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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04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3.12.11 10:20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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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59화

DUMMY

‘너는 하루종일 이 아빠에게만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거야?’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는 목소리가 전해졌는지 설이의 소리에 겁이 묻어 있다.


‘아니요! 제 주위의 어른들에게 주파수는 다 보내는데 아직까지 아빠만 걸려 드는건데요.’


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나만 걸려든다고? 내가 물고기냐. 이 놈아.’


‘히히히. 아니 아빠하고만 잘 된다는 말이예요.’


진우는 설이의 웃는 소리를 처음으로 들었다.


‘네가 웃는 소리를 들으니 정말 아이같구나.’


‘내가 웃지 않았어요?. 몰랐어요.’


설이의 웃음은 한여름의 더위 속에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 같다.


‘네가 웃어주면 선생님들 피로도 풀릴 것 같구나. 물론 아빠도 그렇고.’


‘당분간은 아빠가 부를때까지 주파수 보내지 않을께요. 아빠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요.’


‘나의 프라이버시? 그것이 무슨 말인지나 알고 하는거냐?’


‘물론 알죠.’


이렇게 대화를 나눌수 있는 설이라면 분명 알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부탁하마. 그런데, 네가 놀릴만한 아빠의 프라이버시는 없거든.’


‘네에에에’


서재로 돌아온 진우는 혜성과의 통화를 생각했다.


‘혹시 내가 더 이상 필요없어지나?’


‘더 이상 지원 할 수 없다면 이곳의 어떻게 할까? ’


걱정으로 진우는 깊은 수면을 이루지 못했고, 그의 컨디션은 별로였다.

한달에 한번 가는 이 길이 진우는 나쁘지만은 않았다.


복닥거리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에 여행을 가는 것처럼 좋았다.

입구의 경비원들과 공포감을 주는 덩치큰 개들도 진우에게는 다 친구였다.

택시로 근처까지 가서 얼마의 거리를 도보로 걸어야 했고, 경비초소에 있는 자전거로 실험실로 가면 된다.


“오셨습니까. 목사님.”


경비원이 진우를 반갑게 맞았다.


“녜, 잘 계셨습니까? ”


컹 컹 컹


시커먼 개 세 마리가 서로 알아보라는 듯 겅중겅중 뛰면서 짖어댔다.


“그래, 그래. 너희들도 다 잘 있었니?”


한 마리 한 마리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눈을 맞추면서 인사를 했다.

손등을 핥아대고 있는 놈. 옆얼굴을 핥아대는 놈. 진우의 등 뒤에서 두발을 올리고는 놈도 있다.


뜨거운 환영이다.


“목사님이라 이러나? 매일 보는 저한테는 이러지 않거든요.”


“그런가요? 고맙구나. 애들아 반겨줘서. 이제 그만 할까? 나는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일어서는 진우의 얼굴에는 개들의 침으로 미끈거렸다.

경비원이 내주는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천천히 갔다.


숲으로 이어진 건물들을 감상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이 즐거움이 없었다면 지금 이 길은 정말이지 비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올 때마다 하는 진우였다.


코로 들어오는 상큼한 나무냄새와 풀 냄새도 좋았고, 깨끗한 공기도 폐를 청소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건강한 정자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너무나 허무하게 그들을 세상에 내 놓는다. 컵에 담긴채로 말이다.

컵도 사람에게 전달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방에 두고 나왔다.


이제 혜성을 만나는 일만 남았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혜성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진우를 보자마자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다가왔다.


“잘 끝내셨습니까? 목사님”


‘잘 끝내고 할 것도 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 무슨...’


잘 알면서 묻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네. 그러저럭.”


이런 말을 들으면 도무지 무슨 표정으로 답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기에 진우는 대충 얼버무려 버렸다.


“그럼 제 사무실에서 차 한잔 하실까요?”


비호감인 얼굴을 마주하는 대신 산책을 제의하였다.


“조금 걸으면서 들었으면 좋겠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제까지 캄캄한데 있다가 나오니 어떤 공간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말하고 나니 자신이 한 일을 알린 꼴이 되어 한심했다.

혜성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놓지지 않고 진우는 보았다. 놀림을 당한 기분이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목사님이 편하시다면야.”


둘은 숲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진우는 자전거 핸들을 잡고 걸었고, 혜성은 진우의 보조를 맞추면서 걸었다.


“베이비 센터 일은 잘 되십니까?”


“예, 덕분에 별 어려움없이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기는요. 목사님도 저희를 도와주시고 계시는데요.”


혜성은 뒷짐을 지고 걸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이렇게 보자고 하시니..”


진우는 자전거를 끌면서 상대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 빨리 끝내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면서 달리고 싶었다.


“....”


혜성은 잠시 걷기만 했다.

진우는 기다리기로 했다.


“저어. 목사님. 그곳으로 버려지는 아이들 있잖습니까. 부모들을 혹시 알고 계십니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버려지는 아이들의 부모가 어찌 자신들의 행동을 드러내려고 얼굴을 알린단 말인가!


“아니요. 몰래 버려지는 아이들이라 다녀간 시간 역시 알 수 없습니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그렇군요.”


“왜 그러시는지 물어도 될까요?”


이번엔 진우가 궁금해졌다.


“아닙니다. 그것보다 목사님. 제가 목사님과 선생님들이 불편하지 않은 시간에 찾아가 버려진 아이들을 한번 보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버려진이라는 단어는 빼고 얘기하면 안되나? 굳이 그 단어를 쓰지 않아도 아이들은 영원히 버려진이라는 말을 꼬리표로 달고 살아가야 한단 말이지.’


“상관없습니다. 그곳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자원 봉사자들도 많이 오시니 혜성씨도 당연히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아이들은 보시겠다는 것인지.”


갑자기 방문하고 싶다니...


이유는 궁금하다.


“ 아이들은 얼마나 그곳에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희는 6개월동안 돌보다가 다른 기관으로 보냅니다. 지금은 몇 명되지 않습니다.얼마전 파티를 마치고 다른 기관으로 보냈거든요.”


진우는 떠나보낸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고, 허전하고 울적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6개월전에 들어온 아이는 그곳에 한명도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진우는 혜성에게 설이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설이를 입양하여 데리고 있다고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혹시 찾는아이라도 있으신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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