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asquer_R

무채색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masquerR
작품등록일 :
2018.08.02 17:46
최근연재일 :
2020.05.08 00:06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9,411
추천수 :
82
글자수 :
474,693

작성
19.05.09 19:49
조회
46
추천
0
글자
13쪽

3류 서사시#4

DUMMY

다음 날, 일행은 마법을 쓰지 않기로 했다. 다들 지나치게 마력을 소모해서 최대한 아껴야 한다. 운 좋게 다다른 마을에서 마차를 구하지 못했더라면, 시오르의 미숙한 마법에 의존해야 했을 것이다.


마차가 갈 수 있는 길까지 가자, 그들은 그곳에서 내려서 걸었다. 황무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작은 숲이 그들을 반겼다. 마력이 돌아오고 있다는 좋은 징조이고, 때마침 2번째 달이므로 수줍게 핀 하얀 꽃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한창 레아와 나르시아가 꽃 이야기로 바쁠 때, 시오르는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세상에 대해 너무 미숙하지만, 바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물론 최근 들어서 벅차오르는 가슴이 좋은 의미가 아닐 때도 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사건이 그에게는 당혹스러웠다. 그럼에도 새로운 일상은 언제나 그의 마음에 푹 녹아들었다. 새하얀 꽃잎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보니, 칼립소는 슬슬 꽃구경 다닐 시기네."

"세라스는 그런 거 좋아해?"

"놀랍게도, 아니."


세라스는 귀찮다는 듯이 양손으로 뒷머리를 받쳤다.


"꽃이 이쁘면 얼마나 이쁘다고."

"그래?"

"역시 이쁜 건 보석 같은 거지!"

"대체 누굴 닮아서 그런 건지...."


앞에 있던 나르시아는 레아와의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세라스는 뻘쭘한 듯이 딴청을 피웠다.


"우리 집은 다들 성향이 달라서 걱정이라니까."

"정말 그렇네요. 나르시아 님이랑 세라스 님은 취향도 눈에 띄게 다르셨고, 시온도 알렌이랑 많이 다른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알렌은 어디 있나요?"


시오르의 질문에 나르시아는 잠깐 고민했다.


"수련 갔다고 해야 하나."

"수련이요?"

"알렌은 검사...아니, 차라리 무투가라고 해야 맞겠지. 그런 쪽으로 전향했거든."

"신기하네요. 분명 1년 전에는 계약마법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원래부터 마법보단 직접 싸우는 쪽을 좋아했지. 억지로 가문의 기술을 가르칠 생각도 없었고."

"하긴 그렇네요. 상당히 적극적인 시온...이란 느낌이던데."

"에이, 그건 너무했다."


레아의 말에 세라스는 빈정거리듯 말했다.


"걘 그냥 바보라고. 얘는 머리를 굴릴 때, 걔는 몸으로 때우고 다녔어."

"하지만 세라스, 너도 딱히 머리 좋은 건 아니잖니."

"언니!"


그런 장난스러운 대화가 진행되던 중, 누군가가 툴툴거리며 건너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시오르는 저 멀리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고, 무언가 기시감을 느꼈다. 로브로 가려진 얼굴은 분명 본 것 같았다.


"나 참, 마차가 안 되는 곳이 뭐 이리 많아?"

"불만이면 이동마법이라도 배우지 그래?"

"차라리 강화마법을 배우고 말지. 완전히 공간에서 공간을 넘나드는 경지가 아니면, 다 그냥 자기를 집어다 던지는 거잖아."


머릿속에 두 남녀에 대한 기억이 분명히 있자, 그는 다급하게 몸을 숨겼다. 그 모습에 일행은 무슨 일인가 고개를 돌렸고, 나르시아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파악했다.


"오호. 이렇게 만나다니."

"언니?"


그 순간, 차가운 얼음 창이 두 남녀를 향해 날아갔다. 마법을 감지한 두 사람은 재빠르게 방어막을 펼치고 일행 쪽을 바라보았다.


"어느 미친놈이 감히 우리한테....!"

"대충 저번에 못 갚은 빚 갚는다고 생각하는 게 어때? 프라시온."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하자, 프라시온과 미네트는 둘 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철저하게 방어하며 눈앞의 상대를 마주했다.


"하, 역시 그날 침입한 건 너희였나."

"시오르가 신세를 아주 많이 졌더라고. 약물? 처리?"

"보아하니 사과를 바라는 건 아닌 것 같네."


미네트는 마력진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주변에 설치했다. 하지만 설치된 장소마다 붉은 화염이 감싸기 시작했다. 점차 뜨거워지는 숲에서 세라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가만히 있어."

"얼음마녀 동생은 더 하네. 화염마녀라고 불러주기라도 해야 하나?"

"프라시온, 혓바닥 놀릴 시간이 없을 텐데."


차가운 얼음 덩어리가 그들의 방어막 위로 떨어졌다. 압도적인 마력으로 방어막을 찢은 그녀는, 얼음을 깨트려서 주변을 섬멸했다. 하지만 미세 가문의 두 사람은 지체 없이 전방으로 돌진했다. 얼음 파편이 일행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자신들 쪽으로 파편이 나가지 않게 한 것을, 빠르게 간파한 것이다.


프라시온의 마력은 나르시아의 팔목을 붙잡았다. 그대로 감싸듯이 크기를 키워나갔으나, 나르시아의 방어막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미네트는 마력 화살로 어떻게든 나르시아를 저지했으나, 세라스의 화염에 막혀서 오히려 옷자락이 조금씩 타기 시작했다.


"저기, 누나. 그렇게 마력을 쓰면...."

"...아하."


미네트는 어느새, 자신이 시오르와 가까워졌음을 파악했다. 마력으로 자신을 강화한 그녀는, 갑작스레 방향을 틀어 세라스의 화염 안으로 몸을 던졌다.


"죽기로 결심한 거냐!"

"세라스! 잠깐만 막아!"


나르시아는 의도를 눈치채고는 재빠르게 시오르를 끌어당겼다. 마력에 당겨진 그는 넘어지듯이 나르시아의 곁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프라시온은 그 사이에 세라스의 불길을 잠재우고 앞으로 다가왔다. 세라스는 프라시온의 견제에 상당히 주춤하고 말았다.


"빛이여!"


그 순간, 레아는 영창을 외우며 마력을 폭주시켰다. 일순간에 터진 마력은 푸른 빛으로 미세 가문 사람들의 눈을 가렸다. 싸움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던 레아였기에 안전하게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이에 분노하듯, 프라시온은 품에 가지고 있던 마력석을 던졌다.


마력석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은 웅웅거리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로 날아든 미네트는 마력을 채찍처럼 만들어서 마력석을 휘감았다. 그대로 그녀는 마력석을 나르시아와 시오르 쪽으로 던졌다. 붉은 화염이 난폭하게 솟구치며 그들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아무런 비명도 들리지 않자, 미네트는 그대로 마력을 휘둘러서 전방을 휩쓸었다. 예상대로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단단한 방어막을 세운, 시오르와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청안은 선명히 자신을 바라봤다. 하지만 노려보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공격을 버티고 선 상태였다. 그의 눈에는 그녀가 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오히려 그녀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얕보지 마!"


조금은 무리한 듯, 그녀는 마력을 최대한으로 밀어 넣으며 시오르를 가격했다. 하지만 방어막은 채찍을 집어삼키듯이 붙잡고는, 완전히 끝부분이 사그라들 때까지 놔주지 않았다. 이 틈을 타서 나르시아의 얼음이 그들을 공격했다.


날카로운 얼음에 베인 두 사람은 뒤로 물러섰다. 가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방어가 말도 안 될 만큼 견고했다. 고작 이틀 전에 제압한, 게다가 정면으로 마주한 시오르의 실력은 토하고 싶다는 말이 정확했다.


그나마 그들이 다행으로 여긴 것은, 나르시아의 마법과 세라스의 마법이 서로 상충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호흡이 엉망이라면 아예 한 명은 마력마법을 사용하는 게 나을 일이다. 또한, 그들이 호흡이 잘 맞아왔음에도 두 공격을 엇갈리게 하는 것으로 피해가 많이 없었다.


"그때는 몰랐더라도, 지금 공격하는 건 왕명에 반하겠다는 뜻으로 알아들어도 되지?"

"먼저 공격해놓고 하는 말이. 오히려 너무 친분을 내세우는 부덕한 사람들이 보여."


미네트의 말에 나르시아는 얼굴을 찌푸렸다.


"맞아. 우릴 공격한 이유라도 있나?"

"그런 식으로 배 째고 나오시겠다? 이것들이 진짜 미쳤나..!"

"애당초 잘못은 그쪽이 먼저야.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당방위였어."

"이미 증거도 다 있으니 이제 와서 말로 우길 생각은 하지도 마."


세라스는 노골적으로 화를 냈지만, 나르시아는 상당히 침착하게 그들의 맹점을 파고들었다. 서로 표정을 구기고 있을 무렵, 시오르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봤다.


"시온, 왜?"

"저 사람들,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다녔으니까 분명 주변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합당한 의심을 하고 있자, 프리시온은 이 틈을 기회로 삼으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 찝찝했다는 듯이 보고 있던 미네트는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부하들은 없어. 집안에서 갑자기 인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우리도 이런 촌구석 쪽으로 돌아가는 중이니까."

"미네트!"

"괜히 자극시킬 바엔 이쪽이 더 나을 것 같아서. 프라시온, 네가 지껄이고 벌인 짓 덕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인지 생각해줄래?"


그 말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시오르 일행이었으나, 시오르는 유심히 미네트를 유심히 바라봤다. 어째서인가 저 말을 꺼내기 전에, 잠깐 자신과 눈을 마주친 것이 신경 쓰였다. 정말 자신에게 해준 말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시오르도 말을 건넸다.


"그 말을 어떻게 믿죠?"

"그건 너희 자유지. 하지만, 서로 갈 길 가는 게 어떨까?"

"말도 안 돼요! 분명 당신들이 시온을 제거하겠다고 의뢰를 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그냥 보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레아는 치를 떨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오히려 미네트의 매서운 눈빛에, 조금씩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참을 수 없는 무언가를 당한 것 같았다.


"저게 미쳤다고 누구한테 소리를 질러?"

"우리의 중요한 증인이지. 어떤 분들이 시오르를 아주 험하게 다뤘다는 일에."


비꼬는 말투에 기가 막혔던 프라시온은 세라스를 가리키며 온갖 욕설을 내뱉었다. 게다가 분위기가 험악해지니, 시오르는 자연스레 긴장이 늘어갔다. 자신의 뒤로 숨은 레아의 떨림이 자신마저 떨게 만들었다.


"기껏 선 잘 타서 목숨 부지하는 주제에 부끄럽지도 않냐?"

"하? 진작에 거덜난 미세 가문이 할 말이야? 괜히 까불다가 경계까지 당하면서."

"그만큼 세력이 있다는 거지. 권력도 못 쥐어본 것들이 말은 많아."

"아, 그래서 요새 비리드 가문 꽁무니 쫓아서 다닌다?"

"뭐?"

"설마 그걸 숨긴답시고 다닌 거야? 알 사람들 다 아는데? 하, 몰락 가문답네."


세라스는 자신의 말에 프라시온이 분개한다는 사실이 좋았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그들에게 던진 것을 보고는 놀라고 말았다.


"그놈의 주둥아리를!"

"프라시온!"


미네트가 말리려는 듯 팔을 뻗었지만, 이미 던져진 것은 재빠르게 마력을 집어삼켰다. 그 후, 내재된 마력과 얽혀서는 거대한 방출을 만들어냈다. 방어막을 펼치고 있던 시오르 일행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대로 나르시아를 제외한 전원이 뒤로 밀려났다.


시오르는 프라시온이 던진 것이, 저번에 봤던 철 조각임을 알아봤다. 그 위에 분명 무슨 마법을 새겼다고 생각한 그는, 균형을 잡자마자 마력을 끌어냈다.


바깥에 놓인 마법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확인하려던 찰나, 쇳조각은 일으키던 파동을 더 크게 일으켰다. 자신의 마력에 반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폭발에 휘말린 뒤였다.


화염이었으면 숲을 불사르고, 땅이었다면 대지를 갈라낼 정도의 위력이다. 이에 반발하는 일부 마력도 끌어당기며 폭주하는 모습은, 흡사 아이의 난동 같았다. 마력 너머에서는 프라시온의 광소가 울리고 있었으나, 시오르 일행은 들을 수 없었다. 미네트는 큰 소리로 자신이 무엇을 던졌는가 자랑하는 프라시온을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저지하기도 전에 프라시온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닫았던 입을 다시 벌리기 시작했다.


"무슨...."


활성화된 마법이, 갑작스레 푸른 번개를 일으키며 파쇄되기 시작했다. 시오르는 정신을 집중해서 철 조각 위에 새겨진 마법을 방해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마법사가 놀랐다. 분명 그는 그것을 처음 봤을 텐데, 정확히 그 마법을 무력화시키고 있었으니까. 이에 레아는 다급하게 시오르가 마력을 제어하는 것을 도왔다. 상황이 파악되자, 양측은 빠르게 자신들이 할 일을 다 했다.


싸움의 결과는 순식간에 일어나지 않았으나, 그들 모두는 그 시간이 한순간으로 느껴질 만큼 지치고 말았다. 눈앞이 새하얘져서 무릎을 꿇은 이도 있었고, 다친 상처를 부여잡고 버티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결말은 당연하게도, 인원수부터 압도적이던 시오르 일행의 승리였다. 쇳조각을 쥔 시오르는 그 위에 새겨진 마법진을 자신의 마력으로 지워냈다. 미네트는 고개를 숙이며 패배를 인정했다. 어딘가에 찧은 것인지 흐르는 피를 알아차리고 당황하는 그를, 우습게도 이길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작가의말

쉬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싶네요

그래야 주변 사람들이랑 좀 놀러 갈텐데, 다들 바빠서...

아무튼 즐거운 가정의 달 되시고 다음 주에 뵙도록 하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채색의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4월 휴재 안내 20.04.02 48 0 -
공지 2월 휴재 공지 20.02.20 61 0 -
공지 12월 휴재 공지 19.11.28 62 0 -
공지 금주 휴재 공지 19.10.28 21 0 -
공지 8월 격주 휴재 공지 19.08.12 56 0 -
공지 4/25 휴재 공지 +2 19.04.11 91 0 -
공지 미리 말씀드리는 공지 19.03.14 253 0 -
공지 1/17 휴재 19.01.10 77 0 -
공지 업로드 관련 18.08.02 159 0 -
81 후기 20.05.08 92 0 1쪽
80 마지막 여명#5(完) 20.05.07 77 0 14쪽
79 마지막 여명#4 20.04.30 53 0 20쪽
78 마지막 여명#3 20.03.26 27 0 15쪽
77 마지막 여명#2 20.03.19 65 0 12쪽
76 마지막 여명#1 20.03.12 35 0 16쪽
75 잘못된 시작들#8 20.03.05 49 0 17쪽
74 잘못된 시작들#7 20.02.27 44 0 16쪽
73 잘못된 시작들#6 20.02.13 39 0 16쪽
72 잘못된 시작들#5 20.02.06 43 0 13쪽
71 잘못된 시작들#4 20.01.30 43 0 15쪽
70 잘못된 시작들#3 20.01.23 37 0 14쪽
69 잘못된 시작들#2 20.01.16 42 0 15쪽
68 잘못된 시작들#1 20.01.09 42 0 15쪽
67 갈라지는 비극#3 19.12.01 32 0 12쪽
66 갈라지는 비극#2 19.11.28 30 0 16쪽
65 갈라지는 비극#1 19.11.21 31 0 13쪽
64 정말로 잃어버린 것#9 19.11.14 43 0 19쪽
63 정말로 잃어버린 것#8 19.11.07 55 0 14쪽
62 정말로 잃어버린 것#7 19.10.24 38 0 14쪽
61 정말로 잃어버린 것#6 19.10.17 3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