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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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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03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4.01.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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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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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71화

DUMMY

“전화 받으세요. 전화 받으세요.”


조용한 공간에서 아이의 전화 받으라는 소리는 온 공간을 울릴만큼이나 크게 울렸고, 미영의 생각에 빠져 있던 찬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히 섬칫했다.


찬이 울리는 전화를 들고 번호를 확인하고는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가게를 들르지 않고 집에서 이 전화를 받았다면 지금보다 더 놀라고 당황해서 아마도 미영에게 무슨 의심의 빌미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세요.”


“접니다. 아직도 아이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한겁니까?”


“녜,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곧 알아 내겠습니다.”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요! 그 여자가 다른 누군가와 접촉한 흔적은 없습니까?”


“녜,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잘 감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녀는 아무하고도 만난적이 없었고, 그녀에게 온 전화도 없었습니다. ”


찬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지만, 주위의 소음이 하나도 없었기에 자신의 귀에도 울릴 만큼 크게 들렸다.


“잊지 않으셨지요. 그녀가 누군가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는 낌새가 보이면 즉시 그녀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에게 그녀는 이제 소용가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를 찾는데로 바로 그녀를 처리하세요. 아시겠습니까?”


“녜, 알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앞으로 한달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세요. 한달의 시간이 지나도 그녀에게서 별 다른 단서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녜. 알겠습니다.”


이제는 정말이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한달!


그 한달안에 그녀에게서 아이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찬은 미영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그녀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런 것은 고민거리도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아이의 행방보다 미영의 생명이 더 걱정이 되는 찬이였다.


혜성의 전화를 끊고 찬은 전화를 받기 전보다 더 심난해졌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어떻게든 빨리 미영을 회유하여서 아이의 행방을 알아낸 후에 아이를 혜성에게 보내고, 자신은 미영의 안전을 위해서 그녀를 도망시켜야 했다.


지금부터는 그것을 준비해야 했다. 혜성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비밀리에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들로 찬은 한참을 가게의 어둠속에서 있었다.


아이의 행방도. 혜성을 속이는 일도. 가장 중요한 미영을 안전하게 피신시키는 일도. 그에게는 힘든 숙제처럼 그의 가슴을 짖눌렀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찬의 모든 것들을 알아 버린 사람이 하나 있었다는 것을 그는 그 날밤 알지 못했다. 그것이 어떻게 그 둘을 다른 세상으로 갈라 놓을지도 말이다.


미영은 자신의 고집으로 찬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같아서 찬이 할 일이 있어 가게를 다녀 오겠다고 나간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래서 미영은 그를 데리러 가서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가게로 찾아가 찬을 데리고 같이 집으로 올 생각에 따뜻한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서 갔었다.


되도록 빠른 시간내에 자신의 모든 것들을 그에게 말하겠노라. 2주정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아예 기간을 정해 그를 덜 기다리게 하겠노라 다짐을 하고 갔던 길이었다.


그런데 가게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분명히 가게에서 밀린 수리를 하겠다했는데 걸어오는 내내 가게의 불빛은 켜지지 않은채로 있는 것이 이상했지만, 찬이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문을 살짝 조용히 열어 보았다.


문을 여는 소리를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느라고 전혀 알아채리지 못한 것 같았고, 통화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미영은 들어가려는 동작을 멈추고는 문 손잡이만 살짝 잡은채 전화가 끝나는대로 들어가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미영은 본의 아니게 찬의 전화내용을 들어 버렸다.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전화 내용속의 그녀가 자신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전화의 내용이 다 자세하게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대충 감이 오는 그녀였다.


너무나 놀라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흔들거리는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 왔던 미영이었다.


‘그는 내가 누군지 알아!’


‘그는 내게서 아이의 행방을 알아내려 하고 있어. 그래서 나를 .....’


지금까지 믿고 의지하였던 사람이 자신이 절대로 만나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에 미영은 온 몸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자신이 안전하다 밟고 있던 땅이 천길 낭떠러지 위의 외줄위였으며, 자신을 감싸고 있던 안개가 걷혀서 그


모든 위험이 한 눈에 들어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기분이었다.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이유를 알수 없는 눈물이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지만, 미영은 그 눈물을 닦지 않았다.


위험을 충분히 알게 되었지만, 당장 그에게서 벗어나야 된다는 느낌도. 그가 모르는 다른 어딘가로 도망을 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은채 멍하게 집으로 걸어가는 것 말고는 아무런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믿고 있던 세상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그런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자신이 찬을 의지하고 지금까지 힘들었던 과거를 그와 함께라면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 버렸다는 것을 참담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미영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모든 것 사실을 털어놓으려고 했었는데...

그런 그가 자신을 쫓고 있는 사람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녀는 이세상에서 의지할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이상은 덜지 않을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였다.


아이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한사람!

그런 사람이었다. 정찬이라는 남자는.


그런 세상이 지금 무너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조금전 들었던 대화들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했고, 그녀는 이제부터 그녀의 행동을 준비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미영은 자신이 머물렀던 이 공간을 하나하나 둘러 보기 시작했다.


처음 이 집으로 와서 찬에게 따뜻한 미역국을 받아 먹으면서 포근했던 이제는 자신의 물건들로 가득 찬 방과 그와 둘이 먹을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분주히 이리저리옮겨 다녔던 아담한 부엌과 가끔씩 그와 차를 마시던 거실을 그녀는 눈물로 가득한 두 눈에 하나씩 희뿌옇게 담고 있었다.


이곳의 생활이 인형의 집이었다해도 그녀는 잠시 행복했었다는 기분만은 가져가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곳에 더 있다가는 자신의 목숨은 고사하고 아이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그녀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이제는 이곳을 그가 오기전에 무사히 떠나야 하는 현실만이 남았다.


오늘 찬이가 자신에게 그토록 집요하게 아이에 대해 알고자 했던 것이 자신을 걱정해 주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것.


그것은 아이를 찾으려는 노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지금 많이 허탈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역시 바보처럼 다가왔다.


미영은 찬이 자신을 여자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가 좋았고, 이렇게까지 의지하게 되버린지도 몰랐다.


찬은 미영에게 남자였고, 보호자였고,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은신처였다.

이제 그 세계는 사라져 버렸고, 그녀는 다시 이 세상에 혼자가 되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찬의 기척을 느끼고 미영은 자신의 방불을 황급히 껐다. 혹시라도 찬과 부딪히게 되면 눈물을 흘리면서 그에게 다그칠 것 같아서 말이다.


그가 돌아오기 전에 떠나리라 마음 먹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무엇을 챙겨 가야 할지를 몰랐고, 그때까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채 그 방의 모든 물건들에게 새겨져 있는 그와의 추억들을 골라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가 돌아 올때까지 그저 멍하게 눈물만 흘리며 신기루같은 추억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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