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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32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0.05.31 17:40
조회
181
추천
4
글자
8쪽

2화

DUMMY

한시간!


그 한시간 안에 그가 계획한 모든일들이 차지없이 끝이나야 했다.

그가 바꾸어 놓은 화면은 길어봐야 한시간이 채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가 지금 몸이 무거워 움직임이 많이 둔한 산모들과 같이 하려는 행동들에 걸리는 시간으로 보기에는 어쩌면 턱없이 모자라는 시간일지도 몰랐다.


민기의 조용한 성화에 그녀둘은 정신없이 옷가지와 민기가 미리 챙겨 둔 얼마의 돈이 든 지갑을 가지고 서둘러서 방을 나와서는 계단을 이용해서 힘겹지만, 빠르게 건물을 빠져 나왔다.


민기와 그녀들이 기거하는 곳은 의사가 근무하는 일반 병원의 병동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층 건물로써 이렇게 숲으로 둘러싸인 단지에서 어느 건물보다 나무들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껏 따뜻한 온기 속에서 있다가 건물 밖으로 나온 그들에게로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와락하고 달려드는 냉기를 가득 품고 있는 차가운 바람이 한치의 틈도 주지 않고 불어 댔다.


순간 산모들은 뱃속의 아이들이 걱정되었는지 배를 두 팔로 감싸 쥐고는 몸을 움츠렸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채로 계단을 내려 왔다.


차가운 겨울 바람같은 것에 자신은 이미 잘 적응을 했다는 듯이 건물앞 가로등이 흐린 불빛으로 그들에게 온기를 전하려 했지만, 세사람은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곳의 반대 방향으로 가로등의 온기를 거부하듯이 어둠 속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겨울 찬바람은 도망가는 그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집요하게 따라가면서 옷깃을 흩트리고, 머리를 마구 헝클이면서 그들의 입에서 입김을 날리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로 따라 왔다.


세 사람은 누군가 그들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간간히 있는 가로등의 불빛을 피해서 몸을 낮추어서 움직였다.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무숲을 지날때마다 키 작은 나무들의 가지들에 옷이 걸리면서 내는 사그락거리는 소리는 간간이 들렸다.


최대한 몸을 낮추기는 했지만, 그녀들은 아이를 곧 낳게 될 산모들이어서 숙이고서 빠르게 걸음을 걷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자신들의 처지가 급한 것을 알기에 정말이지 죽을 힘을 다해서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산모들이었다.


두 손으로 자신들의 배 아랫부분을 받치고 헐떡이면서 힘겨운 걸음과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 차가운 바람에 맞서서 안간힘을 쓰면서 걸었다.

남자 한명에 산모 둘인 그들의 행렬에서 속도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행동에 제약이 없는 남자 역시 여인들의 몸 상태가 걱정 되어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미영의 산달은 거의 다 되어갔기에 그녀의 움직임은 그 셋중에서 가장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이 곳을 빠져 나가지 않는다면 그녀들의 생명과 뱃속에 아이들의 생명도 장담 할 수가 없다했던 의사의 설득이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발걸음이 힘들었고, 공포스러웠다.


민기가 처음 그 두 산모들에게 이 곳에서 도망가야 한다는 것을 알렸을 때 그녀들은 반대했었다.

미영은 계약위반이라는 이유였고, 세희는 계약과는 상관없는 다른 이유로 나가지 않겠노라 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들에게 민기는 이곳에서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고, 태어날 아이들은 실험과 검사라는 이름하에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할 것이다라는 이유로 그녀들을 설득했었다. 반신 반의 하면서 그녀들은 이 탈주에 동조해 주었다.


자신들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생명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녀들에게는 가장 큰 공포였다.


“미영씨, 괜찮습니까? 걸을 만해요?”


시간은 촉박한데 자꾸만 뒤로 쳐지는 산모들을 보며 급한 마음을 애써 달래면서 민기가 물었다.


“네, 선생님, 그런데 정말이지 이 것이 최선의 방법인가요? 이러다 정말이지 길에서 아이를 낳을수도 있을 것 같아서 겁이나요.”


힘겨운 숨소리를 연신 내뱉으면서 미영이 자신의 두 무릎으로 전해져 오는 통증을 이겨내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땅을 어둠 속에서 그것도 빠른 속도로 걸어야하는 부담은 그녀에게는 무리였다.


숨도 가빴지만, 걸을 때마다 배가 자꾸만 땡기는 것이 뱃속의 아이도 엄마의 힘든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긴장을 하는 듯 했다.

그것을 고스란히 엄마의 뇌로 보냈고, 아이의 두려움을 전달받은 엄마의 보호 본능이 몸의 모든 근육들을 위급상태로 전환시켰다.


그런 미영의 뒤를 몸 상태가 조금은 나은 세희가 혹시나 미영이 넘어지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에 바짝 따라가고 있었다.

확실히 걷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미영이에 비해서는 나아 보였다.


“많이 힘드시지요? 압니다. 조금만 참으시고, 서둘러 주십시오. 되도록 빨리 이 곳을 빠져 나가야 하니 저로서도 어쩔수가 없어요. 우리가 쓸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말씀드렸지만, 여러분들은 이곳을 벗어나서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이를 키워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임신을 하였고, 여기서 보살핌을 받았는지에 대한 모든 것들을 비밀로 하세요. 아니, 아예 잊어버리고 조용히 아이를 키우시기를 바래요. 그래야, 안전하게 살수가 있다는 것만 명심하세요.”


그녀들에게 아직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자신에 대한 불신을 지우고, 더 자극을 주기 위해서 민기는 절대로 눈에 띄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말에 힘을 주었다.


“정말로 그렇다면 무서워요. 선생님. 어디에 있든지 저희들이 들키지 않겠어요? ”


“죄송합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뿐입니다. 나머지 부분들이 많이 힘드실거라는 것을 잘 알지만, 엄마임을 명심하시고, 자신과 아이를 보호하세요. 부탁드립니다.”


지금 이 걸음들이 진정 아이를 위하는 것인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미영은 이 밤의 도망보다 다가올 미래가 더 두려운 듯 땀이 송글송글 맺혀지는 얼굴이 굳어갔다.

그녀의 몸으로 전해지는 고통이 두려움을 더 키우고 있는지도 몰랐다.


“당신들이 이곳을 빠져 나갔다는 사실이 내일이면 알려질것이고, 그러면 이곳의 책임자가 누군가를 보내서 당신들을 찾을 겁니다. 저는 그가 누군지 그것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는 아마도 이곳을 도망을 갔다는 이유로 당신들을 죽일 것이고, 아이는 이곳으로 다시 데려 올겁니다. 그것은 당신들이 도망을 잘 가서 아이를 무사히 낳았을 경우에 한 한 것이고, 그보다 더 빨리 잡히게 된다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이만 낳고 당신들을 처리하겠죠.”


민기는 자신의 가설이 사실이라고 확신하면서 말을 하고 있지만, 진짜로 그렇게 된다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미영이 느끼는 공포를 함께 느꼈다.


세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민기와 미영의 대화에는 끼지 않았다.

몇걸음 뒤에서 미영의 행동만 보조하며, 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아보이는 표정으로 자신들이 빠져 나온 건물을 자꾸 뒤돌아 보면서 걸었다.


세희는 그런 미련으로 다시 건물 안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건물에서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걸음도 이제는 조금 익숙한 탓인지 미영은 더 이상 주저하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울의 매서운 바람에 저항하면서 걸었다.


그들이 움직이고 있는 방향은 이 연구단지의 정문과는 정 반대쪽이었다.

걸음을 옮길때마다 점차로 건물은 작아지고 있었고, 까만숲들이 다가오는 그들을 품기 위해서 길을 내주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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