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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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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533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4.04.05 10:55
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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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80화

DUMMY

“잠깐 나갔다 와도 되겠죠? 잠시면 됩니다.”


미영이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는 먼저 찬이를 데리고 나왔다. 동료들은 여전히 그 둘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았고, 혹시나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동료가 해를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분명히 그날 밤에 들었던 대화 내용대로라면 찬이가 미영이를 죽이는 것으로 말이 오고간 것을 알고 있는데 찬은 아무도 모르게 미영에게 접근하지도 않았고, 거기다가, 이런 대낮에 그것도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미영을 찾아온 것이 그녀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영이 찬을 데리고 나간 곳은 마트옆의 빈 공터였다.

쓰레기통이 있었고, 빈 종이상자들이 정리되어서 벽에 나란히 쌓여져 있어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았다. 그 좁은 장소 탓으로 미영은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면서 찬의 가까이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미영씨!”


여전히 자신을 보면서 이름만 불러대고 있는 찬이에게 미영이 먼저 말을 시작했다.


“다 알고 있어요. 당신이 일부러 나를 도와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 아이를 찾고 있다는 것을요. 하지만, 당신에게 아이 얘기를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 차라리 저를 죽이는게 ....”


미영이 채 말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찬이 그녀의 손을 잡았고, 놀란 미영이 찬의 떨리는 눈빛을 보게 되었다.

미영이 보기에도 그의 얼굴은 도망간 사람을 찾아서 죽여야 하는 차가운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이 너무나 힘이 들다는 안타까움이 그의 두 눈 속에는 가득히 담겨 있었다.


“오해예요.”


그의 얼굴뿐만이 아니라 힘들게 말을 시작하는 그의 목소리에도 애틋함이 베어 있었다.


“오해라구요? 저를 바보로 생각하시는군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날 밤에 당신이 하는 얘기를 다 들었어요. ”


“.......”


찬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를 보기만 했다.


“이렇게 저를 찾아 내셨으니까 이제 저를 죽이시는 일만 남았네요. 하세요. 그런데 여기서는 안되겠죠? 아마 저를 찾아온 것을 보니 제가 있는 곳도 이미 알고 있겠죠? 그럼, 기다리죠!”


그녀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주저하고 당황스러워하는 것은 찬이쪽이였다.


“미영씨. 제가 하는 일을 아셨다니 유감입니다. 그러나 미영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당신을 어떻게 하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믿어 주세요.”


“믿으라구요? 그럼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여기로 나를 찾아 오셨나요? 당신의 솜씨라면 저하나 죽이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쉽게 할 거라는 것도 잘 아는데...”


미영은 자신이 찬의 진짜 모습을 알고, 그의 곁을 떠나온 지금까지 그에 대한 분한 기분은 없었다. 잔인하게 자신을 추격하고 찾아서는 죽일거라는 공포심이 너무나 컸기에 무섭기만 했었다.


그런데 찬이 지금 그녀 앞에서 자신을 죽일 의향은 없다는 말을 하자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그에 대한 서운한 분노가 되살아나서 자신도 모르게 찬에게 악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저는 당신을 죽여야 합니다. 당신이 들었던 대로 나는 지시대로 움직여야 하는 일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당신을 찾아온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을 .”


찬의 손은 여전히 미영의 두 손을 꼭 잡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아래로 떨어진지 오래였다.


“아니, 왜요?”


미영이 그렇게 묻고 있었지만, 그의 진심이 담긴 대답은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찬의 집을 나오기까지 힘이 든것도 혹시나 그의 마음 한자락에 그녀에 대한 마음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바램때문이었던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것을 확인한다면 다시 그에게서 도망을 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은 진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녀를 죽이는 것 말고 다른 일이 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반드시 그녀의 아이를 찾을 것이고, 아이의 안전은 그의 손에서 사라질 것도 알고 있었다.

모든 것들을 알고 있지만 지금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것도 그녀 속에 그가 자리를 차지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는요? 당신은 내가 낳은 아이를 찾고 있잖아요. 그 아이도 죽이라는 임무를 맡았나요?”


“저는 아무도 죽이지 않습니다. 당신도. 아이도.”


찬은 많은 시간 고민을 한 것처럼 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저를 찾았다고 알리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알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 말을 믿어 주세요. 그리고, 제게서 더 이상 도망을 다니지 말아 주세요. 제가 당신을 위한 안전한 곳을 만들어서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여기에 있겠다고 약속을 해 주세요.”


미영은 그의 말을 정말이지 믿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를 보내야 하고 다시 한번 잘 생각해서 그에게서 도망을 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 께요. 그러니 제 아이도 당신이 지켜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약속 해 주실 수 있나요?”


미영의 목소리는 이제는 많이 부드러워져 예전에 그와 같이 살면서 나누었던 대화톤으로 바뀌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네, 그렇게 할께요.”


찬이를 보내고 미영은 세희를 생각했다. 조금전 찬이의 대화에서 세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들은 분명히 자신과 함께 세희도 찾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찬이 미영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다 하더라도 세희는 달랐다. 그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에 그는 다시 잔인한 자신의 임무를 수행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 그와의 대화에서 그는 그녀를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줄 것이라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찬이가 생각하는 범위에 미영의 아이도. 세희와 세희의 아이도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미영은 잘 알고 있었다.

마트의 알바를 마치고 돌아온 미영은 꽉 막힌 고시원의 좁은 방에서 자신의 거취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엄마인 자신 말고는 없었다.

지금은 찬이 미영을 위하는 마음에 아이를 찾지 않겠지만,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한여름의 소나기 뒤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무지게처럼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혼자서 외롭게 살아오던 미영은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그의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슬프고 아팠다. 자신의 생이.


열심히 살았던 기억밖에 없었는데 왜 이렇게 보통사람처럼 살아가지 못하고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시간을 살아야 하는지 억울했다.


자신이 이곳에서 남은 생을 정리한다면 아이도. 세희도 그리고 그녀의 아이까지 안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찬이에게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모든 상황들이 지금보다는 더 안전했을 거였다.

미영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당분간은 찬이 그녀를 찾아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미영이 자신은 서서히 준비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최대한 세희를 돕기 위해서 그녀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찬이 미영을 찾아 온후 며칠 동안 미영은 여러 가지를 준비하느라 분주히 보냈다. 누가 보더라도 그녀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만큼 평온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 여러날 동안 그녀가 준비한 것은 수면제였다.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차분하게 모았던 수면제가 이제는 충분하리 만큼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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