퇴짜를 맞았다. 적어도 주교는 어릴 때 동화책으로 공부는커녕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그렇게 아델라는 어린이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 세상을 원망하며 주교가 읽어주는 성서의 단어를 판에 적어나갔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잠시 쉬었다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한참동안 단어를 읽어주고 아델라가 쓴 단어의 철자를 확인하며 발음을 교정시켜주던 주교가 성서를 덮으며 말했다.

물론 아델라는 그런 주교의 제안을 절대로 거절할 리 없었기에 무언으로 긍정했고 주교는 아델라에게 쉬고 계시라는 말을 남기고 잠시 방을 나갔다.

“으어....”

아델라는 주교가 나가자마자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와 동시에 탁자에 엎어졌다.

“여, 영주님,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신 곳이라도...?”

마침 방 안으로 들어오려던 헤브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아델라에게 달려왔다.

“괜찮...아니, 안 괜찮아.”

아델라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정말 드물었기에 두 사람은 현재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주교님께 오늘은 몸 상태가 나빠 이만 수업을 끝내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릴까요?”

본래 그럴 생각은 없었으나, 헤브의 말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헤브가 잠시 어딘가로 사라진 주교에게 수업 중단을 전하러 방을 나서자 이제는 완전히 수업을 들을 마음이 사라져버린 아델라는 침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공부라는 것을 정말 오랜만에 하느라 과열된 머리를 식혔다.

“저기...영주님?”

수면이 모자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부로 인한 피로로 인해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던 것만으로 잠들 뻔한 아델라였지만 어느새 다시 돌아온 헤브의 목소리로 인해 눈을 다시 떴다.

“어디 계신지 모르겠어?”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는 듯한 헤브의 목소리에 아델라가 상체를 일으키며 물었다. 그러나 헤브는 아델라의 추측을 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아뇨, 그렇진 않고...다행히 서재로 가보던 중에 복도에서 주교님과 마주쳤어요.”

헤브가 곤란해할만한 이유라곤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은 아델라는 시선을 헤브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뭐가 문제인지 빨리 설명하라는 눈빛을 받게 된 헤브는 머뭇거리면서도 곧 입을 열었다.

“그게, 주교님께서 수업이 힘드시면 억지로 받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해드리라고 하셨어요. 자작님께는 직접 설명할 테니 굳이 힘들게 공부하실 필요 없다고....”

그러한 헤브의 말을 들은 아델라는 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그 두통의 강도는 한창 공부 중일 때보다도 훨씬 더 강했다.

“그러니까, 주교님이 나한테 공부하기 싫으면 그냥 때려치우라고 했다고?”

“네, 네?”

꽤나 과격한 아델라의 말에 헤브가 당황해했다.

“그...그렇게까지는....”

당연히 아델라가 영주이니 ‘때려치우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델라에게는 그렇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헤브가 그만 쉬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꺼내자마자 그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 것만 봐도 아델라가 얼마나 수업을 받기 싫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워낙 강하게 가지고 있다 보니 그것이 수업 도중 태도로도 드러났다. 갑자기 멍을 때린다거나, 한숨을 쉰다거나, 고개를 떨군다거나, 필기용 막대를 갑자기 손에서 놓는다거나 하는 것들로 말이다.

이런 행동들은 단순히 공부를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고된 수업이 지속된 탓에 발생한 후유증이었다.

다행히도, 그때마다 주교는 딱히 화내는 기색 없이 조용하게 잠시 기다려주는 행동을 취했고 아델라는 곧 다시 수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길어봤자 1, 2분이었으나 정말 천금 같은 휴식이었던 만큼 단순히 이 사실만으로도 주교가 자신의 수업을 맡게 된 것이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아델라였다.

하지만....

몸이 아파 수업을 그만하자고 했다가 하기 싫으면 때려치우라는 말을 들은 현재는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수업 도중에 주었던 잠깐의 휴식동안 주교는 그저 아델라 자신이 다시 수업을 재개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자신의 태도를 못마땅해 하며 한껏 벼르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는 것으로 말이다.

그 증거로 수업 중단을 브롤드에게 전하겠다는 말을 함께 해왔다.

아델라의 수업을 시작하도록 한 사람이 바로 브롤드인데 아델라가 주교의 입에서 수업을 받기 싫어해 수업을 중단하겠다는 말이 브롤드에게로 전해지면 이어질 반응은 뻔했다.

바쁜 와중에도 방으로 찾아와 몇 시간이고 훌륭한 영주가 되려면 무엇을 잘해야 하며 변경백은 어땠고 가문의 조상은 어땠는지 줄줄 늘어놓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브롤드가 싫은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기 때문에 그런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피곤한 것도 분명 사실이었다.

어차피 브롤드가 아델라에게 수업을 다시 받겠다고 할 때까지 설득을 빙자한 설교를 할 것을 감안하면, 괜히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주교님 모셔와. 조금 쉬니까 아픈 거 다 나았다고 해.”

자신은 또 다시 수업으로 인해 피곤해지겠지만 결국 수업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하는 부분이었다.

주교의 반응에 의아해하던 것은 헤브 역시 마찬가지였던 지라 주교님을 다시 모셔오라는 아델라의 명령에 대답을 하고는 바로 방을 뛰쳐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방에 돌아온 주교는 아델라의 몸 상태를 간단히 물었다.

그리고 아델라에게 문제없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다시 수업을 재개했다. 어렵고 지루하기만한 성서로 글 배우기 수업을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정말로 오늘은 쉬셔야하지 않을까?”

수업을 기다리는 아델라의 상태를 보고 온 하녀들이 복도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에 심심해하실 때는 그냥 기운이 없어 보이셨는데 지금은....”

“한 번 더 돌아가실 것 같...아얏?!”

다른 사람이 듣고 오해할까 무서운 말을 하는 미네의 팔뚝을 헤브가 힘껏 꼬집었다.

“그런 말은 입 밖으로 꺼내는 거 아니야!”

그러나 꼬집힌 미네는 억울하다는 듯 헤브와 미아를 번갈아보며 항변했다.

“하지만, 영주님 표정이...그만큼 나쁜 건 사실인 걸!”

그 말대로 의자에 축 늘어져있는 아델라의 표정은 영혼이 빠져나갔다거나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 같다는 등의 말로 표현이 가능했다. 며칠 동안 진행된 수업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특히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탓이었다.

헤브와 미아 또한 아델라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아델라가 첫 수업 때처럼 도중에 약간이라도 집중력이 저하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주교는 바로 아델라에게 수업을 중단할 것을 종용한다고 한다.

물론 그런 주교의 말이 좋은 의도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아델라는 즉시 사양의 뜻을 밝히고 수업에 다시 집중해야만 했다.

덕분에 그렇잖아도 어려웠던 수업이 더욱 난이도가 올라가버렸다. 주교까지 신경을 써야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지만....”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해봤자 아델라는 고개를 젓기만 했다. 그렇다고 아델라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주교에게 공부를 하루 쉬겠다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미아와 헤브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미네가 한 마디 했다.

“우리가 자작님께 허락을 받으면 안 돼?”


“오늘은 수업을 안 한다고?”

아델라의 질문에 세 사람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브롤드에게 가서 현재 아델라의 상태를 보고한 덕분에 얻어낸 결과였다.

애초에 시중을 드는 것과 함께 그런 일을 겸하도록 지시를 받았으니 브롤드가 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를 얻어낸 효과는 굉장했다.

“너희들 정말...!”

아델라는 탁자위에 엎드려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시한부의 모습을 벗어던지고는 세 사람에게 뛰어들었다.

“너희는 최고의 충신들이야! 날 걱정해주는 건 너희밖에 없다!”

아델라는 세 사람과 포옹하며 자신이 받은 감동을 유감없이 표출했다.

“하하....”

그런데, 세 사람은 아델라의 그런 적극적인 감정표현에 기분좋아하면서도 뭔가 망설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아델라 역시 그런 하녀들의 반응을 눈치 챘을 테지만 현재 하녀들의 반응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때문에 하녀들과 감동의 포옹을 끝낸 아델라는 즉시 침대로 뛰어올라갔다.

“저기...영주님?”

세상을 다 가진듯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아델라를 미아가 가까스로 부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자신에게로 고개를 돌린 아델라에게 아직 미처 전하지 못한 소식을 알리기 위해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시겠지만...프니앙어 수업 대신 승마를 배우기 위해서 나가셔야하는데요....”

그 순간. 아델라의 얼굴에서는 감정이 사라졌다.


작가의말

일을 하긴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글이 너무 안써져서 혼났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사냥 1편 18.05.31 228 1 13쪽
37 믿음직한 친구 편 18.05.16 214 4 16쪽
36 이행 4편 18.05.13 195 6 14쪽
35 이행 3편 18.04.01 181 3 14쪽
34 이행 2편 18.04.01 177 2 15쪽
33 이행 1편 18.03.29 206 4 17쪽
32 서신 4편 18.03.25 247 4 14쪽
31 서신 3편 +1 18.03.18 235 4 13쪽
30 서신 2편 18.03.11 217 5 13쪽
29 서신 1편 18.03.04 292 6 12쪽
28 교육 4편 18.02.25 239 4 14쪽
27 교육 3편 18.02.11 244 2 14쪽
» 교육 2편 18.01.27 269 5 12쪽
25 교육 1편 18.01.14 280 4 13쪽
24 회수 5편 18.01.10 305 4 14쪽
23 회수 4편 18.01.06 279 4 14쪽
22 회수 3편 +1 18.01.03 308 3 13쪽
21 회수 2편 +1 17.12.21 328 2 12쪽
20 회수 1편 17.12.15 352 2 12쪽
19 뜻밖의 외출 6편 17.12.12 348 4 14쪽
18 뜻밖의 외출 5편 17.12.07 415 2 10쪽
17 뜻밖의 외출 4편 17.12.06 371 6 12쪽
16 뜻밖의 외출 3편 +1 17.12.04 480 4 12쪽
15 뜻밖의 외출 2편 +1 17.12.02 388 3 12쪽
14 뜻밖의 외출 1편 17.12.01 443 4 16쪽
13 버스터 3편 17.11.30 467 5 10쪽
12 버스터 2편 17.11.29 477 4 14쪽
11 버스터 1편 17.11.27 552 5 19쪽
10 이곳은 중세 5편 17.11.26 625 8 16쪽
9 이곳은 중세 4편 17.11.24 663 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