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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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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12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4.03.28 04:34
조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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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76화

DUMMY

‘그럴려구요. 저도 잘꺼예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나봐요. 피곤해서 자야겠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그래. 잘자라 내딸 ’


진우는 설이가 자는 모습을 한참을 보다가 자신의 서재로 가기 위해서 방을 나왔다.

서재로 들어가기전 현관의 종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진경과 마주했다.


여기서 일을 하게 해 달라고. 선생님들을 더 많이 도와 줄 거라는 장담을 하면서 시작한 이곳의 일을 진경은 그녀의 말처럼 열심히 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를 갖다 대고는 외출이 잦아서 이 곳 선생님들의 빈축을 사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고, 자신의 행동도 고치지 않았다.

이날도 어디를 갔다 오는 것인지 한참을 밖을 헤매고 들어온 시간이었다.


“어디 다녀오십니까?”


“녜, 목사님, 잠깐 오빠가 와서 이야기를 하느라고.... 잠깐 다녀 오려 했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죄송해요.”


그녀는 항상 이런식으로 자신의 무단 외출을 대수롭지 않은 듯 온갖 핑계를 부쳐 가면서 합리화했다.


“아닙니다. 오늘 일직이 아니시니 어서 퇴근하세요. 수고 하셨습니다.”


진우 역시 더 이상 변하지 않는 그녀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가 않아서 인사를 마치고 자신의 서재로 들어가려 하였다. 하지만 그의 불안한 마음은 들어 맞았다.

진경이 목사를 다시 불렸던 것이다. 그러고는 웃으면서 목사의 팔을 잡더니 서재로 밀면서 들어갔다.


이럴 때마다 정말이지 난처한 진우였다.

진경의 그런 행동들과 다른 선생님들의 시선을 전혀 상관하지 않는 스킨쉽 때문에 진우는 진땀나는 경우가 많았다.

얼떨결에 밀려서 서재로 들어왔고, 진경에 의해서 쇼파에 앉혀 졌다.


“아니, 무슨 하실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완전히 화를 낼 수는 없었지만, 진우는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니요. 목사님. 저랑 차 한잔 하시자구요.”


“저는 오늘은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은데요. 많이 마셨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목사님 오늘 오신 그 손님은 누구세요?”


진경은 탁자 가장자리에 두손을 대고는 얼굴을 진우의 가까이 대고 말을 이어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가득했다. 너무나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고 있어서 보지 말아야 하는 부분까지 진우는 그녀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다.


진우의 눈에 비치는 그녀의 얼굴은 화장을 하고 있었던 시간이 너무나 길어서인지 눈가장자리와 입가장자리에 파운데이션의 주름이 새겨져 있었고, 입술의 루즈 자욱은 덧바르는 것을 예전에 잊은 듯 색깔이 바래지고 군데군데 조금씩 남아 있는 거북한 모습이었다.


“그건 왜 물으십니까?”


진경의 바래진 화장기를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진우는 시선을 그녀의 머리 너머의 벽을 보면서 말했다.


“아니, 제가 이곳에서 일한뒤로 한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어서요. 후원자님이신가요? 아님, 목사님이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


“예, 후원자분이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좀 피곤해서 오늘은 이만 쉬고 싶은데 그만 퇴근을 하세요.”


항상 느끼는 기분이지만 진우는 진경과 함께 있으면 불안해 진다. 무슨 행동을 어떻게 할지. 어떤 말을 뜬금없이 내 뱉어서 곤란하게 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말이다.

왠일인지 이번에는 진우의 말에 이내 수그러 들어 더 이상은 묻지 않는 진경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다 진경은 다시 돌아서서 진우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목사님. 왜 설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어요?”


“예?”


진우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혜성이 이곳을 나갈 때 진경은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설이에 대해서 누가 묻더라도 당분간은 어떤 얘기도하지 말기를 부탁할 때 진경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딱히 들을려고 한 것은 아니고, 목사님에게 물을게 있어 방앞으로 왔다가 두분이 나누는 대화를 살짝 들었거든요.”


진우에 대한 촉을 항상 강하게 세우고 있는 진경이었기에 낯선 손님과 진우의 대화를 놓칠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건 설이가 그 사람이 찾는 아이가 아이라서....”


“그렇구나. 쉬세요. 목사님.”


믿어 주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진우의 진짜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인지. 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는 퇴근을 했다.

잘 견디지 못하리라는 순자 선생님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경은 이곳의 일에 아무리 선생들이 도와 주지 않고 일을 맡겨도 잘 해내었다.


외출을 자신 마음대로 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일처리에는 입을 댈수가 없을 만큼 이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진우도 일 때문에 그녀를 그만두라고 얘기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성가신 여자라는 생각이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드는 사람이었다.


진경과의 짧은 대화였지만, 진우는 그녀와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한 것처럼 피곤을 느꼈고, 힘이 빠졌다.

두 발을 탁자위에 포개어 올리고 고개를 쇼파뒤로 넘기고는 진경의 말과 혜성과의 대화를 떠 올려 보았다.


‘혜성이 설이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경씨는 왜 혜성의 방문을 궁금해 하는거지? 그리고 어디를 갔다오느라 늦게 들어왔을까? 진경씨는 우리 설이를 좋아하지 않는데 혹시 혜성에게 내가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그렇지는 않을거야. 연락처도 모르는 사람이잖아!’


진우는 진경의 앞뒤 가리지 않고 행동해버리는 성격을 지금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아이를 찾아 다니는 혜성의 행동 역시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설이와 혜성을 연결 지을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 곳의 선생님들에게 혜성이 설이를 찾고 있다는 말을 했다면 바로 설이의 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내 놓을 것이고,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정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답이다.


설이를 입양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진우는 자신을 닮아 있는 설이의 모습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그래서, 친자 확인을 해 보았었다.

자신의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해 본 것이었는데, 결과는 생물학적으로 설이는 자신의 아이가 맞았다.


그 사실을 통보 받았을 때 솔직히 진우는 한가지를 생각했다.


자신의 정자 매매!


그것말고는 없었다. 진우는 여자와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행동상으로는 숫총각이었다.

부귀를 위해서 한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이가 나중에 알았을 때 그리 자랑스러운 일은 아닌 행동으로 맺어진 부녀 사이였던 것이다.


정자를 매매하는 것도. 설이가 이 곳에 버려진 것도. 그리고 자신을 닮은 설이를 입양한 것도 어느 하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이었다.

우연 아니면, 필연!


그 어느것도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해를 배제한 설이와의 하루에 또 다른 이해 불가의 일이 생긴 것이다.

혜성이 설이를 찾는다는 것.


진우는 자신이 정자를 한 달에 한번 연구소에 가서 뽑아내고 있었지만, 그것의 용도를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단지 여러 가지 실험에 사용된다는 막연한 설명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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