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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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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05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4.04.10 07:09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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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82화

DUMMY

그렇게 사우나를 마치고 간단하게 요기를 한 장형사는 집으로 가서 이제껏 갈아 입지도 못한 옷들을 갈아 입었다.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넣어둔채로 그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 왔고, 형사들의 숙직실에서 잠시 눈을 붙일 생각으로 복도를 걸어 갔다.


집에서 잘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그렇게 하면 엄마라는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분명히 제대로 잘 수 없을 것 같아서 빨래감을 세탁하지도 않은채로 바로 경찰서로 돌아온 것이다.


차라리 범인들로 소란스럽고 형사들의 꼬릿한 냄새 속에서 자는 것이 더 편안히 잘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아저씨?’


거의 잠이 들려는 순간이었다. 다시 설이의 말이 장형사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그래. 알아냈니?’


‘그게 주소가 떠 오르지 않아요.’


‘그럼 아저씨도 방법이 없는데...’


장형사는 한 팔로 자신의 두눈을 지그시 누른 상태로 일어나지 않았고, 설이가 자세히 알려 줄 때까지 그 상태로 기다렸다.


‘그런데 청춘 고시원이라는 단어와 미래 마트라는 단어만 생각이 나요. 그것 밖에는 떠 오르지 않아요. 제가 아직 힘이 부족해서 많은 것들을 볼 수가 없어요. 그걸로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요. 아저씨?’


‘어휴. 네 말대로 형사가 아니라면 잘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기는 하구나, 한번 알아 볼게.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이제 잠을 좀 자는게 어떨까?’


‘고맙습니다. 아저씨!’


오늘은 할 수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형사는 설이의 소리가 사라지자 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잠만 잤던 것 같았다.


“선배님, 일어나세요.”


후배 형사가 장형사를 깨울때까지 정신없이 잠을 잤던 장형사는 일어나자 마자 화장실에서 간단한 세수와 양치를 마쳤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여전히 부스스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고 자기전 설이가 알려준 단어들을 입력하여 그런 이름의 주소를 찾았다. 수많은 주소들 사이에서 둘의 건물이 겹쳐지는 주소를 하나하나 채크하기 시작했다.


설이와 자신이 있는 지역을 중점으로 조사를 하여도 그 개수가 많았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이름짓기는 생각보다 크게 창의적이지 않아서 인지 똑같은 이름의 건물들이 많았던 것이다.

아직은 잠이 들깬 영향인지 머리가 조금은 찌끈거리기 시작했다.


“이봐, 장형사! 지금 구정동으로 신형사와 함께 가봐. 신고가 들어 왔어, 젊은 여자의 자살 사건이야.”


열심히 이름들을 대조하고 있는 장형사에게 반장이 큰소리로 다음 사건을 지시했다.

그때까지 장형사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신고가 접수된 곳은 구정동의 한 고시원 건물이었고, 젊은 여자가 자살한 것을 주인이 알고서 신고를 하였다고 했다.

장형사는 자신이 뽑은 주소의 목록들을 들고서 신형사와 함께 그 신고 장소로 갔었다.


어느 사건 현장에서나 그것을 궁금해 하는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의 웅성거림들이 제일 먼저 자신들을 맞았다.

수면제를 먹은 그 젊은 여자는 죽은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녀가 몸을 제대로 돌아 누울수도 없는 그녀의 이 세상 마지막 공간은 그녀의 성격탓인지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자살로 보이는 그녀의 죽음이었지만, 그 방에서 발견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신분증하나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의 옷가지 몇 개와 미용도구 몇가지.


정말이지 조사 할 것이 없는 그런 죽음이었다. 그 고시원의 주인과의 조사를 통해서 알아낸 것은 그녀가 이 곳으로 온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것과 그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는 것 말고는 말이 없는 조용한 아가씨라는 것이 전부였다.


고시원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주인의 말에 타살의 가능성을 지우려는데 후배 신형사가 마트 주인과의 조사를 마치고 장형사에게로 왔다.


“선배님. 죽은 여인을 찾아온 남자가 있었다는데요. 인상착의를 잘 모르겠데요.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었고, 죽은 여자가 그 남자를 다른데로 바로 데리고 가는 바람에 잘 볼수가 없었다는군요.”


“그 남자를 찾으면 이 여자가 왜 이렇게 죽어야 했는지 알수 있겠군.”


그렇게 현장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길에 장형사의 머릿속에 고시원과 마트의 이름이 동시에 떠 올랐다.


“신형사. 그 마트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


“참내, 아직도 피곤이 덜 풀리신거예요? 미래 마트요.”


“미래 마트.......청춘 고시원.....”


그 순간에 장형사의 머리에는 설이가 더 올랐다. 자신이 방금 조사하고 온 여인은 설이의 생모였던 것이다.


하지만 설이는 아직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것을 알리는 것이 장형사의 몫으로 남았다.


‘엄마의 죽음을 미리 알았던 것일까? 아니면 어디선가 죽어가고 있는 엄마의 죽음을 예감한 것일까?’


그것이 어찌 되었던지 설이의 생모는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말은 설이는 엄마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저씨?’


장형사는 놀라서 순간 몸을 움찔했었다. 그런 그를 후배 형사가 보고 다소 의아해 하는 눈치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선배님.”


“아니야. 운전해.”


‘응, 설이야.’


‘아저씨. 지금 어디예요? 엄마가 있는 곳을 찾으신거예요?’


‘그게 말이다. 설이야. .........’


‘엄마 있는 곳을 찾으셨구나. 맞죠!’


‘그래, 찾기는 찾았는데 네 엄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더구나. 미안하다. 아저씨가 조금더 일찍 찾았어야 했는데.....’


‘........’


설이에게서는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린 아이 몸에 있는 다 커버린 어른의 영혼이 들어 있는 아이 설이!

장형사는 경찰서로 돌아와서 설이의 생모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름은 김미영.

부모는 살아 있지 않았고, 그녀는 혼자의 힘으로 좋은 대학을 다니면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었다.


장형사의 조사로 보았을 때 그녀가 자살한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녀가 세들어 살던 집의 옛주인과 아르바아트를 하던 커피숍의 주인과의 대화에서도 그녀는 특별나게 우울하거나 힘들어 하거나 하는 것들은 없어 보였다.

그냥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힘든 청춘이었다.


장형사는 지금 진우가 있는 베이비 센터로 갔다.

설이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이의 주파수 대화에 대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할 것 같아서다.


장형사가 그 센터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의 한 선생님이 얼굴을 알아 보고는 가벼운 인사를 하고 진우가 있는 서재를 노크를 했다.

곧이어 진우가 나왔고, 장형사를 발견하고는 미소로 그를 맞으면서, 그를 데리고 서재로 들어갔다.


“왠 일이세요? 연락도 없이.”


“전화를 할까 하다가 지나는 길이라서 그냥 왔지.”


“잘 하셨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그때가 이미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다는 것을 진우의 말을 듣고 알게 된 장형사는 자신의 시계를 흘깃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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