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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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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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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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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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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연합(8)

DUMMY

류미는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덕지덕지 목덜미에 달라붙는 머리카락을 넘기고는 위로 묶었다. 다음번엔 이곳이 아닌 폭풍의 고원이나 마녀의 숲에서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의견 다 좋네요. 우선은 보류해 두고 다른 의견을 들어볼게요.”


에이든의 옆에 앉아 팔짱을 끼고 회의에 임하던 데일러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령관님. 혹시 폭풍의 고원까지 어떻게 오셨는지 기억하십니까?”


“아뇨. 그건 기억에 없어요.”


“제가 로디네스 숲에 있는 광산에 들렀었는데 그곳에서 기억의 돌이 사용됐었던 마법의 흔적을 발견했었는데 아마 사령관님의 가방 속에 그 돌이 남아있지 않을까요?”


리자드 경비병은 벽에 걸린 류미의 가방을 가지고 왔고 류미는 무한의 가방 안쪽을 살폈다. 3번째 칸에 넣어둔 기억도 없는 작은 돌 하나가 마법 서적들 아래에 깔려있는 걸 발견했다.


“혹시 이건가요?”


모구라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단번에 돌이 자신의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 돌은 내가...”


모구라는 멈칫했다. 의회의 일원 중 사이클롭스인 벨라스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콜록! 크흠. 그래 마법사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구나. 돌을 이용해 그곳에 차원문을 열 생각이구나.”


“바로 보셨습니다.”


“하지만 폭풍의 고원에서 로디네스 숲까지의 거리는 상당히 멀단다. 게다가 기억의 돌을 이용해 양방향 차원문을 열려면 아주 많은 양의 마나가 필요할 거고, 못해도 강력한 마력을 가진 마법사가 10~20명 이상은 참여해야 할 텐데. 어떻게 그들의 눈을 피해 갈 생각이니.”


데일러스는 문제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손을 뻗어 하늘 바다를 가리켰다.


모두가 그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유유히 하늘 바다를 날아다니는 만티코어 류미의 반려동물인 점순이가 있었다.


“우리에게 류미 사령관님이라는 강력한 마법사가 있습니다. 아마도 사령관님이면 그 20명을 대신할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계시겠죠.”


류미는 자신이 보유한 위대한 힘을 과시 할 수있는 기회가 오자 기뻐했고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 동물을 타고 가서 들끓는 땅과 로디네스 숲을 가로막고 있는 발트 산맥 근방에 내리는 겁니다. 로디네스 숲은 광산이 많기로 유명하니 분명 사용하지 않는 폐광들이 여럿 있을 거예요. 그곳 중 한 곳에서 차원문만 열 수 있다면 반나절도 안되 병사들을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로디네스 숲을 공격해 차지한 후 항구를 향해 바다와 지상에서 양방향으로 공격한다면 트라노스님의 말대로 허리를 끊어 버릴 수 있을 거예요. 어떻습니까?”


“아무리 사령관님이 당해낼 자 없는 강력한 마법사라 할지라도 혼자서 가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에이든이 손을 들어 함께 가기를 청했다. 류미는 오래전부터 그와 함께 모험을 떠나기를 희망했던 바였기에 흔쾌히 승낙했고 맨 끝자리에 앉아 있던 아그리사도 손을 들었다.


“나도 갈래요. 전 대규모 전투보단 소규모 전투에 더 특화되어있는 모험가 출신이라고요. 관심도 없을뿐더러 이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후후.”


타르가르는 아그리사의 팔을 잡고 내리며 꾸짖었다.


“아그리사. 이건 공터에서 또래 친구들과 장난감 검을 가지고 싸우는 전쟁놀이가 아니야. 그리고 퀘스트를 하기 위한 그룹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많은 병사 중 대규모 전투를 위해 태어난 자들이 몇이나 되겠느냐. 다들 자신이 속한 부족과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러 가는 거지.”


오래전 류미는 길드 저택에서 그녀에게 빚을 진적이 있었고 언젠가는 꼭 한번 그녀와 모험을 떠나고 싶었었다.


그런데 먼저 선뜻 함께 가겠다고 하니 류미로서는 기쁠 따름이었다.


“오! 아그리사님이 함께 가주신다면 저도 든든할 것 같아요.”


“봐요. 사령관님이 괜찮으시다고 하시잖아요.”


“중요한 임무이니만큼 확실하게 하기 위해 남은 2자리를 마저 채워 가고 싶은데. 지휘관님을 제외한 다른 분 중 함께 하고 싶으신 분 계세요?”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다 베르트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휘관님이 가시면 저도 함께해야겠죠?”


“당연하지. 너도 함께 가거라.”


탈리는 말리려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모구라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하자 다시 자리에 앉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걱정하는 탈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쪽 눈을 깜빡거리며 인간에게서 배운 윙크를 써먹었다.


“그룹에서 힐러는 필수라고 들었는데... 저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주인님.”


마지막 1자리의 지원자로 쉬베닉스의 딸 미스낙이 지원했다. 그러자 쉬베닉스는 불같이 화를 냈다.


“네 이년! 감히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 그냥 얌전히 후방에서 부상병들이나 돌보거라!”


예전 같았으면 아버지의 벼락처럼 내려치는 호통에 기가 눌려 고개를 푹 숙이고 침울해했겠지만, 이제는 그녀도 어엿한 리자드군의 일부였고 푸른밤 사제회의 간호 장교가 됐으며 류미에 의해 의회의 구성원이 되어있었다.


미스낙은 목을 길게 빼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쉬베닉스와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


“저도 의회의 구성원이 되었어요. 쉬.베.닉.스.님. 그러니 말을 가려서 하시죠?”


그러고는 의회의 구성원으로 승격시켜준 류미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류미 쪽으로 돌아보며 생긋 미소짓고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하! 너...”


당당한 그녀의 태도에 적잖이 당황한 쉬베닉스는 기가 차다 못해 부아통이 치미는지 목덜미를 부여잡았다.


미스낙이 군에 종사하며 미넬리아 공성전과 해적 토벌전까지 함께 했지만, 아직 쉬베닉스의 눈에는 아직 성에 차지는 않는 듯했다.


아니면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해 위험한 곳으로 보내기 싫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류미는 그를 위해 그리고 그녀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했다.


“미스낙. 이 작전은 아주 중요하면서 위험한 작전이야. 필요하다면 낙오자가 생길 수도 있어. 그게 네가 될 수도 있고 우린 임무의 성공을 위해 가차 없이 버릴 거야. 그래도 같이 갈래?”


미스낙은 잠시 주춤했지만, 그녀에게도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이 생기기라도 한 듯 그를 한번 힐끗 바라보고는 눈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푸른빛이 저와 함께하고 위기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켜주실 거예요. 그리고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이 한목숨 기꺼이 바칠 수 있습니다.”


“그래. 같이 가자.”


뒷자리에 앉아 있던 모구라가 스멀스멀 자리에서 일어나 류미가 앉아 있는 의자의 옆으로 걸어와 섰다.


“하지만 그전에 빛을 잃은 기억의 돌에 태초의 빛으로 재충전해야 한다. 요정들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단다. 저기 앉아 있는 갈색 돼지가 그들과 친분이 있고 실리즈나 즉 태초의 숲으로 요절들이 돌아갔다고 하니 내가 같이 다녀오마. 그전까지는 모두가 즉시 전투를 벌일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하고 정찰병들을 계속 내보내 놈들의 동태를 살펴야 한다.”


모구라가 말한 갈색 돼지는 다름 아닌 오크의 대족장 타르가르였다.


뭐 타르가르는 성격 자체가 워낙에 둥근 오크라 무례한 모구라의 언사에도 그러려니 넘어갔지만 역시 아그리사는 모구라의 모욕적인 언사에 분개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 할망...! 읍!”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한번 수가 틀어지게 되면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의 거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아그리사였기에 타르가르와 울데크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아그리사의 입을 틀어막았다.


평소 그녀의 행실에 잘 알고 있던 두 오크라 다행이지 하마터면 전쟁을 시작도 하기 전에 내전이 일어날 뻔했다.


“우당탕!”


“응? 방금 저 아가씨가 뭐라고 했지? 할... 어쩌구 그러는 것 같던데.”


다행히도 모구라는 귀가 어두워 끝자리에 있던 아그리사의 말을 못들은 듯했고 류미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 그게 그러니까. 아! 할로윈데이가 오기 전에 전쟁을 끝내야 하니 빨리 각자의 할 일을 하러 자리로 돌아가자네요.”


“흠... 이상하구나. 앵무새처럼 그렇게 주절주절 길게 떠들어 재끼는 것 같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젠 가는 눈에 이어서 가는 귀도 멀어 큰일이구나. 아무튼 저 남자 같은 처자가 바라는 대로 되길 빌어 보자꾸나.”


- - - - -


은빛 갈기를 휘날리며 네발을 비옥한 땅에 내 딛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바람과 정면으로 맞서는 순간은 언제나 새롭고 짜릿했다.


변신 상태에 들어섰을 때야말로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게 때론 슬프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사실 살 만큼 살았고 삶에 대한 미련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아직도 자신이 누군가에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움직일 수 있음에 감사했다. 모구라는 타르가르와 울데크를 데리고 마녀의 숲 북부에 위치한 태초의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철 발톱! 더 빨리!”


“컹!”


비록 저들은 등에 덩어리를 매달고 달리고는 있다지만 모구라는 노인이었다. 이건 정정당당한 승부였다.


오솔길의 마지막 코너를 돌아 목적지가 눈앞에 보였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고 더는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모구라는 그 자리에 멈춰서야 했다. 그리고 그녀의 옆으로 울데크가 지나갔고 다음으로 타르가르가 지나갔다.


“헥헥헥...”


분홍빛 혓바닥이 입안을 빠져나와 길게 늘어졌다. 결국 마지막에 역전당했고 울데크는 승리를 만끽하며 포효를 내지른 뒤 자신의 늑대에서 내려 껴안고는 손에 물을 쏟아부어 지친 늑대에게 먹였다.


“아슬아슬 했소. 노파여.”


“10년만 젊었어도... 헥헥... 네놈들... 에게...”


“어이 어이. 그만 말해. 그러다 숨이라도 넘어가면 당신 부족원들이 우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오크녀석 같으니.”


사실 타르가르만 비정상적으로 예의를 지키는 편이었지 다른 오크들은 대족장인 타르가르를 제외하고는 상대가 누구건 간에 존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눈엔 불편함을 느끼고는 했다.


모구라는 변신을 풀고 가방에서 활력 물약을 꺼내 들이켰다. 신명 나게 뛰던 심장이 차분해지고 호흡도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 역시 붉은 갈기늑대는 늑대 중 최고구나. 덩치도 큰 녀석들이 이렇게나 빨리 달리다니. 좋은 승부였다.”


“울데크의 강철 발톱이야 저희 부족의 최고의 늑대이지만 모구라님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마터면 질 뻔했습니다.”


“홀홀. 이 할미를 놀리는 건 아니겠지?”


타르가르는 주먹을 쥐고 심장을 두드리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모구라에게 존경을 표했다.


“보기 드문 오크라 마음에 드는구나. 홀홀.”


모구라는 두 오크를 지나 일행을 막고 있는 고목앞에 섰고 타르가르는 사람의 형체처럼 기이하게 구부러져 있는 신비로운 나무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림자 숲에 있던 거대한 나무 헬티네스를 다시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크기는 일반 나무와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수령이 적어도 수백 년 가까이는 되어 보였고 신성한 힘이 느껴졌다.


타르가르는 늑대에서 내려 모구라의 옆에 다가와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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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20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4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3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4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5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 164화 연합(8) 23.01.30 39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5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2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3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2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6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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