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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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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asquerR
작품등록일 :
2018.08.02 17:46
최근연재일 :
2020.05.08 00:06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9,372
추천수 :
82
글자수 :
474,693

작성
19.01.31 11:18
조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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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맹세를 적신 피#1

DUMMY

하늘은 점차 무너지듯이 붉어졌다. 다급하게 뛰어다니는 세 사람은 하나같이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시오르가 사라진 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레아와 도서관에서 엇갈린 게 아닐까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낡아빠진 나무판에 손을 얹은 레아. 식은땀을 닦았지만, 손바닥은 심히 눅눅했다. 강화마법을 쓰는 것도 잊어버리고 달렸고, 쓰고도 한참을 돌아다녔다. 자꾸만 그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차올랐다.


“시온....”


마침 그들이 헤어진 사거리에, 세 사람이 모두 모였다. 마법을 사용해서 잠시 마을 위로 날아갔던 나르시아의 주변에는 조그마한 얼음 조각이 뿌려졌다. 꽃가루를 날리는 벌새 같은 모습이었다.


나르시아는 멀리서 달려오는 세라스에게 물었다.


“세라스, 알아봤어?”

“언니, 아무리 봐도 도서관이 마지막이야. 그 이후로 본 사람이 없대.”

“스테니언스 도서관에 지하 통로라도 있다는 거야?”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오르가 이유 없이 사라질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아무런 흔적도 없을 수 있다는 점이 의아했다. 나르시아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러면 테사르노한테 보고했을 때, 무슨 오해를 받을지 몰라.”

“그래도 리든은 안 떠났을 거 아니야?”

“지금 시온이 리든을 아무런 흔적 없이 떠날 방법은 없을 거예요.”

“그럼 대체 뭐지? 도서관 안에서는 공간을 이동하는 마법 같은 게 일어났으면, 순식간에 뒤집힌다고.”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세 여자는 표정이 새하얘졌다. 마음이 흔들리니 침착하기 쉽지 않았다. 손톱을 물어뜯던 나르시아는 고개를 돌렸다. 안절부절못한 레아를 보자, 여러 생각이 밀려들었다.


그렇지만, 생각이 든다고 그게 사실이 될 순 없었다. 손을 뗀 나르시아는 레아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 시오르에 대해 알만한 사람 없어?”

“아뇨. 없어요. 도서관도 찾아봤고, 왔던 길 그대로 왔다 갔는데....”

“언니, 도서관에서 뭐라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지금으로선 이게 답이야.”

“저희, 시온 찾을 수 있는 거죠?”


레아는 절박한 표정으로 세라스의 옷소매를 잡았다. 당황한 세라스는 팔을 흔들어 그녀를 떼어놓았다.


“노력 중이잖아! 아니, 근데 진짜 더 방법이 없나.”

“...있긴 한데.”


나르시아는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주변을 둘러봤다. 한층 더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화난 것처럼 보였다.


“시오르의 계약주.”

“....아.”


사람들이 많은 길가라 라흐벨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시오르가 그만큼 위험하다면 라흐벨에게 모든 마밥을 사용할 빌미가 된다. 게다가 그녀의 마법은 인간들보다 뛰어나다.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 세라스는 얼굴을 붉히며 화냈다.


“언니! 설마 그 여자를 찾으려고?”

“분명 레아, 네가 시오르랑 동행 중이라면 어디 있는지 알겠지?”

“...아, 네!”


레아는 즉시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숙소에 있어요!”


나르시아는 얼굴을 찌푸렸다. 예상대로 리든 안에 있었다. 누구보다 사악한 악마가 이곳에 있다는 건 불편했다. 게다가 리버스 가문을 이렇게 만든 녀석임은 잊을 수 없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마력을 구분하는 마법을 알고 있는 레아도, 매번 한 사람의 마력을 기억해서 저장하는 수준이 아니다. 세라스가 마음이 조급해진 채로 온갖 곳에 물어봤음에도 정보가 더 없다. 자신 또한, 두 사람이 한만큼 노력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실패했기에 마지막 수단이다.


레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쳤음에도 서두르는 모습은 어딘가 다급해 보였다. 뭔가 시오르에게 듣던 모습과 달랐기에, 두 자매는 기이함을 느꼈다. 그래도 두 사람이 특히 친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레아가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끝에, 큰 길가에서 좁은 골목으로 진입했다. 마침 그들의 앞에는 분홍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레아는 소리를 질렀다.


"벨 언니!"


다급한 목소리는 여기저기 부딪치며 나아갔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려던 이는, 그 목소리에 반응하여 천천히 뒷걸음질했다.


"그래. 마침 잘 왔어. 대체 무슨 일ㅇ...."


그 순간, 라흐벨의 눈동자는 레아의 뒤에 있는 여자들에게 향했다. 서서히 찡그려진 눈빛은 금방이라도 이마를 찢을 듯이 날카로워졌다. 바라지 않는 상황에 원치 않는 조우까지 겹친 것이다.


"그래. 만났겠지."

"아니, 네가 짐작하는 이유로 왔어."

"젠장! 바라지도 않는 소식까지 들고 왔어! 어떻게 도움이 하나도 안되는 거지?"


다그치듯 말하는 라흐벨. 이에 나르시아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뭔데 불만이야?"

"하. 좋아. 일일이 설명해줘?"

"두 분 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어 간 레아는 팔을 벌렸다. 두 사람의 가슴 위에 닿은 손은 나뭇가지처럼 파르르 떨렸다. 나르시아는 팔을 툭 쳐내며 레아를 밀쳐냈다.


"중요한 일이야."


하지만 라흐벨은 레아의 팔을 잡고 당겼다. 옆으로 기울어진 레아는 겨우 균형을 잡으며, 자연스레 라흐벨 옆에 서게 되었다. 화가 난 악마는 목구멍까지 밀려든 말을 조금만 내뱉었다.


"물론 맞는 말이야. 중요한 일이지."


싸움이 날 것 같은 분위기에 레아는 세 여자를 바라봤다. 그래도, 레아의 걱정만큼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라흐벨이 먼저 표정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기어 올라온 말을 다시 삼키고, 오해받기 쉬운 표정을 최대한 관리했다. 화가 나긴 했지만, 그보다 더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게 분명했다. 겨우 침착한 라흐벨은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녀석을 찾고 말하자고. 못해도 시오르의 목숨이 위험한 일이니까."

"네?"

"제약이 풀렸어. 그 녀석, 지금 뭔가 이상한 일에 휘말린 것 같아."


레아의 의문에 답한 라흐벨은 두 여자를 바라봤다. 긴장감과 미안함이 느껴질 정도로, 증오스러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언제나 이런 결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번에야말로, 모든 것을 되돌리려고 노력할 순간이다.


"그러니 협력해줘. 시간이 아까워."


손을 내밀면서까지 말하는 악마의 모습에, 세라스는 당황했다. 1년 전에 봤던 그 악마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불같던 성격을 감추는 것이라고 해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괴리감은 나르시아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었다. 그 증거로, 눈동자가 작게 흔들리고 있다.


"...이상한 일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대답은?"


잠시 고민하던 나르시아는 곁눈질로 세라스를 봤다. 충격받은 듯한 모습이었으나, 언니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이 방법뿐이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조금은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제복에 서린 얼음의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허튼수작은 안 부리길 빌어."

"그랬으면 이미 찾았어."


뻗은 손을 잡은 나르시아. 이에 라흐벨은 살짝 손을 잡고는, 빠르게 놓았다. 그들이 더 감정적이었다면 자신도 그렇게 됐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두 사람의 협력에 조금은 안도했다.


"도시에 악마들을 풀 순 없잖아."

"그런 미친 일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보다 레아,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봐."


라흐벨의 질문에 레아는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다른 책 가지고 올 테니, 두 분이 오는 걸 봐달라고 해서 기다렸어요.... 이른 아침부터 가서는 목 빠지게 사람들 얼굴만 보고 있길래.... 쉬었으면 해서 보냈는데...."

"음...."

"죄송해요.... 역시 제가...."

"그건 됐어. 걔는 맨날 책 찾으러 가면 무슨 일이 생겼던 애야."


세라스는 레아 옆에서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어릴 적에는 책 무더기에 깔려서 크게 다쳤고, 나중 가서는 책 대신 사람을 구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 생각에 조금은 추억을 느꼈다. 그때는 그랬다고 생각하니, 다시 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목숨이 위험하다니. 걔가 뭘 잘못한 건 아닐 거 아니야?"

"맞아. 세라스 말대로, 녀석이 뭘 잘못 했을 리는 없잖아."

"그래서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나 감을 못 잡고 있었어. 아니, 도서관이잖아? 책 옮기다가 비싼 고서를 찢어먹기라도 했나? 사고가 날 이유가 없는데."


사고라는 말에, 레아는 무언가가 번득 떠올랐다. 입에서 밀려 나오는 탄성을 겨우 막고 고개를 들었다.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 세 여자에게, 그녀는 자신이 아는 것을 말했다.


"분명 도서관에서 싸움이 있었다고 했어요!"

"하, 진짜. 남의 싸움에 휘말려서 위험해졌다고?"


어이가 없다는 탄식하는 라흐벨이였으나, 고개를 들고 침착하게 생각했다.


"근데 도서관 쪽은 조용하던데?"

"분명 청소하던 사람이.... 윗사람들 일이라고...."

"미치겠네."


나르시아는 손톱을 물어뜯다가 말했다. 윗사람들의 싸움에 휘말린 것이라면, 그대로 은폐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일반인 처리하듯, 시오르를 처리하긴 힘들 것임을 안다.


그는 말소급 낙인이 찍힌 사람이다. 추방되었으면서, 감시되야하는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면 테사르노가 움직일 것이다. 그런 상황을 바라는 바보는 없다. 그가 누군지 안다면 더더욱.


"차라리 어딘가에서 살리고 있겠지. 죽었다간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매장될 거야."

"게다가 걔가 살아있다는 건, 이 여자가 있는 걸 보면 알겠고...."

"꼭 그런 건 아니야."


세라스의 중얼거림에 라흐벨은 반박했다.


"내 마력과 마법 정도면 한동안 여기 남을 수 있어. 대가가 꽤.... 필요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네가 있는 한, 시오르의 생사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거지?"

"맞아. 그러니까, 레아 말대로 도서관에 유일한 단서가 있겠네."

"짚히는 게 하나 있는데, 같아 가주실 수 있나요?"

"싫다고 해도 가야 해. 지금 그 녀석은 원소마법을 부리는 꼬맹이한테도 죽기 좋은 녀석이야."


작가의말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이번 화도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니니, 짧게 하고 지나가겠습니다.
오늘도 제 소설 봐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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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후기 20.05.08 92 0 1쪽
80 마지막 여명#5(完) 20.05.07 77 0 14쪽
79 마지막 여명#4 20.04.30 53 0 20쪽
78 마지막 여명#3 20.03.26 27 0 15쪽
77 마지막 여명#2 20.03.19 65 0 12쪽
76 마지막 여명#1 20.03.12 35 0 16쪽
75 잘못된 시작들#8 20.03.05 49 0 17쪽
74 잘못된 시작들#7 20.02.27 44 0 16쪽
73 잘못된 시작들#6 20.02.13 39 0 16쪽
72 잘못된 시작들#5 20.02.06 43 0 13쪽
71 잘못된 시작들#4 20.01.30 43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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