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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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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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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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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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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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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7화 지도자(1)

DUMMY

디스글랜 요새


왕국군과 연합군은 전력을 다해 용전분투한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베르젤 기사단은 역시 강했다.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항복하지 않고 맹렬하게 저항하며 아군 셋 정도는 거뜬히 죽음의 길동무로 삼았고 기꺼이 그 목숨을 왕을 위해 받쳤다.


그 때문에 길가와 숲에 적과 아군의 시체가 뒤엉켜 산처럼 쌓였다. 시체를 정리하고 부상병들을 돌봐야 했다.


정찰대도 꾸려 숲으로 도망친 패잔병들도 찾아야 하고 무너진 요새와 마을을 재건하는 일도 해야 했다.


할 일은 태산처럼 많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승리를 쟁취한 두 집단 간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인해 갈등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등을 내어주며 함께 뒤엉켜 적들에게 맞서 싸웠지만 이젠 서로가 서로에게 검 끝을 겨누고 있었다.


“뭣들 하느냐! 무기를 거두어라!”


테일러가 먼저 병사들을 진정시키며 나섰고 뒤이어 쉬베닉스도 손을 들어 병사들에게 무기를 거두라 명했다.


“전투는 끝났다. 저들은 우리의 편이 되어 적들과 맞서 싸웠고 함께 피를 흘려 주었다. 그리고 옆을 보아라 전투 시작 전 옆에 있던 전우가 아직 옆에 있느냐?”


테일러의 말에 모두 서로를 바라보고 주변을 살폈다. 소중한 동료들을 너무 많이 잃었다.


셀 수 있을 정도로 병력의 숫자는 크게 줄어들었고 가족을 잃은 가족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슬픔의 파도가 되어 병사들을 집어삼키고는 쓰나미가 되어 눈물로 사방을 뒤덮었다.


“그래도 더 피를 흘리고 싶은가? 이미 충분히 흘리지 않았나?”


숙연 해치고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에 히네스 중사가 불을 끼얹어 다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저들을 보십시오. 글런드와 리자드들입니다. 거기다 마녀까지. 공교롭게도 저것들 모두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들만 모아놨군요. 역겨운 것들. 대장님 저들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거 말이 너무 심하군. 괴물이라니! 지금 그 더러운 주둥이를 놀릴 수 있는 게 누구 덕분인지 잊지 마라 인간.”


“네 튀어나온 주둥이로는 바른말을 할 수 없는 거냐? 애초에 너희들을 돕지 않았다면 이 땅에 발도 못 붙였을 거다. 알고는 떠드는 거냐? 손가락 발가락이 4개 밖에 안되는 하등종족 주제에!”


발끈한 쉬베닉스가 움직이기 전에 테일러가 먼저 그의 뺨을 후려쳤다.


“히네스 중사. 선은 넘지 마라. 손가락 발가락이 몇 개이건 저들이 누구이건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린 공동의 적을 가지고 있었고 뜻이 맞았기에 저들과 함께 싸운 것이다.”


테일러는 쉬베닉스를 바라보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1년 사이 이 숲에서 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에 다들 예민해져 그러니 내 부하의 무례를 용서하시오. 그리고 당신들의 거취 문제는 류미님과 이야기하겠소.”


“크흠...”


쉬베닉스는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비스듬하게 꺾어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잠시 후 디스글랜 요새 안으로 적의 후방을 교란 시키고 진영을 무너뜨리는데 큰 공헌을 세운 도도 기병대를 선두와 글런드 군대가 당당하게 성문을 통과해 들어왔다.


체구는 연합군내에서 제일 작을지는 몰라도 가장 눈부신 활약한 그들을 위해 류미는 기병대를 가장 앞에 세워 그 공을 치하했다.


후펀의 손에는 깃발이 들려 있었는데 인간, 임프, 리자드, 글런드, 로를리, 사이클롭스 6 종족의 손이 한곳에 포개져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기리기 위해 후펀이 직접 그린 그림이었다.


연합군의 깃발로 그대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았다.


맨 앞에 선 것이 긴장됐는지 후펀의 구령에선 떨림이 느껴졌지만 그를 비웃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군대는 그 구령에 맞춰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다.


쉬베닉스는 엄지를 들어 보이며 딸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고 후펀도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류미는 아직은 이런 자리가 어색한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쑥스러운 듯 미소지은 두 뺨에 발그스레한 홍조가 물들었다.


트라노스와 조안나의 호위를 받으며 테일러에게로 걸어갔다. 에이든과 미스낙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류미는 테일러의 얼굴을 마주하자 참을 수 없는 반가움이 터져 나왔고 걸음을 재촉해 그의 앞으로 걸어가 악수를 청했다.


술을 연거푸 마신 것처럼 얼떨떨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던 테일러의 얼굴에도 맑은 미소가 피어났고 테일러도 손을 내밀어 반갑게 악수를 나누려던 그때 도비쿠스화 되어버린 조안나가 불같이 역정을 내며 그의 무례한 행동을 나무랐다.


“네 이놈! 감히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손을 함부로 잡으려 하느냐! 방자하기 짝이 없구나!”


소리가 얼마나 우렁차고 갑작스러웠는지 놀란 류미의 어깨가 들썩였고 가느다란 신음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왔다.


“꺅!...”


“에...?”


류미는 조안나의 판금 견갑을 잡고 끌어 이를 악물고는 그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제발... 그 소리는 안 하면 안 될까? 아니. 그냥 내가 따로 할게. 부탁이야.”


“안됩니다. 저들이 당연히 알아야지요. 공주님께서는 이 왕국의 정당한 통치자가 되실 분이십니다. 그러니 저들은 그에 맞게 예를 갖추고 행동하며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치 같은 건 할 생각이 없는데...”


류미는 체념하고 고개를 저은 뒤 뚱한 표정으로 뒤에 서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에이든과 미스낙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그리사는 지겹지도 않은지 아직도 칼린의 팔을 붙들고 늘어져 있었고 칼린도 꽤 즐기고 있었다. 에이든은 그녀의 팔을 ‘툭툭’ 건드린 뒤 모기 만한 아주 작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아그리사. 그 모습을 도비쿠스님이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직 그러고 있는 거야.”


에이든의 말에 흠칫 놀란 아그리사는 겁먹은 새끼 고양이처럼 동그래지더니 고개를 쭉 빼고 주위를 살폈다.


그가 이곳에 있을 리 없겠지만 불안한 마음에 둘러본 것이었다.


아그리사는 칼린의 에이든을 노려보며 입을 삐쭉 내밀고는 팔을 놓고 대신 그의 바지 끝을 살짝 잡았다.


류미는 더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흙이 묻은 로브를 털고 머리카락을 정리했고 손을 가지런히 모은 뒤 바르게 선 후 조신하게 행동했다.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루시아 공주님의 딸이자 마지막 왕가의 자손이신 류미 공주님이시다.”


“에에에에!”


공주라는 말에 곳곳에서 경탄성이 터져 나왔다.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루시아 공주는 크리스탐과 혼인 후 아버지의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했다고 공표했었고 모두가 사랑하는 그녀의 죽음에 만백성이 비탄에 잠겼었다.


그런 그녀에게 자녀가 있을 리 만무했고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크리스탐의 딸이어야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사생아라는 것인데 다행히 왕가의 법도에는 사생아라 하더라도 왕족의 피가 섞여 있다면 왕족으로서 인정을 해주었다.


하지만 이런 촌구석에 왕가의 법도를 알만한 사람이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무방비 상태인 한 마리의 양을 발견한 히네스는 서슬퍼런 이빨을 드러내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 뭐야. 사생아가 무슨 공주란 말이야! 그리고 공주라는 증거 있소?”


평민에겐 사생아는 곧 가문의 망신이었으니 사람들은 히네스의 말에 공감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비난하는 사람도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루시아 공주님이 그런 분이셨다니.”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하더니 그럴수가...”


“어디 결혼도 안 한 처자가 그것도 나라의 공주라는 사람이 아이를 가질 수 있단 말이야! 이러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됐지.”


류미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어머니를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모독하기까지 하자 얼굴이 빨개졌고 분노와 수치심이 소용돌이치며 끓어올랐으며 가장 아픈 기억의 일부분을 자극하는 저 히네스라는 자와 주민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생각을 했다.


그때 베르트라가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녀 대신 발끈한 트라노스는 무기를 빼 들어 사람들을 위협했다.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그럼 주인님께서 거짓말이라도 하고 계신단 말이냐!?”


트라노스의 행동을 불필요한 행동이었고 불이 붙은 집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이 되어버렸으며 병사들과 주민들의 강한 반발심을 일으키게 되었다.


“저것 보시오! 세상에 어떤 공주가 저 끔찍한 괴물들을 대동하여 다닌답니까. 분명 저 여자는 인간의 탈을 쓸 마녀임이 틀림없소.”


“그러고 보니 저 여자 예전에 마녀로 의심받아 감옥에 갇힌 적도 있었잖아요!”


“그래! 맞아! 나도 봤어! 정말로 마녀였던 거야! 틀림없어!”


“분명 우리까지 홀리게 한 다음 노예로 부릴려 했겠지!”


“모두 무기를 들고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 시켜라!”


연합군도 맞대응하려 무기를 빼 들던 그때 테일러는 검집이 달린 허리띠를 바닥에 내려놓고 류미의 앞으로 걸어왔고 조안나가 그의 목에 검을 들이밀며 멈춰 세웠다.


“웬 개수작?”


“임관시험을 치르고 동기들과 함께 루시아 공주님을 뵌 적이 있었습니다. 일정에 있던 면담시간도 아닌 주말이었죠. 무예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셨죠. 상상 속으로만 생각했던 공주님은 아니셨어요. 성격도 시원시원하시고 외모도 출중하셨죠. 새하얀 손수건처럼 결곡 하시면서도 그 속에 기품까지 가진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기억의 일부분이지만 워낙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셨기에 지금도 그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죠.”


테일러는 손을 뻗어 류미의 왼손 중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가리켰다.


“손에 끼고 계신 반지는 주인의 인장이라 불리오는 반지로 주이스 특성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과 한 가닥하는 모험가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반지이죠. 오직 왕가의 피를 이어받은 자만이 착용할 수 있도록 대마법사 페르티아가 만든 역작 중 역작이지만 자격이 없는 자가 착용하면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피를 쏟아내는 저주가 걸려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마녀라면 저 반지를 착용할 수 없을 거예요.”


테일러가 류미를 두둔하고 나서자 그에 대한 믿음이 강한 주민들은 의심을 거두었고 그를 따르는 병사들도 하나둘 무기를 내려놓았지만 히네스 중사는 여전히 검을 들고 서 있었다.


“히네스? 직접 시험해봐야 믿겠나?”


류미는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노려보고 있는 히네를 위해 기꺼이 반지를 빼 그에게 내밀었다. 히네스는 손을 내저으며 사양했다.


“하지만 사생아가 어찌 공주의 자격이 있단 말입니까.”


“하...! 너란 녀석은...”


“왕국에 대한 제 충성심입니다. 가짜를 섬길 수 없지 않습니까. 분명 진짜 공주님이라면 제 진심을 이해해주실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미 어머니를 모욕한 순간부터 류미의 눈 밖에 난 상태였다.


그때 병사들 사이를 헤집고 캐넌 사무장이 걸어 나왔고 그는 류미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의 손에는 방패로 써도 될 만큼 아주 두꺼운 법전이 들려 있었는데 캐넌은 법전을 펼쳐 사생아라 하더라도 왕족이 될 수 있고 공주나 왕자로 인정한다는 부분을 읽어주었다.


캐넌은 직접 읽어 보라는 듯 히네스의 면전에 법전을 들이밀었다.


테일러는 류미의 앞에 무릎을 꿇어 공주에 대한 예를 표했고 뒤이어 캐넌과 병사들 그리고 주민들도 류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히네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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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19 0 12쪽
»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3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2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3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4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4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1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1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6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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