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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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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13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3.12.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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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67화

DUMMY

만약에 그런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는 미련스러운 사랑으로 혜성을 찾아와서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까지 위험에 빠뜨리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항상 가지고 있었던 민기였다.


자신의 차를 향해서 걸어가는 혜성의 뒷모습을 창너머로 바라보던 민기는 그 차가운 남자가 던진 돈의 유혹에 넘어가서 이런 이상한 상황속에 있는 자신의 욕심에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 들었고, 그 죄를 갚기 위해서 반드시 혜성의 비밀을 알아내리라 다짐하였다.


그래야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용서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혜성은 여전히 모르고 있다.


민기가 혜성이 진석과 통화를 하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산모들을 이곳에서 피신시킨 사실과 혜성이 잔인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도 말이다.


혜성과 조용히 와인잔을 주고 받았지만, 민기는 속으로 혜성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갈때까지 무지 긴장을 하였다.


혜성의 잔인한 취미를 알게 된 후로 민기는 혜성을 볼때마다 피맛을 느끼면서 잔인하게 웃던 혜성의 표정이 겹쳐져서 몸서리가 쳐졌었다.


노 혜성은 무서운 남자이고, 잔인한 싸이코 패스이다.


그에게 인간의 감정은 없다. 그래서 민기는 혜성이 겁이 나는 것이다. 그는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주저함도 없거니와 망설임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서로의 속내를 알아 보기 위한 심리전이 한차례 끝이나고 민기는 자신의 숙소로. 혜성은 갑자기 콧속으로 들어오는 것같은 피냄새를 맡기 위해서 자신의 동물 우리로 걸음을 옮겼다.


혜성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민기의 태도가 거슬렸고, 그런 그에게 당분간은 친절해야 하는 시간에 분노했다.


당장이라도 그의 발아래에서 공포에 떠는 민기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자신의 애완용으로 그 기분을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점차로 빨라졌다.


***



장형사의 하루는 여느날과 같이 사건의 연속이었다. 강간, 살인, 강도, 사기에 요즘은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대가 점차로 낮아져서인지 청소년이 저지르는 범죄역시 나날이 늘어갔다.


열심히 일상의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범인 잡기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경찰들이었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미제라는 이름을 달고서 서류철로 분류되어 쌓여가는 건수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하기 위해 범인을 쫓는 시간들 속에서 자신의 수면을 조금이나마 채우려고 밥을 먹는 시간조차 줄이는 그런 나날들을 보냈다.

이 세상에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죄를 저지르는 나쁜 놈들은 그 많은 형사들로서도 감당이 안 될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더 차고 넘쳤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형사라는 직업은 피곤하고, 가족과의 시간들을 다 포기 해야만 하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에게 선호도가 떨어지는 그런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장형사에게는 가족이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포기해야 하는 그런 가족의 시간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는 했다.


소매치기를 잡고, 강간범을 쫓고, 살인 현장을 조사하면서 사람을 무참히 죽이고 유유히 살아가고 있는 범인들을 찾기 위한 최대한의 증거를 찾는 것. 그것이 지금 장형사가 자신의 모든 시간을 들여서 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오늘은 이 직업이 뿌듯할 실적이라는 것을 올렸다.

경범죄이기는 하지만, 지하철에서 여성들의 치맛속을 몰래 찍어대던 사람을 검거하였고, 거기에 몇날을 쫓다가 잡은 소매치기 범들도 있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들이 저지르는 죄의 종류는 점점 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해지고 지능화 되어가고 있다.


형사들은 그런 범죄자들의 씨를 말려 버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끊임없이 번식하는 바퀴벌레처럼 범죄자들은 어디에선가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여러날의 잠복으로 잡은 범인이 있었기에 피곤을 한차례의 사우나로 지우고 그는 모처럼 집으로 들어와 따뜻한 이불 속에서 편한 잠을 잠시나마 잤다.

끼니는 사우나를 마치고 나오면서 근처에서 국밥을 먹는 것으로 떼웠다.


간만에 따뜻한 국밥에 더불어 소주 한병을 반주로 같이 마셨다.

집으로 돌아와서 한동안 열리지 않았던 대문을 열자 그 동안 같혀 있던 공기들의 눅눅함이 장형사의 온 몸을 덮쳤고, 그는 사우나로 가뿐해진 몸을 이끌고 들어가서는 제일 먼저 거실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통해서 들어온 바깥 공기들이 한동안 집안을 채우고 있었던 눅눅한 오래된 공기들을 몰아 부치면서 집안을 신선한 새 공기로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불도 켜지 않고 장형사는 하루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맥주 한캔을 냉장고에서 꺼내 와 쇼파에 앉아서 두다리를 탁자위로 포개어 올리고 캔을 땄다.


한모금을 마시고, 사우나를 마치고 갈아신지 않았던 자신의 양말들을 손이 아니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하나씩 정성들여서 벗었다.


힘없이 발가락에 밀려서 발에서 떨어져 나간 두짝의 냄새나는 양말을 탁자 밑으로 밀어 넣고서 마주보이는 창밖의 밤 불빛들을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그가 한 손에 들고서 마시던 맥주가 거의 바닥으로 깔리는 시간에 장형사의 머릿속으로 한줄기 주파수가 흘러 들어 왔다.


‘아저씨?’


‘......’


‘아저씨? 지금 제 말이 들리세요? 아저씨’


‘누구야?’


장형사에게 영혼의 모습이 보이고 영혼의 소리를 듣는 것은 낯선 것이 아니었고, 공포를 느낄 만큼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소리가 들리자마자 장형사는 두 다리를 움직이지 않은채 고개만 이리 저리 돌리면서 자신의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지를 그 어둠속에서 찾았던 것이다.


불을 켜지 않았지만, 그의 눈은 이제 이 집안의 어둠에 익숙했고, 밖에서 들어오는 인간들의 불빛들만으로도 그가 부엌과 거실과 앞 베란다를 대충 살펴보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에서는 그 어떤 형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소리만이 장형사의 뇌파를 타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저를 기억하시죠? 설이요!’


‘설이?’


‘네, 설이요. 베이비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 진우 목사님의 딸 설이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 아이는 아직 돌도 안 지난 아이야. 네가 그 설이라는 것은 믿을 수가 없어. 솔직히 말해! 넌 도대체 어떤 영혼인거지?’


‘영혼이요? 저는 죽은 사람이 아니예요. 아저씨가 저번에 저를 보러 오셨잖아요. 저는 살아있는 설이라구요.’


‘살이 있는 설이?’


그 어감이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죽은 영혼이라면. 그래서 무슨 사연이 있어서 장형사의 도움이 필요해 찾아오거나 말을 거는 것이라면 이해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아이로부터 받은 주파수 대화는 영혼을 보는 장형사로서도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았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아빠한테도 얘기했지만, 나도 잘 몰라요. 아빠와 아저씨한테만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빠한테만 전달이 되었는데 이제는 아저씨에게도 할 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아저씨는 저의 주파수를 받을 수가 있어요?’


이렇게 주파수를 보낸 것은 설이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이 되려 장형사에게 묻고 있었다.


‘그건 설명하기엔 좀 길구나. 그런데 왜 나에게 이런 주파수를 전달하는 거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거냐?’


‘ 아니예요. 저는 지금 주위의 모든 어른들에게 주파수를 전달시키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받는 어른들이 얼마 없어서 어디까지인지 알아 보고 있어요.’


듣고 있는 장형사로서도 알 수 없는 말만 하는 설이였다.


‘이제 저의 주파수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두사람으로 늘었어요.’


설이는 자신의 능력이 더 강해졌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아주 신이난 듯 말했다.


‘설마 너 아무 때나 내 머릿속을 휘젖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아니겠지?’


주파수 대화의 방법은 장형사는 이미 다른 영혼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잘 알고 있었고, 사용도 하였기에 확인을 하기 위해서 물었다.


‘아니예요. 이제 제 주파수가 아저씨에게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아저씨가 원하지 않으면 보내지 않을 거예요.’


처음 시작하자마자 거절을 당해서 심통이 난것인지 설이의 목소리는 살짝 삐친 아이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럼, 나도 네게 주파수로 말을 걸 수가 있는거니?’


‘될걸요? 아빠도 먼저 제게 말을 한적은 없었지만, 될거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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