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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11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4.04.03 09:10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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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79화

DUMMY

그런 미영이 세희와의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자신의 뱃속의 아이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장난삼아 한 말들이 어느새 하루의 많은 시간을 그렇게 아이와의 대화를 하면서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미영이 역시 자신의 뱃속의 아이에 대한 집착같은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온전히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아이와 대화가 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시간들도 있었다.

아마도 꿈이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넘겨 버렸던 것을 기억한다. 꿈속에서 분명히 자신의 딸과 대화를 했었다.


갓난쟁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미영은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자신이 태어나서 엄마와 살 수 있다는 것에 뱃속의 아이는 즐거워 했던 것도 기억이 났다.

그렇게 세희가 있는 집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기만 했었다.


‘아이는 낳았을까? 아마도 벌써 낳았겠네. 혼자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미안해요. 세희씨 도움이 못되서....’


자신이 아이를 낳을 때 세희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병원도 찾을 수 없는 미영과 아이를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했었다.

그런데 정작 세희는 자신의 아이를 낳을 때는 그 누구의 도욷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해서 미영은 다시 눈물이 났다.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에 미영은 놀라서 전봇대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보고 싶어서 오긴했지만, 세희앞에 나설 용기는 없었다.


이미 세희는 아이를 낳은 몸이었지만, 여전히 다소 불편해 보였고, 얼굴은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수척하였고, 푸석푸석하기까지 했었다.

집앞에 작은 쓰레기 봉투를 내려 놓고는 서둘러서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미영은 조용히 지켜 보았다.


‘얼굴을 보았으니 이제 가야겠구나.’


부디 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아이와 잘 살기를 바라면서 쓸쓸히 미영은 돌아 섰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이지 갈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버린 아이에게 갈 수는 더더욱 없었다.


지금까지 혼자라서 그리 외롭다거나 쓸쓸하다거나. 고독하다는 기분을 느낀 적은 별로 없었던 그녀였지만,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 두고 보지도 못하는 세상이 이제는 정말이지 무인도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쫓는 찬이라는 남자가 있기에 어딘가로 하염없이 숨바꼭질을 하듯이 숨어 있어야 하는 앞으로의 삶 역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처없이 떠도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과연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찬이가 차가운 길거리에 쓰려져 있던 자신을 그 날밤에 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녀는 이렇게 비참한 기분으로 자신의 삶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죽었더라면 말이다. 그렇게 미영은 생각하였다.

당분간은 어디에 숨어서 자신의 앞날을 생각해 보기로 마음 먹고는 세희의 집 근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고시원에 방을 하나 구하기로 했다.

혹시나 세희에게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에게서 완전히 멀리 떨어져 있을 수가 없었다.


미영은 자신이 찬의 집을 몰래 나왔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지금 누군가의 미행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채로 세희의 집 근처로 찾아와서 세희가 사는 곳을 본의 아니게 그 미행자에게 알려준 꼴이 되었다는 것과 그런 그녀의 행동들이 자신은 물론이고 세희와 아이의 앞날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미영은 정찬이라는 남자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였다.

자신이 차려준 아침을 아무 생각없이 먹고 집을 나섰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집을 떠난 것도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그는 저녁이 되어서야 알 것이라고 단정을 지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집을 보통때보다 더 깨끗이 정리하고 치우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찬은 전날 저녁 가게 문을 나서려고 할 때 자신이 분명히 닫아 두었던 문이 거의 3분의 1쯤 열려 있는 것을 보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집에 들어와서도 미영의 행동을 잘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보기에 미영은 그 밤을 잠으로 보내지 않았었고, 평상시처럼 행동하려는 미영의 의도를 미심쩍게 생각하여 집을 나선 후로 숨어서 다음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미영의 행동을 감시 하였다.


찬은 미영이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설 때부터 세희의 집근처에서 몰래 세희의 모습을 숨어서 보던 그녀의 행동까지 모든 것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미영이 고시원에 방을 하나 얻는 것까지 확인을 하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미영이 눈치채지 않게 조심히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가 어찌 알 수가 있었겠는가!


그런 사실을 하나도 모른채로 미영은 고시원에서 소박한 자신의 짐을 풀었고,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시간의 생활을 위해서 근처의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이곳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어디선가 찬의 비슷한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당장이라도 그곳을 뜰 준비를 하고 있는 미영이었다.


그래도 당분간 만이라도 세희곁에서 그녀가 혼자서 힘들게 아이를 낳게 한 벌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삶은 현실감으로 다가와서 그녀가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가 없었고, 또 다시 도망을 가게 되더라도 돈은 필요했다. 그리고, 가장 우선적으로 세희를 돕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 미영이였다.


아르바이트는 힘들지 않았고, 찬이와 있으면서 조용히 집만 지키던 것과는 다르게 비록 지금은 자신이 쫓기고 있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 노동으로 인해서 밤에 잠을 자는 것이 훨씬 수월한 하루하루였다.


그녀에게 돈이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미영은 아르바이트와는 상관없이 아이의 물품들이랑 세희를 위해서 필요한 물품들을 조금씩 사가지고 몰래 세희의 집 앞에 놓아두기를 반복했었다.


처음에 세희는 자신이 사지 않은 아이의 기저귀나 분유. 그리고 세희의 먹거리가 담져진 비닐 봉투를 안으로 들여 놓지 않았었다. 그래서, 미영이 자신이 일을 하는 마트의 주인에게 부탁을 하였고, 아이를 낳아서 힘들어 보이는 세희를 조금이나마 돕고자 한다는 뜻을 담아서 전해 주기를 부탁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세희는 그런 주인의 뜻을 거절하지 않았고, 감사히 받아 주었기에 미영의 보이지 않는 배달은 계속 할 수가 있었다.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시간들을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서라고나 할까!


그런 조용한 시간이 얼마간은 지속되었지만 미영은 항상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의 사람들 속에서 찬의 얼굴을 찾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자신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면 분명히 그녀를 찾으러 다닐 것이다. 미영을 찾는 것이 목적은 아니고 미영의 아이를 찾기 위해서라도 찬은 미영을 반드시 찾아 올거라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영이 이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3주째 들어서고 있던 어느날 그녀의 잠재적인 불안이 현실이 되어서 눈앞에 나타났다.

찬이가 그녀가 일을 하는 마트로 찾아 왔다.


너무나 놀라서 미영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미영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랐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자신을 찾았단 말인가!


“미영씨!”


“......”


너무나 놀란 미영의 다리는 금방이라도 힘이 풀려서 주저 앉을 것만 같았고, 심장은 팍하고 순간 터질 듯이 주인이 감당을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심하게 뛰고 있었다.


공포 영화속의 주인공처럼 모든 행동이 정지되었고, 아무런 말없이 입만 벌리고 있는 미영을 이상하게 본 다른 동료들이 그녀에게로 다가왔고, 무슨일인지를 찬이에게 묻는 눈빛을 계속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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