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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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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6,202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7.12.15 23:58
조회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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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회수 1편

DUMMY

아델라는 자신의 방에 놓여진 커다란 나무통에 편안히 앉아 눈을 감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

그 옆에선 헤브가 아델라의 팔을 따뜻한 물을 묻힌 부드러운 천으로 문질러 닦아냈다.

보이는 그대로 외출에서 돌아온 아델라는 목욕 중이었다. 평소에도 몇 번씩 해왔던 목욕을 오늘같은 특별한 외출이 끝난 뒤에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아델라는 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아델라 본인도 몸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고약한 냄새가 찝찝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자신에게 다가온 하녀들이 알 수 없는 악취에 당혹스러워하는 것이 확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마지막....”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온 미아와 미네는 들고 있던 통에 담긴 물을 아델라가 앉아있는 욕조에 부었다. 그 물은 당연하게도 목욕을 위해 따뜻하게 데운 물로, 1층의 화로에서부터 가져다나른 것이었다.

그 덕분에 한참 동안이나 물을 가져다나르던 두 사람은 녹초가 된 상태.

“수고했어.”

처음에는 미안해서 목욕을 못할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몇 번 시중을 받다보니 그 엄청난 양의 노동을 수고했다는 한 마디로 퉁칠 수준까지 되었다.

“감사합니다....”

하녀들 또한 귀족에게 듣는 수고했다는 말에 익숙해지던 참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경우는 아델라가 아니면 드문 일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한 숨돌리고 있을 무렵. 그나마 아델라의 목욕시중을 드는 일을 맡아 쌩쌩한 헤브가 잠시 손을 멈추고는 물어왔다.

“저기, 밖에서 무슨 일 있었...나요?”

보통 때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편하게 목욕중인 이 시간에 아델라의 표정이 어두울 리 없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돼지에게 죽을 뻔했고, 인장도 잃어버렸다. 거기에 브롤드의 엄청난 분노가 서린 잔소리를 한참이나 듣고 왔으니 표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나라도 몸에서 X냄새가 나는 건...읍!”

미아가 쓸데없이 나서는 미네의 입을 막아버렸고 아델라는 한숨을 내쉬며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듯 작게 말했다.

“그냥,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

아델라가 말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를 팍팍 내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치 없는 하녀들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눈치였다.

“이런저런?”

직접 말해달라고 하지만 않았을 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발 말해달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 추워지려고 해.”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언제까지고 기다릴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든 아델라가 한 마디 하자 곧 그 뜻을 알아차린 헤브가 다시 바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그럼 자작님께선 어째서 그렇게 화를 내신 거예요?”

아델라가 말해주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헤브는 질문을 바꿨다.

브롤드는 분노가 가득 찬 상태에서 아델라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으나 그 설명이 끝났을 때는 그 화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느라 한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 중 아델라가 자신이 구하려고 한 게 말하는 고양이라는 것은 물론, 인장을 잃어버렸다는 사실과 나중에 만나게 된 기사가 칸터라는 사실을 누락시켜 아델라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덕분에 더욱 큰 분노를 유발했다.

그나마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시간을 가졌음에도 설교가 폭풍처럼 몰아쳤을 정도니 방 밖에서 대기하던 하녀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건 너희도 다 들었을 거 아냐.”

“어, 다 듣지는 못했...흡!”

당당히 영주가 재상에게 혼나는 것을 엿들었다고 말하려는 미네의 입을 미아가 틀어막았다.

“....”

브롤드가 자신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한 하녀들을 처벌하려했던 것을 모르는 것을 보아 전부 들은 것은 아닌 듯했다.

“그 분은 누구시죠? 그 함께...오신 기사님 같은 분이요.”

헤브가 열심히 손을 움직이며 물어왔다.

병사들에게 연행되어 온 벨르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했다.

“기사래. 방랑기사.”

그러자 헤브가 마치 자신이 모욕을 당한 듯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방랑기사는 진짜 기사가 아닌데!”

그런 헤브의 반응에 아델라는 칸터 역시 이와 비슷한 멸시를 벨르에게 보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뒤에 칸터의 태도를 반전시킨 벨르의 말도 함께 떠올랐다.

“티...무슨 가문에 로아 기사단? 출신이라고 하던데.”

“네?!”

아델라가 벌써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어 말하자 세 사람 모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로아 기사단이라는 데가 그렇게 대단해?”

하지만 그런 아델라의 질문에는 미아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들어본 적 없는 기사단이에요. 하지만 기사단 출신이시라면 보통 방랑기사들과는 급이 아예 다르죠.”

그 말에 헤브가 고개를 끄덕이며 격하게 동의했다.

“기사단 출신이라면 당연히 기사님이지!”

이들의 반응을 보니 칸터가 태도를 급격히 전환한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았다.

“근데...어째서 기사단에 계셨던 분이 방랑기사를 하고 계실까요?”

“...어라? 그러네?”

미아와 헤브, 두 사람은 그 점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사단에 소속된 기사와 방랑기사 간의 차이는 칸터와 하녀들의 상반된 반응만큼이나 아주 큰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귀족 가문출신에 엄격한 규율과 신앙심으로 똘똘 뭉친 기사단의 기사가 굳이 개나 소나 기사라고 칭하며 깡패나 다름없는 행동을 일삼는 부류들이 상당수 포함된 방랑기사가 되는 선택을 했다는 것은 분명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아델라가 생각하기에도 훨씬 더 있어 보이는 기사단에서 나와 ‘방랑’을 하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

혹시 쫓겨난 게 아닐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지만, 만약 그랬다면 일부러 자신을 쫓아낸 기사단의 명예를 위해 칸터에게 결투를 신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참 생각하던 아델라는 직접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벨르는 어디 있어?”

마침 의뢰에 관해 할 이야기도 있으니 겸사겸사 물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하녀들에게 물었다.

“아, 그 기사님이요? 지금 감옥에 계세요.”

그러자 제일 빠르게 벨르가 방금까지 말한 기사의 이름이라는 것을 눈치 챈 미네가 대답했다.

“...응?”


분명 벨르가 무단으로 결투를 하다가 잡힌 범죄자이긴 했으나 설마 감옥에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주 잠깐, 의뢰로 인한 것이긴 했으나 영주인 아델라의 보호자였으니 말이다.

만약 벨르가 험한 취급을 받더라도 영주인 자신의 이름을 대면 극단적인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델라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에델 아가씨를 모셔와 달라고! 분명 나와 함께 이 성으로 오셨으니 여기 계실거란 말이다!”

벨르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시끄러워! 여기에 ‘에델’이라는 분은 없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 내게 할데란트 백작님을 잘 알고 계시다고 말씀하셨어! 조금만 찾아보면 반드시 계실 거다! 그 분과 날 만나게 해주면 반드시 네게 사례할 테니...!”

“아, 글쎄 그런 사람은 없다니까!”

아델라가 브롤드에게 혼나고 목욕을 하며 휴식을 취하던 시간에 벨르는 눈에 띄는 간수나 보초마다 붙잡고 열심히 존재하지도 않는 에델이란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게다가 갑옷과 같은 장비들도 다 빼앗긴 탓인지 훨씬 더 초라해보였다.

“...과연. 벨르에게 빅엿을 먹이려는 칸터의 큰 그림이었던 건가.”

정말 그런 의도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네?”

감옥까지 안내를 맡은 미네가 아델라의 혼잣말에 반응했다.

감옥까지 안내를 맡은 미네가 자신의 혼잣말에 반응하자 아델라는 자연스럽게 벨르를 가리켰다.

“풀어주라고 해.”

“아, 네!”

아델라의 말에 미네는 바로 간수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미네가 갑작스러운 죄수의 석방요구에 당황해하는 간수에게 문밖에 서있는 아델라의 존재를 알리자 간수는 허겁지겁 열쇠를 집어 들고 바로 벨르에게로 가 열쇠로 문을 열었다.

“벨르님이시죠?”

미네가 간수를 째려보며 방에서 나오는 벨르에게 물었고 벨르는 미네에게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네. ‘벨르 티센느’입니다.”

“여기사님은 처음 봐요. 기사단 출신이라고 하시던데. 대단하세요!”

“하하...그렇게 드문 것도 아닙니다.”

미네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선망의 시선을 보내오자 벨르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벨르가 혹시 에델이 자신을 풀어주라고 보낸 것이 맞는지 막 물어보려던 찰나. 감옥 밖에 서있던, 확실히 귀족다운 차림새의 아델라가 눈에 들어왔다.

“아! 에델 아가씨. 절 잊지 않으셨....”

아델라를 본 벨르가 정말 반가운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려했으나 어째서인지 미네가 끼어들었다.

“기사님!”

“네, 네?”

그 예상치 못한 미네의 박력은 벨르도 당황할 정도였다.

“아무리 별명으로 부를 정도로 사적인 사이라고 해도 바깥에서는 영주님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웬일로 미네치고는 기특한 말이었지만 역시나 미네답게 심각한 오류가 존재했다.

“고맙긴 한데, 네가 오해하고 있는 게 있어.”

절대로 ‘에델’은 아델라의 별명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아델라와 벨르가 사적으로 친한 사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벨르가 한숨을 내쉬며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휴우.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해인거로군요.”

“...네?”

미네조차도 벨르의 말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에델 아가씨. 가능하다면 백작님과 만나 뵙고 싶습니다. 주선해주실 수 있으시다면 꼭 좀...의뢰는 완수하지 못했습니다만 압수당한 제 장비들만이라도 되찾았으면 싶어서요.”

오해라고 받아들인 부분이 크게 잘못된 탓에 아델라와 미네의 머리를 순간 새하얗게 만든 벨르는, 여전히 에델이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 말을 덧붙였다.

“아. 그리고 혹시 백작님께서 기사, 아니 잘 무장한 병사를 필요로 하신다면 제가 적임자라고 귀띔을....”

아델라는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올리며 벨르에게 자신이 영주라는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밝혀야 그나마 부작용이 덜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30대 중반.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살짝 기른 콧수염과 꽤나 붙어있는 살집이 특징인 한 남성.

“서신인가. 어디서 온 거지?”

수 십 명은 족히 앉을 정도로 넓지만 현재는 텅텅 빈 회의실에서 다른 중년의 남자가 건네주는 편지를 받아들며 물었다.

“라힘펠 가문의 인장입니다.”

이미 봉인이 뜯긴 편지를 받아든 남성은 라힘펠이라는 말에 고개를 돌려 자신의 충실한 신하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라힘펠 가문의 인장을 쓸 사람이 남아있던가?”

“...읽어보시지요.”

그 편지 안에 답이 있다는 뜻이었다. 남성은 신하의 말대로 우선 편지를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살아났다...거 참. 신기하군.”

죽은 줄 알았던 변경백의 딸이 되살아나 백작위를 상속받았다는 것이 편지의 내용이었다.

“답장은 어떻게? 직접 하시겠습니까?”

남성은 그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방으로 가야겠군. 여긴 종이와 잉크가 없으니.”

그 말에 신하는 가볍게 목례했다.

“예. 잠시 후에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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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믿음직한 친구 편 18.05.16 214 4 16쪽
36 이행 4편 18.05.13 196 6 14쪽
35 이행 3편 18.04.01 181 3 14쪽
34 이행 2편 18.04.01 178 2 15쪽
33 이행 1편 18.03.29 207 4 17쪽
32 서신 4편 18.03.25 247 4 14쪽
31 서신 3편 +1 18.03.18 235 4 13쪽
30 서신 2편 18.03.11 217 5 13쪽
29 서신 1편 18.03.04 293 6 12쪽
28 교육 4편 18.02.25 239 4 14쪽
27 교육 3편 18.02.11 244 2 14쪽
26 교육 2편 18.01.27 269 5 12쪽
25 교육 1편 18.01.14 281 4 13쪽
24 회수 5편 18.01.10 305 4 14쪽
23 회수 4편 18.01.06 280 4 14쪽
22 회수 3편 +1 18.01.03 309 3 13쪽
21 회수 2편 +1 17.12.21 329 2 12쪽
» 회수 1편 17.12.15 353 2 12쪽
19 뜻밖의 외출 6편 17.12.12 349 4 14쪽
18 뜻밖의 외출 5편 17.12.07 415 2 10쪽
17 뜻밖의 외출 4편 17.12.06 371 6 12쪽
16 뜻밖의 외출 3편 +1 17.12.04 480 4 12쪽
15 뜻밖의 외출 2편 +1 17.12.02 388 3 12쪽
14 뜻밖의 외출 1편 17.12.01 443 4 16쪽
13 버스터 3편 17.11.30 468 5 10쪽
12 버스터 2편 17.11.29 477 4 14쪽
11 버스터 1편 17.11.27 554 5 19쪽
10 이곳은 중세 5편 17.11.26 625 8 16쪽
9 이곳은 중세 4편 17.11.24 663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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