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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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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asquerR
작품등록일 :
2018.08.02 17:46
최근연재일 :
2020.05.08 00:06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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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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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잘못된 시작들#6

DUMMY

알렌의 걸음을 온전히 쫓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의 체력과 능력은 당연하게도 레아를 앞섰다. 그나마, 알렌이 마흐니의 엽견들을 저지하느라 속도가 늦는 게 다행이었다. 체력을 절약하면서 최대한 속도를 올린 그녀는 성벽 위에서 내리찍는 그림자를 피했다.


땅에 그대로 박혔던 엽견은 지면을 파내며 고개를 들었다. 실패를 원망하듯 짖는 목소리에 레아는 다급해져만 갔다. 규칙적인 걸음이 깨지기 시작하면, 모든 자세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황급함이 그녀를 더욱 몰아붙였고 추격자들의 울음만이 그 뒤를 밟을 뿐이다.


알렌은 주먹으로 달려든 엽견의 주둥아리를 찍어눌렀다. 검은 마력이 팔을 덮는 불쾌한 감각에 이어, 그것이 형체를 잃으며 일으키는 반발이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는 괴로움이다. 자연에 스며들지도 않고, 살갗에 닿으면 멋대로 날뛴다. 그 상태야말로 마력이 일궈낼 수 있는 최악의 벽이다.


악의적인 마법은 노골적으로 그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자신들을 붙잡아두려는 것이 너무나도 명확한 탓에, 이대로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다. 종복들은 자연마법을 익히기도 했지만, 마왕에게 계승 받은 마법도 있을 것이다. 현자 네메시스가 새로이 마법의 지평을 열기 전, 마왕 혼자 독점하고자 했던 그 순수한 마법이 검은 핏줄을 타고 내려온다.


저항할 수 없는 마법이 그들을 조여온다. 익숙한 퀴퀴함이 폐 안에 닿을 때쯤, 마력이 요동치며 무언가를 알렸다. 알아차린 레아는 다급히 방어막을 펼쳤지만, 마력이 그녀 주변을 감싸기 전에 연결되지 않은 부분을 파고들었다.


빗줄기처럼 갈라진 마력이 갈퀴 모양으로 날아들었다. 알렌은 즉시 레아에게 방향을 돌려, 그녀를 끌어당겼다. 쏟아지는 마력이 땅바닥에 박히면서 먼지를 일으켰다.


“누나, 괜찮아?”

“괜찮아.”


저 멀리에서 날아오는 화염은 세라스가 분명했지만, 정체 모를 공격은 출처를 파악할 수 없었다. 게다가 무언가 픽하고 깨지는 소리도 들었기에, 평범한 마법은 아니라고 인지했다.


알렌의 경계에 부응하듯, 다시 하늘에서 검은 빗줄기가 내렸다. 알렌은 칼을 뽑아 들고 선을 그었다. 푸르게 뻗어 나간 궤적이 옆으로 벌어지며, 날아오는 마력을 밀쳐냈다. 완전히 막을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마력을 최대한 신체로 돌렸다.


“그냥 내가 업고 뛰는 게 빠르겠어.”

“업고 뛰겠다고?”

“형이 있는 곳까지 서두르려면 그 방법뿐이야. 세라스! 너도 빨리 와!”

“저게 누나한테 끝까지!”


화를 내면서도 세라스는 꽃잎처럼 피워낸 화염에서 뛰어내렸다. 엽견들이 잠시 멈춰선 사이에 겨우 알렌과 마주한 그녀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뛰어!”

“착지는 알아서 해. 난 레아 누나 업고 있을 거니까!”


푸르게 빛나는 마력이 이제는 가려진 하늘만큼이나 짙게 변했다. 알렌의 왼눈에서 새어 나오는 보라색 마력 또한, 그 농도에 반응하듯 더욱 선명한 잔상을 남겼다.


뛰어오르는 것은 한순간에 일어났다. 자리에서 사라진 목표물을 찾는 엽견들은 하늘을 향해 짖었지만,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대신 검게 일렁이는 마력을 이끌고 그들을 향해 달려야만 했다.


알렌은 성벽과 건물을 박차며 빠르게 이동했다. 평소라면 경보와 더불어 예비된 마법이 그를 막아 세웠겠지만, 그 모든 게 무너진 탓인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마흐니의 사냥개들이 멀쩡히 근방을 배회할 수 있는 이유와도 같았다.


성벽 너머로 올라온 눈은 네메시스티아를 바라봤다. 검은 화염이 일어나고 무언가가 마법진을 통해 내려왔다. 왕성 바깥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알렌은 입술을 깨물었다.


바닥에 착지한 그는 익숙한 마력을 쫓아서 달려갔다. 가까이 갈수록 다른 마력이 팽팽하게 부딪치는 탓에 숨도 쉬기 힘들었지만, 그 반동에 밀려난 마력은 분명 시오르의 마력이다.


눈을 다치고 난 뒤로, 나름 마력을 쫓는 일에 이점을 얻었다. 그 사실은 그에게 들이닥친 불행을 위로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서재를 뒤지던 형에게 괜찮다고 말하던 날, 나름의 변명거리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알렌은 시오르가 떠난 이후, 그의 방을 방문하고 나서야 알았다. 시오르는 멈추지 않고 많은 것을 연구했다. 마법사로서 마력의 흐름이 엉망이 되는 것은 치명적인 장애기에, 그는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는 아직도 동생의 부상에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늘 친절하고 성실한 형의 뒷면에 그런 두려움과 슬픔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 상처받지 않는 게 아니라, 상처를 감춘 채 모두를 속여왔다. 그게 그가 생각했던 선행이었다. 마치, 책에나 나오는 헌신적인 영웅처럼.


“형!”


알렌의 눈에 시오르가 나타났을 때, 그는 반사적으로 화를 내고 말았다. 라흐벨의 마법에 갇힌 채로 추욱 늘어진 모습은 불길한 징조 이외의 것이 되지 않는다. 레아 또한 그 모습에 알렌에게 내려달라며 몸을 움직였다.


“알렌!”

“오지 마!”


다급한 라흐벨의 목소리에 세 사람은 걸음을 순간 멈췄다. 일순간, 그들의 눈에는 작은 일그러짐이 나타났다. 그것은 점차 거대해지며 시야 전체를 덮는 왜곡이 되었다. 이해하기 힘든 짙은 마력이 한 공간에 몰린 탓에 바라보는 것조차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시오르의 형상은 떠오르는 기포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 옆에 놓인 백발의 악마는 검은 뿔에서 마력을 쏟아내며 방향을 돌렸다.


“시온! 괜찮아?!”

“휩쓸리고 싶지 않으면 거기 있어! 시오르를 지금 움직이게 할 수 없어!”

“형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낙인을 뜯고 있는 거야!”

“그게...된다고?”

“어렵지 않지! 무척이나 괴롭고 고통스럽겠지만, 살살 할 시간이 없어!”


레아는 일그러진 공간 안에서, 붉은 산양 뿔이 움직이는 것을 알아챘다. 그 아래에 놓인 개의 형상은 주변에서 마력을 빨아먹었다. 검은 연기가 몸에 들어갈수록 형태는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 형상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모두 피해!”


레아는 다급히 마력으로 모두를 밀어냈다. 망가진 시야 너머로 튀어나온 개는 마흐니의 엽견과는 다르게, 피를 덮어쓰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본래라면 그 공격이 그들을 찢어버리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검은 줄이 그것의 머리를 위로 꺾일 정도로 세게 당겼기 때문이다.


“어딜 가는 거지, 나엘? 아까까지 나랑 싸우던 게 아니었나?”

“잃을 게 많으면 조급해지는 법이지.”


무언가 튕겨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세 사람은 라흐벨이 붙잡은 나엘에게 두려움을 느끼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걸어 나온 라흐벨은 검은 팔로 줄을 당기며 나엘의 행동을 저지했다.


거미줄처럼 꼬인 마력이 수갑이 되어 모든 행동을 억제했지만, 새어 나오는 마력은 그 자체로 주변을 부수고 있었다. 단순히 마력을 품는 것만으로, 그런 일을 일으키는 게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일 리가 없었다.


“칫, 너희한테 나엘을 맡기는 게 차라리 나은데.”


라흐벨은 백발을 넘기며 검은 마법진을 끌어당겼다. 허공에 뜬 채로 피를 쏟아내는 시오르를 붙잡은 알렌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찢어진 등 부분에서 숲 속에 비치는 햇볕처럼 따스한 빛이 올라왔다. 검은 산양을 둘러싼 검은 낙인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검은 마법진이 사라지면서, 살아있는 그의 무게가 팔에 닿았다.


“일단 너희가 지키고 있어. 고작 마력 덩어리들 정도로 시간은 끌 수 있지? 그리고 레아, 너는 이 녀석 고통을 덜어줄 수 있어?”

“고통을요?”

“마법은 여전히 진행 중이야. 깨어나면 비명부터 지를 거고. 아프지 않게 돌봐주면 고맙겠어.”


협박하듯이 노려보는 눈빛에 겁이 났지만, 목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오르가 매번 말하던 대로 어딘가 슬퍼 보여서, 라흐벨의 성난 표정 사이로 걱정이 보이는 듯했다.


“해볼게요. 최선을 다해서.”

“좋아. 그러면....”


그 순간, 라흐벨은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서 공중에 띄웠다. 남색 방패에 닿은 검은 선들은 일순간에 폭발하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땅에 닿은 형체는 사람이 아님은 분명했다.


거석 같은 몸체는 정령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나, 사람의 형상을 하고자 뻗은 검은 마력이 일렁거렸다. 눈동자 하나만이 얼굴에 떠오른 정령은 킥킥대며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나엘, 나엘. 목적은 달성했다고.”

“수고했다. 솔. 두 사람을 에나스가 명령한 곳으로 끌고 가라.”


솔은 팔에 두른 강철들을 변형시켰다. 그리고, 네티아에서 온 마공학자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만들어서 장착했다. 팔을 대체하는 작은 대포가 검은 마력을 쏟아내며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없는 사이에 종복들이 많이 늘었구나....”


어금니를 가는 라흐벨은 잠시 어딘가를 바라봤다. 왕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간 솔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의아한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도와줄 사람 없잖아요. 새삼스레.”

“이제 어떻게 해야....”

“우리 중 누군가를 막지 않으면 이들을 지킬 수 있지 않나? 아, 그건 안 되겠지.”


겨눠진 총구는 재빠르게 탄환을 쏘아 올렸다. 한줄기로 나아가던 마력이 화살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며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그간 날아온 공격들이 이 정령에 의한 것임을 안 알렌은, 즉시 방어막을 펼치고 몸을 움직였다.


“너, 당장 얘들 데리고 도망가!”

“어디로?!”

“그냥 쟤네 둘이 제일 안전할만한 곳으로! 젠장, 또 마흐니 이 개자식이 간섭을....”

“하하하, 우리에게서? 라흐벨, 우리가 너희를 몰아넣으려고 얼마나 머리를 굴렸는데 설마 그게 가능할 거라고 믿어?”

“잠깐, 솔. 무언가 이쪽으로 손을 뻗는다.”


나엘은 그르릉거리며 거리를 벌렸다. 검은 마력에 감춰진 붉은 빛이 완전한 원을 이루자마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화염에 휩싸인 솔은 자신의 마력으로 화염을 덮어버리고 위를 바라봤다.


검을 찬 한 남자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알렌, 세라스. 너희가 여기 있었어?”

“조르디?”

“프라하 형?!”


카일 가문의 프라하는 붉은 화염을 검에 두르고 있었다. 흑색 매가 붙잡고 있는 듯한 제복은 벗어 던지고, 상반신에 둘러진 얇은 미늘 갑옷은 그가 검사임을 드러냈다.


그의 손가락 위에 펼쳐진 붉은 마법진은, 그가 다른 이의 힘을 빌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편적인 마력이 이유 없이 다른 색을 띠는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나엘은 그 마법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알아냈다.


“드라고니카.... 테사르 놈의 수족을 모시는 녀석들....!”

“테사르노에 못 껴서 삐지기라도 했나 봐, 루니르노 친구들?”

“형이 대체 여길....”

“그야 당연하지. 이런 애들이 까불면 나서는 게 카일 가문의 일 아니겠어? 게다가 내가 모시는 엘카드 님이 가만히 있으면 첫 번째 불씨니 뭐니 하는

이명이 아까우시단다.”

“그 놈 얼굴은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지만.... 어차피 세상을 구하는 건 내일이 아니지.”


솔은 불타버린 총구를 다시 수복하며 고민했다. 엘카드의 마법에 닿을 수 있도록 라흐벨이 마법으로 좌표를 고정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직접 닿을 수 없는 게 정령계와 현계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하.”


솔은 사실을 깨닫고 기뻐했다. 그렇다면 엘카드 또한, 인간들의 세계에 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가 자신들을 방해할 수 있는가 가늠해둬야 했던 터라, 이런 사실은 무척이나 기뻤다.


그들은 죽음을 행하고 죽음을 이끌기 위함이니, 각자에게 더 필요한 것이 있었다. 마흐니가 사람들을 싫어해서 말살을 목표로 하듯, 솔은 시시하지 않은 살육을 원했다.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자, 더 극한에 몰리기를 원했기에.


“나엘, 나 이 녀석이랑 붙어도 되지?”

“네 일은 다 했으니 책망할 수 없지.”


나엘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검은 마력이 즉시 소용돌이치며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온 주변에 뿌려진 마력을 빨아들이자, 세상은 조금씩 메마르고 갈라졌다. 마력을 삼킨 나엘은 고개를 저으며 라흐벨을 바라봤다.


“어차피 시간이 좀 늘어진다고 우리의 계획은 달라지지 않을 테니.”

“그렇지만 에나스 걔가 뭐라고 해대지 않을까?”

“저기, 앞에 날 두고 둘이서만 이야기하는 거야?”


프라하의 목소리와 함께, 붉은 화염이 솔의 전신을 반으로 갈랐다. 솔에게 입은 없었지만 위로 꺾인 마력은 미소를 짓는 것만 같았다. 흩어지는 검은 마력은 즉시 총구를 들어올려서 프라하를 사격했다.


산탄처럼 날아온 마력을 방어막으로 견딘 그는, 자신을 두르는 벽을 장작 삼아 화염으로 만들었다. 깊게 파고든 덕에 화염은 솔의 신체를 서서히 없애갔다. 오른팔에 힘을 준 프라하는 가볍게 끌어올리며, 솔의 다음 공격들을 걷어냈다.


“새로 구한 종복들은 약하긴 하네.”

“그런 우리에게 붙잡힌 너야말로 나약해졌구나, 악녀.”

“마흐니 그 자식 없이 붙었으면 네 명은 진작 다 했겠지. 조잡한 놈들. 너희는 얼른 가.”


간단한 대화 사이에도 거대한 마력이 부딪치며 수 십 번의 합을 겨뤘다. 복잡한 기술도 없이 이뤄지는 단순한 힘 싸움을 더 지켜볼 자신이 없는 레아는 일어났다. 그리고는 시오르를 업고는 모든 마력으로 자신의 신체를 강화했다.


“알렌, 길을 안내해줘.”

“좋아. 서두를게. 하지만 누나는 형의 상태에 더 집중해줘.”

“지금은 멀어지는 게 우선이야. 언니 말이 맞아.”


하고 싶은 말이 있던 알렌이지만, 두 여자의 압박에 앓기만 하며 길을 안내했다. 멀어지는 보랏빛 잔상에 라흐벨은 안도했지만, 다른 보랏빛 눈동자를 흘겨보고는 이상함을 느꼈다.


단순한 특이 체질인 일반인이 그들이 계획에 필요할 리가 없다. 단순히 시오르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라면 미리 데리고 가려고자 수고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들을 처리하고 마주할 에나스가 있다면 더 궁금해할 것도 없었다.


에나스는 맹목적이고 잔혹하나, 누구보다 룬의 뜻에 가까운 존재다.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선포하며 자신이 모시는 이를 높이기 위해 이를 쓸 것이다. 쉽사리 흥분하는 것은 닮아있기에 누가 더 실수를 할지만 조심하면 될 일이다.


“그래서 프라하라고 했던가? 최대한 도와줄 테니까 그 녀석 빨리 처리해.”

“악마에게 도움받는 건 사양이지만.... 엘카드 님이 워낙 보증한다고 하니 믿어볼게요.”

“아니, 그냥 안 도와줄래. 그 녀석, 역시 기분 나빠.”


라흐벨은 아직도 저편에서 마주했던 그 정령을 기억한다. 용의 형상을 한 엘카드는 불쾌하리만큼 인간에 가까웠다. 다만, 그 사실을 기억할수록 화살은 자신에게도 향했다. 지금 제일 인간같이 구는 건 자신임을 안다. 그 사실만으로 엘카드에 대한 악평은 몇 마디 지워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런 상념은 금세 잊혔다. 충돌하는 마력과 방해하는 마법을 뚫고시오르를 지켜야만 한다. 그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너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를 죽일 듯이 쥐여짜 낸 덕에 낙인을 지우는 것만 겨우 해낼 수 있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각오는 끝났다. 그저 용서받기를 원하면서도, 차라리 책무를 내던지기를 빌며 나엘의 이빨에 검은 구체들로 화답해야만 했다.​


작가의말

피곤한 하루네요...

오늘도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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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후기 20.05.08 93 0 1쪽
80 마지막 여명#5(完) 20.05.07 77 0 14쪽
79 마지막 여명#4 20.04.30 54 0 20쪽
78 마지막 여명#3 20.03.26 28 0 15쪽
77 마지막 여명#2 20.03.19 66 0 12쪽
76 마지막 여명#1 20.03.12 35 0 16쪽
75 잘못된 시작들#8 20.03.05 49 0 17쪽
74 잘못된 시작들#7 20.02.27 45 0 16쪽
» 잘못된 시작들#6 20.02.13 40 0 16쪽
72 잘못된 시작들#5 20.02.06 45 0 13쪽
71 잘못된 시작들#4 20.01.30 43 0 15쪽
70 잘못된 시작들#3 20.01.23 38 0 14쪽
69 잘못된 시작들#2 20.01.16 43 0 15쪽
68 잘못된 시작들#1 20.01.09 43 0 15쪽
67 갈라지는 비극#3 19.12.01 32 0 12쪽
66 갈라지는 비극#2 19.11.28 30 0 16쪽
65 갈라지는 비극#1 19.11.21 32 0 13쪽
64 정말로 잃어버린 것#9 19.11.14 43 0 19쪽
63 정말로 잃어버린 것#8 19.11.07 56 0 14쪽
62 정말로 잃어버린 것#7 19.10.24 38 0 14쪽
61 정말로 잃어버린 것#6 19.10.17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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