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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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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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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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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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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화 전쟁의 서막(2)

DUMMY

혼란에 빠졌던 병사들은 이성을 되찾았고 곧장 지휘관을 명을 받아 사이클롭스의 커다란 눈을 향해 화살을 퍼부었다.


사이클롭스의 피부는 두꺼워 마치 갑옷과 같아 화살이 몸에 박히더라도 치명상을 줄 수는 없었지만, 비정상적으로 큰 하나의 눈은 그들의 약점 중 하나였다.


집중포화에 눈을 가려야 했고 커다란 바위는 적의 요새가 아닌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하지만 벨라스코는 사이클롭스들 중에서 가장 똑똑했다.


요새로 향하는 길목의 지형지물을 모두 파악한 뒤 걸음을 계산하고 눈을 감고 달렸다.


“하나... 둘... 셋... 여기에서 발길질!”


적이 요새 앞에 세워둔 방책을 발로 걷어차고 다시 두 걸음 더 머리에 이고 있던 바위를 힘껏 집어 던졌다.


바위는 요새의 벽을 정확히 맞췄고 벽은 허물어졌다. 비명과 통나무가 나뒹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귀를 기울여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를 들고 방향을 틀어 주먹을 휘둘렀다.


무너지지 않은 벽에 단단한 그의 주먹이 날아가 벽을 박살 내자 뒤쪽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길이 열렸다! 벨라스코를 따라 요새를 향해 진격하라!”


그때 적 요새 안에서 한 발의 불화살이 하늘 바다를 향해 솟구쳐 올랐고 그와 동시에 요새의 문이 열리면서 그리핀 기사단이 쏟아져 나왔다.


뒤로 빠져있던 그리핀도 다시 전장에 복귀했고 북서쪽 투란으로 향하는 언덕마루에서 사령관 홀딘이 이끄는 백마를 탄 기병대가 튀어나와 도비쿠스가 이끄는 부대를 기습했다.


기병들이 얼마나 많은지 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않고 굳건히 버텨내던 만년설이 데굴데굴 굴러 내려오는 모습 같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적의 기병대 공격에 진영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벼락처럼 내리꽂는 그들의 창에 병사들이 하나둘 추풍에 낙엽이 떨어지 듯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일순간에 부대는 2개로 갈라지고 앞서갔던 병력은 적에게 포위되어 고립 상태가 되어버렸고 비명과 피로 수채화를 그렸다.


도비쿠스는 달려오는 기병을 창을 가까스로 피하고 재빨리 회전해 말의 다리를 베었다.


기수만큼이나 중무장한 말의 무게가 앞으로 쏠리며 꼬꾸라졌고 그 바람에 기수는 앞으로 날아가 바닥에 깊게 뿌리를 박고 있는 바위의 얼굴을 향해 그대로 날아가 얼굴을 처박았고 잠시 몸을 움찔거리기는 했지만 더는 일어나지 못했다.


도비쿠스는 아찔했던 순간을 뒤로하고 그 모습을 구경하다 다음으로 달려온 기병의 공격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해 팔에 상처를 입었다.


“이런! 젠장! 망할 놈의 자식!”


기병은 한 바퀴 빙글 돌아 다시 돌진해 왔다. 도비쿠스는 방패를 바짝 치켜들고 기세에서 밀리지 않으려 여유로운 척 검을 빙글 돌리며 검과 방패 사이로 매섭게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투구에 달린 하얀색의 그리핀 깃털이 바람에 나부꼈다. 기병을 상대로 정면으로 싸우는 건 검으로 바위를 내려치는 것만큼 무모하고 멍청한 짓이었다.


도비쿠스는 눈을 굴려 놈을 처리할 방법을 찾았고 그의 눈에 허리가 부러져 쓰러진 궁수의 시체의 앞으로 떨어진 활과 화살집이 보였다.


“이랴!”


날아드는 긴 그의 창을 방패로 막아내고 옆으로 굴러 화살을 집어 들었고 튼튼한 갑옷으로 무장한 기수가 아닌 가려지지 않은 냅킨처럼 새하얀 백마의 하얀 엉덩이를 조준한 후 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말의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박히자 깜짝 놀란 말은 비명을 지르며 앞발과 뒷발을 번갈아들어 올리며 펄떡거렸고 등에 타고 있던 기수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숲을 향해 달아났다.


도비쿠스는 재빨리 떨어진 기수를 향해 달려가 검을 높이 들어 내려쳤다.


“타앙!~”


“크윽!...”


“포기해라. 미친 왕의 하수인아.”


“나는... 큭! 명망 높은 그리핀 기사단이다! 왕국을 해하려는 네놈의 덜떨어진 머리를 들고 당당히 왕의 앞을 행진하리라!”


기병은 창을 버리고 재빨리 검을 빼 공격을 막아냈지만, 위에서 내려친 공격에 중심이 흐트러졌고 도비쿠스는 그의 위에 올라타 이를 악물고 아래로 힘껏 눌렀다.


“너희 그리핀 기사단도 한때는 명예, 정의, 용기라는 가치를 위해 왕국의 자랑스러운 기사단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싸우지 않았나? 그런데 어째서 그가 잘 못 되었다는 걸 알면서 그를 따르는 것인가!”


“그래 인정한다. 그는 삐뚤어진 왕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엄연히 우리에겐 왕이고 그리핀 기사단의 첫 번째 덕목은 왕국과 왕에 대한 충성이다. 그리고 너흰 그 충성심이 없지.”


“맹목적인 충성은 그 나라와 백성들에게 고통을 남기고 비극을 안겨 줄 뿐이다.”


“그 비극의 시작은 너희들의 반란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배신자여.”


검은 천천히 그의 목을 향해 내려가 닿았고 곧 놈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와 푸른빛을 발산하는 도비쿠스의 검날을 붉게 물들였다.


그리핀 기사단도 언젠가는 저항할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나약한 존재일 뿐.


그는 마지막 순간 그 어떠한 명예도 명망도 그리고 충성심도 죽음 앞에서는 다 부질없다는 걸 인정했고 흐느끼며 멈춰달라고 애원했지만, 이자의 눈은 반대였다. 증오로 가득한 눈 속에는 복수와 죽음을 갈구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자와 전장에서의 자비는 사치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고 도비쿠스는 그를 조용히 보내주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옆으로 벌러덩 드러누워 하늘 바다를 올려다보았다.


조금만 쉬었다가 일어나고 싶은 나약한 마음이 몸 전체로 뻗쳐 나가기 전에 양발을 가슴에 모으고 양손은 땅을 짚고 힘차게 회전해 일어서 피 묻은 무기와 방패를 챙겨 근처 아군을 공격하는 적을 향해 달려가 그의 옆구리에 검을 쑤셔 넣었다.


서걱거리며 살점을 파고드는 손맛이 나쁘지 않았다. 드러누운 채로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던 미아 이등병은 숯처럼 검은 피부를 가진 적의 얼굴 대신 반가운 도비쿠스의 얼굴을 발견하자 눈에 이슬 같은 눈물이 맺혔다.


“사... 사령관님.”


“괜찮은가? 미아 이병.”


“싸... 싸울 수 있습니다!”


도비쿠스는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켜 주었다. 무릎이 까지고 까무잡잡한 얼굴에 베인 상처가 있기는 했지만 경미한 상처일 뿐 그녀의 말대로 싸울 수 있었다.


미아 이병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무기를 주섬주섬 주워들고는 슬쩍 도비쿠스의 뒤쪽으로 물러나 아수라장이 된 전장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갓 성인이 된 아이였고 이제 막 검을 휘두르고 방패를 들어 공격을 막는 연습을 마친 신출내기 군인이었다.


아직 더 많은 훈련을 받아야 하지만 이런 그녀마저도 절실한 게 현 상황이었다.


“부우~웅! 부우~웅!”


“사령관님. 이 소리는 뭐죠?”


도비쿠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검을 움켜잡고 미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 얼굴에 상처를 낸 저 치들에게 복수할 시간이다. 가자!”


“앞길을 막는 적들에게 죽음을!”


“오크 만세!”


드라코니아에서 출발한 강철 심장 부족이 무기를 들고 함성을 내지르며 먼지와 피로 뒤덮인 전장에 합류하자 전세의 판도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울데크가 이끄는 선봉대는 온 길을 따라 그대로 요새를 향해 진격했고 타르가르는 전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위기에 처해 있었던 아군을 도와 그리핀 기사단원들을 유린했다.


그가 태산 수호자를 한 번 휘두르자 두세 명의 머리가 달아났고 마주한 기병과 서로 교차하며 무기를 맞댔지만, 그의 무기가 와장창 깨짐과 동시에 갑옷을 찢고 그의 가슴을 갈랐다.


아군도 두려움에 떨게 할 무시무시한 유물 무기의 위력을 보고도 적들은 쉽사리 등을 보여주지 않았고 그에게 계속해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번번이 실패해 죽음 맞았다.


단 한 명의 영웅이 전세의 판도를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의 이 느낌이라면 적어도 태산 수호자를 지닌 타르가르라면 능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크 군대의 숫자가 월등히 많은 것도 아니었고 완벽한 타이밍에 덮친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이 그럴 수도 있다는 걸 모두에게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사이 달려드는 적을 쓰러뜨리고 숨을 고르고 있던 도비쿠스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타르가르에게 농담도 던졌다.


“대족장. 당신을 위해 준비한 내 선물들이 마음에 드는가?”


타르가르는 콧방귀를 뀌며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이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군. 사령관의 머리라면 꽤 괜찮은 전리품이 될 것 같은데 이 비겁한 겁쟁이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면상 한 번 보기 힘들군.”


“좀 전까지 이 근방에 있었는데 아마도 늑대를 타고 다니는 갈색 곰 한 마리를 보고는 겁에 집어먹고 바지에 오줌을 싸는 바람에 요새로 도망가 바지를 말리고 있는 것 같군.”


“곤란한데? 벌써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리다니.”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우리의 용맹한 바할랜 전사들이 벌써 그를 둘러싸고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바할랜의 노래는 이제 질렸어. 오늘 밤만큼은 우리 오크의 노래가 울려퍼질 걸세.”


“후후. 기대하지.”


기세등등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마구 날뛰던 기병대도 기가 꺾이고 패색이 완연해지자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리핀은 불에 타죽거나 날개가 꺾인 채 바닥으로 추락했고 보병들은 무기도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해 줄 방패도 내 팽겨친 채 서둘러 요새로 돌아가려 했지만 울데크의 기병대가 앞을 가로막혀 대부분이 사로잡히거나 죽었다.


창병과 궁수들에게 둘러쌓여 온몸이 벌집이 되었던 사이클롭스들도 포위를 벗어나 본대에 다시 합류했지만 어디 가서 호저라도 건드리고 온 건지 벨라스코는 눈만 제외하고 온몸에 화살과 찔리고 베인 상처로 도배되어 있었다.


“이... 이봐. 괜찮은가?”


도비쿠스의 물음에 벨라스코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울먹였다.


“아니! 엄청 따갑다! 날 치료해 줄 사제들은 어디에 있나?”


도비쿠스는 엄지를 들어 뒤쪽을 가리켰다.


“복수 지금 막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 치료받고 다시 돌아온다.”


저 지경이 될 정도로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뛸 힘이 남아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령관님! 놈들이 요새를 버리고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의 매복이 있을지도 모르니 추격은 하지 않고 정비하며 적의 기습을 대비해 요새를 수리하도록.”


보고를 하고 듣고 있던 그레이엄의 얼굴이 근심으로 어두워졌다.


“아... 실은 로를리와 오크는 벌써 추격을 시작했는데요.”


“뭐라고!? 이런 어리석은... 안전한 추격전은 없다고 내가 누누이 일러줬거늘 게다가 상대는 전투 경험이 풍부한 놈인데!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데니스에게 군을 소집해 뒤쫓아 데리고 오라고 말하거라.”


“네! 사령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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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19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3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3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3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4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4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1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1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6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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