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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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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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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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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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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4화 기습(6)

DUMMY

안드로스는 류미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일어나 주위의 시선에 눈치를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요. 이 숲에 테일러라는 이름을 가진 건 부사령관님 말고 없어요. 아... 부사령관으로 진급하신 걸 모르시겠구나.”


류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그건 나중에 따로 부사령관님께 물어보시고 현재 부사령관님은 병사들 그리고 주민들을 데리고 사령부가 있는 디스글랜 요새와 보랏빛 요새에 계시고 전 부사령관님의 명령을 받고 저희를 공격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던 군대와 싸우고 있는 정체 모를 군대의 피아식별을 위해 위험을 무릎 쓰고 이곳까지 나와 정찰 중이었어요. 부사령관님은 정체가 누구건 간에 적과 불의 군대만 아니라면 서신을 전달하라 명하셨고요.”


안드로스의 이야기를 들은 조안나는 무언가 알겠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랬군요! 적의 지원군은 우리군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온 것이 목적이 아닌 두 요새를 공격하기 위해 집결하러 오던 병사들이었어요. 어쩐지 원군이 도착하는 속도가 너무 이상하리만큼 빠르다 했어요.”


에이든도 안드로스와 조안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베르젤 기사단이 합류하지 않은 것이군. 어차피 왕국군의 선에서 충분히 제압 가능해 보이니, 그 사이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인 요새 공격에 집중하려 한 거야. 우리 계획은 완벽했어. 다만 그 시기가 늦었었던 것뿐.”


“아니야. 난 이게 오히려 반등의 기회라고 생각해.”


류미는 지팡이를 꽉 움켜쥐고 미간과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보랏빛 해안이 아군의 것이 된다면 본래의 계획대로 본대를 이곳으로 불러들여 평화의 항구를 공격할 수 있는 기점을 세울 수 있어.”


에이든은 지도를 펼쳐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좋아. 네 말대로 아주 좋은 기회이기는 한데 어떻게 저들을 뚫고 요새까지 가지? 이것 봐. 요새로 가려면 숲 바람 마을을 반드시 경유해서 가야 하잖아.”


부사관은 이빨을 환하게 드러내 ‘씨익’ 웃더니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갈 방법이 제게 있으니까요. 하하하!”


“그러고 보니 어떻게 몸 성히 이곳까지 올 수 있었는지 물어보지 않았군요! 그 방법이란 게 뭐죠?”


“류미님도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안드로스는 확신에 찬 얼굴로 류미를 빤히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면서 고개를 끄덕여 바닥을 가리켰다.


류미는 그가 땅을 가리키는 의미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가 노커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냈다.


그 순간 하얀 백지상태였던 류미의 머릿속 도화지에 불의 군대가 숲의 요충지를 공격하기 위해 노커들을 이용해 파 놓은 땅속 지도가 떠올랐다.


“아! 지맥!”


“오! 기억하고 계시군요.”


“그 지하 굴이 아직도 있었다니 생각도 못 했어요.”


“지하 굴?”


“응. 예전에 노커들이 파 놓은 지하 굴이 있어. 그 굴을 이용하면 안드로스 하사님 말대로 적들의 눈에 띄지 않고도 디스글랜 요새와 보랏빛 요새로 갈 수 있을 거야.”


“묘수로군! 제 아무리 날고 기는 베르젤 기사단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땅 밑으로 이동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럼 요새가 2개니까 군도 2개로 나눠야 하는데 어떻게 나누지?”


“아냐 그럴 것 없이 모두 디스글랜 요새로 가. 베르트라와 내가 보랏빛 요새로 가서 지원군을 부를게. 그리고 보랏빛 요새보다 디스글랜 요새가 오래되고 성벽이 약해서 병사들이 많이 필요할 거야. 본대가 도착하면 요새 문을 열고 지원군을 보낼게.”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나자 패배감과 씻어내기 힘든 굴욕감에 젖은 군에도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조안나는 즉시 군을 움직일 수 있도록 선봉대와 후발대를 편성했고 에이든과 류미는 후발대에 남아 군을 안전하게 퇴각시킬 수 있도록 남겠다고 자원했다.


“어이~”


곰곰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그리사가 팔짱을 풀고 뚱한 표정으로 지도를 펼쳐놓은 탁자를 내려치며 말했다.


“너희 둘 너무 쉽게 결정하는 것 아냐? 왜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거지?”


그녀의 물음에 류미가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그야 안드로스님은 놈의 지배를 받고 있지 않으니까요. 현시점으로 봤을 때 매우 드문 일이잖아요?”


“에이든. 너도 같은 생각이냐?”


“당연하지. 저들은 국가에 소속되어 있던 군인들이야. 보급 또한 국가에서 받는 것이고. 그럼에도 저들이 감염되지 않았다는 건 매우 드문 일이지. 마지막 희망의 빛이기도 하고.”


아그리사가 인상을 쓰자 한 마리의 무서운 늑대의 얼굴처럼 되더니 높게 묶은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아있었고 꼭 늑대의 갈기처럼 보였다.


핏줄이 사납게 선 그녀의 팔이 다시 한번 탁자를 내리쳤다.


“만약에 내가 놈들처럼 흉악했다면 난 멀쩡한 녀석을 골라 녀석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며 우릴 요새로 꾀어 오라고 이곳으로 보냈을 거야.”


틀린 말은 아니었고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적막이 감돌았다.


아그리사의 말대로 온갖 교활한 간계와 술책을 꾸미고도 남을 흉악무도한 자들이었다. 적은 계속해서 숨통을 조여오고 선택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제 더는 시간을 낭비하기엔 위험했다. 지하 굴을 통해 요새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 포기하고 폭풍 고원으로 돌아가야 할지 난처한 놓이게 되자 류미는 문득 버드네이즈가 즐겨 쓰던 기술이 떠올랐다.


그와 정신의 일부를 공유할 당시였다면 아무런 죄책감 없이 안드로스의 정신을 조작하고 왜곡하여 기억을 캐내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만, 그가 사라진 이후 바일라를 통해 더는 그 기술이 발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기술을 사용할 때면 드러나는 류미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가 밖으로 드러난다는 걸 알았기에 눈이 뒤집히면서 괴기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그리고는 낄낄대는 그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아 시도조차 하기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 기술이 필요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을 풀었다.


그 누구도 류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베르트라는 할머니인 모구라에게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운 이젠 어엿한 대모였다.


그녀는 꼼지락거리는 류미의 손을 잡고 내린 후 앞으로 나섰다.


“제게 진실을 말하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우울증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베르트라는 안드로스 하사를 다시 묶어주길 청했다.


“잠시만요! 왜들 이러시는 거예요! 있는 그대로 다 말씀드렸는데!”


그 사이 베르트라는 콧노래를 부르며 가방에서 옻나무의 고목을 빻아 만든 가루를 꺼내 물에 탄 후 뚜껑을 닫고 세차게 흔든 뒤 그의 입 앞으로 들이밀었다.


“아~ 하세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묻는 말에만 잘 대답하신다면요.”


“이... 이게 뭔데요? 그래도 알고 마셔야... 아니 잠깐만요. 제가 왜 이 정체 모를 물을 마셔야 하는 거죠?”


조안나는 눈을 부라리며 몇 마디 협박 대신 검을 ‘스르릉’ 뽑아 보이며 마시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안드로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입을 벌렸다.


“조금 쌉싸름 할 거예요. 자~ 들어갑니다.”


베르트라가 건넨 물을 다 마신 안드로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우웩... 조금이 아닌데요. 으...”


베르트라는 마음속으로 숫자 1부터 10까지 센 뒤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들고 안드로스의 목을 살짝 ‘쿡’ 찔렀다.


그러자 안드로스의 입이 씰룩거렸고 그녀가 한 번 더 찌르자 이를 드러내며 킥킥댔다.


“으힛! 이 촉감... 대체 뭐죠? 제 몸이 순두부처럼 굉장히 예민해져 버린 것 같아요.”


베르트라는 다시 그의 목을 찔렀다.


“으히히! 간지러워요. 으헤헤! 악!”


“요새 내부에 왕국에서 보내온 음식을 먹은 사람이 몇이나 되나요?”


“으하하! 모두가 먹었어요.”


아그리사는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이것 봐!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베르트라가 손가락을 세워 입술로 가져갔다.


“이상 증상은 없었나요?”


“크흡! 으흐흐. 하하하! 무슨 이상 증상을 말씀하시는 거죠?”


“갑자기 난폭해진다거나 본래의 성격이 아닌 다른 성격을 드러낸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크리스탐 국왕을 찬양한다든지 종교에 관한 걸 떠들고 다닌다든지 그런 것 말이에요.”


“콕!”


“큭큭큭! 그런 것 없었어요. 이곳 주민들과 으흐흐. 병사들은 불의 군대에게 많은 육체적 고통과 킥킥킥! 정신적 고통을 받았어요. 하하하! 그래서 그 일이 있었던 후부터는 음식을 만들 땐 꼭 프링스님의 정화 물약을 첨가해서 만들어 먹어요. 류미님도 아시잖아요?”


베르트라는 뒤돌아 류미를 보았고 류미는 고개를 끄덕여 그를 풀어 달라 말했다.


“그의 말이 맞아요. 한번 감연된 사람을 정화하는 건 어렵지만 음식을 정화하는 건 쉬워요. 예전에도 그 결과를 확인했고 해적들에게도 시험해봐서 알아요.”


풀려나 베르트라가 건넨 해독제를 마신 후 추운 듯 몸을 움츠리고는 벌벌 떨었다.


“으... 몸이 으슬으슬하네요. 혹시 담요 같은 것이 있다면 좀 주시지 않겠습니까?”


베르트라는 그의 토닥이며 말했다.


“곧 따뜻해질 거예요.”


“그럼 의혹이 풀렸으니 군을 재정비한 후 움직이겠습니다. 공주님.”


- - - - -


미넬리아 항만사무소


“주인님께선 무슨 생각이신 거지? 마법사들을 다 빼가면 항구는 어떻게 공격하라고!”


“진정해라. 그리고 그분의 뜻에 의심하지 마라. 트라노스. 분명 뜻하신 바가 있으실 거다.”


“넌 분하지도 않느냐? 오크와 인간이 우리가 설 자리에 서서 선제공격을 했다. 우리 기회를 놈들이 빼앗아 간 거라고. 아니지... 우리보다 옛 친구들이 더 소중하신 건가?”


트라노스의 쓸데없는 의심과 질투심엔 완벽히 적응한 쉬베닉스는 그저 껄껄 웃으며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고 살살 달래주었다.


트라노스는 마치 불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처럼 주기적으로 끓어 올라 열을 내며 소리를 질러대지만, 쓴소리가 섞인 조언과 따뜻한 말 몇 마디면 금세 식었다.


그냥 전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단순한 사내였다.


“주인님께서 널 왜 선두에 세우시지 않았는지 아느냐?”


“흥! 좀 전에 말했잖아. 분명 친구들이 더 소중하신 거라고! 이제 너나 나나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해 버린 거야.”


쉬베닉스는 피식 웃으며 태산처럼 봉긋 솟은 그의 견갑을 두드리며 말했다.


“넌 어떤 용사들보다도 용맹하고 담대한 전사다. 우리 리자드 병사들과 자네의 병사들에게 귀감이 되지. 나 또한 자네의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존중하고 있고 함께 하자는 자네의 제안에 흔쾌히 응한걸세.”


트라노스는 쉬베닉스의 칭찬에 쑥스러운 듯 뜨거운 콧바람을 내뿜으며 고개를 돌려 창가를 통해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네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틀렸네.”


쉬베닉스는 손톱을 날카롭게 다듬고 있던 단검을 내려놓고 손깍지를 껴 테이블에 올려놓고 턱을 받치며 말했다.


“전쟁을 함에 있어서 자네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가?”


“당연한 걸 묻는군. 당연히 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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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16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18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3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3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 174화 기습(6) 23.02.17 25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2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1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2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2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3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3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3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29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0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28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1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4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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