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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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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530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4.04.16 06:11
조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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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4화

DUMMY

혜성에게는 용납이 안되는 상황이고, 감정들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찬은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겨 왔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그녀를 떠나 보내고 다시는 그녀의 얼굴도. 그녀가 정성을 다해서 웃스면서 건네주던 밥상도. 그녀의 한없이 재잘거리던 목소리도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눈물이 났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채로 그녀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조용히 펼쳐 들었다.


‘찬이씨!


당신에게는 정말로 미안해요. 당신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아요. 그날 저녁 당신의 정체를 알았을 때 저 역시 슬프고 고민이 되었죠.


그때 이미 저는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거든요.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당신은 이 세상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에게 정을 준 사람이었어요. 무표정에 말수도 적은 당신이었지만,


저는 그런 당신이 한없이 믿음직 스러웠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더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다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이랑 같이 지낸다는 것이 제 욕심이라는 것을 받아 들이기로 했거든요.

정말이지 당신이랑 평범한 부부가 되어서 살고 싶었어요. 그것만이 제게 남은 살아가는 이유였어요.


나를 살리려는 당신의 그 눈빛이 너무나 슬퍼 보였어요. 나 하나로 당신과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내 아이가 불행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그것이 이런 방법을 택한 이유라면 당신은 믿을까요?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순간에도 당신말을 믿으면서 기다리고 싶다는 아직 다 꺼지지 못한 내 욕심이 나를 잡아요.


죽음이라는 것이 이렇게 쉬운데 왜 우리는 그것을 피해 도망만 다닐까요?

언제든지 한 순간 받아들이면 곧바로 죽음이라는 것이 손짓을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어요.

두려워요.


이런 죽음이 아니라, 당신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리고, 나의 죄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의 외로운 장래가 무척이나 걱정이 되요.


제가 어디서부터 잘못 살았던 것일까요? 어떤 선택을 잘못한 것일까요?

이 육체를 떠나면 알게 될까요?

나에게 그 해답을 알려주는 무언가가 나를 찾아 올까요?


찬이씨!

그동안 정말이지 고마웠어요. 그리고 당신도 그 일이라는 것을 더 이상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언젠가 당신을 사랑하는 또 다른 여자가 나타날 것이고, 따뜻한 가정을 꾸리면서 살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드려요. 제 아이 찾지 말아주세요. 당신에게 해준 것도 없이 받기만 한 저였지만, 이것만은 들어 주었으며 좋겠어요.

부탁합니다.



당신의 미영이고 싶었던 여자가.






그녀의 편지를 다 읽었을 때 찬의 눈물은 이미 멈추어 있었다.

그녀와의 만남이 이런 식으로 끝이 난 것이 모두 자신의 탓인 것 같아서 화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조금더 조심하였더라면 조금더 일찍 그녀의 숨을 곳을 찾았더라면 .....

후회의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하지 못한 것들이 자꾸만 생각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제 그녀는 없다.

그녀를 안전하게 숨기고서 혜성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녀가 도망을 갔고, 그런 책임을 통감하면서 자신의 일도 그만두겠노라 말할 작정이었다.

그래서 급하게 한다고 했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미영을 위한 은신처는 필요없게 돼 버렸다.


애당초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영이로 인해서 한동안 조용하면서 따뜻한 시간을 보낸 것에 만족하고 또한 그녀에게 감사를 한다.


찬은 미영과의 기억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라이터를 꺼내어 불을 당기고는 그녀로부터 받은 마지막 편지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그녀와의 모든 것을 지우려는 것이다. 그녀의 시신을 잘 처리 해 주지도 못하는 자신의 사랑같은 것도 그 편지와 함께 태워버리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재가 되어버린 그녀의 마지막 말들을 삼켜 버렸다. 그것만은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찬은 재를 유리컵에 물을 붓고는 섞어서 마셔 버렸다.


그렇게 다시는 꺼내지 않을 그녀에 대한 감정들을 자신속으로 물과 함께 넘겼다.

그리고 나서 찬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혜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는 찾았습니까?”


“아니, 그런게 아니라. 제가 데리고 있던 미영이라는 여자가 자살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행방을 알 수가 없게 돼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살을 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로는 혜성의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찬의 귀에는 혜성의 차가운 여운이 귀를 타고는 그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렇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다행이도 그녀의 아이가 있는 곳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나머지 한명의 산모를 찾아주세요. 시간상으로 볼 때 그녀 역시 벌써 아이를 낳았을 겁니다. 아직 데리고 있는지 죽은 여자처럼 다른 곳으로 보냈는지 조사를 해 주세요.”


‘죽은 여자?’


찬은 미영의 죽음이 단순한 삶과 죽음을 구분짓는 단어로 표현되는 것이 내심 못마땅했었다. 하지만, 조금전에 삼켜버린 그녀의 타 버린 편지처럼 그의 감정이 불같이 일어나지 않았고, 위 속에서 맴돌고 있을 까만 재처럼 서서히 사라질 것이었다.


“네, 이제 눈치보면서 조사하지 않아도 되니까 되도록 빨리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산모와는 상관없이 아이만 데려옵니까?”


“그래야겠죠! 도망치지 않았다면 그녀들을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겠지만 그녀들은 이미 우리들에게서 도망을 친 상태이고, 우리들에 대해서 어떤 말이든 외부로 전할 가능성이 있으니 차라리 없는 것이 낫겠죠!”


모든 것들을 걱정하면서 삶의 마지막을 눈물로 맞았던 그 여자의 죽음과는 다르게 혜성이 말하는 죽음이라는 것은 간단한 사인으로 일처리를 끝내는 결재같은 느낌을 찬에게 주었다.


“그럼 산모의 시신은 예전처럼 처리하면 됩니까?”


“그럼요. 그곳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지도 못할것이고, 그곳의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찬이씨? 그녀는 왜 자살을 한 겁니까? 그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아닙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녀가 저의 진짜 신분을 알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여겨집니다만,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


혜성은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곳을 정리해도 되겠습니까? 다시 연구 단지 안의 숙소로 옮기고 싶은데요...”


“아, 그렇게 하세요. 어느쪽이든 상관은 없습니다. 그럼 빠른 시일내로 연락을 듣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찬은 집으로 갔다.

이곳도 이제는 정리를 해야 한다. 미영이를 만나기 전부터 이집은 그의 쉼터였다.

자신의 일이 힘이 들때마다 들러서 잠시나마 지내다가 가곤 했던 곳이었다. 이곳에 있을때면 그는 자신이 그저 보통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장소가 되어 버렸다.


매 순간을 살아가는 보통의 삶을 이제는 완전히 지워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는 이곳을 벗어나면 항상 죽음과 가까이 있는 삶을 산다.

사람을 죽이는 일같은 것은 익숙해지는 것도 아니어서 일을 끝내고 날때마다 자신의 손을 하염없이 씻어내곤 했었다.


아마도 그는 뼈속까지 킬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의 손에 묻은 죽음의 피가 씻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소독약 냄새가 가시지 않을 만큼 자주 세차게 씻었다.


미영이 살아 이집에서 같이 잠을 자고, 음식을 나누어 먹던 시간 속에서 그는 그녀와 함께 자신의 일도 끝을 내려 했다. 그녀와 함께 살아있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이곳으로 올 일은 없을 것이다. 이곳은 그녀와의 추억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기에 오고 싶지도 않았고, 있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의 짐들은 그곳으로 가지고 가면 되었고, 그녀의 짐은 이미 그녀가 가져가 버려서 남아 있는 것들은 그들이 같이 사용했던 식기가 전부였다.


그녀는 자신의 세면도구도 모두 챙겨 가 버려서 찬이가 그녀를 기억할 만한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다면 핸드폰으로 그녀의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 놓을걸 그랬지!’


‘아니지,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것이 더 나아’


이렇게 저렇게 자신을 이해시키면서 가방을 쌌다.

이제는 미영과 함께 사라진 나머지 산모 하나를 찾아야 한다. 그녀에게는 어떤 연민의 정도 없기에 그는 예전의 그로 돌아가서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삶을 끝내줄 것이며, 아이를 데리고 혜성에게로 갈 것이다.

이곳에서의 모든 것들을 잊을 것이며, 또한 다시는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일 같은 것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그는 가방을 끌고 나오면서 다짐을 했다.


그래서 일까?

그는 집과 가게를 다시 한 번 둘러 보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오로지 세희와 그녀의 아이를 찾을 생각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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