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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15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4.04.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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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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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78화

DUMMY

대충 정리가 끝이나자 아이를 닦이던 수건들과 자신에게서 쏟아져 나온 부산물들을 닦은 타월들을 이리 저리 밀어 놓고 아이를 자신의 가슴에 올려 놓고는 그녀도 아이도 잠이 들었다.


그렇게 두 모자는 이 세상에서의 첫날을 맞았다.

미리 끓여 놓았던 미역국과 밥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도 세희는 계속해서 울었다.


아이는 사내아이였고, 낳기는 했지만, 다시 어떻게 숨어서 키워야 하는지가 그녀에게는 숙제였다.

겨우 한고개를 넘고 나니 더 험한 산봉우리가 그녀 앞에 우뚝 솟아 있는 것 같은 허탈감이 엄습했던 것이다.


세희는 갑자기 기영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가 옆에 있었다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예전처럼 그녀를 조용히 도와 주었을 것이다.

잘해 주지도 못했고, 도움만 받았던 그였다.


그래서 더 의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 세희는 그가 간절히 보고 싶었다.

세희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여러 가지를 준비했었다.


먹을 것들이며, 아이에게 필요한 여러 용품들까지 출산을 하고 일정 기간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준비는 해 두었던 것이다.

아이를 낳았어도 누구하나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고, 어느 누구의 축하 전화도 없었다.

그녀가 생각한 출산이라는 것은 절대로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였지만,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만은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행복했다.

정말이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감정들 속에서 세희는 기쁨이라는 것을 느꼈다.

잠만자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배냇짓을 하는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면 세희는 아무런 근심이 없는 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녀의 새끼 손가락을 꼭 잡고는 잠이 드는 아이를 보면서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느새 세희는 아이와의 시간들에 익숙해졌다.

그러면서도 기영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간절했었다.


만약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아이를 맡길 사람을 기영이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족에게 맡겼다가는 아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거라는 것쯤은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세희였다.

그래서 인지 그녀는 아직도 기영의 잡지사 명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기영과 연결된 끈같은 것이 말이다.

아이와의 외출이 가능하다면 한 번쯤은 그에게 찾아가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을 그녀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었




***



미영이 뜬 눈으로 밤을 보냈지만, 다음날 아침을 준비하는 그녀의 행동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새로운 아침을 콧노래로 시작했고, 찬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서 따뜻한 밥과 함께 아침을 차렸다. 그러니 찬이 의심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전날에 미영이 자신의 가게로 찾아 왔었다는 것과 자신이 통화한 내용을 모두 들었다는 것을 찬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여느 아침과 다름없이 아침을 먹고 찬은 가게를 나갔고,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을 흘리면서 빈 그릇들만 덩그란이 있는 밥상을 보고 있었던 미영이었다.

이것이 그에게 차려준 마지막 밥상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는 채 음식을 다 비우고 집을 나갔다.


어제 저녁 기분같아서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 밤에 바로 나갈려 했었다. 그가 잠든 틈을 이용하여서 그 집을 나가려고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의 의도가 진심이 아니었다 하더라고 지금까지 그녀를 잘 보살펴 준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그의 의도를 잘 알게 되었지만, 한 마디로 하지 않고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은 지금까지 도와준 그에게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까지만 차려 주고 그의 곁을 떠날 것이라 마음 먹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마음도 모른채 그녀의 마지막인 감사의 밥상을 받고서 집을 나갔다.

그가 집으로 다시 돌아오면 그녀는 없을 것이고, 그제서야 자신의 정체를 그녀가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것이다.


설거지를 하고, 몇가지 않되는 그의 옷을 빨아 놓고, 집안을 보통때 보다 더 정성을 기울여서 청소를 하였다.

그리고 이 집으로 오던 날 외투 하나 뿐이었던 그녀는 이제는 가방에 그와의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들을 담아서 챙겨 두었다.


마지막으로 집을 조용히 한번 둘러 보고는 미영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차마 그의 마지막 얼굴은 볼 수가 없었다.

들키는 날에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도 없거니와 아이의 행방까지 들통날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에 보고는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미영의 마음에는 찬이 들어와 있었고, 그를 떠나는 것이 눈물이 나게 슬펐던 것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미영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도착한 곳은 세희가 있는 원룸 근처였다.

들어가서 그녀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의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세희곁을 떠날 때 미영은 말이다.

그리고나서도 가끔씩 그녀와 그녀 뱃속의 아이 걱정은 되었지만, 갈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일부러 피했는지도 모른다. 세희를 만나면 자신의 아이가 더욱 보고 싶어질 것 같아서 말이다.


병실에서 같이 지내면서 미영은 세희의 밝은 성격이 참 좋았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에 정말이지 열심히 태교와 운동을 하면서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 대한 푸른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녀에 비하면 자신은 엄마가 아니었다.


혜성이라는 남자를 만나서 대리모라는 것을 권유 받았을 때 그녀처럼 태어날 아이에 대한 그 어떤 생각도 없었다.

한번의 대리모로 그녀는 자신이 얻고자 하는 금전적인 혜택을 얻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산모가 되었기에 배속의 아이에 대한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었다.


단지 자신의 배만 아이에게 빌려 준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자신이 품고 있는 아이에 대한 반감 같은 것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세희와는 다른 감정으로 하루 빨리 아이를 낳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차피 그곳에서 미영이 하는 경험들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것이기에 의사가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할뿐 따로이 세희처럼 아이를 위한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노력은 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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