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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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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asquerR
작품등록일 :
2018.08.02 17:46
최근연재일 :
2020.05.08 00:06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9,420
추천수 :
82
글자수 :
474,693

작성
19.02.07 13:12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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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맹세를 적신 피#2

DUMMY

스테니언스 도서관, 레아가 지나갔던 길에 서 있는 라흐벨. 그녀는 몸 안에서 마력을 움직였다. 둥글게 모인 마력은 곧 원이 되어서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마력은 점차 안을 채워나가며 주어진 마법을 불러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마법진 안에 검은 마력을 흘려 넣었다. 뿔 달린 짐승의 형상이 마법진 정중앙을 차지하고, 그것은 검은 연기를 뿜어댔다. 죄악과 지옥의 신, '라흐베르'의 상징이자 악마들의 표식이다.


일순간에 사라진 마법진은 주변에 흘렀던 마력을 전부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법에 재능이 없는 이부터, 마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의 마력이 안개처럼 솟구쳤다. 뒤에 있던 일행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무슨 마법이죠?"

"그냥 내 원래 힘을 일부 깨운 거야. 소란 피워서도 안 되니 내 힘이 풀려난 것도 감춘 거고."

"원래라...."


기분 나쁜 듯한 세라스. 남아있는 마력을 보는 게 아니다. 근처에 있었던 마력을 그대로 쫓는 것이다. 사실상 상위호환 격인 마법임에도, 그것을 시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말한 라흐벨이다. 이에 악마에 대한 불편함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라흐벨은 드러난 마력 중, 시오르의 것을 찾아내서 실처럼 만들었다. 끄집어 올린 마력은 흐릿한 붉은색으로 표시됐다.


"아무래도 레아가 말한 피가 시오르 피였나 본데."

"아아...."


창백하게 질린 레아. 그녀는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자신이 무심코 지나쳐버린 탓에, 시오르를 놓쳐버렸다. 그렇게까지 가까웠는데 알아보지 못했다. 자신의 불운을 탓하는 모습에, 나르시아는 한숨을 쉬며 목덜미를 살짝 잡아서 일으켜 세웠다.


"자책할 건 없어. 오히려 빨리 찾을 수 있게 된 거야."

"하지만 제가 그때, 누구인지 확인만 했더라도...."

"이제 쫓기만 하면 끝이야."


마법을 종료시킨 라흐벨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세라스는 사라져가는 안개에 손을 슬쩍 뻗었다. 마법을 이룬 것은 마력일 텐데, 마력은커녕 아무런 감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어디로 갔는지도 찾을 수 있어?"

"대충은. 왠지 모르게 방해가 있어서, 좀 더 근접해봐야겠어."

"빨리 가자, 언니."


문을 열고 앞장선 세라스는 앞으로 가다가 멈춰 섰다.


"어디로 가야 해?"

"리든 항구. 더 자세한 건 가봐야 알겠지."


나르시아는 세라스를 따라 뛰쳐나갔고, 두 여자는 그렇게 항구 쪽으로 사라졌다. 낮게 깔린 황혼은 점차 흐릿한 어둠으로 바뀌어갔다. 도서관 내부에는 마력등이 켜지기 시작했으나, 레아와 라흐벨이 있는 곳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멍하니 서 있는 레아를 본 라흐벨은 어깨를 흔들었다.


"뭐해? 빨리 가야지."

"저 때문에...."

"아니, 대체 그딴 걸로 의기소침한 이유가 뭐야?"


그대로 팔을 붙잡은 라흐벨은 도서관 밖으로 걸어갔다.


"어어...!"

"따라오기나 해."

"어떻게 구하실 건데요?"

"그건 가서 생각해야지."

"설마.... 저번처럼...."


레아의 말에 라흐벨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어디까지나 루니르노 녀석들이라 그래. 그러지 않으면 막을 수 없고."

"그런 건가요...."


조금은 안도한 듯한 레아였지만, 라흐벨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레아의 행보를 짚어보면 무언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오르를 혼자 찾아다녔다던가, 무척이나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던가. 지금의 긔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어쩌면 이쪽이 원래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라흐벨이 지켜본 인간 중 이런 부류는 많았다. 대개 어떤 결말로 끝났는지도. 그리고, 만약 이런 애가 시오르 같은 사람 곁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다 내 잘못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빠르게 리든 거리를 달려갔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바쁘게 뛰어가는 네 사람을 봤을 뿐, 특별한 일이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호색한 성격인 사람만 그들의 얼굴에 고개를 돌렸을 뿐이다.


------


결국 해는 완전히 저물었다. 어둠이 집어삼킨 항구에는, 소소한 모닥불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 어둠 속으로 나르시아는 허리춤에 있는 물병을 꺼내 들었다. 바닥에 부은 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나르시아가 손을 뻗자, 뱀이 고개를 들듯이 물줄기가 올라왔다. 세심하게 물기둥을 만지던 그녀는 그 안에 손을 넣었다. 물기둥은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얼어붙었다. 바닥에 떨어진 얼음 조각은 매섭게 바닥에 박혔다.


손을 꺼낸 나르시아는 무언가를 쥔 채로 손을 털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세검에선 한기가 새어 나왔다.


"언니, 그렇게까지 할 건 없잖아?"

"걱정 마. 그런 용도는 아니니까."


세라스의 걱정을 만류하고 뒤돌아선 나르시아. 꺼림착한 느낌의 길가에 선 그녀는, 조심스럽게 검으로 무언가 그려진 돌을 긁어봤다. 그에 맞춰서 푸른빛이 작게 일어났다. 마치 전기가 새듯, 매섭게 튀는 마력을 본 나르시아는 바닥에 흘린 물을 전부 거뒀다.


"예상대로네."

"방금 그건 결계...아니면 방어막의 일종?"

"다행히 경보를 울린다던가, 침입자를 공격하는 부류는 아니야. 자연마법을 응용한 거겠지."


주변의 마력을 흩트러서, 재빨리 마력이 자연으로 흩어지게 만든 것이다. 그 방식이 마력이 담긴 돌에 마법진을 그려서 유지하는 식이다. 나르시아는 물이 전부 물통 안으로 들어가자, 검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치밀한 것도 아니고, 돈으로 대충 때운 애들이네."

"언니가 왕국 기사단으로서 배워서 다행이야."

"그러게 공부 좀 더 하지 그랬어."

"하지만 시험은 너무 어려운걸. 마법만 대충 쓰면 안돼?"


헛웃음이 나온 나르시아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세검으로 땅을 슥슥 그으며 옛날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이 들어서 고개를 들었다. 세라스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얼른 가자."

"그래. 뒤는 부탁할게."


차분히 걸어가는 두 사람. 그 위로 라흐벨은 조용히 떠 있었다. 마법으로 모습을 감춘 채, 주위를 훑어봤다. 두 사람이 중얼거리는 것처럼 조잡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시오르의 안위를 해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선에서 가볍게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너무 오래 살아서 이런 일도 힘들다며 자조적인 농담을 중얼거린 그녀. 다른 길가에 내려뒀던 레아도 항구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 턱을 괴며 말했다.


"그보다 뭐 하는 놈들이길래 시오르를 데려간 거지?"


이곳으로 오면서, 다른 이들과 나눈 이야기가 떠오른 라흐벨. 만약 시오르가 정말 다쳐서 그런 것이라면, 자신들이 아는 병원이나 치료소 같은 곳으로 갔을 것이다. 시오르의 잘못도 아니고, 사고에 의한 거라면 아예 테사르노인들이 있는 곳으로 갔을 수 있다.


하지만 항구로 간 것까진 이해해도, 마력을 감추려는 행동은 이 가설에 맞지 않는다. 그러니까 시오르를 데리고 간 것을 감추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랬을지라도 지금쯤이면 그에게 새겨진 낙인을 봤을 것이다. 그러면 마땅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너무 허술하다.


"모지리들이라면야 그럴 순 있겠지만...."


고민이 깊어지던 그녀는 팔을 내저으며 떠오른 생각들을 덮어버렸다.


"하, 신경 끄자. 당사자들 잡아다가 물어보면 되겠지."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녀는 불쾌한 기운을 느꼈다. 재빠르게 자세를 고친 그녀는 항구 근방에 흩어져있던 마력을 붙잡았다. 끄집어올린 마력은 불길한 기운을 뿜어냈다. 순수한 마력의 색인 백색과 흑색이 아니다. 먼지처럼 바스러지는 기괴한 마력이다.


이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봐도 루니르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손에 잡혀있는 마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녀석들 본인이 아니라면...."


당사자들이라면 이보다 짙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부하, 또는 그들이 무언가를 심은 사람. 그들이 이 근방에 있다는 소리다. 그 생각이 미치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주먹을 쥐었다. 흐트러진 마력은 그대로 라흐벨에게 흡수되었다.


"젠장, 차라리 노리고 찾아왔다고 해라. 이딴 게 우연이면 억울하잖아."


빠르게 마법을 발동시킨 라흐벨은, 건물들을 훑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사람이 많은 곳을 위주로 살피던 그녀는, 저 멀리에서 마력이 신경질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그곳으로 날아간 라흐벨은 세 사람이 어느 창고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자신을 부른 것이 레아임을 알고, 창고 위에 소리 없이 앉은 라흐벨은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라흐벨, 잘 왔어."

"여기 확실하겠지?"

"네. 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엿들었는데...."

"그거면 됐어."


그리고, 건물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아무도 마법을 쓰지 않았기에 나르시아는 무슨 일인가 당황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서, 그 마법을 사용한 존재를 알 수 있었다. 라흐벨이 알 수 없는 어떤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검은 마력이 흘러넘치자, 나르시아는 속삭임과 함성 중 어느 쪽이라고 짚을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


마법진이 완성되자, 그것은 건물을 타고 내려왔다. 검은 기운이 지배한 건물을 본 라흐벨은 눈을 아래로 깔았다. 건물 안에 있다면, 어떻게든 처리해야만 한다.


"가자."


유독, 라흐벨의 얼굴은 어둡고 매서워 보였다.


작가의말

즐거운 설 명절 보내셨나요?

이제 2월달도 잘 해봐요.

...분량이 짠 건 여행기간 쯤 써둬서 그런 듯 합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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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마지막 여명#5(完) 20.05.07 77 0 14쪽
79 마지막 여명#4 20.04.30 53 0 20쪽
78 마지막 여명#3 20.03.26 27 0 15쪽
77 마지막 여명#2 20.03.19 65 0 12쪽
76 마지막 여명#1 20.03.12 35 0 16쪽
75 잘못된 시작들#8 20.03.05 49 0 17쪽
74 잘못된 시작들#7 20.02.27 44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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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잘못된 시작들#5 20.02.06 4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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