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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꿈꾸는 희망녀의 방

생령을 품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희망녀
작품등록일 :
2020.05.17 08:02
최근연재일 :
2024.05.03 08: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531
추천수 :
55
글자수 :
285,293

작성
23.12.20 06:42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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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63화

DUMMY

“....”


“여보, 제발 이쯤에서 그만둬요. 난 당신이 죄인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그러니 제발.... 이렇게 빌께요.”


아내는 진석의 팔을 잡고 울면서 말했다.


“그럴수 없어. 이제 거의 다 되어가는데 여기서 접을 수는 없어. 그러니 제발 여보. 당신이 조금만 나를 기다려 주면 안될까?”


“그럴수는 없어요. 몰랐다면 모를까 제가 아는 이상 이대로 덮을 수는 없어요.당신이 정 힘 들면 내가 경찰에 알리겠어요.”


그녀의 결심은 확고했다.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여보...제발....”


“알잖아.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내 마음을 정말로 모르겠어? 세상 사람 모두 날 미쳤다고 해도 당신만은 나를 이해해줘야지.”


진석의 눈에 배신감이 가득 찼다.


“이건 아니야.여보. 당신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구요. 자수해요. 그리고 정상적으로 살아야요”


아내는 자신의 핸드폰을 열었다.


‘정상적으로 살라고? 내가? 어떻게? 아들이 없잖아!’


순간 화를 참지 못한 진석이 아내를 계단에서 밀어 버렸다.

다행이 죽음을 면하였지만, 더 이상 아내는 진석을 설득도 위협도 그리고 눈물의 호소도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아내는 식물 인간이 되어버렸다.


‘미안해. 당신을 이렇게 만들 마음은 추호도 없었어.’


아내를 바라보면 진석이 할 수 있는 말은 사과가 전부였다.

진석의 연구는 중단되지 않았고, 범죄같은 실험은 위험수위가 높아졌다.


자신의 불안한 기다림을 달래고 싶었던 진석은 지금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차가운 병실에 외롭게 혼자 두었던 아내의 병실로 찾아 갔다.


자신으로 인해 지금 아무도 꺼내 줄 수 없는 혼자만의 감옥에 갇혀 있는 아내에게서 그는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진석이 아내의 병실의 문을 열자 신기하게도 아무런 화장도 할 수 없고 자신을 꾸미느라 향수를 사용할 수도 없는 아내의 공간에서 옛날에 그녀에게서 맡았던 향기가 진석의 코와 머릿속으로 확들어 왔다.


마치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자주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간호사들에게 항상 아내의 병실에 꽃으로 장식을 해 주기를 부탁했었다.

아마도 그가 느꼈던 아내의 향기는 탁자위에서 이 방의 주인을 위로하고 있던 붉은 장미와 하얀 안개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본 그때의 모습 그대로 이불이 가슴께로 덮여진 상태로 두 팔은 양쪽으로 가지런히 놓인채로 진석을 맞았다.


외관상으로는 더없이 조용하고 깨끗한 모습이었다.


그런 고요함 속에서 아내는 꼼짝도 못하는 자신의 몸속에서 병실로 들어오는 그를 보았을지도 모르고, 지금의 상태로 만들어 버린 남편을 향해서 몸 밖으로 뚫고 나오지 못하는 분노에 속에서 몸서리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석이 아내가 누워있는 침대 가까이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따뜻했다.


아내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따뜻한 온기로 그에게 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내의 따뜻한 손을 잡고 있으니 지금까지 오지 않았던 자신을 아내는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이 진석의 가슴으로 파고 들어왔고, 그의 눈에도 회한의 눈물이 한줄 볼을 타고 흘렀다.


그들을 그렇게 아무런 말이 없이 서로의 온기를 주고 받으면서 아들을 잃기 전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떠 올리고 있었다.


아내도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진석은 믿었다.

아내의 손에서 전해오는 뜨거운 피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진석은 그녀가 얼마나 이 상황을 힘들어 하며 견디는지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침대에 누운채로 몸과 육체가 분리되어 지내느니 차라리 아들이 있는 곁으로 가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방치로 하루하루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내의 소원이 혈관의 타고 흐느는 피의 진동으로 전해졌다.

갑자기 자신이 고집부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부질없이 느껴지는 아내와의 시간이었다.


“여보, 내가 너무 무심했지?”


“........”


“알아,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런데 오늘은 당신이 예전처럼 나를 말려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 웃기지?”


“........”


“그때 당신 말을 따를 걸 그랬나? 그랬다면 지금 당신이 이렇게 당신 몸에 갇혀 지내는 일같을 것은 없었을텐데........ 미안해. 여보”


“..........”


“우리 인간들에게 허락된 치료는 어디까지일까? 당신이 물었지? 신이 되고 싶으냐고 말이야. 나는 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정말이지 한번도 없었어. 아들에게 아무런 힘도 되어주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나 싫어서... 내가 하는 일이 정말로 신에게 대항하는 일인가? 신이 만들지 못한 인간을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이 잘못된 생각일까?”


“.......”


진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작은 반응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는 아내가 너무나 안쓰러워서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든 자신이 원망스러워서 아내를 안고 한동안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그렇게 진석은 자신의 팔에서도 미동도 하지 않는 아내를 안고서 한참을 있었다.

아내를 혼자 남겨두고 돌아오는 길은 허전하기까지 했었다.


그래도 진석은 자신의 할 일을 그만 둘수가 없었다. 아들을 잃어버리고, 아내도 자신의 곁에서 떠나 보내면서까지 포기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만둔다면 자신의 인생 모든 것들이 한순간 먼지가 될 것 같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제 자신의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는 도망간 산모들의 몸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 둘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아이들을 데려와야 하고 실험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성공하는 날에 아들을 허망하게 보낸 미안함도 아내를 저렇게 만든 죄스러움도 스스로 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진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매번 느끼는 감정이지만 아내에게 갔다오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아무런 말없이 한없이 안타까운 체온으로 진석의 체온을 느끼길 바랬고,자신의 귓속으로 다정한 그의 목소리로 말해 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르는 아내였다.


아마도 아내는 그런 애잔한 사랑으로 자신곁에서 힘든 현실을 슬프게 이야기를 하는 진석을 다시 예전의 그의 감정으로 되돌리려 애쓰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신의 삶이 담김 이 연구 단지는 이제는 처음과는 다르게 많이 커져 있는 상태였다. 진석이 하는 비밀연구를 제외하고는 일반 제약회사처럼 인간들의 더 나은 생을 위한 약품 개발연구를 하였다.


끊임없이 신과 같아지려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뛰어난 두뇌들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병 장수와 시들지 않는 젊음!

그것을 향한 두뇌들의 치열한 연구가 이 단지에서도 이루졌다.


진석의 행운인지 연구 실적이 좋아서 많은 신약이 이 연구단지에서 개발되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성공을 이끌어 내고 있는 연구 집단이 소수 정예로 각 분야별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것을 총괄하는 일에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혜성이 있기에 진석은 좀더 자신의 연구에만 집중하였다.


혜성의 잔인함과 차가움. 그리고 가끔씩 나오는 냉소적 그의 생각들이 진석이 하는 연구에 가장 필요한 것들이기도 했다.


혜성이 진석을 도우면서 하는 일들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었고, 상장된 제약회사의 일들도 사장인 진석을 대신해서 맡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장을 위해서 혜성이 사소한 일들은 일일이 보고하지 않았고, 혜성을 전적으로 믿어버린 진석이 또한 묻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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