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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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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asquerR
작품등록일 :
2018.08.02 17:46
최근연재일 :
2020.05.08 00:06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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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4,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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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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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류 서사시#3

DUMMY

"...르...."


문득, 시오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굉음과 흙먼지가 온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단순히 넘어진 것이라면 정신을 잃을 이유는 없다. 다른 이유가 없다면, 갑작스레 건강이 나빠졌다는 소리다. 하지만 핏자국도 없었다. 대낮에 갑자기 의식이 끊어질 뻔했던,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시오르....!"


누군가 그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온몸이 옆으로 쏠려나가는 체험을 했다. 거의 던져지듯 날아간 그는 다시 어딘가에 부딪혔다. 닿은 곳은 사람의 품이라, 어딘가를 다치지 않았다.


"시온, 괜찮아?"

"어...."


그제야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있던 자리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박힌 흔적이 남겨졌다. 만약 방어막이 없었더라면 그는 그대로 죽었을지 모른다. 그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계속 방어막을 유지한 판단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가 서 있던 자리에는 무엇이 박혔나 보이지 않았다. 단지, 손톱 같은 날카로운 것이 그에게 날아든 것임은 확신했다.


나르시아의 방어막이 2차 공격을 막아내고, 일행은 서로를 확인했다. 몇 번이고 시오르를 외쳤던 세라스는 기겁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시오르의 방어막은 깨져서 부스러졌으나, 다행히 그가 의식을 잠시 잃은 것은 급격한 마력의 소모 탓임을 확인했다.


"너 괜찮지!"

"시온은 괜찮아요. 시온, 다시 방어막을 시전해둬."

"알겠어."


시오르는 아까보다 더 마력을 소모해서 방어막을 불러냈다. 갑작스레 자신의 방어막이 자신을 지키는 데에 마력을 더욱 끌어들였는지는, 짐작되는 바가 없으나 그 덕에 살았다고 생각했다


돌연 밀려오는 두려움에, 팔은 주정뱅이가 치켜든 술잔처럼 흔들렸다. 레아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다음, 자신도 방어막을 최대한 펼쳐냈다. 자신의 방어막에 비하면 초라했으나, 마음에는 자그마한 진정을 가져다줬다.


"대체 무슨 일이야, 언니?"

"어떤 정신 나간 마법사가 쓴 마법에 시오르가 맞은 게 아니라면, 그냥 쟤를 노렸는데 실패한 거야."


다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목표가 누군지 뻔한 이상, 가만히 당해줄 이유는 없었다. 나르시아는 방어막으로 공격을 막아낸 다음, 그것이 날아든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허공의 수분을 재빨리 빨아들여, 얼음 창을 만들어서 발사했다.


"뭐 이렇게 당당해?"


상대방도 이에 대응하듯, 날아든 얼음 창을 마력으로 산산조각냈다. 시오르는 자꾸만 방어막을 조금씩 갉아먹는 마법을 알아챘다.


"원소마법 중 공기를 사용하는 건가?"

"그런 것 같아. 게다가 이런 방식, 우리에게 너무 불리해...."


아침부터 마력을 꾸준히 써댄 탓에, 일행의 상태는 좋을 수 없었다. 그나마 마법을 쓰지 않았던 세라스만 지친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부터 방어막에 마력을 보탠다면, 정말 반격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기만 해야 했다.


주변에는 숨을 곳 하나 없는 채, 일행은 갑작스레 곤란해졌다. 계책을 짜던 나르시아도 곤란한 기색이 두드러졌다. 방어는 견고했기에 그들의 대화에는 침착함이 흐릿하게나마 남아있을 수 있다.


"언니, 역시 그건 무리일까?"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쓸 수 없어. 게다가 그 뒤도 보장할 수 없어서...."

"방법이 있나요?"


시오르는 레아와 함께 가족에게 다가갔다.


"두 가지 정도. 하나는 아예 추격을 못 하게 큰 마법을 써서 거리든 시간이든 벌어내는 거야."

"하지만 두 사람 다...."

"적어도 나는 괜찮아. 하지만 언니가...."

"그럼 두 번째 방법은?"


그의 질문에 세라스는 고개를 저었다. 대답하기를 꺼리는 모습에, 시오르는 세라스를 똑바로 보며 다시 물었다.


"뭐길래?"

"네가 목표니까...."

"아예 널 노리기 좋게 만들고, 널 공격하려고 할 때 막아서는 거지."


날카로운 바람이 방어막을 가격한다. 칼이 부딪치는 듯한 소리 속에서, 일행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


"상대가 누구일지도 몰라. 만약 정말 '이르미온'이라면, 이길 수 있을까 보장도 못 하고."

"시온?"


레아의 걱정은 점차 확신이 됐다. 시오르의 결심한 표정은 익히 봐왔다. 겁이 나는데도 도망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불안하기만 했다.


"모두 위험한 것보단 낫겠지."

"...그럴 것 같았어."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한 거 아니야? 다시 생각해보자. 분명 더 좋은...."


그 순간, 나르시아의 방어막 일부가 찢어지며 큰 폭발이 일어났다. 마력을 크게 소모한 나르시아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일행을 마법으로 끌어당겼다.


"시간이 슬슬 없어. 누나,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우리가 알려준 방향으로 혼자 도주해줘. 시간 벌어다 주는 척하면서 기다릴게."


나르시아는 빠르게 마법진을 그려내며, 시오르에게 날려 보냈다. 무슨 마법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그것을 시오르에게 고정됐다. 묘한 한기가 그의 피부를 따끔하게 찔러댔다.


"그럼 저도 따라갈게요!"

"안돼. 너까지 말려들면 의미가 없잖아."


레아의 말에도, 시오르는 단호히 거절했다. 분한 것인지 불안한 것인지, 레아는 낮은 신음을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발목을 붙잡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야만 했다.


"알겠어."


-----


강화 마법을 받은 상태임에도, 전력으로 달려가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특히 시오르는 나르시아가 사용했던 마법을 비슷하게나마 사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근방에 날아드는 날카로운 바람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폭발하듯 터진 공기는 일순간에 시오르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공중에서 엎어진 그는 다급하게 자세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잘못 착지한 탓에, 팔을 살짝 삐고 말았다. 무언가 분질러지는 듯한 소리에도 그는 모래를 털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맹목적으로 도망치며 바라본 길은 너무나도 무심했다. 잠깐 몸을 숨길 바위도 없고, 고저 차가 있는 언덕도 없다. 들판에 놓인 사냥감처럼 처량한 신세였다. 잔재주로 도망가봤자, 경험이 다르기에 결국 얻어맞고 만다.


날 선 바람이 방어막을 찢고, 날아든 마력은 조금씩 공격적으로 변해갔다. 시오르는 반격할 생각을 접어두고, 더욱 빠르게 도주했다. 빠르게 몸을 돌려 뒤를 확인해보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위협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마력을 따라, 빠르게 휘감아지며 그의 근처에서 대기했다. 바람이 보일 정도로 움직이는 것이 어째서인가 불길처럼 살벌했다. 시오르는 이 상황을 피하고자 마력을 꺼내 들었다.


"하아아!"


마력을 벽처럼 세운 그는 움직이는 바람을 막았다. 바람은 그것을 피해 옆으로 더 매섭게 파고 들었다. 시오르는 그것을 예측한 듯, 손을 움켜쥐며 두 마법을 순차적으로 사용했다.


그를 앞으로 날림과 동시에, 벽을 이룬 자신의 마법을 고의로 폭발시켰다. 일순간에 일어난 충격은 주변의 바람의 기세를 꺾어버리거나 낮추는 데에 성공했다. 게다가 그 충격으로 시오르는 더 멀리, 앞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시오르는 솔직히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했다. 자신이 과거에 뭔가를 잘못한 사람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이가 있다. 그렇다면 분명, 헛된 삶을 산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인간관계는 무엇보다 행복한 것이라고.


뒤따라오는 세 여자는 무척이나 침착하게, 시오르를 향한 공격을 대부분 쳐냈다. 방어를 포기하자, 세라스의 화염이 더욱 안심하고 주변을 덮었다. 2번째 달의 따스한 날씨가 무색할 만큼, 땀 흐르는 양이 늘어만 갔다.


"하지만 이상한데...."


시오르는 도망치는 와중, 꺼림직함을 느꼈다. 평지이기에 그가 공격당하기가 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격하는 이가 보이지 않는 것은 연유를 알 수 없다. 만약 먼 곳에서 이러고 있다면, 그것대로 무서운 일이다. 목표물이 보이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니까.


즉, 아까부터 공격이 뒤에서만 날아오는 건 자신의 위치를 대놓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분명 이런 마법을 구현할 줄 아는 이라면, 그 정도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의심이 피어난 것이다. 물론 자신의 힘만 믿고, 무턱대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그 생각 덕에, 갑작스레 시오르의 앞에 나타난, 철퇴 형태로 폭발하는 공기를 조금 더 빠르게 눈치챘다. 다급히 방어막의 정면에 마력을 집중했으나 매우 난폭하게 마력은 퍼져나갔다. 정면뿐만 아니라 측면까지 전부 갉아먹는 공격은, 기어코 시오르의 방어막을 터트렸다.


그 순간, 시오르에게 남아있던 나르시아의 마법진이 푸른 빛을 일으켰다. 일순간에 푸른 사슬을 땅바닥에서 뽑아낸 마법진은 천천히 회전하며 시오르 주변을 감쌌다. 칼이 마주하는 것처럼 매서운 마찰음이 일어났고, 시오르는 그 탓에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 ​

"잡았다!"


저 멀리에서, 나르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력을 다한 사슬이 깨지자, 시오르는 눈앞까지 다가온 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얀 천으로 감싸서 보이지 않는 얼굴로 마력으로 만든 흑색 단검을 시오르에게 뻗고 있는 수상쩍은 존재.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자, 나르시아아의 날카로운 세검이 때맞춰서 단검을 막아냈다. 세라스와 레아는 더 뒤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흐느끼는 소리는 불쾌하리만큼 들려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시하잖아!"


방어막을 두른 나르시아는 빠르게 검을 강화했다. 신체를 강화하는 건 레아에 비해 미숙했으나, 눈앞의 암살자를 처리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나르시아를 제치고 가는 탓에, 완전히 등을 내준 암살자는 그렇게 숨을 멎었다.


검붉은 피를 흘리는 적은 단검을 떨구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푸른 얼음으로 이뤄진 검이 사라지면서 핏방울은 허공에서 떨어졌다.


레아는 냅다 시오르를 껴안고는 다행이라며 되뇌였다. 세라스도 안도한 듯했으나, 나르시아는 썩 기분이 좋지 못했다. 꺼림직함을 지우지 못한 채, 마법으로 시체를 뒤져봤으나 아무것도 못 찾았다. 하지만 결과는 이상했다.


"미쳤냐고...."

"언니?"

"뭔가 흔적이 될 만한 흔적이 없어. 하다못해 무기도 자기 마력이고...."


혀를 차는 나르시아는 일행 쪽으로 걸어왔다.


"하다못해 얼굴이라도 확인해보는 건?"

"살가죽이 없었어. 악독한 놈들...."


살아남았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대놓고 기뻐할 만큼은 아니다. 당사자인 시오르도 파르르 떨면서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추욱 늘어진 시체는 붉은 핏방울을 쏟아내고 있었다. 심장을 직격으로 뚫린 만큼, 깔끔하게 죽어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 그였다.


다행히 칼립소 지역으로 가는 일은 재개되었고, 시오르와 레아는 기운을 조금이나마 되찾았다. 세라스도 뒤이어서 대화를 나눌 만큼 회복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르시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갈 길을 떠났다.


용병이라면 노잣돈이나 소속과 관련된 물품 정도는 있어야 했다. 그렇다고 루니르노에서 온 불경한 자들이라면 있어야 할, 거꾸로 박힌 나무 문양도 없었다. 완전히 정체를 감추는 데에 집착한 듯한 모습에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그럼에도 전투는 거의 대놓고 시오르만 공격했다. 무언가 어색하리만큼 난잡하게 싸운 느낌이 들었다. 숙련자라기에도 믿기 힘들 판단까지, 모든 게 이상했다.


아직, 해는 하늘 정중앙에 걸린 채로 있다. 일행은 멈춰설 시간 없이 재빨리 갈 길을 향했다. 어느새, 그들은 시체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리 이동했다. 하지만 나르시아는 끊임없이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적에 대한 생각이 아니다. 미숙하다고 하면서 압도적인 마법을 능숙히 막는 솜씨, 어느새 자신의 마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 시오르의 그런 모습에 잊고 있던 생각이 자꾸만 그녀를 갉아먹었다. 그 감정이 아직 흐릿할 때, 그녀는 그것을 어떻게든 잊어버리려고 했다. 차가운 얼음이 눈물처럼 쏟아졌다.


작가의말

여행으로 즐거웠으니, 이제 병원 가서 건강도 챙길 시간이네요

뭔가 요상한 복귀지만 아무튼 간만에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다시 열심히 업로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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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후기 20.05.08 92 0 1쪽
80 마지막 여명#5(完) 20.05.07 77 0 14쪽
79 마지막 여명#4 20.04.30 53 0 20쪽
78 마지막 여명#3 20.03.26 27 0 15쪽
77 마지막 여명#2 20.03.19 65 0 12쪽
76 마지막 여명#1 20.03.12 35 0 16쪽
75 잘못된 시작들#8 20.03.05 49 0 17쪽
74 잘못된 시작들#7 20.02.27 44 0 16쪽
73 잘못된 시작들#6 20.02.13 39 0 16쪽
72 잘못된 시작들#5 20.02.06 44 0 13쪽
71 잘못된 시작들#4 20.01.30 43 0 15쪽
70 잘못된 시작들#3 20.01.23 37 0 14쪽
69 잘못된 시작들#2 20.01.16 42 0 15쪽
68 잘못된 시작들#1 20.01.09 42 0 15쪽
67 갈라지는 비극#3 19.12.01 32 0 12쪽
66 갈라지는 비극#2 19.11.28 30 0 16쪽
65 갈라지는 비극#1 19.11.21 31 0 13쪽
64 정말로 잃어버린 것#9 19.11.14 43 0 19쪽
63 정말로 잃어버린 것#8 19.11.07 56 0 14쪽
62 정말로 잃어버린 것#7 19.10.24 38 0 14쪽
61 정말로 잃어버린 것#6 19.10.17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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