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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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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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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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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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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9화 기습(3)

DUMMY

폐광 안쪽 어둠 속에서 푸른색 로브에 검푸른 벨트를 차고 허리에는 무한의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등나무로 만든 끝이 둥글고 길쭉한 지팡이를 다른 한 손에는 금빛의 띠를 두르고 갈색 오브를 든 벡스터가 반가운 듯 웃으며 걸어 나왔다.


역시 데일러스만큼이나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하늘을 선회하던 베르트라가 ‘삐익!’하며 울었다.


적이 오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 날카로운 소리였다. 그리고 에오리스의 영혼도 가방 속 책 안으로 돌아왔다. 예상한 시간보다는 오래 버텨주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정면 대결보다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그의 실력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모두가 위험했기에 류미는 눈을 치켜뜨고 벡스터를 향해 작은 손을 뻗었고 그의 얼굴에 띄고 있던 미소가 반쯤 사라지고 분노의 눈빛이 피어났다.


“감히 너 따위가 번개 주문의 정점에 선 나와 정면으로 맞서려고 하다니. 교만을 넘어 날 멸시하다니 어리석군. 소원대로 해주지.”


벡스터도 손을 들어 류미를 향해 뻗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류미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검붉은 핏줄이 사납게 섰다.


휘감은 불꽃은 근방을 삼켜버릴 정도로 커졌고 발아래가 진동하더니 작은 돌맹이들이 류미를 중심으로 떠올랐으며 긴 갈색 머리카락이 사정없이 휘날리기 시작하더니 붉게 물들었고 눈 안은 빛으로 충만해져 번쩍거렸다.


류미가 손끝을 살짝 움직이자 류미의 손안에서 맥동하던 검은 에너지가 새하얀 전기로 휘감기더니 검은 광선이 류미의 손을 떠나 벡스터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벡스터도 류미의 광선에 응수하며 파지직거리는 번개 광선을 내보냈다. 2개의 광선이 서로 만나 한 줄로 이어지자 폭발과 함께 파장이 일었다.


나무는 힘없이 꺾여 우지직거리며 부러져 버렸고 풀과 대지에 묻혀 있던 뼛조각이 드러나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바위가 갈라지고 대지가 진동했다.


그 충격으로 근방 20m가 거의 초토화가 되었다. 류미의 얼굴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평온했고 살아 있음을 느꼈다.


반면에 벡스터는 전력을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하고 있었고 그녀의 광선이 점점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낌과 동시에 죽음도 함께 자신의 목을 죄어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런 젠장! 끽해봐야 3성 마법사인 줄 알았는데 저런 난쟁이 똥자루 같은 계집이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밀리고 밀려 류미의 광선이 그에 손끝에 닿았고 폭발과 함께 벡스터는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쿠왕!”


“끄아아아악! 커흑... 내 계산이 어디부터 잘못됐던 거지?”


류미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눈만 움직여 피부가 녹아 흘러내리며 소멸해 가는 벡스터를 내려다보았다.


이자가 사실대로 드롱과 바일라에게 말해줬었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두 사람을 잃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 류미의 눈과 마음속엔 어느새 증오가 자리를 잡았다.


“왜 드롱님과 바일라님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지? 내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있었을 거 아녜요.”


“콜록콜록!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네 목에 걸린 현상금이 탐이 나더군. 자그마치 백만 젠트다. 길드원들을 위한 대저택을 짓고 훈련장을 지을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돈이지.”


“돈에 얽매이지 않는 고사한 분인 줄 알았는데 실망스럽네요. 옛정을 생각해서 자비로운 죽음을 선사하려 했건만... 그냥 그렇게 괴로워하다 죽으세요.”


두 사람 사이에 승부가 나자 베르트라는 날개를 접고 류미의 옆으로 사뿐히 내려앉았고 피부가 녹아 눈알이 한쪽으로 흘러내리고 새하얀 치아를 들어낸 채 코가 없어 숨을 못 쉬어 헐떡거리는 벡스터를 내려다보고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으... 당분간 아이스크림은 입에도 안 댈 거예요. 아참! 내 정신좀 봐. 류미님. 놈들의 본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곧 이곳으로 몰려 들거에요. 시간이 없어요. 우리에게도 군대가 필요해요. 빨리 소환문을!”


한편 그 시각 아그리사와 애꾸눈 카일은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대등하게 맞서 싸웠다. 하지만 아그리사의 몸이 땀으로 흥건해진 반면에 카일의 몸은 이제 막 땀구멍이 열린 정도로 여유로웠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힘이 나오다니. 역시 오크는 대단하군! 이거 내 가치관이 흔들리는데?”


아그리사는 씩씩거리며 턱 끝에 아슬아슬하게 맺힌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무기를 고쳐 잡았다.


카일은 뜬금없이 무기를 바닥에 찔러 넣고는 우람한 가슴을 뽐내기 위해 두 손을 맞잡고 인상을 쓰며 몸을 숙였다.


“어때? 내 성난 근육 죽이지?”


아그리사는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이거나 잡수셔.”


“너와 내가 아이를 만들면 굉장한 녀석이 태어날 것 같지 않아?”


아그리사는 재빨리 도약해 근육 뽐내고 있는 카일의 얼굴을 걷어찼다.


“억! 비겁하게 말하고 있는데 걷어차다니!”


“생각만 해도 구역질 나서 그랬다. 왜.”


“스읍... 아쉽군.”


그때 류미가 이동했던 폐광 쪽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벡스터녀석. 꼬맹이를 상대로 요란하게도 싸우는군. 불쌍한 꼬마 녀석 내 손에 그냥 순순히 잡혀 줬다면 저런 험한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아그리사는 콧방귀를 끼며 웃었다.


“너 말이야.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나 본데. 쓰러진 건 류미가 아니라 아마도 네 친구일걸? 예전의 류미가 아니라고.”


“오호~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만! 그렇다는 건 내게도 기회가 있다는 거겠지. 그럼 이쪽을 빨리 정리하고 예정되어 있던 토끼 사냥을 해볼까나.”


그의 눈이 불길할 정도로 이글거리며 타오르더니 자신의 검으로 팔을 그었다. 피가 상처를 따라 발밑으로 떨어져 대지를 물들였고 곧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피를 흘려도 너무 많이 흘려 적임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저자가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 아그리사는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고 조금 거리를 둔 채 지켜보았다.


“뭔가 보여주기라도 할 것처럼 떵떵거리더니 뭐하는 거야. 설마 겁먹고 자결하는 건 아니겠지?”


미스낙의 치료를 마친 에이든은 그녀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그리사에게 경고했다.


“아그리사. 놈에게서 불안정한 힘이 느껴져 조심해!”


“뭐? 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잠잠히 듣고 있던 카일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아그리사와 에이든을 나무랐다.


“아! 시끄러워. 이 조무래기들 매너가 없네. 상대가 힘을 끌어모으고 있으면 긴장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지켜 봐줘야지.”


“아~ 그런 게 있었어? 미안. 조용히 기다릴게.”


“그래. 고마워. 그럼 간다!”


카일은 허리를 숙여 피웅덩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분명 작은 웅덩이었지만 카일의 손은 손목까지 쑤욱 들어갔고 무언가를 움켜쥔 듯 핏줄과 근육이 긴장됐다.


“보아라! 내가 개발해 낸 궁극의 직업인 버서커를!”


그가 피웅덩이에서 꺼낸 건 다름 아닌 자신과 똑 닮은 분신이었고 그림자처럼 그의 등 뒤에 착 달라붙어 있었고 피를 철철 흘리며 카일와 똑같은 포즈와 표정으로 그룹원들을 내려다보았다.


“크하하! 어떠냐? 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태를 말이야. 덜떨어진 놈들 넋을 잃고 바라보는군. 특히 너! 오크녀! 내 프러포즈를 거부하다니 이제 와 후회해도 소용없다. 안 받아 줄 거니까.”


아그리사의 눈이 동그래지고 입을 벌린 채 감탄하며 무기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대박! 완전 멋있어! 내 스타일이야! 검 휘두르는 것 좀 보여줄 수 있어?”


“응? 아... 어. 그래 얼마든지.”


“히야압!”


카일이 검을 휘두르자 뒤이어 피를 흘리는 그의 그림자도 그와 똑같이 검을 휘둘렀고 기존에 휘둘렀던 거리보다 더 멀리 더 넓게 베어냈다.


아그리사는 그가 적이라는 것도 잊어버린 채 달려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고 밤하늘 바다를 수놓는 심해어의 빛을 담은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직업 나도 배울 수 있을까? 내가 사부로 모실게.”


호불호가 분명해 차가울 땐 겨울바람처럼 차가운 아그리사가 저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는 건 진심이라는 소리였다.


에이든도 저 기술에 당해 그녀를 빛으로 인도했었다. 카일은 처음엔 당황한 기색을 내 비추었지만, 그녀의 말을 또 심각하게 고민했다.


“음... 스피드도 좋고 힘도 좋고 거기다 빛을 내는 기술까지 사용하는 제자라... 잔챙이들밖에 없는 길드원 녀석들보단 확실히 낫단 말이지. 흠... 고민되는데?”


그가 냉정하게 거절하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자 아그리사는 가능성을 보았고 그의 팔을 ‘탁’치며 말했다.


“에이! 기분이다. 수업료도 낼게.”


그녀의 한 마디에 에이든이 분개하여 다와 아그리사에게 따지고 들었다.


“야! 넌 나한테 공짜로 배워놓고 이 녀석에게는 돈을 내고 배우겠다고!?”


“어허~ 그건 탈리가 가르치라고 해서 가르쳐 준거잖아. 그리고 넌 내게 대가를 요구했고 난 분명히 들어줬다.”


류미의 행방을 가르쳐주면 알려주겠다고 했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고 에이든은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에이든과 아그리사가 투닥거리는 사이 고민을 하고 있던 카일이 말했다.


“잠깐만. 난 네놈들을 뭉개버리려는 적이야. 적의 제자가 되겠다니 제정신이냐?”


방금까지 고민하던 게 누군데 카일이라는 저 사람도 꽤 뻔뻔한 사람이었다.


“아... 그렇네. 어쩌지? 잠깐. 근데 왜 류미를 잡으려는 거야?”


“왕을 죽인 사람이니까! 그리고 현상금도 어마어마하게 붙었다고.”


“잉? 그거 다 너희 왕이 지어낸 뻥인데 그걸 믿는다고? 왕이 죽었을 땐 류미는 너희들과 퀘스트 중이었다며 현실적으로 로디네스 숲부터 글린데일까지 단 몇 시간 만에 왕복한다는 게 말이나 돼?”


“음? 듣고 보니 그러네. 뭐지?”


에이든은 아그리사의 옆으로 다가와 귓가에 대가 속삭였다.


“류미의 말대로 이 녀석도 음식을 먹고 정신지배를 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이렇게 방심하고 있을 때 처리하지 그래?”


“하!... 그래야만 하나? 저 녀석이 가진 직업이 탐나는데.”


“정신 차려. 지금은 전시 중이야.”


“그럼, 일단 확인해 보고 확실하면 그렇게 하자.”


“야! 기분 나쁘게 사람 면전에 세워놓고 둘이서만 쑥덕쑥덕거릴래?”


“앗! 미안. 그것보다 잠시 손 좀 줘볼래?”


“손은 왜?”


아그리사는 카일의 사포처럼 거친 손을 잡고 빛의 마법을 사용했고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멀뚱멀뚱 내려다보았다.


“뭐하는 거야.”


“아... 그게... 음. 뭐냐면 진짜 사나이인지 감별하고 있는 거야.”


별다른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그리사는 에이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결과가 나온 거야? 위대하신 이 카일님은 당연히 진짜 사나이겠지?”


“응! 그렇네. 진짜 사나이네.”


한껏 기분 좋아진 카일은 호탕하게 웃으며 기뻐했고 카일은 자기애에 취해 팔을 모아 힘을 주며 자신의 이두박근에 입을 맞추었다.


만약 설득만 할 수 있다면 이번 작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에이든은 생각했다. 문제는 어떻게 이자를 구워삶느냐였다.


이자에게는 명예욕도 권력욕도 없어 보였고 오직 힘과 재물을 쫓는 자 같았고 최종적인 목표라고 가늠해볼 수 있는 건 길드를 키우는 데에 있다고 보았다.


이미 강력한 힘을 보유한 자에게 더 내밀 카드는 없었고 어렵게 군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에 류미의 목에 걸린 현상금만큼 내어 줄 젠트도 없었다.


그나마 약점이라고 한다면 힘을 가진 여성에게 좀 약해 보이고 관대한 정도랄까? 우선은 현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부족하다면 다른 방법으로 그를 설득할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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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20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4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3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5 0 11쪽
» 169화 기습(3) 23.02.07 27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4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5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9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5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2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3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2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6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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