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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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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최근연재일 :
2019.12.07 05:31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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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03
추천수 :
328
글자수 :
407,411

작성
17.12.07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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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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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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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뜻밖의 외출 5편

DUMMY

“뭐, 결투라도 하자는 건가?”

머리끝까지 분노한 모습의 벨르를 본 칸터는 굳어버린 아델라와는 달리 그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다 못해 넘치는 태도였다.

“너 같은 방랑기사에게 결투로 지켜야할 명예가 있다니 놀라운데.”

칸터가 비아냥거리자 아직도 분노에 몸을 떠는 벨르가 다가왔다.

벨르는 음식이 담긴 쟁반을 탁자위에 보는 아델라가 조마조마할 정도로 위태롭게 내려놓았다. 마음 같아선 던져버리고 싶었을 테지만 아델라를 봐서 가까스로 참은 것이었다.

그리고 벨르는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칸터에게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티센느 가문’과 내가 몸담았던 ‘로아 기사단’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다!”

자신에게 날아온 꽤나 위험해 보이는 사슬로 된 벙어리장갑을 받아들며 중얼거렸다.

“...기사단?”

그러자 줄곧 여유 넘치는 태도였던 칸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기사 흉내만 내는 깡패는 아니라는 거로군. 기사단 출신이라면 못해줄 것도 없지.”

“그래, 빠득. 그거 아주 고맙군?”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주먹질을 할 것처럼 마주보고 서서 아슬아슬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시간은 내일 오전으로....”

“아니.”

세부사항을 정하려던 칸터의 말을 벨르가 단숨에 끊어버렸다.

“지금.”

그런 벨르의 말에 칸터는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랑 빨리 싸우고 싶은 건 알겠는데, 신청을 하자마자 바로 시작하는 결투가 어디 있나?”

기본적으로 결투를 하기로 결론이 나면 결투시기를 정하는데 보통은 하루에서 길게는 며칠까지 시간을 뒀다.

“그리고 그 결정권은 신청을 받은 내게 있는 거 아닌가?”

결투 신청을 받은 자가 일정을 정한다는 것은 당연한 권리였으나 벨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근방에서는 결투가 금지되어있다. 나도 동료들에게 결투를 한다는 사실을 들키면 곤란하니까 괜히 쓸데없이 시간 끌지 말고 바로 나가서 결정하지.”

기사나 귀족의 결투는 기본적으로는 자유지만 종종 교회나 영주가 결투를 금지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보통 그런 경우는 전쟁이 벌어졌을 때인데, 귀중한 전투원인 그들이 전쟁에 나가지도 못하고 죽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결투를 한다는 게 알려지면 곤란하겠군.”

칸터가 결투를 해서 처벌을 받게 된다면 특히 베르너의 입장이 곤란해지게 된다. 최소한, 그런 말썽을 일으키는 자를 도시 내로 들였다는 사실에 대해 주변에서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소는?”

“근처에 인적이 드문 공터가 있다.”

벨르가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뒤를 돌아 방을 나가려던 순간, 칸터가 벨르를 불러 멈춰 세웠다.

“잠깐.”

벨르는 표정을 심하게 구기며 다시 뒤로 돌았다. 이미 다 결정됐는데 무슨 할 말이 남았냐는 분위기였다.

“설마 이제 와서 못하겠다는 거냐?”

그런 벨르의 도발에 칸터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내가 하려던 말은 입회자가 필요하다는 거야.”

“하?”

그러자 벨르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내 말을 못 들었나? 이 결투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고 말했을 텐데?”

“당연히 이 결투가 알려지는 것은 안 되지. 하지만 입회인 없이 결투를 한다는 것도 안 돼. 아무도 결투를 확인하지 않으면 네 실추된 명예는 누가 되돌려주지?”

“....”

그 말은 분명히 일리가 있었다. 애초에 벨르 자신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결투를 신청한다고 했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몰라주면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면 입회인을 세우지.”

동료들 전체에게 알려지는 것은 문제가 있었지만 결투에 입회해줄 단 한 명이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칸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른 사람을 데려올 필요는 없어.”

“...무슨 뜻이지?”

입회인을 세워야한다고 말해놓고는 이제 와서 입회할 사람을 데려올 필요가 없다는 칸터의 말을 벨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입회인으로서 손색없는 분이 여기 계시니까.”

칸터는 그 말을 하며 벨르가 가져온 햄과 소시지, 빵, 수프, 양배추 절임 등의 음식을 열심히 먹고 있던 아델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분위기는 상당히 좋지 않았지만 아델라는 간만에 마음에 드는 식단을 받아 참지 못하고 식사 중이었다.

처음엔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식사를 했으나 곧 두 사람이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식사에 집중하고 있었다.

“...응?”

그러나 이제는 아델라가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에델님. 식사가 끝나시면 저희 결투에 입회인으로 참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델라는 잠시 식사를 멈추고 자세를 바로잡은 뒤 입을 열었다.

“어...음, 내가?”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델라로서는 결투의 입회인이 뭘 하는 건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정말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괜히 귀찮은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아뇨. 에델님께선 그저 결투를 지켜보신 후에 결투가 끝나고 승자의 이름을 불러주시면 됩니다.”

분명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혹시 통증 때문에 외출하기가 힘드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칸터가 고민하는 아델라를 보고 덧붙였다.

“...알았어.”

칸터의 말대로 아직 통증도 있던 데다가 기껏 다 말랐는데 비가 쏟아지는 바깥으로 다시 나가서 축축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생명의 은인이 어려운 부탁도 아니고 그냥 구경만 해달라는데 거절하기도 뭣했다.

“근데...왜 나야?”

벨르의 말대로 비밀을 지킬만한, 또 입회인으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데려오는 게 더 확실할 터였다. 그리고 이 생각은 벨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기사가 모욕당했다...고 여겨지는 상황을 당사자들인 저희를 제외하면 직접 보고 들은 유일한 분이시니 입회인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칸터와 아델라밖에 없던 상황에서 벨르가 그것을 우연히 듣고 벌어진 일이니 당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델님은 이곳 할데란트 백작...님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이니까요. 비록 공개적인 결투는 아니지만 그런 분이 입회인으로 함께해주시면 조금이라도 더 낫지 않겠습니까.”

아델라는 그러한 칸터의 설명을 다 이해하진 못했으나 어떤 느낌인지는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도 아델라의 신분을 숨기는 이유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

문 앞에 서서 잠시 칸터의 말을 듣던 벨르가 다시 뒤를 돌아 방을 나갔다. 칸터의 아델라를 단독 입회인으로 세우자는 제안에 동의한다는 암묵적인 의사표시였다.

“식사를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칸터는 아델라에게 고개를 숙인 뒤, 의자에 앉았고 아델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눈치를 보며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아델라가 식사를 다 마쳤을 때쯤, 벨르가 어디선가 옷을 공수해왔다. 성의 하녀들이 입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지만 상당히 낡은 옷이었다.

물론 다 찢어진데다가 축축하기까지 한 원래 입고 있던 드레스나, 겨우 벨르의 상의만 하나 걸친 현재의 복장을 입는 것보다야 낫다는 점은 분명했기에 고민하지 않고 갈아입었다.

그리고 그 위에 마찬가지로 벨르가 가져온 후드가 달린 갈색의 로브를 쓰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쳤네.”

아델라의 혼잣말대로 비는 이미 그친 상태였다. 그러자 비가 그친 것을 본 벨르는 거칠 것 없이 결투 장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칸터와 아델라는 왠지 거리에 갑자기 늘어난 듯이 보이는 병사들을 지나치며 벨르를 쫓았고 곧 결투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소가 아주 마음에 드는데 그래.”

말 그대로 인기척도, 주변에 건물도 없는 공터를 본 칸터가 말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어지는 벨르의 대답.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아델라는 고개를 저었다.

“좋긴 뭐가 좋아...공동묘지잖아....”

정확히 말하면 공동묘지 한쪽에 있는, 아직 비석이 세워지지 않은 공간이 바로 결투 장소였다.

“뒤처리하기 편하겠군. 묘지에 시체가 누워있는 건 당연하지.”

그런 아델라가 이해하기 힘든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은 거치적거리는 로브를 벗어던졌다.

스릉

그 후 칸터는 바로 허리춤에 매달려있던 검을 빼들고 벨르에게 겨눴다. 하지만 벨르는 그런 칸터를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안 뽑을 건가?”

자신이 검을 겨누고 있어도 벨르가 검을 뽑을 기색이 없자 칸터가 물었고 그제야 벨르가 입을 열었다.

“...설마 그 상태로 싸울 생각이냐?”

벨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로 칸터의 무장 때문이었다.

벨르 본인은 완전히 갑옷과 방패로 완전무장하고, 싸울 때 방해될 머리카락도 딱 달라붙는 사슬갑옷의 후드부분으로 완전히 머리까지 덮고 투구까지 쓴데 반해 칸터는 고작 검 하나만 든 상태였다.

물론 칸터 역시 외투 안에 사슬조끼를 입고 있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벨르에 비하면 방어구를 착용한 것도 아니었다.

“갑옷을 입고 올 시간이 없어서. 난 이대로도 괜찮은데.”

그런 칸터의 말을 들은 순간. 보이지는 않아도 벨르의 이마에 힘줄이 늘어났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빠드득

그 자신을 깔보는 태도에 이까지 갈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계속해서 벨르에게 도발을 하는 칸터에게 실망한 아델라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퍼억

결국 이를 갈던 벨르는 투구를 땅바닥에 벗어던졌다.


작가의말

‘뜻밖의 외출’편을 3편짜리로 구상했을 때의 저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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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서신 4편 18.03.25 247 4 14쪽
31 서신 3편 +1 18.03.18 235 4 13쪽
30 서신 2편 18.03.11 217 5 13쪽
29 서신 1편 18.03.04 293 6 12쪽
28 교육 4편 18.02.25 239 4 14쪽
27 교육 3편 18.02.11 244 2 14쪽
26 교육 2편 18.01.27 269 5 12쪽
25 교육 1편 18.01.14 28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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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수 4편 18.01.06 280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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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수 2편 +1 17.12.21 329 2 12쪽
20 회수 1편 17.12.15 353 2 12쪽
19 뜻밖의 외출 6편 17.12.12 349 4 14쪽
» 뜻밖의 외출 5편 17.12.07 416 2 10쪽
17 뜻밖의 외출 4편 17.12.06 371 6 12쪽
16 뜻밖의 외출 3편 +1 17.12.04 480 4 12쪽
15 뜻밖의 외출 2편 +1 17.12.02 388 3 12쪽
14 뜻밖의 외출 1편 17.12.01 443 4 16쪽
13 버스터 3편 17.11.30 468 5 10쪽
12 버스터 2편 17.11.29 477 4 14쪽
11 버스터 1편 17.11.27 554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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