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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531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2.12.04 06:34
조회
77
추천
0
글자
5쪽

“그렇습니까? 저는 술이 항상 쓰다고 생각했는데 민기씨는 오늘만 그렇습니까?”


혜성이 반응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말을 받아 조금 놀랐다.


“항상이요? 혜성씨 같은 사람이 어째서 항상 술맛이 쓰다고 하는 겁니까? 이런 곳에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


“저 같은 사람이요? 민기씨가 보는 저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같습니까?”


괜히 말하는 바람에 나름대로 판단한 것을 들킨 것 같아 민기는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한마디로 얘기하기는 좀 뭐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주 좋은 직장에 돈도 많이 버는 엘리트라고 할까요?”


“그래요...”


혜성은 술잔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원을 돌리고 있었다.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제게는 그렇게 보여서.. 실례했다면 죄송합니다.”


민기는 말을 잘못했다는 생각에 잔에 급하게 술을 따르고는 단숨에 마셔 버렸다.

소주가 만들어내는 표정으로 난처함을 지우려는 의도였다.


‘이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오지 말걸 그랬군..’


민기는 괜해 와서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자신이 비굴해져서 싫었다.


“아닙니다. 민기씨가 생각한 대로 돈은 많이 벌기는 합니다.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이 그다지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하긴 누구나 자신의 일에 100% 만족하지는 않으니까요...”


민기는 얼마전까지 일했던 병원의 일들을 떠올리며 씁쓸해했다.


“부럽습니다.저는 지금 직장도 없는데 혜성씨는 돈 많이 버는 직업이 별로라니...”


민기는 술김에 자신의 처지를 말해 버렸다.

아마 술이 깨고 나면 분명 후회하겠지만 지금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직장을 그만두셨는지 묻는다면 실례가 될까요?”


혜성의 눈빛이 진지해지고 있다는 것을 민기의 술기운으로 흐릿해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 마당에 제가 뭐 숨기겠습니까. 내가 하던 일이 정말 잘 할 자신이 없었나 봅니다.


민기는 자신도 모르게 완전히 무자해제 되버렸다.


“무슨일을 하셨습니까?”


“저는 산부인과의사입니다.”


“의사 선생님이시군요”


“네, 의사였죠. 지금은 환자를 돌보지 않는 그냥 종이의사지만..”


민기는 자신의 술잔에 쓴 웃음을 보냈다. 갑자기 생각난 종이의사라는 단어가 너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기씨는 휴머니스트인가 보군요. 아니면,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너무 강하거나.”


“제가요? 저는 그런 것들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만둔건데요. 그런 것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의사들에게 부를 가져다 주지는 않지요. 아마도 의사가 되는 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의사의 삶을 살것인지. 아니면 부를 쫓아서 화려한 삶을 살것인지를 말입니다.”


민기는 그런 선택을 고민하지도 않고 근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병원을 그만둔 지금의 자신은 휴머니스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민기씨는 어느쪽입니까?”

“글쎄요. 저는 가난한 의사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직업도 없는 상태이고요.”


“그럼, 민기씨는 돈만 많이 벌면 됩니까? 사명감은 버리고 돈만 버는 건 어떨까요?”


“무슨 말씀이신지...”


‘뭐야? 당신이 나에게 그런 일자리라도 주겠다는 투군 그래.’


민기는 기분이 나빠졌다.


“아 아닙니다.”


혜성은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민기의 표정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의 대화는 끝이 났다.

술을 마시면서 더 이상의 말은 오고가지 않았고, 먼저 자리를 일어선 것은 혜성이었다.


“이제 저는 가야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봅시다.”


혜성은 자신의 명함 한 장을 민기의 술잔 옆에다 놓았다.

술기운에 절은 민기의 눈에 반짝이는 금빛 케이스가 보였다.


“뭡니까?”


그것이 혜성의 이름이 박혀 있는 명함인 것을 알지만, 왜 자신에게 주는지 모른채 집어 들었다.

명함에는 이름과 핸드폰 번호 말고는 흔히들 그런 작은 종이에 새겨 다니는 사회적인 위치가 없었다.


마치 유치원생이 어른들의 흉내라고 내듯 만든 조잡한 내용의 메모 같았다.

황금빛 케이스와 어울리지 않았다.


“민기씨가 혹시라도 저처럼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한다면 전화를 주세요. 같이 일을 하면서 돈만 벌어 봅시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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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1화 23.12.15 8 0 7쪽
59 60화 23.12.14 9 0 7쪽
58 59화 23.12.11 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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