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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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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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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7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작성
22.04.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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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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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3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3)[수정]

DUMMY

에이든의 검술은 동기 중 가장 우수했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외모도 성격도 아닌 고작 나무꾼의 아들이라는 신분 때문이었다. 툴리라는 왕국 집정관의 아들에게 밀려 실력이 출중함에도 에이든은 늘 2등을 해야 했다.


어느 날 열등감에 사로잡힌 그 앞에 클로에가 나타났다. 그녀가 자신을 짝사랑 해왔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에이든은 클로에가 아닌 그녀의 가문이 필요했다.


비록 잘못된 선택이라 할지라도 무슨 수를 쓰든 왕실 경비대의 일원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클로에와 사귀게 되었다.


그 이후 상황은 반전되었고 클로에를 등에 업은 에이든은 그녀의 아버지 크리스탐의 추천으로 졸업 후에는 꿈에 그리던 왕실 경비대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클로에와 헤어지기로 했어.”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벤치마다 배치된 작은 나무통에서 마법으로 만들어진 개똥벌레들이 기어 나왔다. 엉덩이에서 환한 빛을 내뿜으며 사람의 근처로 날아들어 주변을 밝혔다. 마법으로 벼려진 개똥벌레들은 하늘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심해어만큼이나 빛나고 영롱했다.


“아 그러니? 안 됐구나.”


류미의 얼굴이 확 굳어버렸다. 꺼내지 않았으면 하는 말을 내뱉고 있는 에이든에게 짜증이 났다. 차라리 최근 근황에 관해 물어봤더라면 조금 더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했을지도.


“그동안 나 정말 많이 힘들었어.”


“알 게 뭐야.”


류미의 눈엔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도 반찬 투정하는 철부지 아이 정도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에이든은 그동안 류미 만큼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다. 크리스탐은 에이든의 실력 따위엔 전혀 관심 없었다. 오직 출신에만 관심이 있었다.


왕의 섭정인 크리스탐에게 고작 나무꾼의 자식이 사위가 된다면 그의 왕국 내에서의 위신이 떨어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출신 때문에 가까이 두지 않았지만 하나뿐인 딸의 부탁을 거절할 만큼 그는 딸에게만큼은 모질지 못했다.


“애초에 클로에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았어. 난 귀족 출신도 아니었고, 나 때문에 클로에에게 부담이 가는 것도 싫고 이젠 지긋지긋해.”


“정의의 기사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넌 정의를 입에 담을 자격도 없어. 정말 비겁해! 네가 날 외면하고 무시할 때도 난 너희 두 사람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어. 아니 네가 잘 되기를 바랐다고. 그런데 인제 와서 뭐라고?”


“...”


“넌 클로에를 이용하고 기만했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진짜 싫어.”


에이든은 고개를 떨구며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자신이 과거에 행했던 모든 불의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했다.


“그래 맞아.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성공에 눈이 멀었었어. 인정해. 하지만 네게 위로를 받으려고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니야. 그냥 난 단지...”


에이든은 슬픔에 잠겨 고개를 숙인 채 울먹였다. 류미는 더 모질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바보처럼 동정심이 불쑥 튀어 올라와 더는 그를 심하게 다그치지 못했다. 류미는 마지못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울먹이는 에이든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네게 용서를 빌고 싶었어. 단지 그뿐이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널 만나게 된다면 꼭 사과하고 싶었어. 미안해. 학창 시절에 내가 너한테 못되게 굴고 네게 상처를 많이 준 것 같아 늘 괴롭고 힘들었어.”


다시금 옛일이 떠오를까 봐 류미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래. 알겠어. 그러니까 그만 울고 뚝! 예부터 남자는 딱 3번 운다고 했는데 넌 지금 그 엄청난 기회를 쓰려고 하고 있어. 그래서야 되겠어? 정의의 기사씨?”


“크흠! 그래. 그러면 안 되지.”


에이든은 흐르려던 눈물을 훔쳐내고 잠시 땅바닥을 바라보며 망설이듯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나 말이야. 너만 괜찮다면 우리 1학년 때처럼 다시 돌아가서 예전처럼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너만 괜찮다면 난 그렇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말인데?”


“물론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아. 그 시간 동안 내 행동에 대해 반성하며 살게.”


류미는 볼에 바람을 넣고는 왼쪽 오른쪽 옮기며 에이든의 제안을 신중하게 고민했다. 사실 고민하는 척을 했다.


학창 시절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를 정말 사랑했었고 아직 류미의 인생에 있어서 몇 안 되는 가장 아끼는 사람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류미는 그가 예전부터 이곳 경비대장이 된 것도 알고 있었다. 글린데일과 고르곤의 숲을 매일 왕래하는 류미가 그 정도의 눈썰미도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단지 말을 걸며 다가갈 용기가 없었을 뿐이고 혼자서만 친구였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야.”


“심사숙고 해주길 바래.”


류미는 벤치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꼈다. 에이든은 여전히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손가락을 마주한 채 초조한 듯 꼼지락거렸다.


“후~ 생각해 볼게. 너무 기대하진 말고. 난 네가 정말 싫거든. 만약 다시 친구가 된다고 해도 그 빚은 내가 다 받아 낼 거야.”


류미는 벤치를 박차고 일어났고 강한 어조로 그에게 경고했다.


“난 바빠서 먼저 간다. 너도 그만 돌아가 더 따라오면 다시는 너랑 안 볼 거야.”


류미는 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를 하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을로 향해 걸어갔다. 아무렇지 않은 척 걸으려 했지만, 복잡한 감정 때문에 똑바로 걷기가 힘들었고 뒤뚱거렸다.


에이든은 류미의 그런 뒷모습을 보곤 피식 웃었다. 에이든은 그녀의 걸음걸이에 대해 잘 알았다. 그 행동은 곧 긍정적인 대답임을 의미하기도 했다.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려 했지만 도리어 에이든은 류미에게 위로받은 기분이었다.


- - - - -


글린데일 포로딘 마을


류미가 마을 어귀에 다다랐을 땐 빛이 서쪽 산의 능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고 류미는 평범한 도로까지 고급스럽게 잘 포장된 수도 글린데일 거리를 걸으며 에이든이 했던 말들을 곱씹어 보았다.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이었으며 평생을 안고 살아가고 싶을 정도로 소중했다. 혼자가 익숙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던 시간을 그리워했다.


그와 같이 밥을 먹고 함께 졸린 눈을 비벼가며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우며 시험공부를 했던 기억들, 수업 시간에 떠들다가 교실에서 쫓겨나 복도로 나가 손을 들고 벌을 받았을 때. 하지만 모든 건 한순간에 바람에 흩날리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가 클로에와 손을 잡고 벤치에 앉아 키스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류미는 무너져내렸지만 축복해 주었고,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류미의 앞을 지나쳐 갈 때도 비록 눈인사였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것들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아 주어서 고마웠었다.


마을을 거닐며 옛일을 회상하자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고 모질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류미는 ‘따귀라도 한대 올려붙일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에이든이 미움에도 불구하고 그의 불행했던 선택과 처지가 불쌍하고 자신이 너무 쌀쌀맞게 대한 건 아닌지에 대한 미안함도 함께 파도처럼 밀려왔다.


“우와~ 오늘도 사람들로 북적이는구나. 탁!”


“이봐 꼬마 아가씨.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앗! 죄송합니다.”


마을에 들어서자 입구에서부터 모험가들이 금일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북적거렸다. 그들은 대부분 2~5명이 그룹을 이루고 있었고 자신들이 오늘 모험한 이야기보따리를 꺼내놓으며 화기애애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다른 모험가들은 이른 시간부터 선술집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침울해하고 있었다.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빈자리엔 함께했지만, 지금은 없는 동료의 피 묻은 갑옷과 무기가 놓여 있었다.


류미는 늘 저들처럼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그룹을 형성한 후 함께 모험하고 싶다고 느꼈고 그 바람은 절실했다.


“나도 언젠가 저들 틈에 섞여 미래를 이야기 하는 날이 올거야. 오늘 꿈자리도 좋지는 않았지만 왠지 오늘은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류미는 가방에 들어 있는 버섯이 찌그러지지 않고 잘 보관되어 있는지 확인한 후 콧노래를 부르며 버섯 가게로 걸어갔다.


그때 류미의 배 속에 있는 몬스터가 울부짖었다.


“꼬르륵~”


“아...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어. 뭐라도 집어먹든지 해야지.”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먹었던 빵 하나로 주린 배를 채우고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굶주려 있었다.


평소 같았다면 절대로 밖에서 사 먹지 않겠지만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그에 걸맞은 음식은 매콤한 소스로 양념한 닭고기꼬치였다.


“지글지글.”


“아 저 소리랑 냄새! 저건 못 참지!”


류미는 키가 작은 임프 암살자 뒤에 줄을 섰다.


“매콤한 게 좋겠지~”


류미가 좁은 어깨에 힘을 주고 턱을 바짝 들어 우월함을 선보일 수 있는 건 세상에서 임프가 유일할 정도로 류미의 키는 매우 작았다.


하지만 그들의 마법에 대한 친화력은 뛰어났고 모든 암살자가 재빠르고 날랜 몸놀림을 자랑하지만, 특히나 임프 암살자를 작다고 얕봤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었다.


임프 암살자는 뾰족한 꼬리를 살랑거리며, 앞에선 동료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놈들이 바할랜 성채를 쓸어버렸다니까! 진짜야!”


“쉿! 조용히 해! 이 멍청아. 지금 인간 녀석들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척하고 있지만 지금 굉장히 예민한 상태라고. 괜한 소릴 떠들어서 분란을 일으켜봤자 우리한테 이득 될 게 아무것도 없어.”


“우리도 러즈의 그룹을 따라 고향 미넬리아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아니야. 내가 볼 땐 그냥 이곳에 있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아. 바할랜 수호 성채가 무너졌으니 다음은 어디일 것 같아?”


“글세? 평화의 항구? 아니면 드래나스트?”


“당연히 우리 고향 미넬리아 일 거라 생각 안 해? 놈들은 우리 종족에게 당한 수모를 갚아줄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그러니 거기에 갔다간 개죽음당할 게 뻔해.”


“크윽! 어쩜 좋지. 정말 전쟁이라도 나려나? 아직 아직 픽시에게 고백도 못 했는데.”


“그러니 더더욱 고향으로 가면 안 되지. 살아남아야 고백도 하고 결혼도 하는 거야. 게다가 우린 징집 대상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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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21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5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4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4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6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8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5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5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6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40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6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3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2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4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3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7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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