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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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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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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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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4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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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6화 연합(10)

DUMMY

들으라고 일부러 크게 말했으니 못 들었을 리 없었고 조안나를 대신해 분개한 병사들은 리자드 쪽으로 고개를 돌려 쏘아보았다.


“저것들이 미쳤나! 한번 해보자는 거야 뭐야!”


“차려자세에서 누가 떠드나!!!”


대기를 갈라버리는 날카로운 조안나의 호통에 병사들은 일제히 다리를 곧게 펴고 무릎을 붙여 앞사람의 정수리 쪽을 바라보듯 고개를 치켜세웠다.


조안나는 방금까지 눈을 희번덕거리며 트롤들을 올려다보던 병사의 앞으로 걸어가 섰고 도비쿠스는 울타리에 팔을 걸치고 낄낄 웃으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있는 거야? 왜 실실거리고 있어?”


아그리사가 다가오자 히죽거리며 낄낄대던 도비쿠스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는 흠모하는 그녀의 물음에도 대꾸하지 않았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아그리사는 도비쿠스처럼 울타리에 팔을 걸치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조안나는 게리스 병장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차려자세에서 잡담하게 되어 있나? 게리스 병장.”


“아닙니다!”


“그런데 왜 고개를 돌리고 잡담을 한 거냐.”


“시정하겠습니다!”


조안나는 흐트러진 그의 어깨 갑옷을 정돈해주며 말했다.


“오늘은 경고로 끝내지만, 만약 다음번에도 이런 실수를 한다면 각오해라. 내가 책임지고 네 군생활을 아주 즐겁게 만들어 줄 테니.”


“네! 알겠습니다.”


“오!~ 예쁘장하게 생긴 게 한 성깔 하는 구만. 만약 적으로 만났더라면 내가 확 밟아 줬을 텐데. 큭큭. 아쉽군.”


선을 한참이나 넘은 그의 도발에도 묵묵히 듣고만 있던 조안나는 계속해서 이기죽이기죽 빈정대는 카자쉬를 올려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적당히 하시지.”


“그만하려고 했는데? 끼헬헬!”


카자쉬는 한껏 속을 긁어 놓고는 이제 흥미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부대원들을 바라보았고 중사 조라스가 모든 인원이 모였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모두 숙소로 돌아간다.”


카자쉬의 인솔하에 리자드 군대는 숙소가 있는 언덕 중턱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리자드 병사들은 인간과 오크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조롱하며 식당 앞을 떠나갔다.


병사들은 굴욕적인 모욕에도 꿋꿋이 참아냈다.


“쉬어! 식당으로 이동한다.”


게리스 병장은 징계를 각오하고 용기 내어 손을 들었고 조안나에게 따지듯 물었다.


“대장님. 분하고 굴욕적입니다. 왜 저들을 그냥 보내주신 겁니까?”


조안나는 젖은 앞 머리카락을 옆으로 쓸어넘기며 말했다.


“게리스. 저들이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은 그렇게 느껴집니다.”


“네 옆에 있는 전우와 네 가족을 적에게 잃고 싶나?”


“아닙니다!”


“그럼 참아라. 그리고 그 썩어빠진 정신 상태는 내다 버리는 게 좋을 거다. 그런 다음 저들을 철저하게 이용해 살아남아라. 그러면 된다. 함께 싸우는 법을 모르면 전쟁을 이길 수 없다.”


“저는 그럴 수 있지만, 저 파충류들은 그러지 않을까 봐 걱정됩니다.”


“그럼 네가 먼저 보여줘라. 그러면 놈들도 사력을 다해 네 뒤를 봐줄 것이다. 상대를 포용하지 못하면 함께 할 수 없다. 저들은 못 할지라도 우린 해야 한다. 그게 저들과 우리의 다른 점이다. 그러니 무지한 저들에게 가르쳐 주어라.”


조안나는 세상의 모든 진리와 이치를 깨우친 성인군자처럼 게리스를 포함에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에게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실은 게리스보다 훨씬 화가 나 있었다.


그녀는 군인이기 이전에 여자였고 바할랜이 건재하던 시절엔 여성 인권 단체의 회장직을 역임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군인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었고 지휘관으로 병사들과 같은 감정으로 대응할 수 없었기에 언젠가는 저 더러운 도마뱀의 입을 뭉개버릴 날이 있기를 바라며 인내했다.


도비쿠스는 좋은 싸움 구경이 싱겁게 끝나버리자 자리를 떠 개인 막사로 돌아가려 방향을 틀었다.


“야! 거기서.”


예상대로 철저히 무시당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그리사가 도비쿠스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끌었다.


“너 요새 왜 날 투명 오크 취급하는 거야. 조금 전에도 두 번이나 무시하고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나한테 뭐 화난 거라도 있냐?”


“그런 것 없어.”


“그러면 왜 무시하는 건데. 추파를 던질 땐 언제고 싫증이라도 난 거냐?”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얹고 도비쿠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아그리사의 진한 갈색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빛이 너무나도 차가워 아그리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얼어붙게 했다.


이별을 얘기할까 봐 겁이 났다. 한 가닥 삐져나온 실을 잡고 꼼지락거리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뭐 하나만 묻자. 너랑 나랑은 무슨 사이야?”


“인제 와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래?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 그러는 넌 우리가 무슨 사이 같아 보이는데.”


“난 연인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넌 아닌가 보지?”


“그... 그래! 연인 사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오크가 회의 땐 왜 그랬어? 상황상 대화를 나누며 상의는 못 해도 눈빛으로라도 내 의견을 물어볼 수도 있었잖아.”


도비쿠스는 류미와 함께 로디네스 숲으로 가는 위험한 임무에 조금의 상의 없이 자원한 것에 관해 서운하고 섭섭한 듯했다.


10대에 접어들자마자 몸이 아픈 엄마를 대신해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던 아그리사는 연애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가질 여유도 없이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만 했다. 그래서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리가 없었다.


그냥 함께 웃으며 옆에서 서로를 느끼며 바라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거면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만을 위해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론을 짓는 건 아그리사에겐 삶 그 자체였기에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파악하려 하거나 배려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사과하는 것에 있어서도 서툴러 차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내뱉지 못했다.


에이든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고 평소와는 다르게 우물쭈물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미안해하는 아그리사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고 가슴이 저렸다.


이미 결정된 사안을 물릴 수도 없었고 쥐 잡듯 아그리사를 잡아봐야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나한테 미안한 감정은 있는 거야?”


아그리사의 시선은 도비쿠스의 벨트로 입은 오리 주둥이처럼 삐죽 튀어 나왔고 턱에 주름이 잡혔다.


“응...”


도비쿠스는 아그리사의 처진 어깨를 잡았다.


“다음번엔 별것 아닌 일이라도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면 꼭 나와 상의해줘.”


아그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개인 막사에 국수 먹으러 갈래?”


“응.”


- - - - -


파퀀터스 사원


“다음은 트라노스 장군이야. 사령관.”


에이든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류미에게 예를 표하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가 올려보내라는 신호를 보냈다.


“지이잉~”


거스티가 만들어준 새 갑옷을 입은 트라노스가 몸에 끼는 갑옷이 영 불편한지 어기적거리며 걸어와 함선 수리 명세서를 에이든에게 전달했고 사원 안에 인간이 있는 것이 불편한지 에이든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런 그에게 에이든은 미소가 섞인 묵례로 답했고 5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 류미가 바로 볼 수 있게 펼쳐 주었다.


트라노스는 주둥이를 딱딱거리며 목을 풀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평화의 항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새것처럼 수리해 두었습니다. 주인님.”


류미는 검은 뿔테 안경을 고쳐 쓰고 명세서를 꼼꼼하게 살피고는 깃펜으로 사인을 한 후 에이든에게 다시 건넸고 그는 명세서를 잘 펼쳐 빨간색 서류철에 끼워 넣었다.


“해상 훈련은 잘되고 있어?”


“분부하신 대로 궁수들과 마법사들을 함선에 재배치하였고 본대가 출항 후 혹시 있을지도 모를 적의 기습을 대비하고자 함선 3척을 더 건조하고 있습니다.”


“그래. 저번에도 내가 강조했지만 다가올 전투에선 해군의 활약이 가장 중요해.”


“실망 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트라노스는 성격이 괴팍하고 포악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강인하고 용맹한 전사이자 지휘관이었다.


하지만 성미가 급하고 오로지 돌진밖에 할 줄 몰라 걱정이었지만 스스로도 그게 약점이라고 판단했는지 쉬베닉스와 함께하겠다고 했고 유일하게 그가 하는 말에는 경청하며 들었다.


“그런데 웬 갑옷이야? 거스티에게 절대 입지 않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을 때는 언제고.”


“어... 그게.”


에이든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트라노스의 말을 가로챘다.


“저번 회의 때 제가 입고 있던 금빛 갑옷을 보고는 반해서 회의가 끝나자마자 거스티라는 대장장이에게 달려가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고 사정사정했답니다. 큭큭.”


트라노스는 발을 구르며 씩씩거렸고 그의 두꺼운 잿빛 얼굴에 그늘이 지더니 볼에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선홍빛 물이 들었다.


“냄새나는 인간 녀석 주둥이 닥치지 못해!?”


“잘 생각했어. 트라노스. 오래오래 살아서 나와 끝까지 함께 해야지. 이유야 어쨌든 잘했어. 다른 글런드 장군과 병사들에게 입힐 갑옷을 더 제작하라고 일러둘게. 그만 가도 좋아.”


트라노스는 류미가 피로감과 지루함에 쩌들어 기지개를 켜는 동안 에이든을 노려보며 입에 담지 못할 험악하고 모욕적인 욕설과 손짓을 퍼부었다.


류미에게 들키지 않게 입만 뻥긋거리기는 했지만 분명 그런 상스러운 욕을 했을 거라 확신했다. 트라노스는 자꾸 끼는 갑옷에 화풀이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몇 명이나 더 남았지?”


“음... 7명 남았습니다.”


류미는 크게 한숨을 뱉어내고는 손을 저었다.


“내일 하자. 엉덩이가 배겨서 더는 못 앉아 있겠어.”


“웬만하면 오늘 다 끝내시죠? 저들도 아래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종일 사령관님을 기다렸습니다.”


“싫어! 지겨워.”


류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점프하듯 계단을 달려 내려와 엘리베이터로 달려갔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팔로 엑스자를 그렸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이고 시체처럼 걸어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로브의 아래로 새하얀 그녀의 허벅지가 드러나자 놀란 에이든은 고개를 돌리고 뒤돌아섰다.


“크흠!”


류미는 팔을 쭉 뻗어 베개를 가지고 와 배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도 여기서 이러는 거 지겹지 않아?”


“응? 난 괜찮은데.”


“서약 말이야. 내가 지킨 거로 해줄 테니까 돌아가도 돼.”


에이든의 시선이 닿은 곳에 오래전 류미에게 선물했던 머리핀이 보였다. 머리핀은 열린 가방 틈으로 수줍게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건 여전하시네요. 사령관님.”


“으... 응? 뭐라고?”


그새 잠이 들었었던 류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있었다. 그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았다.


에이든은 오래전 그녀와 좀 더 발전된 관계가 되길 바랐었다. 지금도 그 마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전시였고 류미의 상황은 그때와는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그리사는 먹을 것이 없어 쫄쫄 굶고 있을 때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에서도 사랑은 언제나 싹트고 새 생명이 태어난다며 남자답게 그녀에게 다가가라고 조언해줬었다.


절대 쉽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삐져나온 머리핀을 들어 왜 아직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지 그녀의 의중을 떠보고 싶어 가방이 있는 쪽으로 몇 발짝 걸어갔지만 기대와는 달리 별것 아니라는 듯 시큰둥한 표정으로 건조하게 말할까 봐 겁이 났고 상처받을까 봐 그만두었다.


“아... 아냐. 아무것도. 피곤할 텐데 쉬어. 난 그만 가볼게.”


“응. 고생했어. 그럼 내일 봐~”


류미는 그 말을 남기고는 눈을 감고 다시 침대에 벌러덩 누웠고 꾸물꾸물 애벌레처럼 몸을 움직여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실망했다.


그녀가 좀 더 같이 있기를 원하고 붙잡아 주길 바랐지만 그런 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에이든은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지만 이제 더는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자 고독함이 마음속 깊이 사무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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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20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4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4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3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3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4 0 11쪽
» 166화 연합(10) 23.02.04 25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4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5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2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1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3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2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6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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